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군 복무 중 성범죄 혐의로 수사나 재판을 받다가, 전역을 앞두고 “이제 전역하면 민간 법원으로 넘어가서 사건이 좀 가벼워지지 않겠느냐”고 묻는 장병과 가족분들의 상담이 늘고 있습니다.
제가 만난 분들 중 상당수는 “전역만 하면 군대 얘기는 끝나는 거 아니냐”, “민간 법원으로 넘어가면 그래도 사정이 좀 나아지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갖고 계셨습니다. 그런데 막상 전역일이 다가와도 진행 중이던 수사나 재판은 그대로 이어지고, 관할이 어디인지조차 정확히 모른 채 소환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상황이 더 꼬이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최근 개정된 법령과 대법원의 태도는 성범죄 사건의 재판권을 신분이 아니라 범행 당시의 법 상태로 엄격하게 고정하는 방향으로 정리되어 있습니다. 전역이라는 사건 하나로 관할이 왔다갔다 하지 않도록 이미 제도가 짜여 있는 것입니다.
아래에서는 성범죄 사건이 진행되는 중에 전역을 하면 실제로 관할이 어떻게 되는지, 그리고 전역을 앞두고 무엇을 먼저 확인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군사법원의 재판권은 전역 여부가 아니라 범행 당시 신분을 기준으로 정해집니다
지금 신분이 아니라 사건이 발생한 시점의 법적 지위가 관할을 가릅니다.
군사법원법 제2조는 어떤 사건을 군사법원이 재판할 수 있는지를 정하는 이른바 신분적 재판권 조항입니다. 이 조항이 적용되는지는 원칙적으로 재판을 받는 지금 시점의 신분이 아니라, 문제된 행위를 저지른 시점의 신분과 그 시점에 시행되고 있던 법을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대법원도 군사법원이 특정 군사범죄에 대해 신분적 재판권을 가지더라도 그 재판권은 해당 특정 범죄에 한정되며, 그 전후에 저지른 다른 범죄에까지 당연히 미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판단해 왔습니다.
군사법원이 특정 군사범죄를 범한 사람에 대하여 신분적 재판권을 가지더라도 이는 어디까지나 해당 특정 군사범죄에 한하는 것이고, 그 이전 또는 그 이후에 범한 다른 범죄에 대하여까지 재판권을 가진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8. 8. 30. 선고 2016도6288 판결).
이 원칙을 지금 상담에 대입하면, 사건이 발생한 시점에 이미 정해진 재판권은 이후 당사자가 전역했다는 사정만으로 저절로 민간 법원으로 넘어가지 않습니다. 관할은 “지금 몇 월에 전역하느냐”가 아니라 “그 행위를 언제, 어떤 신분으로 저질렀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전역은 재판권을 새로 만들거나 없애는 사유가 아니라, 재판권이 이미 어떻게 정해져 있었는지를 다시 확인하게 만드는 계기일 뿐입니다.
2. 2022년 7월 개정 군사법원법 시행 이후 성범죄는 애초에 민간 법원이 관할합니다
전역해서 넘어가는 게 아니라, 수사 단계부터 이미 경찰과 검찰, 일반 법원이 맡고 있었던 것입니다.
2021년 9월 개정되어 2022년 7월 1일부터 시행된 군사법원법 제2조 제2항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조에 따른 성폭력범죄, 군인 등의 사망사건과 관련된 범죄, 군인 등이 그 신분을 취득하기 전에 범한 죄를 군사법원의 재판권에서 제외하고 있습니다.
이 개정으로 시행일 이후 저지른 성범죄는 수사 단계부터 군검찰이나 국방부 조사본부가 아니라 일반 경찰과 검찰이 담당하고, 기소도 일반 검찰이, 1심 재판도 일반 법원(지방법원)이 담당합니다. 항소심 역시 종전 고등군사법원이 아니라 서울고등법원 등 일반 법원 항소부가 맡습니다.
즉 지금 진행 중인 성범죄 사건이 2022년 7월 1일 이후에 벌어진 일이라면, 애초에 처음부터 민간 법원이 관할하고 있었던 것이고, 전역이라는 사건이 있어야 비로소 민간으로 넘어가는 구조가 아닙니다. “전역하면 넘어간다”는 말은 사실 인과관계를 거꾸로 이해한 것에 가깝습니다.
전역이 관할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개정법 시행 이후 벌어진 성범죄는 처음부터 관할이 민간이었다는 것이 정확한 설명입니다.
3. 다만 범행 시점이 시행일 이전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2022년 7월 1일 이전에 벌어진 사건은 종전 규정에 따라 군사법원 관할이 유지될 수 있습니다.
개정 군사법원법 부칙은 새로운 재판권 규정을 “이 법 시행 이후 저지른 범죄부터” 적용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2022년 7월 1일 전에 발생한 성범죄는 범행 당시 시행되고 있던 종전 군사법원법에 따라 판단하고, 그 경우 여전히 신분적 재판권 조항에 따라 군사법원이 관할할 수 있습니다.
이 경과규정을 놓치면 “지금은 성범죄가 민간 관할이라던데 왜 내 사건은 계속 군사법원에 있느냐”는 오해가 생기기 쉽습니다. 관할을 판단할 때는 지금 시행 중인 법이 아니라, 사건이 발생한 시점에 시행되고 있던 법을 기준으로 삼아야 합니다.
복무 기간이 길어 사건 발생 시점을 특정하기 애매한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공소사실이나 수사기록에 적힌 범행일시부터 먼저 확인해야 하고, 범행일시가 시행일 전후에 걸쳐 있다면 행위별로 적용 법령과 관할이 갈릴 수 있어 더 세심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관할을 좌우하는 것은 지금 시행 중인 법이 아니라, 범행 당시 시행되고 있던 법입니다.
4. 이미 군사법원에 기소되어 있었다면 전역이 아니라 이송 절차가 문제됩니다
재판권이 없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전역과 무관하게 법원이 직권으로 사건을 이송합니다.
군사법원에 이미 공소가 제기된 상태에서, 그 사건이 애초에 군사법원의 재판권에 속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지거나 뒤늦게 재판권이 없어진 것으로 확인되면, 군사법원법은 당사자의 신청이 아니라 법원의 결정으로 사건을 재판권이 있는 같은 심급의 법원으로 이송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 이송은 전역했기 때문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관할을 잘못 정했던 부분을 바로잡는 절차입니다. 이송 전에 이루어진 소환·조사·공판 등 소송행위는 이송 후에도 그 효력을 그대로 유지하므로, 처음부터 절차를 다시 밟는 것은 아닙니다.
실무적으로는 관할 검찰청·법원이 바뀌면서 사건번호 체계가 달라지고, 서류 전달이 늦어지거나 기일이 재지정되는 등 절차적인 혼선이 생기기 쉽습니다. 이 시점에 변호인이 이송 여부와 그 근거를 먼저 확인해두면 이후 대응이 훨씬 수월해집니다.
전역이 아니라 “애초에 재판권이 있었는지”가 이송 여부를 가르는 유일한 기준입니다.
5. 전역을 앞두고 있다면, 수사부터 재판까지 이렇게 확인하십시오
관할이 어디인지부터 특정해야 대응 전략이 정확해집니다.
성범죄로 수사나 재판을 받고 있는 상태에서 전역이 임박했다면, 절차는 대체로 ①범행 시점과 그 시점에 적용되는 법령 확인 → ②관할 수사기관 특정(2022년 7월 1일 이후 사건이면 관할 경찰서·검찰청, 그 이전 사건이면 군검찰·국방부 조사본부) → ③기소 및 1심 재판(민간 관할이면 사건 발생지 인근 지방법원 — 예컨대 경기 남부 소재 부대 사건이라면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후 수원지방법원 재판) → ④항소심(일반 사건은 관할 고등법원, 종전 군사사건은 서울고등법원) 순서로 진행됩니다.
전역 시점과 소환·재판 기일이 겹치면 신병 소재, 송달 주소, 국선 또는 사선 변호인 선임 상태를 미리 정리해 두어야 절차가 끊기지 않습니다.
공소사실 또는 수사기록에 적힌 범행일시가 2022년 7월 1일 이전인지 이후인지부터 확인합니다.
현재 사건이 계속 중인 기관이 군검찰·군사법원인지, 경찰·검찰·일반 법원인지 사건번호와 소환장 발신처로 확인합니다.
전역 예정일과 다음 기일(조사·공판) 일정이 겹치는지 확인하고, 겹친다면 변호인을 통해 기일 조율이나 송달 주소 변경을 미리 요청합니다.
이 순서로 정리한 뒤 성범죄 사건과 군 관련 절차를 함께 다뤄본 변호사와 상담하면, 전역 여부와 무관하게 지금 사건이 실제로 어느 기관·어느 법원의 관할인지 정확히 특정하고 그에 맞는 대응 전략을 세울 수 있습니다.
마치며
성범죄 혐의로 수사나 재판을 받는 것만으로도 심리적으로 힘든데, 여기에 전역 시점까지 겹치면 “전역하면 다 정리되는 것 아니냐”는 막연한 기대와 “전역하면 오히려 불리해지는 것 아니냐”는 불안이 동시에 찾아옵니다. 관할이 어떻게 되는지조차 명확히 모른 채 시간만 흘려보내면 대응이 늦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피해를 주장하는 쪽 입장에서는 상대방의 전역으로 사건이 흐지부지되지 않을지 걱정하고, 혐의를 받는 쪽 입장에서는 전역 후 관할이 바뀌면서 절차가 꼬이지 않을지 걱정합니다. 두 걱정 모두 관할이 명확히 정리되지 않은 데서 비롯된다는 점은 같습니다.
저는 성범죄를 포함한 형사 사건에서 신고한 쪽과 혐의를 받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군 관련 사건은 관할 하나만 잘못 짚어도 대응 시기를 놓치는 경우를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사건이 어느 법원, 어느 기관의 관할인지부터 정확히 확인하는 것이 대응의 출발점입니다. 관할 판단부터,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전역하면 지금 받고 있는 수사나 재판이 자동으로 취소되나요?
A. 아닙니다. 전역은 신분 변경일 뿐 수사·재판 절차를 소멸시키는 사유가 아닙니다. 진행 중이던 절차는 관할이 어디든 그대로 이어집니다.
Q. 성범죄면 무조건 민간 법원에서 재판받나요?
A. 2022년 7월 1일 이후 벌어진 사건이면 원칙적으로 그렇습니다. 다만 그 이전에 벌어진 사건은 종전 규정에 따라 군사법원이 관할할 수 있어 범행 시점 확인이 먼저입니다.
Q. 군사법원에서 재판받다가 관할이 잘못됐다는 걸 나중에 알게 되면 어떻게 되나요?
A. 법원이 직권으로 결정을 통해 재판권 있는 같은 심급 법원으로 사건을 이송합니다. 이송 전에 이루어진 조사·공판 등의 효력은 그대로 유지됩니다.
Q. 전역 예정일과 재판 기일이 겹치면 어떻게 하나요?
A. 변호인을 통해 기일 조율이나 송달 주소 변경을 미리 요청하는 것이 좋습니다. 신병 소재가 불분명해지면 절차가 지연되거나 불리하게 진행될 수 있습니다.
Q. 관할이 군사법원인지 일반 법원인지는 어떻게 확인하나요?
A. 소환장·공소장에 적힌 발신 기관과 사건번호 체계, 공소사실에 기재된 범행일시를 함께 확인하면 됩니다. 애매하면 변호인을 통해 확인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Q. 이미 선임된 국선변호인은 이송 후에도 그대로 유지되나요?
A. 이송되는 법원의 절차에 따라 다시 지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선 변호인을 선임한 상태라면 이송 여부와 관계없이 위임관계는 그대로 유지됩니다.
Q. 전역 후 관할이 민간으로 넘어가면 형이 더 가벼워지나요?
A. 관할 법원이 어디인지와 선고되는 형량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적용되는 죄명과 법정형은 관할과 무관하게 행위 당시 법률에 따라 정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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