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나 용역 계약서에 '지체 시 지체상금을 지급한다'는 문구는 넣어두고 정작 하루당 몇 퍼센트인지는 적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준공이 실제로 늦어졌을 때 이 조항 하나만 믿고 지체상금을 계산해 청구하면, 요율이 없다는 이유로 그 청구 자체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지체상금은 실제 손해를 증명하지 않고도 정해진 공식으로 바로 받아낼 수 있다는 데 실익이 있는데, 요율이 빠지면 그 공식 자체가 성립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지체에 대한 책임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름으로 남는 것인지 이 글에서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지체상금이란 무엇인가 — 계약금액×지체일수×지체상금률
지체상금은 수급인이나 공급자가 계약서에 정한 준공기한·납품기한을 정당한 이유 없이 넘겼을 때, 도급인이 실제 손해액을 따로 증명하지 않고도 미리 정한 공식에 따라 곧바로 청구할 수 있도록 만들어 둔 조항입니다. 법적 성질은 민법 제398조 제1항이 정한 손해배상액의 예정이며, 지체라는 사실만 확인되면 별도의 손해 입증 절차 없이 미리 합의한 금액을 그대로 청구·지급하기로 약속한 것으로 봅니다.
실무에서 지체상금은 통상 계약금액 × 지체일수 × 지체상금률의 공식으로 계산됩니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당사자인 공공계약에서는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이 정한 기준요율(공사 0.05%, 제조·구매 0.075%, 용역 0.125% 등 계약 유형별로 상이)이 적용되므로 별도 협의가 없어도 지체상금 산정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이는 공공계약에 한정된 법정 기준일 뿐, 민간 사업자 사이의 도급·공급·용역 계약에는 이런 기본값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바로 이 지점이 민간계약에서 자주 놓치는 부분입니다. 표준계약서 양식을 가져다 쓰면서 "지체상금을 지급한다"는 문장만 남겨두고, 정작 그 문장의 핵심인 요율 칸을 비워두거나 숫자를 넣지 않은 채 서명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계약 체결 당시에는 준공이 늦어질 일이 없다고 생각해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지만, 실제로 지체가 발생하면 이 공백이 지체상금 청구의 성패를 좌우하게 됩니다.
요율이 빠지면 왜 지체상금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가
손해배상액의 예정이 법적으로 효력을 가지려면 당사자들이 손해배상액 또는 그 산정방법에 관해 구체적으로 합의했어야 합니다. 계약서에 "지체 시 지체상금을 지급한다"는 문구만 있고 정작 하루당 몇 퍼센트를 곱할 것인지에 대한 숫자가 없다면, 그 조항을 근거로 구체적인 금액을 산출할 방법이 없습니다. 합의의 대상인 '액수'나 '산정방법' 자체가 특정되지 않은 셈이어서, 이 부분에 관한 한 손해배상액의 예정이 성립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이때 법원이 당사자를 대신해 통상적인 요율(예를 들어 국가계약 기준율이나 업계 관행율)을 채워 넣어 지체상금을 계산해 주는 일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계약의 내용을 정하는 것은 당사자의 사적자치 영역이고, 법원은 당사자가 실제로 합의한 내용을 해석할 뿐 합의되지 않은 부분을 임의로 보충해 새로운 계약 내용을 만들어내지 않기 때문입니다. 국가계약처럼 시행규칙이 기준요율을 법정해 둔 경우와 달리, 민간계약에는 이를 대신할 법정 기본값이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요율 없는 지체상금 조항은 "지체가 있으면 배상한다"는 선언적 의미만 남을 뿐, 실제로 얼마를 청구할 수 있는지를 정하지 못한 빈 조항이 됩니다. 도급인이 이 조항을 근거로 지체상금이라는 이름의 돈을 청구하면, 상대방은 요율이 특정되지 않아 배상액을 산정할 수 없다는 항변으로 방어할 수 있고, 이 항변이 받아들여지면 지체상금 청구는 그대로 배척됩니다.
요율 없는 지체상금 조항은 지체 사실에 대한 선언일 뿐, 액수를 특정하지 못해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서 효력을 갖기 어렵다.
그렇다고 지체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 일반 채무불이행 손해배상
지체상금 조항이 요율 공백으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해서 수급인의 지체 책임 자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정당한 이유 없이 준공기한을 넘긴 것은 그 자체로 민법 제390조가 정한 채무불이행(이행지체)에 해당하고, 도급인은 이를 근거로 일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지체상금과 일반 손해배상은 입증 구조가 완전히 다릅니다.
지체상금은 지체 사실만 확인되면 정해진 공식대로 금액이 자동으로 산출되어 실제 손해 유무나 액수를 증명할 필요가 없다는 데 실익이 있습니다. 반면 일반 채무불이행 손해배상은 도급인이 지체로 인해 실제로 입은 손해의 항목과 액수를 구체적으로 주장하고 증명해야 합니다. 대체 시공업체를 급하게 투입하면서 추가로 지출한 비용, 준공 지연 기간 동안 발생한 임대료나 이자 상당 손해, 입주·개점이 미뤄지며 생긴 영업손실 등을 항목별로 정리해 그 발생과 액수를 뒷받침하는 자료를 제시해야 합니다.
이 입증 부담은 실무에서 만만치 않습니다. 지체 자체는 명백해도 그로 인한 손해를 금액으로 환산해 증명하는 과정에서 상당 부분이 인정받지 못하거나, 아예 손해와 지체 사이의 인과관계를 다투는 경우도 많습니다. 지체상금 조항이 정상적으로 작동했다면 곧바로 받을 수 있었던 금액의 상당 부분을, 요율 공백 때문에 소송을 거쳐 힘들게 증명해야 하는 처지가 되는 것입니다.
더구나 소송에서는 상대방이 지체의 원인을 도급인 측 사정(설계 변경 요청, 자재 승인 지연, 현장 인도 지연 등)으로 돌리며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고 다투는 경우가 흔합니다. 지체상금 조항이 요율까지 갖춰 유효했다면 이런 다툼은 지체일수 산정에서만 문제가 됐겠지만, 지체상금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손해배상 청구권의 존재 여부와 지체 원인 다툼이 함께 얽혀 사건이 한층 복잡해집니다.
지체상금 대신 지연손해금만 남는 구조 — 손해배상채무의 금전채무 전환
여기서 "지체상금 대신 지연손해금만 남는다"는 말의 의미가 분명해집니다.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은 민법 제394조에 따라 금전으로 지급하는 것이 원칙이므로, 도급인이 실손해를 증명해 손해배상청구권을 인정받는 순간 그 권리는 성질상 금전채무로 바뀝니다. 그리고 이 금전채무의 이행이 늦어지면, 지체상금과는 별개로 그 자체의 지급 지연에 대한 지연손해금이 붙습니다.
지연손해금의 이율은 민법 제397조에 따른 법정이율이 기준이 되어, 당사자가 개인·비상인이면 연 5%, 상행위로 인한 채무라면 상법 제54조에 따라 연 6%가 적용됩니다. 여기에 더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이 제기되면, 소장 부본이 상대방에게 송달된 다음 날부터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른 연 12%의 특례이율이 적용되어 지연손해금 액수가 한층 커집니다.
정리하면, 지체 자체에 대해 미리 정해 둔 배상액(지체상금)은 요율이 없어 청구할 근거를 잃고, 그 대신 남는 것은 실손해를 증명해 확정받은 손해배상금에 대한 지급 지연 이자, 그리고 계약이 해제되며 발생하는 선급금·기성금 반환채무의 지급 지연 이자, 이 두 갈래의 지연손해금뿐입니다. 지체 자체를 근거로 한 자동 배상 대신, 다른 금전채무에 얹혀 발생하는 이자 성격의 배상만 남는 셈입니다.
지체상금 — 요율 공백 시 산정 불가로 청구 자체가 배척됨.
실손해 손해배상금에 대한 지연손해금 — 소제기 전 연 5~6%, 소장 송달 후 연 12%.
선급금·기성금 반환채무에 대한 지연손해금 — 계약 해제 시 원상회복의무 지연분.
실제 사례로 보는 흐름 — 선급금 반환과 지연손해금
인테리어 공사 도급계약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계약서에는 준공기한과 함께 "수급인이 준공기한을 지키지 못하면 지체상금을 지급한다"는 문구가 있었지만, 정작 지체상금률을 적는 칸은 비어 있었습니다. 실제로 공사가 20일 넘게 지체되자 도급인은 계약을 해제하고 이미 지급한 선급금의 반환과 함께 지체상금을 함께 청구했습니다.
이 사안에서 지체상금 청구 부분은 요율이 특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계약 해제에 따라 수급인이 부담하는 선급금 반환의무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계약이 해제되면 각 당사자는 민법 제548조에 따른 원상회복의무를 부담하므로, 수급인은 받아둔 선급금 중 기성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를 돌려주어야 합니다. 이 반환의무의 이행이 늦어지면 그 지연 기간에 대해 지연손해금이 별도로 발생합니다.
결국 이 사례에서 도급인이 실제로 받아낼 수 있는 것은 지체상금이라는 이름의 돈이 아니라, 선급금 반환청구권과 거기에 붙는 지연손해금, 그리고 별도로 실손해를 증명해 인정받는 범위 내의 손해배상금과 그 지연손해금입니다. 처음 기대했던 지체상금보다 청구 구조가 복잡해지고, 입증해야 할 부분도 늘어나는 것이 현실입니다.
구체적인 숫자로 비교해 보면 차이가 더 뚜렷해집니다. 계약금액 3억원짜리 공사에서 지체상금률이 1일당 0.1%로 명시돼 있었다면 20일 지체만으로도 600만원을 실손해 입증 없이 받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요율이 빠져 있으면 이 600만원은 그대로 사라지고, 도급인은 대체 시공비용이나 입주 지연에 따른 손해를 항목별로 정리해 그만큼을 증명해야만 비로소 비슷한 금액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증명에 실패한 항목은 아예 인정받지 못한 채 사건이 종결되는 경우도 드물지 않습니다.
법원이 보는 판단 기준 — 조항의 특정성과 예외적으로 요율이 살아있는 경우
법원은 지체상금 조항의 효력을 판단할 때 계약서 문언에 구체적인 수치가 담겨 있는지를 우선적으로 봅니다. 본문에는 요율이 없더라도 별지 특약사항이나 부속 합의서에 요율을 명시해 두었다면 그 부분과 연결해 지체상금 조항이 유효하게 성립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표준계약서 양식에 원래 인쇄되어 있던 기준요율 칸을 당사자들이 지우거나 빈칸으로 남겨 서명했다면, 요율을 두지 않기로 한 당사자의 의사가 있었다고 해석될 여지가 커져 더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앞서 본 것처럼 국가·지방자치단체가 당사자인 공공계약이나 이를 준용하는 계약에서는 사정이 다릅니다.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이 정한 기준요율이 법령상 강제되므로, 개별 계약서에 요율을 따로 적지 않았더라도 그 법정 기준이 그대로 적용되어 지체상금 산정이 가능합니다. 이 예외는 어디까지나 공공계약 영역에 한정되고, 민간 사업자 사이의 도급·용역·공급 계약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혼동하지 않아야 합니다.
계약서 작성 단계에서 막는 법 — 지체상금 조항에 반드시 넣어야 할 세 가지
이런 분쟁은 계약 체결 단계에서 몇 가지만 확인하면 대부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지체상금 조항을 넣을 때는 요율·상한·기산일 세 가지를 숫자로 명시해야 그 조항이 실제로 작동합니다. 표준계약서를 쓰더라도 해당 칸이 비어 있지 않은지, 별지로 넘겨져 있다면 그 별지가 실제로 첨부·서명됐는지까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요율 — 1일당 계약금액의 몇 퍼센트를 지체상금으로 산정할지 숫자로 명시(공사는 통상 0.1~0.3%대에서 협의).
상한 — 계약금액의 몇 퍼센트를 넘지 않도록 상한을 함께 정해, 지체상금이 지나치게 커지는 분쟁을 예방.
기산일 — 준공기한 다음 날부터 실제 인도·검사완료일까지 등 지체일수 계산의 시작·종료 시점을 명확히.
상한 없이 요율만 정하면 지체상금 총액이 계약금액을 넘어설 수도 있는데, 이 경우 민법 제398조 제2항에 따라 법원이 사정을 참작해 감액을 판단할 대상이 되기 쉽습니다. 계약서에 이미 서명했는데 요율이 빠져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발견했다면, 공사가 진행 중인 단계에서는 추가특약이나 변경계약으로 요율을 보완하는 방법도 검토할 수 있습니다. 이미 지체가 발생한 뒤에 요율을 소급 합의하는 것은 상대방의 동의 없이는 어려우므로, 계약 체결 시점에 미리 챙기는 것이 실질적으로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지체상금 조항에 요율만 없으면 계약서상 그 조항 전체가 무효인가요?
A. 조항 전체가 곧바로 무효로 처리되기보다는, 요율이 특정되지 않아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서 효력을 인정받기 어렵다는 의미에 가깝습니다. 별지 특약이나 부속서류에서 요율을 확인할 수 있다면 그 부분과 결합해 유효하게 인정될 여지도 있습니다.
Q. 지체상금을 못 받으면 지체에 대해 아무 보상도 못 받는 건가요?
A. 지체상금이라는 이름으로는 받을 수 없지만, 민법 제390조에 따른 일반 손해배상으로 실제 손해를 증명해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지체 사실만으로 자동 계산되던 지체상금과 달리 손해 항목과 액수를 직접 증명해야 하는 부담이 생깁니다.
Q. 국가계약처럼 기준요율이 정해져 있는 경우도 있다던데 우리 계약도 해당하나요?
A.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의 기준요율은 국가·지방자치단체가 당사자인 공공계약에만 적용됩니다. 민간 사업자 사이의 계약이라면 이 기준을 계약서에 명시적으로 인용하지 않는 한 자동으로 적용되지 않습니다.
Q. 지연손해금 이율은 어떻게 정해지나요?
A. 소송을 제기하기 전에는 민법상 법정이율인 연 5%(비상인 간)나 상법상 연 6%(상행위 채무)가 기준이 되고, 소장 부본이 송달된 다음 날부터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른 연 12%가 적용됩니다. 계약서에 별도의 지연손해금 이율을 정해 두었다면 그 약정이 우선합니다.
Q. 계약서에 요율을 빈칸으로 남긴 채 이미 서명했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공사가 진행 중이라면 변경계약이나 추가특약으로 요율을 보완하는 방법을 상대방과 협의해 볼 수 있습니다. 이미 지체가 발생한 뒤라면 상대방이 소급 합의에 응할 가능성이 낮아지므로, 실손해 증명 자료를 미리 준비해 두는 쪽이 현실적입니다.
Q. 지체상금 상한을 넘는 금액을 청구받으면 어떻게 방어하나요?
A. 요율과 상한이 모두 특정돼 유효한 지체상금 약정이라도, 산정된 금액이 실제 손해에 비해 부당하게 과다하다면 민법 제398조 제2항에 따라 법원에 감액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계약 목적, 지체 경위, 실제 손해와의 격차 등을 구체적으로 소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맺음말
지체상금 조항은 요율이라는 숫자 하나로 실제 효력이 갈립니다. 문구만 넣어두고 요율을 비워두면, 지체가 발생했을 때 정작 가장 손쉽게 받아낼 수 있었던 배상금을 놓치고, 실손해를 하나하나 증명해야 하는 훨씬 번거로운 절차로 넘어가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남는 것은 지체상금이 아니라 다른 금전채무에 붙는 지연손해금뿐인 경우가 많습니다.
계약을 앞두고 있다면 지체상금 조항에 요율·상한·기산일이 숫자로 명시돼 있는지 서명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길 권합니다. 이미 공사나 용역이 진행 중이고 지체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면, 계약서 문구를 다시 점검하고 변경계약 등 보완 여지를 미리 검토해 두는 편이 분쟁을 줄이는 길입니다.
화성·시화 등 경기남부 산업단지의 공장·설비 공사 계약처럼 준공기한이 사업 일정과 직결되는 계약일수록 지체상금 조항의 흠결이 손해 규모에 미치는 영향이 큽니다. 계약서 검토나 실제 분쟁이 발생한 경우라면 조항의 효력과 청구 가능한 범위를 함께 따져보시길 바랍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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