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 위반으로 사기 이득액이 5억 원을 넘어 가중처벌을 받았다고 해서, 편취한 돈이 자동으로 몰수·추징되는 것은 아닙니다. 형법상 사기죄의 편취금은 원칙적으로 '범죄피해재산'으로 분류되어 몰수·추징의 대상에서 제외되고, 특경법에도 사기죄에 대한 별도의 몰수·추징 규정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 공백을 부패재산의 몰수 및 회복에 관한 특례법(부패재산몰수법)이 메우면서, 특경법으로는 손대지 못하던 편취금을 별도 절차로 몰수·추징하거나 피해자에게 직접 환부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특경법상 몰수·추징이 왜 사기죄에서는 잘 작동하지 않는지, 그리고 어떤 요건에서 부패재산몰수법이 대신 걸리는지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특경법 사기 가중처벌과 몰수·추징은 별개의 문제
특경법 제3조는 형법 제347조(사기)·제347조의2(컴퓨터등 사용사기) 등을 범해 이득액이 5억 원 이상이면 가중처벌하는 규정입니다. 이득액이 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이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 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합니다. 형법 제347조 자체의 법정형은 2026.3.12.부터 시행 중인 개정에 따라 20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 벌금인데, 특경법은 이 이득액 규모를 기준으로 형을 가중하는 구조일 뿐입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형사재판에서 이득액을 기준으로 형이 정해졌다고 해서, 그 이득액에 해당하는 돈이 자동으로 국가에 몰수되거나 피고인으로부터 추징되는 것은 아닙니다. 몰수·추징은 형벌이 아니라 별도의 부수처분이고, 그 근거 조문과 요건을 따로 갖춰야 실제로 집행됩니다. 특경법 위반으로 실형을 선고받고도 편취금 자체는 손대지 못한 채 재판이 끝나는 사례가 실무에서 드물지 않은 이유입니다.
실무에서는 이 지점을 착각해 이득액이 크면 그만큼 국가가 알아서 회수해 피해자에게 돌려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형사절차에서 확정되는 것은 어디까지나 이득액을 기준으로 한 형량이고, 그 이득액에 상응하는 금전을 실제로 추적·환수하는 절차는 몰수·추징이라는 완전히 별개의 부수처분을 통해서만 이루어집니다. 이 두 단계를 분리해서 봐야 뒤에 설명할 부패재산몰수법의 필요성이 이해됩니다.
형법 제48조 임의적 몰수 — 편취금이 걸러지는 이유
몰수·추징의 일반 근거는 형법 제48조입니다. 범죄행위로 인해 생겼거나 취득한 물건은 몰수할 수 있고, 몰수할 수 없을 때는 그 가액을 추징합니다. 그런데 이 조문은 "몰수할 수 있다"는 임의적 규정이라 법원의 재량에 맡겨져 있고, 대상도 범인 외의 자의 소유에 속하지 않는 물건으로 제한됩니다.
더 결정적인 문제는 판례가 확립해 온 원칙입니다. 사기·횡령처럼 피해자가 특정되어 있고 그 피해자가 범인에 대해 재산반환청구권이나 손해배상청구권을 가지는 재산, 이른바 범죄피해재산은 원칙적으로 몰수·추징의 대상이 아니라 피해자에게 환부하거나 교부해야 할 대상으로 취급됩니다. 국가가 먼저 몰수해 버리면 피해자가 민사적으로 되찾을 방법이 막혀 이중으로 박탈당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입니다. 특경법 사기로 형이 무거워질수록 이득액은 커지지만, 그 돈이 '범죄피해재산'이라는 성격은 그대로 남습니다.
사기 편취금은 피해자가 반환청구권을 갖는 범죄피해재산이어서, 원칙적으로 몰수·추징이 아니라 환부·교부의 대상이다.
특경법 제10조가 사기죄에는 적용되지 않는 구조
특경법에도 몰수·추징을 명시한 조문이 있기는 합니다. 특경법 제10조는 범인이 도피시키거나 도피시키려 한 재산을 몰수하고, 몰수할 수 없으면 가액을 추징하도록 정합니다. 그런데 이 조문이 대상으로 삼는 것은 제4조가 정한 재산국외도피죄뿐입니다. 사기 가중처벌을 규정한 제3조에는 이런 필요적 몰수·추징 조항이 연결되어 있지 않습니다.
결국 특경법 사기로 기소된 사건에서 검찰이 편취금을 몰수·추징하려면 특경법 자체의 조문이 아니라 형법 제48조의 임의적 몰수 규정에 기대야 하고, 앞서 본 것처럼 그 편취금이 '범죄피해재산'이라는 벽에 다시 부딪힙니다. 이득액이 아무리 커도, 그 돈 자체를 형사절차 안에서 국가가 회수해 피해자에게 돌려줄 근거가 특경법만으로는 완결되지 않는 구조인 셈입니다.
특경법 제4조(재산국외도피죄) — 도피재산에 대해 필요적 몰수·추징(제10조) 적용.
특경법 제3조(사기 가중처벌) — 별도의 몰수·추징 조항 없음, 형법 총칙에 의존.
형법 제48조 — 임의적 몰수이나 범죄피해재산은 원칙적으로 대상에서 제외.
부패재산몰수법이 메우는 공백 — 제6조 제1항의 특례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부패재산의 몰수 및 회복에 관한 특례법입니다. 국제연합 부패방지협약을 이행하기 위해 제정된 이 법은 별표에 열거된 '부패범죄'로 얻은 재산을 몰수·추징한 뒤, 그 재산을 국가가 갖지 않고 피해자에게 직접 돌려주는 절차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별표에는 뇌물·배임수증재 계열 범죄뿐 아니라 형법 제347조 사기죄도 포함되어 있어, 특경법 사기의 기초가 되는 죄명 자체가 이 법의 적용 범위 안에 들어옵니다.
핵심은 제6조 제1항입니다. 이 조항은 원래 몰수·추징 대상이 아닌 범죄피해재산이라도, 피해자가 범인에 대한 재산반환청구권이나 손해배상청구권 등을 행사할 수 없는 등 피해회복이 심히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몰수·추징할 수 있도록 정합니다. 그렇게 몰수·추징된 재산은 국고에 귀속되지 않고 다시 피해자에게 환부됩니다. 특경법 제3조로는 손대지 못했던 편취금이, 부패재산몰수법 제6조 제1항이라는 별도의 관문을 통과하면 비로소 회수 대상이 되는 것입니다.
특경법 사기죄로는 편취금을 몰수·추징할 근거가 없어도, 부패재산몰수법 제6조 제1항의 '피해회복이 심히 곤란한 경우'에 해당하면 같은 돈을 회수해 피해자에게 돌려줄 수 있다.
'피해회복이 심히 곤란한 경우' 판단기준 — 대법원 2023도17596 판결
문제는 '피해회복이 심히 곤란한 경우'가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을 가리키느냐입니다. 대법원 2024. 6. 13. 선고 2023도17596 판결은 이 요건의 해석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이 사건은 해외법인 대표가 보관 중이던 자금 일부를 허위 컨설팅 계약을 명목으로 배우자에게 지급해 횡령한 사안으로, 죄명은 사기가 아니라 횡령이었지만 부패재산몰수법 제6조 제1항의 요건 해석에 관한 법리를 다뤘다는 점에서 특경법 사기 사건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기준을 보여줍니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피해회사 명의 계좌에 유출된 금액과 같은 액수를 다시 입금한 이상,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해자 회사가 입은 재산상 피해는 범죄 이전 상태로 형식적으로 회복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그 돈이 다시 임의로 인출될 수 있다는 추상적인 우려만으로는 요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법인이 자신의 대표를 상대로 반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봤습니다. 요건을 넓게 해석해 몰수·추징의 범위를 함부로 확대하지 않겠다는 취지입니다.
피해자가 반환청구권·손해배상청구권을 실제로 행사할 수 없는 상태인지.
편취금이 해외로 반출되거나 제3자 명의로 은닉되어 추적·회수가 사실상 불가능한지.
피해기업이 폐업·청산 등으로 권리 행사 자체가 어려운지.
가해자에게 변제할 자력이 사실상 남아 있지 않은지.
실무에서 부패재산몰수법이 걸리는 전형적 사례
특경법 사기 사건에서 부패재산몰수법이 실제로 작동하는 국면은 대체로 정해져 있습니다. 다단계·유사수신 형태로 다수 피해자로부터 편취한 돈을 해외 계좌로 반출하거나 가상자산으로 전환해 추적을 어렵게 만든 경우, 편취금을 이미 소비하거나 제3자 명의로 옮겨 놓아 민사상 반환청구가 사실상 실효성이 없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이런 사안에서 편취금이 범죄피해재산이라는 이유만으로 몰수·추징을 포기하면, 피해자는 형사절차 안에서 아무것도 회수하지 못한 채 사건이 끝나 버립니다.
반대로 피고인이 수사·재판 과정에서 편취금 상당액을 공탁하거나 피해자 명의 계좌로 되돌려 놓은 경우에는, 앞서 본 2023도17596 판결의 논리대로 형식적 피해회복이 이루어졌다고 평가되어 부패재산몰수법의 특례 요건이 부정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결국 몰수·추징 여부는 편취금의 소재와 회수 가능성, 그리고 실제 변제·공탁 여부에 따라 사건마다 다르게 판단됩니다.
예를 들어 다수 투자자에게 고수익을 미끼로 자금을 모은 뒤 이득액 상당 부분을 해외 페이퍼컴퍼니 명의 계좌로 옮겨 놓은 특경법 사기 사건이라면, 그 자금은 형법 제48조만으로는 손대기 어려운 전형적인 '범죄피해재산'입니다. 이런 사건에서 수사기관이 자금 흐름을 추적해 해외 은닉 사실과 피해자들의 반환청구권 행사 불가능성을 소명하면, 부패재산몰수법 제6조 제1항을 근거로 그 돈을 몰수·추징한 뒤 피해자들에게 배분하는 절차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몰수보전 — 재판 확정 전에 재산을 묶어두는 절차
부패재산몰수법 제8조는 이 법에 따른 몰수·추징에 관해 마약류 불법거래방지에 관한 특례법의 몰수보전·추징보전 규정을 준용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검사는 수사나 공판 단계에서 법원에 몰수보전명령을 청구해, 편취금이나 그로부터 유래한 재산이 처분·은닉되기 전에 미리 처분을 금지시킬 수 있습니다. 재판이 확정되기 전에 재산이 빠져나가 버리면 아무리 몰수·추징 판결을 받아도 실제로 집행할 대상이 남지 않기 때문입니다.
피의자·피고인 입장에서는 몰수보전이 걸리면 해당 재산의 처분이 사실상 동결되므로, 보전 대상과 범위가 적정한지, 편취금과 무관한 고유재산까지 포함되어 있지는 않은지를 초기에 다투는 것이 중요합니다. 보전명령에 대해서는 즉시항고 등 불복절차가 마련되어 있으므로, 보전 요건 자체가 갖춰졌는지, 즉 범죄피해재산에 해당하는지와 부패재산몰수법 제6조 제1항의 예외 요건까지 소명되었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방어 포인트 — 피해회복 사실을 형사절차 안에서 입증하기
특경법 사기로 기소된 피고인 입장에서 부패재산몰수법에 따른 몰수·추징을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편취금 상당액을 실제로 변제하거나 피해자 명의 계좌로 반환·공탁해 '피해회복이 심히 곤란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사정을 적극적으로 소명하는 것입니다. 대법원이 형식적 피해회복만으로도 요건 해당성을 부정한 것처럼, 실제로 돈을 돌려놓은 사실은 몰수·추징을 막는 데 상당한 의미를 가집니다.
반대로 피해자 입장에서는 가해자가 형사절차 진행 중 편취금을 일부만 갚아 놓고 나머지에 대해 부패재산몰수법 적용을 피하려 하는 경우, 그 변제가 실질적으로 피해를 회복시켰는지 아니면 몰수·추징을 피하기 위한 형식적 조치에 불과한지를 다퉈야 합니다. 계좌 이체 내역·공탁 사실·배당표 등 구체적 자료를 근거로 피해회복의 실질성을 다투는 것이 관건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특경법 사기로 실형을 선고받으면 편취금은 자동으로 몰수·추징되나요?
A. 아닙니다. 특경법 제3조는 이득액을 기준으로 형을 가중하는 규정일 뿐 몰수·추징을 명하는 조항이 아닙니다. 편취금은 원칙적으로 범죄피해재산이어서 형법 제48조의 임의적 몰수·추징 대상에서도 제외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Q. 부패재산몰수법은 아무 사기 사건에나 적용되나요?
A. 아닙니다. 이 법이 정한 별표상 부패범죄에 해당해야 하고, 그중에서도 제6조 제1항이 정한 '피해회복이 심히 곤란한 경우'라는 별도 요건까지 충족해야 몰수·추징이 가능합니다. 요건이 갖춰지지 않으면 편취금은 여전히 몰수·추징 대상에서 벗어나 있습니다.
Q. '피해회복이 심히 곤란한 경우'는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을 말하나요?
A. 편취금이 해외로 반출되거나 은닉되어 추적이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 피해기업이 폐업 등으로 권리 행사 자체가 어려운 경우, 가해자에게 변제 자력이 남아 있지 않은 경우가 대표적으로 거론됩니다. 다만 대법원은 이 요건을 넓게 해석하지 않으므로 개별 사안마다 소명이 필요합니다.
Q. 편취금을 나중에 갚으면 부패재산몰수법 적용을 피할 수 있나요?
A. 실제로 피해자 명의 계좌에 상당액을 반환하거나 공탁하면, 형식적으로나마 피해가 회복되었다고 평가되어 '피해회복이 심히 곤란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변제의 실질성이 다투어질 수 있어 결과는 사안마다 다릅니다.
Q. 몰수보전이 걸리면 어떤 재산까지 처분이 금지되나요?
A. 몰수보전명령은 편취금이나 그로부터 유래한 재산을 대상으로 하며, 마약류 불법거래방지에 관한 특례법의 관련 규정을 준용해 집행됩니다. 보전 범위에 편취금과 무관한 재산까지 포함되어 있다면 불복절차를 통해 다툴 수 있습니다.
Q. 특경법 사기가 아니라 형법상 단순사기라면 부패재산몰수법이 적용되지 않나요?
A. 부패재산몰수법이 정한 별표에는 형법 제347조 사기죄 자체가 포함되어 있어, 이득액이 특경법 가중처벌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사안이라도 다른 요건이 갖춰지면 적용될 수 있습니다. 다만 실무에서는 피해액 규모가 크고 추적이 어려운 사건에서 주로 문제됩니다.
맺음말
특경법 사기로 이득액 기준의 가중처벌을 받는 것과, 그 편취금을 실제로 몰수·추징해 피해자에게 돌려주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특경법 제10조의 필요적 몰수·추징은 재산국외도피죄에만 연결되어 있고, 사기죄의 편취금은 원칙적으로 범죄피해재산이어서 형법 제48조만으로는 회수하기 어렵습니다. 이 공백을 메우는 것이 부패재산몰수법 제6조 제1항이며, '피해회복이 심히 곤란한 경우'에 해당하는지가 실제 회수 여부를 가르는 관문입니다.
편취금이 해외로 빠져나갔거나 은닉되어 추적이 어려운 사건일수록 부패재산몰수법이 문제될 가능성이 커지고, 반대로 변제·공탁이 이루어진 사건에서는 그 요건 자체가 부정될 여지가 있습니다. 수원지방법원·수원지검 관할에서 진행되는 특경법 사기 사건에서도 몰수·추징 문제가 걸려 있다면, 이득액 산정이나 양형만이 아니라 이 별도의 법리까지 함께 검토해 보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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