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 성범죄 혐의로 수사선상에 올랐다는 사실만으로, 기소는커녕 수사가 끝나기도 전에 직위해제 통보부터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유죄 판결은커녕 아직 조사 단계인데 왜 직위부터 박탈되는지, 그 법적 근거가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한 채 처분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직위해제는 형사처벌이나 징계와는 성격이 다른 별개의 조치이고, 법이 정한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면 다툴 여지도 분명히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성범죄 수사 단계에서 직위해제가 가능한 법적 근거와 요건, 처분을 받은 뒤 확인해야 할 사항과 대응 방법을 정리합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성범죄 수사만으로 직위해제가 가능한 근거 — 국가공무원법 제73조의3 제1항 제4호
직위해제는 공무원에게 일시적으로 직위를 부여하지 않는 조치로, 국가공무원법 제73조의3 제1항은 그 사유를 몇 가지로 한정하고 있습니다. 직무수행능력이 부족하거나 근무성적이 극히 나쁜 경우, 파면·해임·강등·정직에 해당하는 징계 의결이 요구 중인 경우,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그런데 이와 별도로 같은 항 제4호는 "금품비위, 성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위행위로 인하여 감사원 및 검찰·경찰 등 수사기관에서 조사나 수사 중인 자로서 비위의 정도가 중대하고 이로 인하여 정상적인 업무수행을 기대하기 현저히 어려운 자"를 별도의 직위해제 사유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4호가 실무에서 가장 자주 문제 되는 지점은, 형사소송법상 정식으로 공소가 제기되는 기소를 요구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수사기관이 조사나 수사에 착수한 단계, 즉 고소·고발이 접수되어 경찰이나 검찰이 사건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시점부터 이미 요건 충족의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이 조항이 두는 취지는 유죄 여부를 미리 단정하려는 것이 아니라,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피해자·조직·업무의 공정성을 보호하기 위한 예방적 조치라는 데 있습니다. 다만 조사·수사 중이라는 사실만으로 자동 적용되는 것은 아니고, 비위의 정도와 업무수행 곤란성이라는 두 요건을 함께 갖춰야 합니다.
성범죄 수사만으로도 직위해제가 가능한 이유는 유죄 여부를 미리 판단해서가 아니라,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공정한 직무수행을 담보하기 위한 예방적 조치이기 때문이다.
기소된 자(3호)와 조사·수사 중인 자(4호), 적용 시점이 다르다
같은 조 제1항 제3호의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자"와 제4호의 "조사나 수사 중인 자"는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적용 시점이 전혀 다릅니다. 3호는 검사가 공소를 제기해야 비로소 적용되고, 약식명령이 청구된 경우는 제외됩니다. 반면 4호는 공소제기 여부와 무관하게 수사기관이 조사·수사에 착수한 상태이면 충족될 수 있는 사유입니다. 성범죄 사건에서 임용권자가 3호가 아니라 4호를 근거로 직위해제를 하는 경우가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기소까지 기다리지 않고 수사 개시 단계에서부터 직위를 배제할 수 있는 근거이기 때문입니다.
실무적으로 이 절차를 가능하게 하는 통로는 국가공무원법 제83조 제3항입니다. 이 조항은 "감사원과 검찰·경찰, 그 밖의 수사기관은 조사나 수사를 시작한 때와 이를 마친 때에는 10일 내에 소속 기관의 장에게 그 사실을 통보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어, 성범죄 고소·고발이 접수되어 수사가 개시되면 그 사실이 통상 10일 안에 소속 기관에 전달됩니다. 이 통보를 받은 인사부서가 사안을 검토해 직위해제 여부를 결정하는 구조이므로, 통보가 왔다고 해서 반드시 직위해제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며 이는 어디까지나 임용권자의 재량 판단입니다. 다만 성범죄 혐의처럼 사회적 민감도가 높고 피해자와의 접촉 가능성이 문제 되는 사안에서는, 다른 비위 유형보다 직위해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납니다.
3호(형사사건 기소) — 검사의 공소제기가 있어야 적용, 약식명령 청구자는 제외.
4호(조사·수사 중) — 공소제기 전이라도 수사기관의 조사·수사 착수만으로 적용 가능.
성범죄 사건은 수사 초기 단계부터 4호가 우선 검토되는 경우가 많음.
통보를 받았다고 자동 직위해제는 아니며, 임용권자의 재량 판단을 거침.
'비위의 정도가 중대하고 업무수행을 기대하기 현저히 어렵다'는 무엇을 보고 판단하나
4호가 요구하는 두 요건, 즉 비위의 정도가 중대할 것과 정상적인 업무수행을 기대하기 현저히 어려울 것은 추상적인 문구지만 실무에서는 몇 가지 구체적인 사정을 근거로 판단됩니다. 혐의의 죄명과 내용(단순 성희롱 수준인지, 강제추행·준강간 등 형법상 성범죄에 해당하는지), 피해자와의 관계(직무상 지휘·감독 관계나 업무상 위력 관계를 이용했는지), 피해자 진술의 구체성과 이를 뒷받침하는 자료의 존재 여부가 대표적입니다. 여기에 사건이 조직 내부에 이미 알려졌는지, 언론에 보도되었는지도 판단에 영향을 미칩니다.
예를 들어 직속 부하 직원을 상대로 한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장이 접수되어 경찰 조사가 시작된 경우를 보겠습니다. 피해자로 지목된 사람과 상시적으로 대면하며 지휘·감독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자리라면, 계속 근무시키는 것 자체가 피해자를 다시 노출시키고 조직의 신뢰를 훼손할 수 있어 비위의 중대성과 업무수행 곤란성이 모두 인정되기 쉽습니다. 반대로 피해자와 부서가 완전히 분리되어 있고 업무상 접촉 가능성이 사실상 없는 경우라면, 부서 재배치 등 덜 침익적인 방법으로도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점이 다툼의 여지로 남습니다.
비위의 중대성과 업무수행 곤란성은 자동으로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혐의 내용·피해자와의 관계·접촉 가능성 등 구체적 사정을 종합해 임용권자가 재량으로 판단하는 요건이다.
직위해제 통보와 처분사유설명서 — 먼저 확인해야 할 것들
직위해제 통보를 받으면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처분사유설명서입니다. 직위해제는 신분에 불이익을 주는 처분이므로 그 사유를 구체적으로 기재한 서면을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이 서면에서 확인해야 할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3호(기소)와 4호(조사·수사) 중 어느 근거로 처분했는지, 그리고 4호라면 어떤 구체적 비위사실과 정황을 근거로 비위의 중대성과 업무수행 곤란성을 인정했는지입니다. 이 부분이 추상적인 문구만 반복하고 구체적 사실관계를 특정하지 않았다면, 그 자체로 처분의 흠으로 다툴 지점이 됩니다.
직위해제 처분에 앞서 사전에 의견을 진술할 기회가 항상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처분 이후에도 소청심사나 행정소송을 통해 사실관계와 재량권 행사의 적정성을 다툴 수 있는 길은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통보를 받은 직후 처분사유설명서의 내용을 꼼꼼히 검토하고, 수사기관에서 어떤 내용으로 통보가 이루어졌는지 인사부서에 확인해 두는 작업이 이후 대응의 출발점이 됩니다.
이 단계에서 실무적으로 챙겨야 할 것은 통보의 근거가 된 고소·고발장 자체가 아니라, 소속 기관이 그 내용을 어떻게 요약해 인사위원회 또는 결재권자에게 보고했는지입니다. 수사 초기에는 피해자 진술 외에 객관적 증거가 부족한 경우도 많은데, 이 단계의 보고서에 혐의 내용이 실제보다 과장되거나 확정적으로 기재되어 있다면 그 자체가 재량권 행사의 근거가 부실하다는 논거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정보공개청구나 소청심사 절차를 통해 이 보고 내용과 결재 경위를 확인하는 것도 대응의 한 방법입니다.
직위해제 기간 중 보수는 어떻게 되나 — 봉급 50%, 3개월 후 30%
공무원보수규정 제29조는 직위해제 사유별로 봉급 지급률을 다르게 정하고 있습니다. 금품비위·성범죄 등 4호 사유로 직위해제된 경우에는 봉급의 50%가 지급되고, 직위해제일로부터 3개월이 지나도 직위를 다시 부여받지 못하면 그 이후 기간에는 봉급의 30%만 지급됩니다. 능력 부족이나 근무성적 불량을 이유로 한 직위해제, 징계 의결 요구나 형사사건 기소를 이유로 한 직위해제는 이와 별도의 지급률이 적용되는데, 4호 사유가 상대적으로 감액 폭이 큰 축에 속합니다.
주의할 점은, 직위해제로 인한 보수 감액은 징계처분에 따른 감봉과는 별개라는 것입니다. 나중에 혐의없음으로 수사가 종결되어 직위에 복귀하더라도, 직위해제 기간 동안 이미 감액되어 지급된 급여가 자동으로 소급 정산되지는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다만 직위해제 처분 자체가 소청심사나 행정소송에서 위법하다고 판단되어 취소된다면, 그 기간의 감액분에 대한 차액을 청구할 수 있는 근거가 생깁니다. 이 때문에 처분에 이의가 있다면 시간이 지나기 전에 다툴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실질적인 손해와도 직결됩니다.
직위해제가 부당하다면 — '비위 정도의 중대성' 판단을 정면으로 다투는 법
직위해제에 불복하는 절차 자체는 다른 사유의 직위해제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4호 사유로 다투는 경우에는 비위의 정도가 중대한지, 업무수행을 기대하기 현저히 어려운지라는 요건 자체를 정면으로 다투는 것이 핵심 전략이 됩니다. 대법원 2017. 6. 8. 선고 2016두38273 판결은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자에 대한 직위해제 사건에서, 형사사건에 연루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직위해제가 당연히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고 구체적인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재량권 일탈·남용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법리는 3호뿐 아니라 4호 사유의 심사에도 마찬가지로 원용될 수 있어, 단순히 "성범죄 혐의로 수사 중"이라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비위의 중대성과 업무수행 곤란성이 구체적으로 소명되어야 한다는 논거로 쓸 수 있습니다.
실제 다툼에서는 고소 경위와 고소인·피고소인 관계(무고성 정황이 있는지), 혐의 사실 자체를 다투고 있다는 사정, 피해자와의 업무상 접촉 가능성이 실제로 있는지, 부서 재배치 등 직위해제보다 완화된 방법으로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는지가 주요 쟁점이 됩니다. 처분사유설명서를 받은 날부터 정해진 기간 안에 소청심사를 청구하면 그 안에서 이런 사정을 구체적으로 소명할 수 있고, 소청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생계나 명예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크다면 집행정지를 함께 신청해 처분의 효력을 임시로 멈추는 방법도 검토할 수 있습니다.
형사사건에 연루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직위해제가 당연히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며, 비위의 중대성과 업무수행 곤란성을 구체적 사정에 따라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수사 결과에 따라 달라지는 이후 절차 — 불기소·기소·유죄 확정
수사가 진행된 이후 결과에 따라 직위해제의 향방도 달라집니다. 혐의없음이나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을 받으면 직위해제의 사유 자체가 없어진 것이므로, 임용권자는 지체 없이 직위를 다시 부여해야 합니다. 반면 기소유예는 검사가 범죄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여러 정상을 참작해 기소하지 않는 처분이라, 형사사건 기소자(3호)에는 해당하지 않게 되지만 비위행위 자체가 없어졌다고 보기는 어려워 4호 사유가 그대로 남아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가 흔합니다. 실제로 정식 기소가 이루어지면 그때부터는 3호를 근거로 직위해제가 유지되거나 새로 전환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형사재판에서 무죄가 확정되더라도 그것만으로 모든 문제가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징계는 형사처벌과 별개의 절차이고 증명의 정도나 판단 기준도 다르므로, 형사상 무죄가 확정되어도 징계위원회가 별도로 비위 사실을 인정해 정직·강등 등의 징계를 의결할 가능성은 남아 있습니다. 반대로 유죄가 확정되면 국가공무원법 제33조가 정한 결격사유에 해당하는지에 따라 당연퇴직으로 이어지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별도의 징계절차가 진행되는 것이 통상적인 흐름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아직 고소장이 접수되고 경찰 조사만 시작된 단계인데 직위해제될 수 있나요?
A. 국가공무원법 제73조의3 제1항 제4호는 정식 기소 전이라도 수사기관의 조사·수사 착수 단계를 포함하고 있어 요건을 갖추면 직위해제가 가능합니다. 다만 조사·수사 중이라는 사실만으로 자동 적용되지 않고, 비위의 중대성과 업무수행 곤란성이 함께 인정되어야 합니다.
Q. 무혐의로 수사가 종결되면 직위는 자동으로 돌아오나요?
A. 직위해제 사유가 없어지면 임용권자는 지체 없이 직위를 다시 부여해야 하므로, 혐의없음이나 증거불충분으로 종결되면 원칙적으로 복귀됩니다. 다만 기소유예처럼 혐의 자체는 인정되는 처분이라면 사유가 완전히 소멸했다고 보기 어려워 다툼의 여지가 남습니다.
Q. 직위해제 기간 급여는 얼마나 줄어드나요?
A. 금품비위·성범죄 등 사유로 직위해제되면 공무원보수규정에 따라 봉급의 50%가 지급되고, 직위해제일로부터 3개월이 지나도 직위를 받지 못하면 그 이후 기간은 30%만 지급됩니다. 각종 수당도 함께 줄어드는 경우가 많아 실제 감소폭은 더 클 수 있습니다.
Q. 직위해제와 징계는 같이 받을 수도 있나요?
A. 네, 직위해제는 징계가 아니라 잠정적인 직무배제 조치이므로 이후 비위 사실이 인정되면 정직·강등·해임 등 별도의 징계절차가 진행될 수 있습니다. 두 처분은 목적과 절차가 달라 함께 이루어져도 이중처벌로 보지 않습니다.
Q. 혐의를 다투고 있는 중에도 직위해제에 불복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형사절차에서 혐의를 다투는 것과 별개로, 처분사유설명서를 받은 날부터 정해진 기간 안에 소청심사를 청구하거나 집행정지를 신청해 직위해제 자체의 위법·부당함을 다툴 수 있습니다. 두 절차는 진행 속도와 심사기준이 달라 함께 준비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Q. 기소유예 처분을 받으면 직위해제가 풀리나요?
A. 기소유예는 혐의는 인정하되 기소하지 않는 처분이라 형사사건 기소자(3호)에는 해당하지 않게 되지만, 비위행위 자체가 없어진 것은 아니어서 4호 사유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판단될 여지가 큽니다. 실무에서는 기소유예 이후에도 직위해제가 유지되거나 별도 징계로 이어지는 경우가 흔합니다.
맺음말
성범죄 수사만으로 직위해제가 가능한 것은 예외적인 처분이 아니라, 국가공무원법이 기소 여부와 무관하게 별도로 정해 둔 요건입니다. 관건은 수사가 시작됐는지 여부가 아니라, 비위의 정도가 중대하고 정상적인 업무수행을 기대하기 현저히 어렵다는 사정이 구체적으로 소명됐는지입니다. 처분사유설명서를 받았다면 어떤 근거와 사실관계로 그 판단이 내려졌는지부터 확인하고, 소청심사나 집행정지로 다툴지를 시간이 지나기 전에 판단해야 합니다.
특히 수원지검이나 관할 경찰서에서 성범죄 수사가 개시됐다는 통보를 받은 공무원이라면, 형사절차 대응과 직위해제에 대한 행정적 대응을 함께 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두 절차는 별개로 진행되지만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만큼, 초기 단계부터 처분사유설명서와 수사 진행 상황을 함께 점검하며 대응 방향을 정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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