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공사 현장에서 발주자가 지급한 선급금을 수급인이 곧바로 하수급인에게 나눠주지 않고 붙들어 두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자금 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혹은 별도 정산 시점까지 미뤄도 된다고 오해해서 벌어지는 일입니다. 그러나 건설산업기본법은 수급인이 선급금을 받은 날부터 15일이라는 기한을 명확히 정해 두고 있고, 이를 넘기면 지연이자까지 물어야 합니다. 하수급인 입장에서는 이 기한과 지급 방식을 정확히 알아야 늦게 받은 대금에 대해 정당한 이자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선급금 배분의무의 법적 근거와 지연 시 책임, 그리고 실무에서 발생하는 분쟁 유형을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건설공사 선급금이란 — 도급인이 미리 지급하는 공사대금의 일부
선급금은 공사를 진행할 자금 여력이 부족한 수급인이 공사에 필요한 자재를 구입하고 인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발주자가 공사대금 중 일부를 공사 착수 단계에서 미리 지급하는 금원입니다. 완성된 부분에 대해 사후에 정산하는 기성금과 달리, 선급금은 아직 시공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도 먼저 자금을 대주는 성격을 가집니다. 공공공사에서는 계약금액의 일정 비율을 선급금으로 지급하는 관행이 자리 잡혀 있고, 민간공사에서도 계약으로 선급금 지급을 정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문제는 이 선급금이 원도급 관계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수급인이 공사의 일부를 하수급인에게 하도급한 경우, 발주자가 준 선급금은 원래 하수급인이 담당하는 공정에도 자재비·인건비로 쓰여야 할 돈입니다. 건설산업기본법 제34조는 이런 구조를 고려해 수급인에게 선급금을 하수급인에게 나눠줄 의무를 별도로 부과하고 있습니다. 수급인이 발주자에게서 받은 돈이라는 이유로 하수급인 몫까지 임의로 유용하거나 늦게 지급하는 것을 막기 위한 규정입니다.
15일 지급의무의 기산점 — 받은 날부터, 계약 전이라면 계약체결일부터
건설산업기본법 제34조는 수급인이 발주자로부터 선급금을 받았을 때, 그 받은 날부터 15일 이내에 하수급인에게 선급금을 지급하도록 정합니다. 다만 하도급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수급인이 이미 선급금을 지급받아 둔 상태였다면, 기산점은 선급금을 받은 날이 아니라 하도급계약을 체결한 날부터로 바뀝니다. 계약 체결 전에는 아직 하수급인이 확정되지 않았으니 당연한 처리입니다. 두 경우 모두 15일이라는 기간 자체는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지급해야 할 금액도 임의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 수급인이 발주자로부터 받은 선급금의 내용과 비율에 따라 산정합니다. 하수급인이 맡은 공종의 하도급대금 비율만큼 선급금을 나눠 받는 구조입니다. 예컨대 전체 하도급대금이 5억원이고 그중 하수급인이 맡은 공정의 계약금액이 1억원이라면, 발주자가 지급한 선급금 총액의 20%에 해당하는 금액을 하수급인에게 배분해야 합니다. 이 규정의 취지는 하수급인이 자재 구입이나 건설기계 대여, 건설근로자 고용 등 공사에 실제로 착수할 수 있도록 초기 자금을 제때 확보시키려는 데 있습니다. 자금이 묶여 있으면 착공 자체가 늦어지고, 그 지연은 결국 전체 공정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하도급계약 체결 후 선급금을 받은 경우 — 선급금을 받은 날부터 15일.
하도급계약 체결 전에 선급금을 이미 받아 둔 경우 — 하도급계약을 체결한 날부터 15일.
지급 금액 — 수급인이 받은 선급금의 내용과 비율에 따라 산정하며 임의 감액은 인정되지 않음.
선급금 15일 지급의무의 기산점은 '수급인이 돈을 받은 날'이 원칙이지만, 계약 체결 전에 받았다면 '계약을 체결한 날'로 바뀐다는 점을 놓치면 기한 계산 자체가 틀어진다.
15일을 넘기면 생기는 책임 — 연 15.5% 지연이자와 어음할인료
수급인이 15일이라는 기한을 넘겨 선급금을 지급하면, 그 초과 기간에 대해 지연이자를 물어야 합니다. 지연이자율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정하여 고시하는 이율에 따르는데, 현재 적용되는 선급금 등 지연지급 시의 지연이율은 연 15.5%입니다. 이는 통상적인 상사법정이율보다 훨씬 높은 수준으로, 시중 금리보다 지연이자율을 고율로 설정해 수급인이 선급금을 늦게 나눠줄 유인 자체를 없애려는 취지입니다. 하수급인 입장에서는 지급이 늦어졌다는 이유만으로 상당한 금액의 이자를 별도로 청구할 근거가 생기는 셈입니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 보면, 수급인이 발주자로부터 받은 선급금 중 하수급인 몫이 3천만원이라고 가정해 봅니다. 이 3천만원을 받은 날부터 15일 안에 지급해야 하는데, 실제로는 45일이 지나서야 지급했다면 기한을 30일 초과한 셈입니다. 이 30일 동안 연 15.5%의 이율로 계산한 지연이자를 원금 3천만원에 얹어 별도로 지급해야 합니다. 지연 기간이 길어질수록 지연이자 액수도 함께 커지므로, 수급인 입장에서도 선급금 지급을 미루는 것이 자금 운용상 결코 유리한 선택이 아닙니다.
현금이 아니라 어음이나 어음대체결제수단으로 선급금을 지급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때는 어음할인료·수수료를 별도로 지급해야 하며, 할인율·수수료율 산정 방식은 일반 하도급대금 지급에 관한 규정을 준용합니다. 다만 기준이 되는 기간이 달라져, 목적물 수령일부터 60일이 아니라 수급인이 발주자로부터 선급금을 받은 날부터 15일이 지난 기간을 기준으로 그 이후의 할인료를 계산합니다. 어음으로 받았다는 사정이 하수급인에게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도록 만든 장치입니다.
선급금은 공사대금이 아니다? — 기성고에 자동 충당되는 구조
선급금은 공사가 완성되기 전에 미리 지급되는 돈이지, 대가 없이 주는 돈이 아닙니다. 실제 공사가 진행되어 기성고에 따른 공사대금을 지급할 시점이 오면, 그동안 지급된 선급금은 그 기성공사대금에서 순차적으로 충당되는 것이 원칙입니다. 대법원 1997. 12. 12. 선고 97다5060 판결은 계약이 해제·해지되는 등 선급금을 반환해야 할 사유가 발생하면, 별도의 상계 의사표시 없이도 그때까지의 기성공사대금 중 미지급액이 당연히 선급금으로 충당된다고 판시했습니다. 선급금이 단순한 '별도의 돈'이 아니라 장차 지급할 공사대금의 일부를 앞당겨 받은 것이라는 성격을 분명히 한 판례입니다.
이 법리가 실무에서 중요한 이유는 정산 방식 때문입니다. 기성공사대금을 지급할 때 이미 받은 선급금 전액을 한 번에 공제해 버리면 하수급인은 정작 그 시점에 손에 쥐는 돈이 크게 줄어듭니다. 그래서 통상 계약이나 실무에서는 기성고 비율에 맞춰 선급금을 나누어 충당하는 방식을 택합니다. 하도급계약서에 선급금 정산·충당 방법을 구체적으로 정해두지 않았다면, 기성금 지급 시점마다 선급금 중 얼마가 충당되는지를 두고 다툼이 생길 수 있으므로 계약 체결 단계에서 정산 방식을 명확히 규정해 두는 것이 분쟁을 줄이는 방법입니다.
선급금을 늦게 받거나 못 받은 하수급인이 쓸 수 있는 수단
수급인이 15일을 넘기고도 선급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하수급인은 우선 지연이자를 포함한 지급을 서면으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지급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공정거래위원회에 하도급법 위반으로 신고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조사를 거쳐 시정명령이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미지급 선급금과 지연이자 지급이 실제로 이루어지도록 하는 역할을 합니다. 신고 시에는 하도급계약서, 발주자의 선급금 지급 내역, 수급인과 주고받은 지급 요청 문서를 함께 준비해 두는 것이 유리합니다.
더 강력한 수단은 발주자 직접지급 요청입니다. 건설산업기본법은 수급인이 하도급대금 지급을 2회 이상 지체하거나 수급인의 지급정지·파산 등 사유가 있는 경우, 하수급인이 발주자에게 직접 지급을 요청하면 발주자가 하수급인이 시공한 부분에 해당하는 대금을 하수급인에게 직접 지급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선급금 지급이 반복적으로 지연되는 상황이라면 이 요건에 해당하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직접지급이 이루어지면 발주자와 수급인 사이의 정산 관계도 함께 정리해야 하므로, 요청 전에 공사대금 전체 흐름을 파악해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실무에서 자주 다투는 지점 — 지급보증서와 공사 중단 시 정산
건설산업기본법은 수급인이 하도급계약을 체결할 때 하수급인에게 적정한 하도급대금의 지급을 보증하는 보증서를 교부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선급금도 하도급대금의 일부이므로, 이 보증 범위에 선급금 배분채무가 포함되는지, 보증 한도가 얼마인지를 계약서와 보증서 문언으로 확인해 두어야 합니다. 보증서를 교부하지 않은 사실이 적발되면 시정명령에 이어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으로 이어질 수 있고, 보증서가 없거나 보증 범위가 불명확한 상태에서 수급인이 부도나 폐업에 이르면 하수급인은 선급금은 물론 기성공사대금까지 회수하기 어려워지는 상황에 놓일 수 있습니다.
공사가 중도에 중단되거나 하도급계약이 해지되는 경우도 흔한 분쟁 유형입니다. 이때는 앞서 본 선급금 자동충당 법리에 따라, 중단 시점까지의 기성공사대금에서 남은 선급금이 우선 충당되고 그 차액만 정산 대상이 됩니다. 하수급인이 이미 받은 선급금보다 시공한 기성고가 적다면 오히려 차액을 반환해야 하는 상황도 생길 수 있으므로, 공사 진행 중에는 기성고 산정 자료(작업일보, 검측기록, 기성률 확인서 등)를 꾸준히 남겨두는 것이 나중에 정산 다툼이 생겼을 때 유리합니다. 예컨대 선급금 3천만원을 받은 하수급인이 공사 진행률 20%(기성공사대금 2천만원 상당) 시점에 계약이 해지되었다면, 기성공사대금 2천만원은 선급금에서 우선 충당되고 나머지 1천만원은 하수급인이 수급인에게 반환해야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선급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하는 특약은 유효할까
실무에서는 하도급계약서에 "선급금은 별도로 지급하지 않는다" 또는 "선급금 지급 시기는 수급인이 임의로 정한다"는 식의 특약을 넣어두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건설산업기본법 제34조가 정한 15일 지급의무는 하수급인을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므로, 이를 형해화하는 특약은 그 효력을 그대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건설산업기본법 제22조 제5항은 계약당사자 일방에게 현저히 불공정한 특약을 무효로 정하고 있고, 법정 지급의무를 사실상 배제하거나 지연시키는 내용의 특약이 여기에 해당할 여지가 큽니다.
하도급법에도 같은 취지의 규정이 있습니다. 하도급법 제3조의4는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하거나 제한하는 특약을 두는 것을 금지하고, 일정한 유형의 부당특약은 사법상 효력까지 무효로 봅니다. 하수급인 입장에서는 계약서에 이런 문구가 있다고 해서 곧바로 선급금을 포기해야 하는 것으로 단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특약의 불공정성을 다투는 근거로 활용할 수 있는 지점입니다. 계약 체결 당시 하도급 입찰 경쟁이 치열해 어쩔 수 없이 불리한 특약에 서명했다는 사정, 그 특약이 통상적인 거래관행과 크게 어긋난다는 사정 등을 자료로 정리해 두면 나중에 공정거래위원회 신고나 소송에서 특약의 효력을 다툴 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선급금을 나눠주지 않은 수급인은 형사처벌을 받나요?
A. 건설산업기본법 제34조 위반은 원칙적으로 지연이자 지급, 시정명령, 과징금 등 행정적 제재로 다뤄집니다. 다만 지급보증서 미교부 등 관련 의무까지 함께 어기면 시정명령에 이어 영업정지 처분으로 이어질 수 있어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닙니다.
Q. 하도급계약서에 선급금 지급 시기를 따로 정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나요?
A. 계약서에 명시가 없어도 건설산업기본법 제34조가 정한 15일이라는 기한은 그대로 적용됩니다. 계약으로 이 기한보다 유리하게 정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법정 기한보다 불리하게 미루는 특약은 부당특약으로 무효가 될 여지가 큽니다.
Q. 선급금을 어음으로 지급받으면 지연이자는 어떻게 계산하나요?
A. 현금이 아니라 어음이나 어음대체결제수단으로 지급받은 경우에는 지연이자 대신 어음할인료·수수료를 지급받게 되며, 수급인이 선급금을 받은 날부터 15일이 지난 기간을 기준으로 할인율·수수료율을 적용해 산정합니다.
Q. 선급금을 받았는데 나중에 기성공사대금에서 전액 공제한다고 하면 그대로 따라야 하나요?
A. 선급금은 판례상 기성공사대금에 순차적으로 충당되는 것이 원칙이지만, 한 번에 전액을 공제해 버리면 하수급인이 실제로 받는 기성금이 크게 줄어들 수 있습니다. 계약서에 정해진 정산 방식이 있는지 먼저 확인하고, 불리한 방식이라면 협의나 이의제기로 조정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Q. 수급인이 파산하거나 부도가 나면 선급금은 어떻게 되나요?
A. 수급인의 지급정지·파산 등의 사유가 있으면 하수급인은 발주자에게 직접 지급을 요청할 수 있고, 발주자는 하수급인이 시공한 부분에 해당하는 대금을 직접 지급해야 합니다. 다만 선급금 중 이미 충당된 부분과 남은 기성공사대금을 구분해 정산해야 하므로 자료 정리가 필요합니다.
Q. 선급금 미지급에 대해 어디에 신고하면 되나요?
A. 공정거래위원회에 하도급법 위반으로 신고할 수 있고, 조사를 거쳐 시정명령이나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신고 전 하도급계약서, 선급금 지급 내역, 지급 요청 문서 등 관련 자료를 미리 정리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맺음말
건설공사 선급금은 하수급인이 공사를 제때 시작할 수 있도록 마련된 제도이지, 수급인이 자금 사정에 따라 붙잡아 둘 수 있는 돈이 아닙니다. 받은 날부터 15일이라는 기한, 그리고 이를 넘겼을 때 붙는 연 15.5%의 지연이자는 법으로 명확히 정해져 있어, 계약서에 다른 문구가 있다고 해서 쉽게 배제되지 않습니다. 하수급인 입장에서는 지급이 늦어질 때 그 사실 자체를 기록해 두고, 필요하면 직접지급 요청이나 공정거래위원회 신고까지 검토할 수 있다는 점을 알아두는 것이 실질적인 방어책이 됩니다.
공장·물류 시설 공사가 많은 화성 향남·남양 일대에서는 선급금·기성금 지급이 지연되는 사례가 특히 자주 발생합니다. 선급금을 둘러싼 정산 다툼은 계약서 문구와 기성고 산정 자료에 따라 결론이 크게 달라질 수 있으므로, 지급이 지연되는 초기 단계에서부터 법률 검토를 받아보는 것을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