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사건으로 조사를 받거나 재판을 앞둔 분들 중에는 개정된 형법 조문을 검색해 보고 깜짝 놀라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기죄 법정형이 20년 이하의 징역으로 크게 올랐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상향된 법정형이 자신의 사건에도 그대로 적용되는지는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범행 시점이 개정법 시행일 이전인지 이후인지에 따라 적용되는 조문 자체가 달라지고, 그 차이는 처단형의 상한을 완전히 바꿔 놓습니다. 이 글에서는 사기죄 법정형 상향이 왜 특정 시점 이전 행위에는 적용되지 않는지, 그리고 실무에서 '범행 시점'을 어떻게 판단하는지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사기죄 법정형, 언제부터 얼마나 올랐나
형법 제347조 제1항(사기)은 종전까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규정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2025년 12월 23일 개정되어 2026년 3월 12일부터 시행 중인 현행 조문은 이를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크게 높였습니다. 계좌이체·메신저피싱 등을 처벌하는 형법 제347조의2(컴퓨터등사용사기)도 같은 개정으로 동일하게 20년 이하 징역·5천만원 이하 벌금으로 상향되었습니다.
징역형 상한이 10년에서 20년으로 두 배가 된 것은 단순한 숫자 변화가 아닙니다. 법정형 상한은 처단형과 선고형을 계산하는 출발점이므로, 같은 편취액이라도 어느 법을 적용받느냐에 따라 구형·선고 가능 범위 자체가 달라집니다. 눈여겨볼 점은 벌금 상한의 상승 폭입니다. 벌금은 2천만원에서 5천만원으로 2.5배가 올라 징역형 상한의 상승 폭(2배)보다 더 큽니다. 고액 편취뿐 아니라 소액을 다수에게서 편취하는 유형까지 함께 겨냥한 개정으로 읽히는 대목입니다.
그렇다 보니 수사·재판 단계에서 "내 사건에는 신법과 구법 중 어느 쪽이 적용되는가"가 실무상 매우 중요한 쟁점으로 떠오릅니다. 특히 수사가 길어져 기소나 재판이 시행일 이후로 넘어간 사건에서 이 질문이 반복적으로 제기됩니다. 이 질문에 답하려면 먼저 형사법의 기본 원칙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형벌불소급의 원칙 — 무거워진 법은 거슬러 올라가지 않는다
헌법 제13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행위 시의 법률에 의하여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는 행위로 소추되지 아니하며"라고 정해 형벌불소급의 원칙을 선언합니다. 이를 받아 형법 제1조 제1항은 "범죄의 성립과 처벌은 행위 시의 법률에 의한다"고 규정합니다. 즉 원칙은 '행위 당시 시행 중이던 법'을 기준으로 범죄 성립 여부와 형량을 정하는 것입니다.
이 원칙이 존재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행위 당시에는 적법하거나 가벼운 처벌만 예정되어 있던 행위를, 나중에 법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더 무겁게 처벌한다면 국민이 자신의 행위에 대한 법적 결과를 예측할 수 없게 되기 때문입니다. 죄형법정주의가 요구하는 예측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은 형이 무거워지는 방향의 소급 적용을 허용하지 않는 데서 나옵니다.
다만 형법 제1조 제2항은 예외를 하나 두고 있습니다. "범죄 후 법률의 변경에 의하여 그 행위가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거나 형이 구법보다 경한 때에는 신법에 의한다"는 것으로, 법이 바뀌어 행위자에게 유리해진 경우에는 새 법을 적용한다는 '경한 신법 우선의 원칙'입니다. 그런데 이번 사기죄 개정은 형을 가볍게 한 것이 아니라 두 배로 무겁게 한 개정입니다. 행위자에게 불리한 방향의 변경이므로 제1항의 예외인 제2항이 적용될 여지가 없고, 그 결과 원칙인 행위시법주의로 돌아가 행위 당시 시행 중이던 구법(10년 이하 징역·2천만원 이하 벌금)이 적용됩니다. "상향된 법정형이 적용되지 않는 이유"의 핵심이 바로 이 지점입니다.
형을 무겁게 하는 개정은 경한 신법 우선의 원칙(형법 제1조 제2항)이 적용될 여지가 없어, 행위 당시 시행되던 법을 그대로 적용하는 원칙(제1항)으로 돌아간다.
'범행 시점'을 가르는 기준 — 착수가 아니라 기수시기
그렇다면 '행위 시'는 정확히 언제를 말하는 것일까요. 사기죄는 기망행위 → 상대방의 착오 → 착오에 기한 처분행위 → 재산상 이익의 취득이라는 여러 단계가 이어져야 완성되는 범죄입니다. 판례와 통설은 이 중 마지막 단계, 즉 가해자가 재산상 이익을 현실적으로 취득한 시점(기수시기)을 범행 시로 보고 신구법 적용 여부를 판단합니다. 기망행위를 처음 시작한 착수 시점이 아니라는 점이 실무에서 자주 오해되는 부분입니다.
예를 들어 2026년 2월 말에 피해자를 속여 입금을 요청하는 문자나 통화를 했더라도, 실제 돈이 계좌에 들어와 편취가 완성된 시점이 3월 12일 이후라면 그 사기죄는 기수시기를 기준으로 개정된 신법(20년 이하 징역)의 적용 대상이 됩니다. 반대로 기망행위와 편취금 수령이 모두 3월 12일 이전에 끝났다면, 수사나 기소가 그 이후에 이루어지더라도 행위 당시의 구법(10년 이하 징역)이 적용됩니다. 수사기관에 언제 조사받았는지, 언제 기소되었는지가 아니라 오직 편취행위가 실제로 완성된 시점만이 기준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진짜 함정 — 여러 건이 묶인 포괄일죄는 마지막 행위 기준이다
여기서 실무상 가장 자주 놓치는 함정이 나옵니다. 같은 범의로 여러 피해자를 상대로 유사한 수법을 반복한 사기(유사수신, 다단계 판매사기, 보이스피싱 조직의 연속 범행 등)는 개별 범행을 따로 처벌하지 않고 하나의 죄로 묶어 처벌하는 포괄일죄로 기소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대법원은 포괄일죄를 구성하는 개개의 행위가 법 개정 전후에 걸쳐 이루어진 경우, 신·구법의 경중을 비교할 필요도 없이 범죄 실행이 종료된 시점, 즉 마지막 행위 시의 법(신법)을 전체 범행에 적용해야 한다고 판시해 왔습니다(대법원 1998. 2. 24. 선고 97도183 판결 등 참조).
이 법리를 사기 사건에 그대로 옮기면 결과는 이렇습니다. 어떤 사람이 2025년 하반기부터 여러 피해자를 상대로 유사한 수법의 사기 행각을 벌이다가, 마지막 피해자로부터 편취금을 수령한 시점이 2026년 3월 12일 이후라면, 그 이전에 저질러진 나머지 범행까지 포함해 전체가 포괄일죄로 묶여 신법의 20년 이하 징역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범행 대부분이 개정 전에 있었으니 구법이 적용될 것"이라고 안심했다가, 정작 마지막 한 건의 편취 시점 때문에 전체 사건의 법정형 상한이 통째로 바뀌는 셈입니다. 반대로 여러 피해자에 대한 범행이 각각 독립된 범의로 이루어져 실체적 경합으로 기소된다면, 포괄일죄 법리가 아니라 개별 범행마다 각자의 기수시기를 기준으로 신구법을 따로 적용받게 되어 결과가 달라집니다. 따라서 여러 건의 사기 혐의를 받고 있다면, 각 범행이 하나의 계속된 범의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아니면 그때그때 별개의 범의로 저질러진 것인지를 먼저 정리해 두는 것이 방어 전략의 출발점이 됩니다.
포괄일죄로 기소되는 경우 — 최종 편취행위 시점 하나로 전체 범행의 적용법조가 결정됨.
실체적 경합으로 기소되는 경우 — 각 범행별 기수시기를 개별적으로 따져 신구법을 따로 적용.
기준은 항상 착수(기망행위 개시)가 아니라 기수(재산상 이익의 현실적 취득).
포괄일죄로 묶이는 연속 범행이라면, 대부분이 개정 전이라도 마지막 편취행위가 시행일 이후면 전체가 상향된 신법의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얼마나 차이 나나 — 처단형 계산 예시
법정형 상한 차이는 감경 사유가 있는 사건에서 특히 두드러집니다. 형법 제55조 제1항은 유기징역을 법률상 감경할 때 "그 형기의 2분의 1로 한다"고 정합니다. 자수(형법 제52조)나 그 밖의 법률상 감경사유가 인정되어 한 차례 감경을 거친다고 가정하면, 구법이 적용되는 사건은 상한 10년의 2분의 1인 5년 이하까지 낮아지는 반면, 신법이 적용되는 사건은 상한 20년의 2분의 1인 10년 이하까지만 낮아집니다. 감경을 거치고도 상한 격차가 그대로 두 배로 유지되는 셈입니다.
집행유예 가능 여부에도 간접적인 영향이 있습니다. 형법 제62조 제1항은 선고형이 3년 이하의 징역·금고일 때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있다고 정하는데, 법정형 상한 자체가 집행유예 요건은 아니지만 상한이 높을수록 법원이 실제 선고형을 정할 때 참작하는 폭이 넓어져 다액·조직적 편취 사건에서는 실형 선고 가능성이 그만큼 커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결국 같은 편취액이라도 기수시기가 시행일 전인지 후인지에 따라 처단형의 상한, 감경 후 상한, 실제 선고 경향까지 함께 달라질 수 있습니다.
공소장과 재판에서 실제로 다투는 지점
검사가 공소장에 적용법조를 기재할 때는 각 범행의 기수시기를 특정해 신법·구법 중 어느 조문에 해당하는지를 정확히 구분해야 합니다. 만약 범행이 명백히 2026년 3월 12일 이전에 완성되었는데도 공소장에 신법 조문이 적용법조로 기재되어 있다면, 변호인은 이를 다투어 법령적용의 오류를 지적할 수 있습니다. 법정형 상한이 어느 조문이냐에 따라 처단형의 범위 자체가 달라지므로, 이는 단순한 서류상 실수가 아니라 양형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다툼입니다.
실제 변론에서는 편취금이 입금된 계좌 거래내역, 통신 기록, 계약서 작성일 등 객관적 자료로 기수시기를 특정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여러 피해자가 관련된 사건이라면 각 피해자별로 편취금 수령일을 정리해, 사건 전체가 포괄일죄로 묶일 사안인지 아니면 개별 범행으로 나뉘어야 할 사안인지부터 검토하는 것이 방어 전략의 출발점이 됩니다. 이 구분이 잘못되면 실제로는 구법이 적용되어야 할 부분까지 신법의 무거운 법정형 하에서 양형이 이루어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과는 별개 — 혼동하지 말아야 할 부분
사기 이득액이 크면 형법이 아니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 제3조가 적용되어, 이득액 5억원 이상이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라는 더 무거운 법정형이 적용됩니다. 이번 형법 개정은 특경법 제3조의 하한을 바꾼 것이 아니라 형법 제347조·제347조의2 자체의 법정형만 상향한 것이므로, 이득액 5억원 이상이어서 애초에 특경법으로 의율되는 사건이라면 이번 개정과 무관하게 종전과 같은 특경법 법정형이 그대로 적용됩니다.
따라서 이번 상향의 영향을 받는 것은 이득액이 5억원 미만이어서 형법 제347조·제347조의2가 그대로 적용되는 사건들입니다. 자신의 사건이 형법상 사기인지 특경법상 가중처벌 대상인지, 그리고 그 범행이 언제 완성되었는지를 함께 따져야 정확한 처단형 범위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이 세 가지(적용 법률, 이득액, 기수시기)를 혼동하면 실제보다 형량을 과대평가하거나 과소평가하는 오류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이득액 산정 방식도 함께 짚어둘 부분입니다. 특경법상 이득액은 원칙적으로 포괄일죄로 처벌되는 범행 전체의 피해액을 합산해 계산합니다. 개별 피해자에게서 받은 금액은 몇백만원, 몇천만원 수준이더라도 여러 피해자로부터 받은 금액을 모두 더하면 5억원을 넘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이 경우 형법상 사기가 아니라 처음부터 특경법이 적용되는 사건이 되므로, 이번 형법 개정과는 무관하게 특경법의 법정형이 그대로 적용된다는 점을 확인해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지금 조사를 받고 있는데 범행은 작년에 있었습니다. 신법이 적용되나요?
A. 적용되지 않습니다. 형법 제1조 제1항의 행위시법주의에 따라 범행이 완성(기수)된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하므로, 조사나 기소 시점이 2026년 3월 12일 이후라도 편취행위 자체가 그 이전에 끝났다면 구법(10년 이하 징역)이 적용됩니다.
Q. 기망행위는 2월에 했는데 돈은 3월 중순에 받았습니다. 어느 법이 적용되나요?
A. 사기죄의 기수시기는 재산상 이익을 현실적으로 취득한 때이므로, 이 경우 3월 중순의 입금 시점이 기준이 되어 개정된 신법(20년 이하 징역)의 적용 대상이 됩니다. 기망행위를 시작한 시점이 아니라 편취가 완성된 시점이 중요합니다.
Q. 여러 피해자를 상대로 반복한 사기인데 일부는 개정 전, 일부는 개정 후입니다.
A. 이 범행들이 하나의 범의에 따른 포괄일죄로 기소된다면, 판례상 최종 범행 시점이 개정 이후인 이상 전체 범행에 신법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다만 각 범행이 독립된 범의에 따른 실체적 경합으로 인정된다면 범행별로 신구법을 따로 판단하게 됩니다.
Q.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이면 이번 개정과 무관한가요?
A. 이득액 5억원 이상 사건은 형법이 아니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가 적용되는데, 이 조문의 법정형은 이번 형법 개정 대상이 아니어서 종전과 같습니다. 이번 상향은 형법 제347조·제347조의2가 그대로 적용되는, 이득액 5억원 미만 사건에 영향을 줍니다.
Q. 공소장에 적용법조가 잘못 기재된 것 같으면 어떻게 하나요?
A. 편취금 입금 내역이나 계약서 작성일 등 객관적 자료로 기수시기를 특정해, 공소장의 적용법조가 그 시점의 법과 맞는지 다툴 수 있습니다. 법정형 상한이 달라지면 처단형 범위 자체가 바뀌므로 양형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다툼입니다.
Q. 재판이 진행되는 중에 개정법이 시행되면 판결이 신법 기준으로 바뀌나요?
A. 아닙니다. 기준은 판결 선고일이 아니라 범행이 완성된 기수시기입니다. 재판 도중 법이 개정되어 시행되더라도, 행위가 그 이전에 완성되었다면 법원은 여전히 행위 당시의 구법을 적용해 판단해야 합니다.
맺음말
사기죄 법정형이 20년 이하 징역으로 상향되었다는 사실만 보고 지레 겁먹거나, 반대로 "내 범행은 작년 일이니 상관없다"고 단정하는 것 모두 성급합니다. 적용되는 법을 가르는 기준은 조사나 기소 시점이 아니라 편취행위가 실제로 완성된 기수시기이고, 여러 건이 묶인 사건이라면 포괄일죄인지 실체적 경합인지에 따라서도 결론이 달라집니다.
수원지검·수원지법 관할 사건을 포함해 사기 사건에서는 이 시점 다툼 하나가 처단형의 범위 자체를 바꿔 놓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특히 여러 피해자를 상대로 한 사건에서는 마지막 편취행위 하나가 포괄일죄 전체의 적용법조를 결정할 수 있다는 점을 놓치지 않아야 합니다. 자신의 사건에서 언제가 기수시기로 잡히는지, 신법과 구법 중 어느 쪽이 유리하게 혹은 불리하게 작용하는지는 사건 기록을 구체적으로 검토해야 정확히 판단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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