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생활관, 내무반 같은 병영 안에서 선임이 후임을 “장난” 삼아 신체 일부를 건드렸다가 군형법상 강제추행 혐의로 헌병대 조사를 받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장병분들 중 상당수는 “다들 이 정도 장난은 치고 산다”, “성적인 의도가 전혀 없었다”는 생각으로 후임의 몸을 툭툭 건드리거나 잡아당긴 경우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후임이 문제를 제기하고 헌병대·군검찰 조사가 시작되면, “장난이었다”, “다들 웃으면서 넘어갔다”는 해명은 그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강제추행 성립 여부를 판단할 때 행위자의 성적 의도나 장난이라는 주관적 인식이 아니라 행위의 객관적 성격과 피해자의 의사를 기준으로 삼는 태도를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계급과 서열이 뚜렷한 병영이라는 공간의 특성상, 후임이 그 자리에서 명확히 거부 의사를 표시하지 못했다는 사정이 오히려 불리하게 해석될 수도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생활관에서의 장난스러운 신체접촉이 어떤 경우에 군형법상 강제추행으로 인정되는지, 그리고 조사 통보를 받았을 때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성적 의도가 없었다는 해명만으로는 군형법상 추행 혐의를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추행에 해당하는지는 행위자의 주관이 아니라 객관적 행위태양과 피해자의 의사로 판단됩니다.
군형법 제92조의3은 폭행이나 협박으로 군인 등을 추행한 사람을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형법상 강제추행(제298조)과 구성요건이 비슷하지만, 벌금형 규정이 없어 유죄가 인정되면 원칙적으로 징역형이 선고된다는 점에서 훨씬 무겁게 다뤄집니다.
실무에서 가장 많이 오해하는 지점은 “성적인 목적이 아니라 그냥 장난이었다”는 해명이 통할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기준을 일관되게 제시해 왔습니다.
추행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을 의미하고,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피해자의 의사, 성별, 연령, 행위자와 피해자의 이전부터의 관계,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 행위태양, 주위의 객관적 상황과 그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히 결정되어야 하며, 강제추행죄의 성립에 필요한 주관적 구성요건으로 성욕을 자극·흥분·만족시키려는 주관적 동기나 목적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5. 12. 10. 선고 2015도9517 판결).
즉 만진 사람이 “장난일 뿐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아무리 주장해도, 객관적으로 성적 수치심을 일으킬 수 있는 신체 부위를 상대방 의사에 반해 건드렸다면 추행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특히 후임과의 관계에서는 평소 장난을 주고받았다는 사정만으로 그 순간의 접촉까지 동의한 것으로 해석되지 않습니다.
“장난이었다”는 해명은 군형법상 추행 혐의에서 별도의 항변 사유가 되지 못합니다.
2. 스치듯 만진 순간의 접촉도 강제추행이 될 수 있습니다
폭행행위 자체가 추행에 해당하는 ‘기습추행’은 힘의 세기를 따지지 않습니다.
강제추행은 크게 두 유형으로 나뉩니다. 폭행이나 협박으로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한 뒤 추행하는 경우와, 폭행행위 자체가 곧바로 추행에 해당하는 이른바 ‘기습추행’입니다. 생활관에서 지나가다 후임의 특정 신체 부위를 순간적으로 건드리는 유형은 대부분 후자, 즉 기습추행으로 다뤄집니다.
강제추행죄에서 말하는 폭행은 반드시 상대방의 의사를 억압할 정도의 것임을 요하지 않고, 그 힘의 대소강약을 불문하며 신체의 일부에 대하여 유형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그 힘의 행사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이상 그 힘의 대소강약을 불문한다(대법원 2002. 4. 26. 선고 2001도2417 판결).
즉 세게 잡거나 힘으로 제압하지 않았더라도, 상대방이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신체를 건드린 것만으로 강제추행이 성립할 수 있습니다. “살짝 스친 정도였다”, “옷 위로 잠깐 만진 것뿐이다”라는 주장은 양형에서 참작될 수는 있어도, 혐의 자체를 벗어나는 근거가 되기는 어렵습니다.
특히 이런 접촉이 한 번에 그치지 않고 반복됐다면, 개별 행위가 경미해 보이더라도 전체적으로 상습성이나 계획성이 인정되어 처벌 수위가 높아질 수 있습니다.
순간적으로 스치듯 만진 행위라도 상대방의 의사에 반했다면 강제추행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3. 선임과 후임 사이의 서열 관계는 오히려 불리한 정황으로 작용합니다
평소 장난을 주고받던 사이였다는 사정만으로 그 순간의 접촉까지 동의했다고 보지 않습니다.
병영은 계급과 서열이 뚜렷한 폐쇄적 공간입니다. 후임 입장에서는 선임의 신체접촉이 불쾌하더라도 그 자리에서 명확히 거부하거나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구조적 특성 때문에 수사기관과 법원은 피해자가 즉시 저항하거나 항의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동의가 있었다고 쉽게 인정하지 않습니다.
또한 평소 서로 장난을 주고받는 사이였다거나, 다른 병사들도 비슷한 장난을 한다는 사정 역시 그 자체로 개별 행위에 대한 동의를 뜻하지 않습니다. 앞서 본 판단 요소 중 ‘행위자와 피해자의 이전부터의 관계’는, 오히려 선임이 그 관계와 지위를 이용해 접촉의 정도를 넘어섰는지를 살피는 방향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헌병대·군검찰 조사에서는 생활관 내 CCTV, 동료 병사들의 진술, 평소 관계를 보여주는 메시지·통화 기록 등이 폭넓게 확보됩니다. “다들 그렇게 논다”는 취지의 진술이 오히려 반복적·상습적 행위였음을 뒷받침하는 정황으로 쓰이는 경우도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선임과 후임이라는 서열 관계, 그리고 평소의 장난스러운 분위기는 신체접촉에 대한 동의를 뒷받침하는 근거가 되기 어렵습니다.
4. 계급과 상황에 따라 처벌 수위가 달라지고, 신분상 불이익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군형법 위반은 형사처벌과 별개로 진급 제한·파면 같은 불이익까지 함께 따라옵니다.
군형법 제92조의3 위반죄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정해져 있을 뿐 벌금형 규정이 없습니다. 따라서 유죄로 인정되면 원칙적으로 징역형이 선고되고, 정상이 참작되더라도 집행유예가 붙는 구조일 뿐 벌금으로 마무리되는 사건이 아닙니다.
지휘관·부사관 등 지휘·감독 관계에 있는 사람이 그 지위를 이용해 후임을 추행한 경우, 계급을 이용한 위력행사로 평가되어 가중 처벌될 수 있습니다. 또한 한 번에 그치지 않고 여러 차례 반복됐다면 상습성이 인정되어 형이 무거워지는 방향으로 작용합니다.
형사처벌과 별개로, 유죄가 확정되면 군인사법령에 따른 징계위원회 회부, 진급 제한, 심한 경우 파면이나 불명예제대로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장교·부사관이라면 형사절차가 끝난 뒤에도 신분상 불이익이 상당 기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5. 조사 통보부터 재판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조사 초기의 진술과 자료 정리가 이후 절차 전체의 방향을 결정합니다.
2022년 7월 시행된 개정 군사법원법에 따라, 군인의 성폭력범죄는 더 이상 군사법원이 아니라 일반 법원에서 재판을 받습니다. 절차는 통상 ①소속 부대 군사경찰(헌병)의 초동 조사 → ②사건 송치 후 관할 지방검찰청(부대 소재지 인근, 예컨대 수원지방검찰청)의 보완수사 및 기소 여부 판단 → ③기소되면 관할 지방법원(예: 수원지방법원)의 형사재판 → ④필요한 경우 항소심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조사 통보를 받았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문제가 된 접촉이 있었던 날짜·장소·상황을 시간 순서대로 정리하고, 당시 함께 있었던 인원을 파악합니다.
평소 피해자와 주고받은 메시지·통화 내역 등 관계를 보여줄 수 있는 자료를 확보합니다.
생활관·근무지 CCTV 존재 여부와 보존기간을 확인해, 필요하다면 조사기관에 보존을 요청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군형법 성범죄 사건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조사 단계부터 진술 방향을 정리하고 불필요한 신분상 불이익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함께 검토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병영 안에서의 신체접촉 문제는 “다들 그렇게 장난치고 지냈는데”라는 생각 때문에, 문제가 불거지고 나서야 뒤늦게 대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피해를 호소하는 후임 입장에서는 계급과 서열 때문에 그 자리에서 제대로 거부하지 못했던 순간들을 어떻게 자료로 남기고 진술할지가 중요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기억이 흐려지고 관련자들의 진술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조사를 받게 된 선임 입장에서도 “장난이었다”, “다들 그렇게 논다”는 말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실제로 어떤 상황과 관계 속에서 접촉이 이뤄졌는지, 반복성이 있었는지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집니다.
저는 병영 내 신체접촉 사건에서 피해를 호소하는 쪽과 조사를 받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초기 진술과 자료 정리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옷 위로 잠깐 스치듯 만진 정도인데도 강제추행이 되나요?
A. 될 수 있습니다. 강제추행에서 말하는 폭행은 힘의 세기를 따지지 않고,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 행사가 있으면 성립하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입장입니다.
Q. 후임이 평소 저와 장난을 잘 받아줬는데도 문제가 되나요?
A. 될 수 있습니다. 평소의 친밀한 관계나 장난스러운 분위기가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그 순간의 특정 접촉까지 동의했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Q. 성적인 의도가 전혀 없었다는 점을 입증하면 무죄가 되나요?
A.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대법원은 성욕을 자극·흥분·만족시키려는 주관적 동기나 목적까지는 요구하지 않는다고 판시하고 있어, 의도 없음을 입증해도 객관적 행위태양에 따라 유죄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Q. 딱 한 번뿐이고 다들 보는 앞에서 있었던 일인데도 처벌받나요?
A. 처벌될 수 있습니다. 다만 1회성인지, 반복적이었는지는 상습성 인정 여부와 양형에서 중요하게 고려되는 사정입니다.
Q. 헌병대 조사 통보를 받았는데 지금 바로 변호사를 선임해야 하나요?
A. 첫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초기 진술 내용이 사건 전체의 방향을 결정하고, 군형법 위반은 벌금형이 없어 유죄 시 곧바로 징역형 문제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Q. 군형법 사건인데 왜 군사법원이 아니라 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받나요?
A. 2022년 7월 시행된 개정 군사법원법에 따라 군인의 성폭력범죄는 군사법원 재판권에서 제외되어, 일반 검찰과 법원이 수사·재판을 담당하게 됐기 때문입니다.
Q. 유죄가 확정되면 군 생활에 어떤 영향이 있나요?
A. 형사처벌과 별개로 군인사법령에 따른 징계, 진급 제한, 경우에 따라 파면·불명예제대까지 이어질 수 있어 형사 대응과 신분상 불이익 대응을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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