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장애인 대상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가 주민센터에 등록된 ‘등록장애인’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사건의 성격 자체가 달라진다고 오해하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실제로 상담을 하다 보면 “저 사람은 복지카드도 없는데 무슨 장애인 성폭력이냐”, “등록이 안 됐으니 그냥 일반 성범죄로 끝날 것”이라는 생각으로 초기 대응을 늦추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수사가 진행되고 피해자의 실제 상태에 대한 진단 자료와 진술이 쌓이면, 이런 생각과 전혀 다른 결론에 이르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6조가 정한 ‘장애인’ 해당 여부를 장애인등록 여부가 아니라 피해자의 실제 상태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비장애인의 시각에서 쉽게 장애가 없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입니다.
아래에서는 장애인등록이 없는 상대방도 성폭력처벌법상 장애인으로 인정되는지, 그 판단 기준과 형사절차에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장애인등록 여부가 아니라 실제 장애 상태로 판단합니다
장애인등록은 복지 급여를 받기 위한 행정 절차일 뿐, 성폭력처벌법상 장애인 해당 여부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장애인복지법 제2조는 장애인을 “신체적·정신적 장애로 오랫동안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는 자”로 정의합니다. 이 정의 자체에는 등록 여부라는 요건이 들어 있지 않습니다.
반면 장애인복지법 제32조에 따른 ‘등록’ 절차는 본인이나 보호자가 관할 행정청에 신청해 장애 정도를 판정받는 것으로, 장애수당·활동지원 등 복지서비스를 받기 위한 행정 처리에 가깝습니다. 발달이 늦되거나 지적 능력이 낮은 자녀를 둔 가정 중에는 낙인을 우려해 등록을 미루거나 하지 않는 경우도 드물지 않습니다.
서울고등법원은 등록장애인이 아닌 피해자가 관련된 사건에서, 등록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장애가 없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21. 7. 8. 선고 2021노244 판결 참조). 형사재판에서는 복지카드 발급 여부와 무관하게, 진단 기록·생활 능력·사회적응 정도 등을 종합해 실질적으로 장애 여부를 가립니다.
장애인등록 여부는 행정상 편의를 위한 절차일 뿐, 형사처벌 여부를 좌우하는 기준이 아닙니다.
2. 법원은 비장애인의 시각이 아니라 피해자 개별 상태를 기준으로 장애를 판단합니다
겉으로 사회생활을 하는 것처럼 보여도, 상당한 제약이 확인되면 장애인 성폭력이 성립할 수 있습니다.
성폭력처벌법 제6조가 말하는 신체적·정신적 장애란 “기능이나 구조 등의 문제로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는 상태”를 뜻합니다. 지적장애·자폐성장애·정신질환은 물론 뇌병변 등 신체적 장애도 포함되며, 지능지수나 사회적응능력, 의사소통 방식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판단합니다.
대법원은 이 판단 기준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습니다.
장애와 관련된 피해자의 상태는 개인별로 그 모습과 정도에 차이가 있으므로, 신체적인 장애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해당 피해자의 상태가 충분히 고려되어야 하고, 비장애인의 시각과 기준에서 피해자의 상태를 판단하여 장애가 없다고 쉽게 단정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21. 2. 25. 선고 2016도4404, 2016전도49(병합) 판결).
이 법리는 이후 대법원 2021. 4. 29. 선고 2021도2778 판결에서도 그대로 확인됐습니다. 고등학교나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실제 심리검사 결과나 일상생활에서의 제약이 확인된다면 사회생활을 했다는 사정만으로 장애가 없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법원은 학력이나 겉으로 드러난 사회활동이 아니라, 피해자 개별의 실제 상태를 기준으로 장애 여부를 판단합니다.
3. 가해자가 피해자의 장애를 인식하지 못했다면 가중처벌을 피할 여지가 있습니다
성폭력처벌법 제6조는 피해자에게 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행위자도 인식하고 있었을 것을 요구합니다.
장애인 대상 성범죄가 가중처벌되는 이유는, 장애로 인해 인지능력·항거능력·대처능력이 비장애인보다 낮은 피해자를 특별히 보호하려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이 죄가 성립하려면 객관적으로 피해자에게 장애가 있었다는 사실뿐 아니라, 범행 당시 행위자도 그 장애를 인식하고 있었어야 합니다.
성폭력처벌법 제6조에 정한 죄가 성립하려면 행위자가 범행 당시 피해자에게 신체적인 장애가 있음을 인식하여야 한다(대법원 2021. 4. 29. 선고 2021도2778 판결).
다만 이 인식은 확정적으로 알았을 것까지 요구하지 않고, 장애가 있을 가능성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용인한 미필적 고의로도 충분하다고 보는 것이 실무 경향입니다. 실제 사건에서는 두 사람이 알고 지낸 기간, 대화 방식, 피해자의 학력·직업·생활 환경을 서로 얼마나 알고 있었는지 등 정황이 인식 여부를 가리는 핵심 자료가 됩니다.
장애를 인식하지 못했다는 사정이 인정되면 가중처벌 조항 대신 일반 성범죄 규정이 적용될 수 있어, 이 인식 요건은 수사 초기부터 다퉈야 할 쟁점입니다.
4. 형량은 행위 유형에 따라 달라지고, 일반 성범죄보다 훨씬 무겁습니다
강간이면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 강제추행이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 적용됩니다.
성폭력처벌법 제6조는 행위 유형별로 형량을 촘촘히 나눠 두고 있습니다. 장애인에 대해 형법 제297조의 강간을 범하면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지고, 폭행·협박으로 유사성행위를 하면 5년 이상의 유기징역이 적용됩니다. 형법 제298조의 강제추행에 해당하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 적용되며, 준강간·준강제추행도 같은 기준으로 처벌됩니다.
폭행·협박 없이 위계나 위력만으로 간음한 경우에도 5년 이상의 유기징역, 위계·위력으로 추행한 경우에도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장애인의 보호·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시설의 장이나 종사자가 보호 대상 장애인에게 범행했다면 이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됩니다.
일반 강제추행죄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그치는 것과 비교하면, 장애인 대상 강제추행은 벌금형 없이 3년 이상의 징역이 하한으로 정해져 있어 형량 구조 자체가 다릅니다. 등록장애인이 아니었다는 사정은 형량 자체를 낮추는 근거가 되지 않고, 실제 장애 상태와 인식 여부가 확인되면 이 가중 규정이 그대로 적용됩니다.
5. 고소부터 재판까지, 장애 상태를 뒷받침하는 자료 확보가 사건을 좌우합니다
고소장 접수 전 장애 상태와 인식 여부에 관한 자료를 정리해 두어야 수사 단계에서 방향이 흔들리지 않습니다.
장애인 대상 성범죄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장 접수 및 피해자·피고소인 조사 → ②진술조력인 참여 등 장애인 특성을 고려한 조사 진행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기소 여부 판단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장애인 대상 범죄는 하한형이 높아 구속 수사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사건이 등록장애인 여부를 둘러싸고 다툼이 예상된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복지카드 발급 여부와 무관하게 장애 상태를 뒷받침할 진단서, 특수교육 이력, 심리·인지 검사 결과, 생활 지원 기록 등을 확보합니다.
행위자가 피해자의 상태를 인식하고 있었는지(또는 몰랐는지)를 보여주는 대화 기록, 교제 경위, 주변인 진술을 정리합니다.
진술조력인·국선변호사·전문가 참여 진술 등 장애인 형사절차 지원제도를 활용할 수 있는지 수사기관에 확인합니다.
이런 자료를 바탕으로 장애인 대상 성범죄 사건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와 함께 사건 초기부터 대응 전략을 세운다면, 장애 여부와 인식 요건을 둘러싼 다툼에서 실질적인 방어 또는 입증이 가능합니다.
마치며
장애인등록이라는 서류 한 장이 없다는 이유로, 사건의 심각성을 스스로 낮게 판단해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등록 여부를 둘러싼 불확실성 때문에 신고를 망설이거나, 반대로 별일 아니라고 생각하고 넘어가는 것 모두 사건 초기에는 위험한 판단입니다.
피해를 입은 쪽 입장에서는 등록장애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위축될 필요가 없습니다. 진단 기록과 일상생활에서의 제약을 보여줄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장애 인정의 핵심입니다. 반대로 가해자로 지목된 쪽 입장에서도 “장애가 있는 줄 몰랐다”는 사정은 저절로 인정되지 않으며, 상대방과의 관계·대화 내용을 통해 인식 여부를 구체적으로 다퉈야 합니다.
저는 장애인 대상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를 주장하는 쪽과 인식 여부를 다투는 가해자로 지목된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등록 여부 하나만으로 결론을 예단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여러 사건에서 확인해 왔습니다.
등록장애인이 아니라는 사정만으로 안심하거나 포기하기 전에, 실제 상태와 인식 여부를 먼저 짚어봐야 합니다. 지금이 바로 그 시점이라면,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상대방이 복지카드가 없는데도 장애인 성폭력으로 처벌받을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성폭력처벌법상 장애인 해당 여부는 등록 여부가 아니라 실제 신체적·정신적 상태를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등록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장애가 없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 법원의 입장입니다.
Q. 지적장애나 정신질환도 이 조항의 장애에 포함되나요?
A. 포함됩니다. 신체적 장애뿐 아니라 지적장애·자폐성장애·정신질환 등 정신적 장애도 성폭력처벌법 제6조가 정한 장애에 해당하며, 지능·사회적응능력·의사소통 방식 등을 종합해 판단합니다.
Q. 상대에게 장애가 있는 줄 전혀 몰랐는데도 처벌되나요?
A. 이 죄가 성립하려면 행위자도 범행 당시 피해자의 장애를 인식하고 있었어야 합니다. 정말 몰랐다는 사정이 대화 기록 등으로 인정되면 가중처벌 조항 대신 일반 성범죄 규정이 적용될 여지가 있습니다.
Q.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도 장애인으로 인정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법원은 학력이나 사회활동 경험만으로 장애가 없다고 단정하지 않고, 심리검사 결과나 일상생활에서의 실제 제약을 함께 살펴 판단합니다.
Q. 장애인 강제추행은 일반 강제추행과 형량이 얼마나 다른가요?
A. 일반 강제추행죄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인 반면, 장애인 대상 강제추행은 벌금형 없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 적용되어 형량 구조 자체가 훨씬 무겁습니다.
Q. 경찰 조사에서 진술조력인을 요청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장애로 인해 진술에 어려움이 있는 피해자는 수사기관에 진술조력인 참여를 요청할 수 있고, 필요한 경우 전문가 의견 조회 등 조사 방식 자체도 조정될 수 있습니다.
Q. 등록 여부를 다투다 보면 수사가 오래 걸리나요?
A. 장애 해당 여부와 인식 요건이 쟁점이 되면 진단 기록 확보, 심리검사, 관련자 진술 등을 확인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초기에 필요한 자료를 빠짐없이 정리해 둘수록 절차가 지연되는 것을 줄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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