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관에서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권유받고 응해야 할지 고민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검사 결과가 거짓으로 나오면 그대로 유죄의 증거가 되는 것은 아닌지, 반대로 결과가 유리하게 나오면 곧바로 혐의를 벗을 수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해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거짓말탐지기 검사 결과에 엄격한 전제요건을 요구하면서도, 그 요건을 모두 갖추더라도 유죄를 직접 뒷받침하는 증거로는 쓸 수 없다고 선을 긋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거짓말탐지기 검사 결과가 어떤 조건에서 증거능력을 인정받는지, 그리고 왜 유죄 인정의 결정적 근거가 될 수 없는지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거짓말탐지기 검사, 수사기관이 왜 활용하나
수사기관이 거짓말탐지기(폴리그래프) 검사를 활용하는 목적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피의자·참고인 진술 사이에 상충이 있을 때 어느 쪽 진술이 더 신빙성이 있는지 가늠하는 보조자료로 쓰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검사 과정에서 자백을 이끌어내는 심리적 계기로 활용하는 것입니다. 특히 목격자나 물증이 부족해 진술 대 진술로 갈리는 사건, 예컨대 성범죄나 뇌물수수처럼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범죄에서 자주 등장합니다.
검사는 대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나 경찰청 소속 전문 감정인이 진행하며, 검사 전 피검사자와의 사전 면담을 거쳐 질문지를 작성하고, 본 검사에서 생리적 반응(혈압·맥박·호흡 등)을 측정한 뒤 그 결과를 감정서 형태로 정리합니다. 검사에는 반드시 피검사자의 동의가 있어야 하고, 동의 없이 강제로 검사를 진행할 수는 없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감정서는 수사기록에 편철되어 수사·기소 단계에서 폭넓게 참고되지만, 정작 법정에서 유죄 판단의 근거로 얼마나 쓰일 수 있는지는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이 간극이 어디서 비롯되는지를 다음 항목에서 살펴보겠습니다.
증거능력 인정의 전제요건 — 판례가 요구하는 것들
대법원은 거짓말탐지기 검사 결과에 아무 조건 없이 증거능력을 부여하지 않습니다. 대법원 1979. 5. 22. 선고 79도547 판결은 허언탐지기의 시험결과와 그 보고서는 피검사자의 동의가 있고, 기계의 성능, 피검사자의 정신상태, 질문방법, 검사자 및 판정자의 지식·경험, 검사장소의 상황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검사결과의 정확성이 보증되는 경우에 한하여 증거능력이 인정된다고 판시했습니다.
이후 대법원 1983. 9. 13. 선고 83도712 판결은 이를 더 구체화해, 거짓말탐지기 검사결과에 증거능력을 인정하려면 첫째 거짓말을 하면 반드시 일정한 심리상태의 변동이 일어나고, 둘째 그 심리상태의 변동이 반드시 일정한 생리적 반응을 일으키며, 셋째 그 생리적 반응에 의하여 피검사자 진술의 거짓 여부가 정확히 판정될 수 있다는 세 가지 전제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에 더해 기계 자체가 생리적 반응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장치여야 하고, 검사자가 측정 내용을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판독할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피검사자의 명시적 동의가 있을 것
거짓말 → 심리상태 변동 → 생리적 반응 → 정확한 판정으로 이어지는 인과관계 전제요건이 충족될 것
기계 성능이 생리적 반응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수준일 것
질문사항의 작성과 검사 기술·방법이 합리적일 것
검사자·판정자가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판독할 전문적 능력을 갖출 것
요건을 다 갖춰도 유죄의 직접증거가 될 수 없는 이유
여기서 실무상 가장 많이 오해하는 지점이 나옵니다. 위 요건을 모두 갖춰 증거능력이 인정되더라도, 판례는 그 검사, 즉 감정의 결과가 피검사자 진술의 신빙성을 가늠하는 정황증거로서의 기능을 다하는 데 그친다고 명확히 선을 긋습니다. 다시 말해 거짓말탐지기 결과는 "이 사람의 진술을 어느 정도 믿을 수 있는가"를 판단하는 참고자료일 뿐, "이 사람이 범죄를 저질렀는가"를 직접 증명하는 자료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선을 긋는 이유는 생리반응과 거짓 여부 사이의 인과관계가 100% 과학적으로 증명된 관계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같은 질문에도 사람마다 긴장도·불안감·신체 컨디션에 따라 생리적 반응의 폭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고, 거짓을 말하지 않았는데도 불안이나 스트레스로 강한 생리반응이 나타나는 경우, 반대로 거짓을 말하면서도 훈련이나 특이체질로 반응이 억제되는 경우도 이론적으로 배제할 수 없습니다.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2항은 범죄사실의 인정이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한다고 정하는데, 개인차·상황 변수를 완전히 통제하지 못하는 생리반응 검사만으로는 이 기준을 충족하기 어렵다는 것이 판례의 시각입니다.
같은 법 제308조의 자유심증주의에 따라 증거의 증명력 판단은 법관의 몫이지만, 그 판단의 재료로 삼을 수 있는 것과 유죄 인정의 직접적 근거로 삼을 수 있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거짓말탐지기 결과가 "거짓 반응"으로 나왔다는 사정은 재판부가 다른 증거를 평가할 때 참고하는 정황일 뿐, 그 자체가 범죄사실을 직접 증명하는 증거로 취급되지 않습니다.
거짓말탐지기 검사결과는 증거능력이 인정되는 경우에도 진술의 신빙성을 가늠하는 정황증거의 기능을 다하는 데 그친다 — 유죄를 직접 뒷받침하는 증거가 될 수 없다는 뜻이다.
검사 결과의 신뢰성이 흔들리는 지점들
판례가 요구하는 전제요건을 형식적으로 갖췄다고 해서 그 결과가 항상 신뢰할 만한 것은 아닙니다. 검사 당일의 여러 변수가 결과를 왜곡시킬 여지가 실제로 있기 때문에, 검사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전에 짚어봐야 할 지점들이 있습니다.
피검사자의 심리상태 — 극심한 불안, 수면 부족, 약물·질환으로 인한 신체 반응 왜곡
질문 구성 — 유도성 질문이나 모호한 질문으로 인한 판정 오류 가능성
검사자의 숙련도 — 측정치를 해석하는 판독 능력의 개인차
검사 환경 — 소음, 긴장을 유발하는 검사장소의 물리적 조건
검사 시점 — 장시간 조사로 지친 상태에서 이루어진 검사의 신뢰도 저하
이 중 하나라도 문제가 있었다면 애초에 83도712 판결이 요구하는 전제요건 자체가 충족되지 못한 것이어서, 검사 결과의 증거능력을 다툴 사유가 됩니다. 검사 당시 질문지 사본과 진행 경위, 검사자의 자격·경력을 확인해두면 이후 절차에서 유용한 자료가 됩니다.
검사에 동의해야 하는 이유와 거부해도 되는 이유
거짓말탐지기 검사는 어디까지나 임의수사에 해당해 피검사자의 동의를 전제로 합니다. 헌법 제12조 제2항은 누구든지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않는다는 진술거부권을 보장하고 있고, 형사소송법 제244조의3은 피의자신문 시 이 권리를 고지하도록 정합니다. 거짓말탐지기 검사 역시 넓게 보면 자기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진술·반응을 이끌어내는 절차이므로, 동의 없이 강제로 진행된 결과는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의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에 따라 애초에 증거로 쓸 수 없습니다.
실무에서는 검사를 거부하면 수사기관에 협조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현실적 부담 때문에 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법적으로 검사 거부 자체가 유죄를 뒷받침하는 정황으로 취급되지는 않습니다. 검사에 응할지, 응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진행할지는 이후 수사·재판 방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선택인 만큼, 변호인의 조력을 받아 신중하게 결정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수사·기소 단계와 공판 단계, 활용되는 방식이 다르다
거짓말탐지기 검사는 수사·기소 단계에서 훨씬 폭넓게 활용됩니다. 물증이나 목격자가 없는 사건에서 경찰과 검찰이 혐의 유무를 가늠하고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참고자료로 삼는 경우가 많고, 검사 결과가 불리하게 나온 것이 자백을 유도하는 심리적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반대로 결과가 유리하게 나오면 혐의없음 처분이나 불기소 판단에 참고자료로 작용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그러나 공판정에서는 사정이 다릅니다. 감정서가 증거로 제출되더라도 앞서 살펴본 전제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면 법원이 증거능력 자체를 부정할 수 있고, 요건을 갖춰 증거능력이 인정되더라도 앞서 설명한 대로 정황증거의 지위를 넘어서지 못합니다. 결국 수사기관이 활용하는 무게와 법정에서 인정받는 증거로서의 무게 사이에는 상당한 간극이 있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가해자와 피해자의 진술이 정면으로 배치되는 사건에서 양측이 모두 거짓말탐지기 검사에 응했다면, 그 결과는 수사기관이 누구의 진술을 더 무게 있게 볼지 정하는 참고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재판 단계로 넘어가면 두 사람의 검사 결과만으로 유·무죄를 가르지 않고, CCTV·통신기록·현장정황 등 다른 증거들과 종합해 심증을 형성하는 것이 일반적인 재판 실무입니다.
무죄 방향엔 참고자료, 유죄 방향엔 왜 더 엄격한가
거짓말탐지기 결과가 유리하게(거짓 반응 없음으로) 나온 경우와 불리하게(거짓 반응 있음으로) 나온 경우, 실무에서 취급되는 무게감이 완전히 같지는 않습니다. 헌법 제27조 제4항이 정하는 무죄추정의 원칙과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2항의 합리적 의심 없는 증명 원칙상,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작용하는 증거일수록 더 엄격한 검증을 거쳐야 합니다.
형사소송법 제310조는 피고인의 자백이 그 피고인에게 불이익한 유일한 증거인 때에는 이를 유죄의 증거로 하지 못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거짓말탐지기 검사결과에 직접 적용되는 조문은 아니지만, 피고인에게 불리한 단일 증거만으로 유죄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이 원칙의 취지는 정황증거에 불과한 거짓말탐지기 결과에도 그대로 이어집니다. 결과가 불리하게 나왔다는 사정 하나만으로 유죄가 인정되는 일은 있을 수 없고, 반드시 다른 직접증거·정황증거가 함께 갖춰져야 합니다.
검사 결과에 이의가 있다면 — 재감정과 반박 방법
검사 결과가 불리하게 나왔다고 해서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판례가 요구하는 전제요건 중 하나라도 흠결이 있었다면 별도의 사선 감정을 의뢰해 결과를 재검증할 수 있고, 검사 당시 촬영된 영상이나 질문지 원본을 확보해 질문 방식이 유도적이었는지, 검사자가 적절한 절차를 지켰는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첫 단계입니다.
공판정에서 감정서가 증거로 제출된 경우, 변호인은 감정인 신문을 신청해 측정 장비의 성능, 검사 당시 피검사자의 컨디션, 판독 기준의 객관성 등을 구체적으로 캐물을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요건 흠결이 드러나면 법원이 증거능력 자체를 배척하거나, 증거능력은 인정하더라도 증명력을 낮게 평가할 수 있습니다.
검사에 이미 응한 상태라도 그 결과 하나로 사건의 향방이 결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물증·진술 증거를 함께 정리해 사건 전체의 그림 안에서 방어논리를 세우는 것이 검사 결과를 반박하는 것보다 더 실질적인 대응이 될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거부하면 불리해지나요?
A. 법적으로는 진술거부권의 연장선에서 거부할 수 있고, 거부 자체가 유죄를 뒷받침하는 정황으로 취급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실무상 수사기관이 비협조적이라는 인상을 가질 수 있어, 검사에 응할지는 변호인과 상의해 신중히 결정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Q. 검사 결과가 "거짓 없음"으로 나오면 무죄가 확정되나요?
A. 아닙니다. 결과가 유리하게 나와도 그 자체로 무죄가 확정되는 것은 아니고, 다른 증거와 함께 종합적으로 판단되는 정황자료 중 하나에 그칩니다. 다만 직접증거가 부족한 사건에서는 불기소나 무죄 판단에 참고자료로 작용하는 경우가 있고, 검찰 단계에서 혐의없음 처분의 근거 중 하나로 언급되는 사례도 있습니다.
Q. 경찰 수사단계에서 검사를 받으면 그 결과는 어떻게 쓰이나요?
A. 검사 결과는 감정서 형태로 수사기록에 편철되어 검찰의 기소 여부 판단과 이후 재판 과정에서 참고자료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다만 공판정에 증거로 제출되더라도 판례가 요구하는 전제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증거능력 자체가 부정될 수 있습니다.
Q. 거짓말탐지기 검사만으로 기소되거나 유죄 판결을 받을 수 있나요?
A. 그럴 수 없습니다. 판례상 검사 결과는 정황증거의 기능에 그치므로, 별도의 직접증거나 다른 정황증거가 함께 갖춰져야 기소·유죄 판단이 가능합니다.
Q. 검사 도중 질문 방식이 유도성이었다면 결과를 다툴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질문사항의 작성과 검사 기술·방법이 합리적이지 않았다면 판례가 요구하는 전제요건 자체가 충족되지 않은 것이어서 증거능력을 다툴 사유가 됩니다. 검사 당시의 질문지와 진행 경위를 확보해두는 것이 이후 다툼에 유리합니다.
Q. 변호인 없이 검사에 응해도 되나요?
A. 원칙적으로 가능하지만, 검사 결과가 이후 수사·재판 방향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검사에 응하기 전 변호인과 상의해 동의 여부와 진행 방식을 점검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특히 혐의를 다투는 사건이라면 더욱 신중한 판단이 필요합니다.
맺음말
거짓말탐지기 검사는 판례가 요구하는 전제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증거능력이 인정되고, 그 경우에도 유죄를 직접 뒷받침하는 증거가 아니라 진술의 신빙성을 가늠하는 정황증거에 그친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결과가 불리하게 나왔다고 곧바로 유죄가 확정되는 것도 아니고, 유리하게 나왔다고 무죄가 보장되는 것도 아닙니다.
검사에 응할지 여부, 응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진행할지는 이후 수사와 재판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선택입니다. 진술거부권과 증거법 원칙을 함께 고려해 판단할 필요가 있습니다.
수원지검 등 경기남부 지역에서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안내받았거나 이미 검사를 마친 상태라면, 검사 전후의 절차와 결과 활용 방향을 함께 점검해 보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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