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재판에서 유죄판결이 났으니 손해배상도 당연히 함께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가, 배상명령 신청서가 각하되었다는 통지를 받고 당황하는 피해자가 적지 않습니다. 배상명령은 별도의 민사소송 없이 형사절차 안에서 곧바로 손해배상 문제까지 정리할 수 있는 유용한 제도이지만, 법이 정한 요건을 하나라도 벗어나면 법원은 결정으로 신청을 각하합니다. 문제는 이 각하 결정에는 불복 신청 자체가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이어서, 왜 각하되었는지 이유를 미리 알아두지 않으면 대응할 시간을 놓치기 쉽습니다. 이 글에서는 배상명령 신청이 실제로 어떤 사유로 각하되는지, 그리고 각하된 이후에도 손해배상을 받을 방법이 남아 있는지 정리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배상명령 제도란 — 형사재판 안에서 곧바로 손해를 배상받는 절차
배상명령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5조에 근거한 제도로, 형사공판절차에서 유죄판결을 선고할 때 법원이 별도의 민사소송 없이 범죄로 인한 손해의 배상까지 함께 명하는 절차입니다. 법원이 직권으로 명할 수도 있고, 피해자나 그 상속인이 신청해서 절차를 시작할 수도 있습니다. 형사재판이 끝난 뒤 다시 민사소송을 제기해 처음부터 사실관계를 다투는 번거로움을 줄이자는 취지입니다.
다만 아무 범죄에나 적용되는 제도가 아닙니다. 제25조 제1항은 형법 제257조 제1항(상해), 제258조 제1항·제2항(중상해), 제259조 제1항(상해치사), 제262조(폭행치사상, 존속폭행치사상 제외)와 형법 제26장(과실치사상), 제38장(절도·강도), 제39장(사기·공갈), 제40장(횡령·배임), 제42장(손괴)에 해당하는 죄로 유죄판결을 선고하는 경우로 대상을 한정합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5조는 이와 별도로 일정한 성폭력범죄에도 배상신청을 허용하는 특례를 두고 있습니다.
배상 대상도 정해져 있습니다. 같은 조 제1항은 범죄행위로 발생한 직접적인 물적 피해, 치료비 손해, 위자료로 범위를 한정합니다. 이 범위 안에서 배상명령이 확정되면 민사판결과 같은 효력이 생겨 별도 소송 없이 강제집행까지 가능해집니다. 그만큼 신청 요건도 엄격하게 심사되고, 요건에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법원은 손쉽게 각하 결정으로 절차를 끝냅니다.
상해·중상해·상해치사, 폭행치사상(존속 제외)
과실치사상의 죄(형법 제26장)
절도·강도, 사기·공갈, 횡령·배임, 손괴의 죄
일부 성폭력범죄(성폭력처벌법 제25조 특례)
배상명령은 소송촉진법이 열거한 특정 범죄의 유죄판결을 전제로 하고, 요건 중 하나라도 어긋나면 법원은 각하 결정으로 절차를 끝낸다.
애초에 신청 대상이 아닌 범죄 — 각하 이전에 걸리는 문턱
가장 흔한 각하 사유는 사실 각하 사유라고 부르기도 애매합니다. 죄명 자체가 소송촉진법 제25조가 열거한 범위 밖이면, 법원이 요건을 따져보기도 전에 처음부터 배상명령의 대상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명예훼손, 모욕, 협박, 단순 폭행(형법 제260조)처럼 재산적·신체적 손해의 정형성이 낮다고 보는 범죄는 대상 목록에 들어 있지 않습니다.
존속에 대한 범죄도 주의가 필요합니다. 상해·중상해는 대상에 포함되지만, 존속폭행치사상은 제262조 괄호 안에서 명시적으로 제외됩니다. 배상명령을 신청하려는 죄명이 형법 제257조 제1항, 제258조 제1항·제2항, 제259조 제1항, 제262조, 그리고 제26·38·39·40·42장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부터 확인하지 않으면, 신청서를 접수해도 검토 단계에서 곧바로 각하됩니다.
여러 죄가 함께 기소된 사건에서는 더 헷갈리기 쉽습니다. 사기와 명예훼손이 함께 기소된 사건이라면 사기 부분의 손해에 대해서만 배상명령을 신청할 수 있고, 명예훼손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 부분은 애초에 배상명령의 대상이 아니어서 별도 민사소송으로 다퉈야 합니다. 신청서를 작성하기 전에 자신이 입은 손해가 어느 공소사실에서 비롯된 것인지 먼저 구분해두는 것이 각하를 피하는 첫걸음입니다.
무죄·공소기각이면 배상명령도 함께 무너진다
소송촉진법 제25조 제1항은 법원이 배상명령을 명할 수 있는 시점을 "유죄판결을 선고할 경우"로 못박고 있습니다. 배상명령은 형사판결에 부수해서만 성립하는 절차이기 때문에, 해당 공소사실에 대해 무죄, 면소, 공소기각 판결이 내려지면 배상명령 자체가 성립할 수 없고 신청은 각하됩니다. 형사책임이 인정되지 않는데 그에 부수한 손해배상만 따로 인정할 근거가 없다는 논리입니다.
여러 공소사실이 병합된 사건에서는 이 함정이 부분적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피고인이 A 혐의는 유죄, B 혐의는 무죄로 판단받았다면, A 혐의로 인한 손해에 대해서만 배상명령이 가능하고 B 혐의로 인한 손해 부분은 배상명령 대상에서 빠집니다. 신청서에 두 손해를 뭉뚱그려 적어냈다면 무죄 부분에 해당하는 금액만큼은 인정받지 못하거나 신청 전체가 정리되지 않은 채로 각하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혐의를 다투는 사건일수록 배상명령만 바라보고 기다리는 것은 위험합니다. 무죄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배상명령 신청과 별개로 민법상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를 살펴 민사소송을 함께 준비해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형사절차 결과에 따라 배상명령이 무산되더라도 민사소송이라는 대안이 남아 있어야 손해를 회복할 길이 끊기지 않습니다.
피해자·피해금액이 특정되지 않을 때
소송촉진법 제25조 제3항은 배상명령을 할 수 없는 구체적 사유를 나열하는데, 그 첫 두 가지가 피해자의 성명·주소가 분명하지 아니한 때와 피해금액이 특정되지 아니한 때입니다. 신청서에 피해자 인적사항을 정확히 기재하지 않았거나, 손해액을 "약 300만원 상당" 식으로 대략적으로만 적어낸 경우가 여기 해당합니다.
피해자가 다수인 사건에서 특히 자주 나타납니다. 여러 명의 피해금액이 뒤섞여 하나의 사건번호로 처리되는 사기·횡령 사건에서, 신청인이 자신의 몫을 다른 피해자 몫과 구분하지 않고 전체 피해액을 그대로 적어내면 법원은 그 신청인의 피해금액이 특정되지 않았다고 봅니다. 손괴·절도 사건에서도 피해물의 가액을 뒷받침할 자료 없이 신청서에 숫자만 써넣으면 같은 이유로 각하될 수 있습니다.
이를 피하려면 계좌이체 내역, 진단서와 치료비 영수증, 수리비 견적서나 세금계산서처럼 금액을 뒷받침하는 객관적 자료를 신청서에 함께 첨부해 손해액을 구체적인 숫자로 특정해야 합니다. 자료가 부족하다면 실제 지출한 금액과 앞으로 예상되는 손해를 나눠 적고, 후자는 배상명령이 아니라 민사소송에서 다투는 방식으로 정리하는 것도 각하를 피하는 실무적인 방법입니다.
배상책임의 유무나 범위가 명백하지 않을 때
제25조 제3항 제3호는 피고인의 배상책임 유무 또는 그 범위가 명백하지 아니한 때를 각하 사유로 정합니다. 피고인이 범행 자체는 유죄로 인정받았더라도, 배상책임의 존재나 손해액 산정 방식에 다툼이 남아 있으면 법원은 배상명령 절차 안에서 이를 판단하지 않고 각하합니다.
예를 들어 손괴 사건에서 피해물의 감가상각률이나 잔존가치를 두고 피고인 측이 다투는 경우, 사기 사건에서 피해자에게도 확인 소홀 등 일부 과실이 있었다고 주장하며 과실상계를 다투는 경우, 공범이 여러 명이어서 각자 부담해야 할 배상액 비율이 정리되지 않은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이런 사건은 형사재판부가 짧은 심리로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쟁점을 안고 있습니다.
배상명령은 원래 신속하고 간이한 절차로 설계되었기 때문에, 복잡한 사실관계나 법률적 다툼까지 전부 심리하도록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배상책임의 범위에 다툼이 있는 사건일수록 각하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미리 염두에 두고, 신청 단계에서부터 손해액 산정 근거와 과실비율에 대한 자료를 최대한 명확히 준비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배상명령은 신속·간이한 절차이므로 배상책임의 존재나 범위 자체가 다투어지는 사건은 심리 부담이 커 각하되기 쉽다.
공판절차 지연 우려 — "상당하지 않다"고 보는 경우
제25조 제3항 제4호는 배상명령으로 인하여 공판절차가 현저히 지연될 우려가 있거나 형사소송절차에서 배상명령을 함이 상당하지 아니하다고 인정한 때를 마지막 각하 사유로 규정합니다. 앞의 세 사유가 비교적 명확한 기준인 것과 달리, 이 사유는 법원의 재량적 판단이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손해액을 정하기 위해 추가 감정이나 별도의 증거조사가 필요해지면 형사재판 일정 자체가 늘어질 수 있습니다. 의료과실이 얽힌 상해 사건에서 후유장해율 감정이 필요한 경우, 여러 피고인의 책임비율이 복잡하게 얽힌 사건에서 각자의 부담 부분을 가려내야 하는 경우 법원이 이 조항을 근거로 각하하는 사례가 실무에서 자주 보입니다.
이 사유로 각하되었다는 것은 사건 자체의 배상책임이 부정된 것이 아니라, 형사절차라는 틀 안에서 다루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된 것뿐입니다. 오히려 손해액 산정이 복잡한 사건일수록 민사소송에서 감정 절차를 거쳐 정확한 금액을 다투는 편이 결과적으로 더 유리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고려할 부분입니다.
신청 시기를 놓치면 — 변론종결 후엔 받아주지 않는다
소송촉진법 제26조 제1항은 배상신청을 제1심 또는 제2심 공판의 변론종결시까지 사건이 계속된 법원에 해야 한다고 정합니다. 이 시한을 넘겨 신청서가 접수되면 부적법한 신청으로 각하됩니다. 신청 자체는 인지 첨부가 필요 없어 간편하지만, 타이밍을 놓치면 돌이키기 어렵습니다.
실무상 1심에서 신청 시기를 놓쳤더라도 항소심 변론종결 전까지는 다시 신청할 수 있어 완전히 기회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상고심은 법률심으로 사실관계를 새로 심리하지 않으므로, 항소심 변론종결 이후에는 배상명령을 신청할 수 있는 절차 자체가 남아 있지 않게 됩니다.
선고기일이 갑자기 앞당겨지거나 결심공판이 예상보다 빨리 잡히는 경우도 있어, 형사공판 일정을 미리 확인하고 되도록 이른 시점에 신청서를 제출해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손해액 산정 자료가 아직 다 갖춰지지 않았더라도 일단 신청서를 접수한 뒤 자료를 보완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이 시기 도과로 인한 각하를 피하는 실무적인 방법입니다.
각하되면 끝일까 — 불복 금지와 민사소송이라는 남은 길
소송촉진법 제32조는 배상신청이 부적법하거나 이유 없을 때, 또는 배상명령을 함이 상당하지 아니하다고 인정될 때 법원이 결정으로 이를 각하하도록 정합니다. 그리고 신청을 각하하거나 그 일부만 인용한 재판에 대해서는 신청인이 불복을 신청하지 못하며, 같은 배상신청을 다시 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각하 결정 자체에 대한 항고나 재신청의 길은 막혀 있는 셈입니다.
다만 이것이 손해배상을 받을 방법 자체가 사라졌다는 뜻은 아닙니다. 배상명령 신청이 각하되었더라도, 같은 손해를 근거로 한 별도의 민사소송은 제기할 수 있습니다. 배상명령 각하는 형사절차 안에서 간이하게 배상 문제를 처리하지 못했다는 의미일 뿐, 실체법상 손해배상청구권 자체를 소멸시키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형사재판에서 확정된 유죄 사실과 그 사건기록은 이후 민사소송에서 유력한 증거자료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시간을 무한정 끌 수는 없습니다.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민법 제766조에 따라 피해자가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불법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10년이 지나면 소멸시효가 완성됩니다. 배상명령이 각하되었다면 그 시점부터 곧바로 민사소송 제기를 검토해, 소멸시효가 다가올 때까지 손을 놓고 있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배상명령이 각하되면 별도로 각하 결정문을 받게 되나요?
A. 배상명령 여부는 통상 형사판결 선고와 함께 결정되며, 각하된 경우 그 사실이 형사판결문에 함께 기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판결문을 확인하거나 담당 재판부에 문의하면 각하 여부와 사유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Q. 배상명령이 일부만 인용되고 나머지는 각하되면 어떻게 되나요?
A. 소송촉진법 제32조에 따라 일부만 인용된 재판에 대해서도 불복 신청은 할 수 없습니다. 다만 인용되지 않은 나머지 손해 부분은 별도의 민사소송으로 다시 청구할 수 있습니다.
Q. 피고인이 이미 일부를 변제했다면 배상명령 신청은 어떻게 되나요?
A. 변제나 공탁으로 피해금액 전부가 회복된 사실이 확인되면 배상책임이 남아 있지 않다고 보아 신청이 각하될 수 있습니다. 일부만 변제·공탁된 경우에는 남은 금액에 대해서만 배상명령 여부가 검토됩니다.
Q. 1심에서 배상명령이 각하되면 항소심에서 다시 신청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소송촉진법 제26조는 제1심뿐 아니라 제2심 공판의 변론종결시까지 신청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어, 1심에서 각하되었더라도 항소심에서 새로 신청할 수 있습니다.
Q. 배상명령이 각하되면 형사처벌 자체에도 영향을 주나요?
A. 아닙니다. 배상명령은 유죄판결에 부수해 손해배상 문제를 정리하는 절차일 뿐이므로, 각하되더라도 이미 선고된 형사처벌의 효력에는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손해배상 문제만 민사소송으로 넘어가는 것입니다.
Q. 배상명령이 확정되면 민사판결과 똑같은 효력이 있나요?
A. 배상명령이 실제로 확정되면 확정된 민사판결과 같은 효력이 있어 별도 소송 없이 강제집행권원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는 각하가 아니라 배상명령이 실제로 내려진 경우에 한합니다.
맺음말
배상명령은 형사절차 안에서 손해배상까지 신속하게 정리할 수 있는 유용한 제도이지만, 그만큼 요건이 엄격합니다. 죄명이 대상 범위 밖이거나 무죄·공소기각으로 끝나는 경우, 피해자·피해금액이 특정되지 않은 경우, 배상책임의 유무나 범위에 다툼이 있는 경우, 공판절차 지연이 우려되는 경우, 그리고 변론종결 전까지 신청 시기를 지키지 못한 경우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법원은 각하 결정을 내리고, 그 결정에는 불복조차 할 수 없습니다.
다만 각하되었다고 해서 손해배상 자체를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별도의 민사소송으로 이어갈 수 있고, 형사재판에서 확정된 유죄 사실과 기록은 민사소송에서 유리한 증거자료가 됩니다. 다만 소멸시효를 넘기지 않도록 각하 이후에는 되도록 빨리 다음 절차를 준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라면, 각하 사유에 해당하지 않도록 피해금액을 뒷받침할 자료부터 미리 갖춰두는 것이 우선입니다. 수원지방법원 등 관할 재판부의 실무례를 참고해 신청 시점과 첨부자료를 함께 점검해보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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