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사건에서 피해학생 측이 가해학생 부모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면, 상대방은 거의 예외 없이 "감독의무를 다했다"고 항변합니다. 그런데 이 항변이 실제로 받아들여지는지는 부모가 평소 착했는지, 가정교육을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가 아니라 가해학생에게 법적으로 책임능력이 있었는지에 따라 완전히 다른 잣대로 갈립니다. 어떤 사건에서는 부모가 스스로 잘못이 없었음을 증명해야 하고, 어떤 사건에서는 반대로 피해자 측이 부모의 잘못을 입증해야 합니다. 이 글에서는 감독의무자 책임을 가르는 두 갈래 법리와, 실제로 그 항변이 통하는 경우와 통하지 않는 경우를 구체적으로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학교폭력 가해학생 부모 손해배상 — 책임의 두 갈래 법적 근거
학교폭력으로 다친 피해학생 측이 가해학생에게 형사·행정 조치와 별개로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하려 할 때, 실제 소송 상대방은 가해학생 본인보다 그 부모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미성년자인 가해학생에게는 배상할 재산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부모에게 배상을 물을 수 있는 법적 근거는 하나가 아닙니다. 민법 제755조(감독자의 책임)와 민법 제750조(일반 불법행위책임) 중 어느 쪽이 적용되는지에 따라 소송의 구도 자체가 달라집니다.
이 갈림길을 가르는 기준은 가해학생의 책임능력 유무입니다. 책임능력이란 자기 행위가 위법하고 그로 인해 법률상 책임이 발생한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는 지능을 말합니다. 판례는 이를 나이로 획일적으로 정하지 않고, 가해행위의 성질과 가해학생의 연령·지적 수준을 종합해 사건마다 개별적으로 판단합니다. 다만 실무 경향상 초등학교 저·중학년 단계는 책임능력이 부정되는 사례가 많고, 중학생 이상으로 올라갈수록 인정되는 사례가 많아집니다. 이 책임능력 유무가 왜 중요한지는 다음 항목에서 이어서 살펴보겠습니다.
부모의 배상책임 범위와 소송에서 누가 무엇을 입증해야 하는지는, 가해학생에게 책임능력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완전히 달라진다.
책임능력 없는 가해학생 — 부모가 스스로 증명해야 면책되는 구조
민법 제755조 제1항은 책임능력이 없는 미성년자가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그를 감독할 법정의무가 있는 자(통상 부모)가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정합니다. 다만 같은 조 단서는 "감독의무자가 그 의무를 게을리하지 아니하였음을 증명한 때"에는 책임을 면한다고 규정합니다. 문장 구조만 보면 감독의무자에게 면책 기회를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무에서 이 조항은 사실상 무과실책임에 가깝게 운용됩니다. 피해학생 측은 가해행위와 손해의 발생만 입증하면 되고, "감독의무를 다했다"는 사실은 부모가 스스로 적극적으로 증명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구조에서는 부모의 항변이 통하는 문턱이 상당히 높습니다. 단순히 "평소 학교생활에 문제가 없었다", "가정에서 예의범절을 가르쳤다"는 추상적 주장만으로는 증명이 부족하다고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법원 2007. 4. 26. 선고 2005다24318 판결은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집단 괴롭힘과 피해학생의 극단적 선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면서, 책임능력 없는 미성년자의 법정감독의무자인 부모와 이를 대신해 보호·감독의무를 부담하는 학교 교사가 각각 어떤 범위에서 책임을 지는지를 함께 다룬 사례입니다. 이 판결은 책임무능력자 사건에서 부모 책임이 학교 측 책임과 경합해 인정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책임능력 있는 가해학생 — 피해자가 상당인과관계를 입증해야 하는 구조
가해학생이 중·고등학생처럼 책임능력이 인정되는 나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이 경우 원칙적으로 민법 제755조는 적용되지 않고, 가해학생 본인이 민법 제750조에 따른 일반 불법행위책임을 집니다. 부모가 당연히 배상책임을 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대법원 1994. 2. 8. 선고 93다13605 전원합의체 판결은, 책임능력 있는 미성년자의 불법행위라도 그 손해가 감독의무자의 의무위반과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면 감독의무자도 민법 제750조에 따른 일반불법행위자로서 배상책임을 진다고 판시했습니다. 민법 제913조가 정하는 부모의 보호·교양의무를 근거로, 감독소홀과 사고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범위에서 부모 책임을 별도로 구성하는 구조입니다.
여기서 결정적인 차이가 생깁니다. 책임무능력자 사건과 달리, 이 경우에는 감독의무 위반 사실과 손해 발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피해자 측이 입증해야 합니다. 입증책임이 완전히 뒤바뀌는 것입니다. 그래서 중·고등학생 가해자가 연루된 학교폭력 사건에서는, 피해자 측 변호인이 부모의 감독소홀을 구체적으로 입증하지 못하면 아무리 사안이 중대해도 부모 개인을 상대로 한 청구가 기각될 수 있습니다. 가해학생이 몇 학년인지가 소송 전략 자체를 바꾸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감독의무를 다했다"는 항변이 실제로 통하는 경우
부모 측이 흔히 내세우는 항변은 평소의 훈육 태도나 가정교육 수준입니다. 그러나 법원이 면책이나 책임 부정을 인정하는 기준은 그런 일반론이 아니라, 그 사건에서 문제가 된 구체적 가해행위에 대한 예견가능성과 회피가능성입니다.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가해학생에게 학교폭력이나 그에 준하는 문제행동의 징후가 없었고, 학교나 담임교사로부터 이상 징후를 통보받은 적이 없으며, 평소 부모로서 통상적으로 요구되는 수준의 지도·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다는 사실이 구체적인 정황으로 뒷받침될 때 항변이 받아들여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대로 "평소 착한 아이였다", "가정교육을 철저히 했다"는 식의 추상적 진술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보는 것이 실무 경향입니다. 법원은 사건 경위 전체를 놓고 그 사고를 부모가 실제로 막을 수 있었는지를 구체적으로 따집니다. 예를 들어 가해학생의 스마트폰 사용이나 SNS 활동을 사실상 방임한 상태에서 사이버불링이 벌어졌다면, 평소 대면 훈육을 성실히 했다는 사정만으로는 감독의무를 다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감독의무는 자녀의 생활 전반에 걸쳐 요구되는 것이지, 어느 한 측면만 챙기는 것으로 충족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건 이전까지 유사한 문제행동 징후가 전혀 없었던 경우
학교·담임교사로부터 문제행동 관련 통보를 받은 적이 없는 경우
평소 통상적인 수준의 지도·관심을 구체적 정황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경우
가해행위가 부모의 감독 범위 밖에서 통제 불가능하게 발생한 경우
"평소 착한 아이였다"는 진술은 항변이 되지 못한다. 법원이 보는 것은 그 구체적 가해행위를 부모가 예견하고 막을 수 있었는지다.
항변이 통하지 않는 경우 — 전력이 있거나 조치 이후 재발했을 때
반대로 감독의무 위반이 쉽게 인정되는 유형도 뚜렷합니다. 가해학생이 이전에도 학교폭력이나 괴롭힘 전력이 있었는데 부모가 이를 알고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경우,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17조에 따른 서면사과·접촉금지·특별교육 등의 조치를 받은 뒤에도 유사한 행위가 반복된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특히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조치를 받은 이력이 있는 사건에서, 그 조치 이후에도 부모가 실질적인 지도나 후속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 드러나면 법원은 감독의무 위반을 상대적으로 쉽게 인정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한 번 경고를 받고도 방치했다는 사실 자체가 예견가능성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증거가 되기 때문입니다.
담임교사가 문제행동을 수차례 학부모에게 통보했는데도 부모가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은 경우, 자녀의 폭력적 성향에 대해 상담·치료를 권유받고도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사정이 확인되면 "다했다"는 부모의 항변은 구체적 정황 앞에서 무너지기 쉽습니다. 결국 이 단계에서 다투는 실질은 부모의 인성이나 평판이 아니라, 사건 발생 이전에 위험 신호가 있었는지, 그리고 그 신호에 부모가 실제로 어떻게 반응했는지에 관한 사실관계입니다.
학교의 보호감독의무와 부모 책임의 경합
학교폭력이 교내 또는 이와 밀접한 생활관계에서 발생했다면, 담임교사와 학교장 역시 별도의 보호·감독의무를 집니다. 앞서 본 2005다24318 판결도 교육활동의 때와 장소, 가해학생의 분별능력과 성행,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 등을 종합했을 때 사고 발생이 통상 예측 가능했다면 학교 측도 보호·감독의무 위반 책임을 진다고 보았습니다. 실무에서 피해학생 측은 가해학생 부모와 학교 설치·운영 주체(교육청 또는 학교법인)를 함께 피고로 삼아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고, 법원은 각자의 과실이 인정되는 범위 안에서 공동불법행위 또는 부진정연대책임으로 배상책임을 분담시킵니다.
이 구도는 부모 입장에서도 의미가 있습니다. 학교 측이 이미 문제행동을 인지하고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사정이 확인되면, 부모는 이를 자신의 과실을 상계하거나 학교 측 책임 비율을 높이는 방향의 주장 근거로 삼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학교 측에서는 부모의 가정 내 감독소홀을 부각해 학교의 책임 비율을 낮추려 하는 경우도 흔합니다. 결국 다수 당사자가 얽힌 학교폭력 손해배상 소송에서는, 감독의무를 다했는지에 관한 다툼이 부모와 학교 양쪽에서 동시에 벌어지게 됩니다.
소송에서 실제로 다투게 되는 증거자료
감독의무를 다했는지 여부는 결국 증거 싸움입니다. 피해자 측과 부모 측 모두 다음과 같은 자료를 중심으로 주장을 구성하게 됩니다.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의 조치결정문은 가해사실 인정 여부와 구체적 조치 내용을 담고 있어 가장 기본이 되는 자료입니다. 담임교사·상담교사와의 상담기록이나 학부모 통보 이력은 부모가 문제 징후를 언제 알았는지를 보여주는 핵심 증거가 됩니다.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조치결정문 — 가해사실과 조치 내용
담임교사·상담교사 상담기록, 학부모 통보 이력
가해 정황을 담은 메신저·SNS 캡처, 목격 진술서
피해학생 진단서·치료기록, 심리상담 소견서
가해학생의 이전 문제행동 관련 학교생활기록부·상담일지
이 가운데 특히 이전 문제행동 이력과 통보 여부는 감독의무 위반 판단에서 비중이 큽니다. 반대로 부모 측은 평소 지도·상담 이력, 자녀와의 대화 기록, 필요한 경우 전문상담기관 이용 내역 등을 준비해 두면 항변의 설득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감정적 호소보다 구체적 기록으로 뒷받침되는 주장이 소송에서 훨씬 무게를 가집니다.
배상범위는 어떻게 정해지나
손해배상이 인정되면 배상 범위는 치료비 등 적극적 손해, 향후 치료가 필요한 경우의 장래 치료비·상담비,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로 구성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위자료 액수는 가해행위의 정도와 지속성, 피해학생이 입은 심리적·정서적 피해의 크기,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조치 내용, 형사처벌 여부 등을 종합해 개별 사건마다 법원이 재량으로 정합니다. 획일적인 산정 기준표가 있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 사정에 따라 편차가 크다는 점을 유념해야 합니다.
과실상계도 중요한 변수입니다. 피해학생 측에도 사건 경위에 일부 책임이 있다고 인정되면 그 비율만큼 배상액이 감액될 수 있고, 앞서 살펴본 학교 측 책임이 함께 인정되면 부모의 배상 비율은 그만큼 낮아지는 대신 학교 설치·운영 주체가 나머지를 분담하게 됩니다. 결국 실제 받게 되는 배상액은 감독의무 위반 여부라는 책임의 존부 문제와, 과실 비율·위자료 산정이라는 범위 문제가 함께 결정하는 셈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초등학생 자녀가 가해학생인데도 부모가 배상책임을 피할 수 있나요?
A. 초등학생 단계는 대체로 책임능력이 부정되어 민법 제755조가 적용되는 경우가 많고, 이때는 부모가 스스로 감독의무를 다했음을 증명해야 면책됩니다. 단순히 평소 잘 가르쳤다는 정도로는 부족하고, 구체적인 예견가능성이 없었다는 사실을 정황으로 뒷받침해야 합니다.
Q. 중학생 이상 자녀라면 부모는 아예 책임이 없나요?
A. 책임능력이 인정되면 원칙적으로 가해학생 본인이 배상책임을 지고 부모는 당연히 책임지지 않습니다. 다만 감독의무 위반과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면 부모도 민법 제750조에 따라 별도로 책임질 수 있으며, 이때는 피해자 측이 그 인과관계를 입증해야 합니다.
Q. 학폭위 조치를 받은 뒤 다시 문제가 생기면 부모 책임이 더 무거워지나요?
A. 그렇습니다. 이미 조치를 받은 이력이 있다는 것은 부모가 위험 징후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사정으로 작용해, 이후 유사 사건이 재발하면 감독의무 위반이 상대적으로 쉽게 인정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Q. 학교도 함께 책임지는 경우, 부모 배상액이 줄어드나요?
A. 학교 측의 보호·감독의무 위반이 함께 인정되면 법원은 각자의 과실 비율에 따라 배상책임을 분담시키므로, 부모가 전액을 배상하는 대신 학교 설치·운영 주체가 나머지 비율을 분담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Q. 형사처벌이나 학폭위 조치가 없었다면 민사 손해배상도 어려운가요?
A. 형사처벌이나 학폭위 조치 여부와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은 별개의 절차입니다. 형사 불처벌이나 경미한 학폭위 조치가 내려졌더라도, 가해행위와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 감독의무 위반이 별도로 입증되면 민사 손해배상 청구는 가능합니다.
맺음말
학교폭력 가해학생 부모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에서 "감독의무를 다했다"는 항변이 통하는지는, 부모의 인품이 아니라 가해학생의 책임능력 유무와 그에 따른 입증책임의 소재에서 갈립니다. 책임무능력자 사건이라면 부모가 스스로 면책을 증명해야 하고, 책임능력 있는 자녀의 사건이라면 반대로 피해자 측이 감독의무 위반을 입증해야 합니다. 어느 쪽이든 결정적인 것은 추상적인 훈육 태도가 아니라, 사건 이전에 어떤 위험 신호가 있었고 그에 부모가 실제로 어떻게 대응했는지에 관한 구체적 사실관계입니다.
학폭위 조치결정문, 상담기록, 통보 이력 같은 자료를 사건 초기부터 정리해 두는 쪽이 소송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피해자 측이든 가해학생 부모 측이든,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구체적 증거를 갖추는 것이 감정적 다툼보다 결과를 좌우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