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참여재판 배심원 평결과 다른 선고, 판사가 뒤집을 수 있는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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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참여재판 배심원 평결과 다른 선고, 판사가 뒤집을 수 있는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강대현 변호사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단이 어렵게 만장일치로 무죄 평결을 내렸는데, 판사가 이와 다른 판결을 선고할 수 있는지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실제로 배심원의 평결은 법률상 판사를 구속하지 않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다른 선고가 가능합니다. 다만 그렇다고 판사가 아무 제약 없이 평결을 무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판결서에 반드시 그 이유를 남겨야 하고 항소심에서도 배심원 판단이 상당히 존중되는 법리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배심원 평결과 다른 선고가 어떤 근거로 가능한지, 그리고 실제로 법원이 그 평결을 뒤집을 수 있는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국민참여재판 배심원 평결, 왜 판사를 구속하지 않는가

배심원 평결이 판사를 구속하지 않는다는 원칙은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 제46조 제5항에 명문으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이 조항은 "제2항 및 제3항의 평결과 의견은 법원을 기속하지 아니한다"고 정하고 있어, 배심원이 유·무죄에 관해 어떤 결론을 냈든 최종 판단 권한은 여전히 심리에 관여한 판사에게 남아 있습니다. 미국식 배심제(jury system)가 배심원의 평결 자체에 법적 구속력을 부여하는 것과 달리, 우리 국민참여재판은 배심원의 판단을 참고자료로 삼는 구조를 택하고 있습니다.

이런 구조를 택한 이유는 헌법이 정한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 그리고 직업법관이 최종적으로 사실인정과 양형의 책임을 지는 원칙을 유지하기 위해서입니다. 배심원 평결에 법적 구속력을 준다면 사실상 배심제로 전환되는 셈이어서 위헌 시비가 따를 수 있는데, 권고적 효력만 부여함으로써 이 문제를 피하면서도 국민의 사법참여라는 제도 취지를 살리는 절충안을 택한 것입니다. 다만 이 조항이 있다고 해서 판사가 평결을 손쉽게 뒤집는다는 뜻은 아니며, 그 이유는 다음 항목들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 판사가 배심원 평결과 다른 결론에 이르는 경우는 대체로 두 가지 상황에서 발생합니다. 하나는 배심원단이 보지 못했거나 가볍게 본 증거관계를 판사가 다르게 평가하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유·무죄 판단 자체는 같더라도 적용 법조나 죄수관계 판단이 달라 결과적으로 다른 형이 선고되는 경우입니다. 두 상황 모두 판사가 자의적으로 평결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법률 적용과 증거 평가라는 고유 권한을 행사한 결과라는 점에서 뒤에서 살펴볼 판결서 기재의무와 맞닿아 있습니다.

배심원의 평결과 의견은 법원을 기속하지 아니한다(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 제46조 제5항) — 다만 기속력이 없다는 것과 실제로 자주 뒤집힌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만장일치와 다수결 — 평결이 만들어지는 절차의 차이

배심원 평결이 어떤 과정을 거쳐 나오는지를 알아야 판사가 왜 그 평결을 존중하게 되는지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같은 법 제46조 제2항에 따르면 배심원은 유·무죄에 관해 먼저 자체적으로 평의하고, 전원의 의견이 일치하면 그대로 평결합니다. 반면 제46조 제3항은 전원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에는 평결에 앞서 심리에 관여한 판사의 의견을 들어야 하고, 이 경우 평결은 다수결로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 절차의 의미는 명확합니다. 만장일치 평결은 판사의 개입 없이 배심원 9인(또는 사건에 따라 정해진 인원) 전원이 순수하게 자체 판단만으로 도달한 결론이고, 다수결 평결은 이미 판사의 의견이 반영된 상태에서 나온 결론이라는 차이가 있습니다. 그래서 실무상으로는 만장일치로 나온 무죄 평결일수록, 재판부의 심증과 우연히 일치해 그대로 채택되는 경우가 많고, 이런 경우일수록 판사가 이를 뒤집기가 한층 더 부담스러워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점은 뒤에서 살펴볼 항소심 존중 법리의 출발점이 됩니다.

양형은 다르다 — 유죄 평결 후 배심원 의견과 판사의 재량

배심원의 역할은 유·무죄 판단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제46조 제4항은 유죄 평결이 난 경우 배심원이 심리에 관여한 판사와 함께 양형에 관하여 토의하고 그에 관한 의견을 개진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 양형 의견 역시 유·무죄 평결과 마찬가지로 법원을 기속하지 않는 권고적 성격을 가집니다. 배심원들이 실형을 원한다는 의견을 냈더라도 최종적으로 집행유예를 선고할지, 어느 정도의 형량을 정할지는 판사의 재량에 속합니다.

실무에서는 판사가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마련한 양형기준표, 피고인의 전과관계, 피해 회복이나 합의 여부 같은 양형자료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배심원 의견과 다른 형을 선고하는 경우가 유·무죄 자체를 뒤집는 경우보다 상대적으로 흔합니다. 예를 들어 배심원 다수가 중형 의견을 냈더라도 판사가 보기에 피고인의 반성 정도나 피해 회복 노력이 뚜렷하다면 그보다 가벼운 형을 선고할 수 있고, 반대로 배심원이 관대한 의견을 냈어도 판사가 재범 위험성을 중하게 본다면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때도 그 판단 근거를 판결서에 밝혀야 하는 것은 유·무죄 판단과 동일합니다.

양형 토의 절차는 유·무죄 평결과 분리되어 진행된다는 점도 함께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배심원이 유죄로 평결한 뒤에야 비로소 양형 토의가 시작되므로, 변호인 입장에서는 유·무죄 다툼에서 유리한 결과를 얻지 못했더라도 양형 토의 단계에서 정상관계 자료를 충실히 제시해 배심원 의견을 조금이라도 유리한 방향으로 이끄는 것이 실익이 있습니다. 배심원 의견이 판사를 구속하지는 않지만, 판사 역시 국민의 건전한 상식이 반영된 의견을 근거 없이 무시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판사가 평결과 다른 선고를 하려면 — 판결서에 새겨야 하는 의무

제49조 제1항은 판결서에 배심원이 재판에 참여하였다는 취지를 기재하도록 하고, 배심원의 의견을 기재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제49조 제2항은 "배심원의 평결결과와 다른 판결을 선고하는 때에는 판결서에 그 이유를 기재하여야 한다"고 못박고 있습니다. 즉 판사가 배심원 평결과 다르게 가려면 단순히 다른 결론만 내리는 것이 아니라, 왜 다르게 판단했는지를 판결서에 구체적으로 설명할 법적 의무를 집니다.

이 조항이 실무에 갖는 효과는 결코 작지 않습니다. 판결서에 이유를 남겨야 한다는 것은 재판부의 판단을 사후에 검증받는다는 뜻이고, 그 이유가 설득력이 없거나 증거관계와 맞지 않는다면 항소심에서 다툴 근거가 됩니다. 판사 입장에서도 별다른 근거 없이 배심원 평결을 뒤집으면 판결문 자체가 부실해 보이는 부담을 안게 되므로, 이 기재의무는 사실상 판사가 평결을 함부로 뒤집지 못하게 하는 절차적 안전장치로 작동합니다.

  • 판결서에는 배심원 참여 사실과 의견을 기재하되, 평결과 다르게 판단한 경우 그 이유를 별도로 기재해야 함.

  • 이유 기재가 부실하거나 증거관계와 모순되면 항소이유로 삼을 수 있음.

  • 양형 판단이 배심원 의견과 다른 경우에도 같은 기재의무가 적용됨.

항소심은 1심의 배심원 일치 판단을 얼마나 존중해야 하나

1심에서 판사가 배심원 평결과 같은 선고를 했더라도, 문제는 그다음 항소심 단계에서 다시 불거질 수 있습니다. 이에 관한 핵심 판례가 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9도14065 판결입니다. 이 사건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강도상해 사건에서 배심원 9인 전원이 일치된 의견으로 무죄 평결을 냈고 1심 재판부도 이를 그대로 채택해 무죄를 선고했는데, 항소심이 피해자에 대한 증인신문을 추가로 진행한 것만을 근거로 1심 무죄 판결을 뒤집고 유죄를 선고한 사안이었습니다.

대법원은 이 항소심 판결을 파기환송했습니다. 배심원이 증인신문 등 사실심리의 전 과정에 함께 참여한 뒤 만장일치로 낸 무죄 평결이 재판부의 심증에 부합해 그대로 채택된 경우라면, 그 판단은 실질적 직접심리주의와 공판중심주의의 취지에 비추어 항소심에서도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이 판시 요지입니다. 단순히 증인 한두 명을 다시 불러 신문한 정도로는 1심의 판단을 뒤집을 만한 근거가 되지 못한다고 본 것입니다. 이 판례 이후 국민참여재판에서 만장일치로 나온 무죄 판단은 통상의 형사재판보다 항소심에서 뒤집히기 더 어려운 구조가 만들어졌습니다.

배심원이 사실심리 전 과정에 참여해 만장일치로 낸 무죄 평결이 재판부 심증과 일치해 채택됐다면, 그 판단은 항소심에서도 명백히 반대되는 현저한 사정이 없는 한 존중되어야 한다.

항소심 증거조사, 예외적으로만 허용되는 이유

이 법리는 그 뒤로도 계속 이어졌습니다. 대법원 2024. 7. 25. 선고 2020도7802 판결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사건에서 같은 원칙을 재확인했습니다. 국민참여재판 1심에서 배심원 전원일치 무죄평결이 재판부 심증과 부합해 채택된 경우, 그 무죄판결에 대한 항소심의 추가적이거나 새로운 증거조사는 증거조사의 필요성이 분명하게 인정되는 예외적인 경우에 한정하여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입니다.

이 법리가 실무에 던지는 함의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검사가 항소하면서 새로운 증인이나 증거를 신청하더라도 법원이 이를 무조건 받아들이지 않고, 기존 증거관계로 설명되지 않는 뚜렷한 사정이 있는지를 먼저 따진다는 것입니다. 둘째, 이 존중 법리는 무죄 평결이 채택된 사안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유죄 평결이 무죄로 뒤집히는 방향에는 같은 정도의 보호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도 함께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즉 방향에 따라 항소심에서 다투는 난이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 1심 배심원 만장일치 무죄 + 재판부 채택 → 항소심 추가 증거조사는 예외적 필요성이 분명한 경우로 한정.

  • 1심 배심원 다수결 무죄 또는 판사가 평결과 다르게 유죄 선고 → 위 존중 법리가 그대로 적용되지 않아 통상의 항소심 심리로 진행.

  • 검사 항소이유서에 새 증거의 필요성이 구체적으로 소명되지 않으면 변호인은 이 판례를 근거로 증거조사 제한을 주장할 수 있음.

국민참여재판을 선택할 때 함께 고려해야 할 것들

국민참여재판은 아무 사건이나 신청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 제5조는 합의부 관할 사건 중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규정된 사건 등을 대상사건으로 정하고 있고, 피고인이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거나 법원의 배제결정이 있으면 통상절차로 진행됩니다. 신청에 앞서 사건이 대상사건에 해당하는지, 배제결정을 받을 만한 사정이 있는지부터 검토해야 합니다.

  • 대상사건 예시 — 살인·강도상해·강도강간 등 형법상 중범죄,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 사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사건 등 지방법원 합의부 관할 사건.

  • 배제결정 사유 — 배심원 등 재판 관계인의 안전 우려, 공범 중 일부의 국민참여재판 거부, 그 밖에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하기 곤란한 사정이 있는 경우.

  • 신청 시점 — 공소장 부본을 송달받은 날부터 7일 이내에 서면으로 의사를 밝히는 것이 원칙.

여기까지의 내용을 종합하면, 국민참여재판을 택할지 여부와 재판 중 변론 전략을 짤 때 이 존중 법리를 함께 고려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배심원 평결에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이유로 그 의미를 가볍게 볼 것이 아니라, 심리 과정에서 배심원단의 만장일치 판단을 이끌어낼 수 있다면 1심 선고뿐 아니라 이후 항소심 단계에서도 그 판단을 방어할 확실한 근거를 확보하게 되는 셈입니다. 반대로 다수결로 겨우 나온 평결이거나 판사 심증과 어긋나는 평결이라면, 판결서의 이유 기재를 통해 뒤집힐 여지도 그만큼 커진다는 점을 함께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배심원 평결이 만장일치인데도 판사가 다르게 선고할 수 있나요?

A. 네,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 제46조 제5항에 따라 평결과 의견은 법원을 기속하지 않아 이론상 가능합니다. 다만 판결서에 다른 이유를 반드시 기재해야 하고, 항소심 단계에서도 만장일치 판단은 강하게 존중되는 편이라 실제로는 매우 드뭅니다.

Q. 판사가 평결과 다르게 선고하면 피고인이 다툴 방법이 있나요?

A. 판결서에 기재된 상이 이유가 부실하거나 증거관계와 맞지 않는다면 이를 항소이유로 삼아 다툴 수 있습니다. 실질적 직접심리주의나 공판중심주의 위반이 문제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Q. 국민참여재판 1심 무죄가 검사 항소로 뒤집힌 사례가 있나요?

A. 있습니다만, 대법원은 배심원 만장일치 무죄가 재판부 심증과 일치해 채택된 경우 항소심이 이를 뒤집으려면 높은 문턱을 넘어야 한다고 봅니다(2009도14065, 2020도7802). 단순히 증인신문을 한 번 더 한 정도로 뒤집는 것은 위법 소지가 큽니다.

Q. 양형에 대한 배심원 의견도 판결에 그대로 반영되나요?

A. 아닙니다. 유죄 평결 후 배심원과 판사가 양형을 함께 토의하지만 최종 양형 결정 권한은 판사에게 있어, 배심원 의견과 실제 선고형이 다를 수 있습니다.

Q. 다수결로 나온 평결과 만장일치 평결의 존중 정도가 다른가요?

A. 법률상 기속력 자체는 동일하게 없지만, 만장일치로 나온 무죄 평결일수록 사실심리 전 과정을 함께한 배심원단의 순수한 판단으로서 판례상 더 강하게 존중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Q.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하면 무조건 그대로 진행되나요?

A. 아닙니다. 대상사건 요건을 충족해야 하고, 법원이 배제결정을 내리면 통상절차로 전환됩니다. 신청 전에 사건이 대상사건에 해당하는지, 배제 사유가 있는지부터 검토해야 합니다.

맺음말

국민참여재판 배심원 평결은 법률상 판사를 구속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무시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판사가 평결과 다른 선고를 하려면 판결서에 그 이유를 반드시 남겨야 하고, 특히 만장일치로 나온 무죄 평결이 재판부 심증과 일치해 채택된 경우라면 항소심에서도 명백하고 현저한 반대 사정이 없는 한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태도입니다.

결국 배심원 평결이 갖는 실질적 힘은 법 조문의 기속력 유무가 아니라, 이 판결서 기재의무와 상급심 존중 법리가 함께 만들어내는 사실상의 무게에 있습니다. 수원지방법원을 비롯한 각급 법원에서 국민참여재판이 진행되는 사건이라면, 신청 단계부터 항소심까지 이 구조를 염두에 두고 전략을 세우는 것이 필요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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