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경법 이득액 산정 다툼, 집행유예의 갈림길
사건 개요
사기나 횡령·배임 혐의로 수사를 받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사건의 무게중심이 "혐의를 인정하느냐 부인하느냐"에서 "이득액이 얼마로 잡히느냐"로 옮겨가는 시점이 옵니다. 수사기관이 산정한 이득액이 5억 원을 살짝 넘긴 상태로 공소장에 적히는 순간, 사건은 형법이 아니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경법)의 적용을 받게 되고, 그 순간부터 방어의 성격 자체가 달라집니다.
실제로 상담을 청해 오는 분들 중에는 "혐의는 인정하지만, 검찰이 계산한 금액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말씀하시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여러 건의 거래를 하나로 묶어 합산했거나, 담보로 잡힌 재산이나 이미 변제한 금액을 빼지 않은 채 총액만 그대로 이득액으로 잡힌 경우입니다. 문제는 이 숫자 하나가 재판의 결론을 사실상 결정한다는 데 있습니다.
이득액이 5억 원 이상이면 특경법이 적용되어 최소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 법정형이 되고, 5억 원 미만이면 형법상 일반 사기·횡령·배임죄로만 처벌되어 집행유예의 문이 훨씬 넓게 열립니다. 그래서 이득액 산정을 다투는 것은 정상참작을 구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적용 법조 자체를 바꾸는 싸움입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에서 실제로 결과를 가르는 지점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수사기관이 여러 건의 범행을 하나로 묶어 이득액을 합산한 근거가 정당한지—즉 그 범행들이 법이 말하는 단순일죄 또는 포괄일죄 관계에 있는지, 아니면 각각 별개로 처벌받아야 할 경합범인지입니다. 둘째, 담보로 제공된 재산이나 이미 변제·정산된 금액이 이득액 산정에서 제대로 공제되었는지입니다. 셋째, 아직 실행에 이르지 못한 미수 부분이 기수로 취득한 금액과 섞여 부풀려지지 않았는지입니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은 이득액이 50억 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이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정합니다.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 법정형이라는 것은, 작량감경을 받아도 하한이 크게 낮아지지 않아 법원이 집행유예를 선택할 여지가 매우 좁아진다는 뜻입니다. 반대로 이득액이 5억 원 아래로 확정되면 이 조항 자체가 적용되지 않고, 형법상 사기죄(제347조, 개정법 기준 20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 벌금)나 횡령·배임죄가 적용되어 선고형의 폭이 크게 넓어집니다. 이 5억 원이라는 문턱 하나가 실형과 집행유예를 가르는 실질적인 분기점인 이유입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이득액을 '경합범'으로 분리해 5억 원 문턱 아래로
이 싸움에서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수사기관이 여러 차례의 범행을 하나로 합산한 근거가 실제로 정당한가입니다. 대법원 2005도7288 전원합의체 판결은 특경법상 이득액이란 단순일죄 또는 포괄일죄 관계에 있는 범행에서 취득한 금액을 뜻하는 것이지, 별개로 성립하는 여러 범행(경합범)의 이득액을 모두 더한 금액이 아니라고 못 박았습니다. 이 원칙을 근거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 순서로 사건을 재구성합니다.
1) 범행 사이의 시간적·수법적 연결고리를 하나하나 검토합니다.
포괄일죄로 인정되려면 동일한 범의 아래, 유사한 수법으로, 시간적·장소적으로 근접해 반복된 행위여야 합니다. 공소장에 첨부된 범행일람표를 항목별로 대조해, 피해자가 다르거나 범행 수법이 상이하거나 범행 사이에 상당한 시간적 공백이 있는 항목을 가려냅니다. 이런 항목이 있다면 그 부분은 별개의 경합범으로 분리되어야 한다고 주장할 근거가 됩니다.
2) 분리된 개별 금액이 5억 원 문턱에 어떻게 걸리는지 계산합니다.
범행 전체를 합치면 5억 원을 넘더라도, 포괄일죄로 묶이는 범위를 좁혀 개별 그룹의 이득액을 다시 산정하면 각 그룹이 5억 원 미만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실무에서 드물지 않습니다. 이 경우 특경법이 아니라 형법상 각 죄의 경합범으로 처벌되어, 법정형의 하한 자체가 크게 낮아집니다. 이 계산을 재판부가 납득할 수 있도록 표와 근거자료로 정리해 제출하는 것이 이 단계의 핵심입니다.
3) 공소장이 확정되기 전, 수사 단계에서부터 의견을 제출합니다.
이 다툼은 재판이 시작된 뒤보다 검찰이 이득액을 확정해 공소장에 적기 전에 제기할수록 유리합니다. 범행일람표가 어떤 근거로 묶였는지 석명을 요청하고, 분리 산정이 타당하다는 의견서를 수사 단계에서 미리 제출해 두면, 애초에 특경법이 아닌 형법상 죄명으로 기소되도록 이끌 여지가 생깁니다. 기소 이후에 이를 다투는 것보다 기소 전 단계에서 적용 법조 자체를 바꾸는 쪽이 훨씬 수월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담보·변제·미수 부분을 공제한 순 이득액으로 재산정
범행이 하나로 묶이는 것을 막지 못했다면, 다음 단계는 그 금액 자체의 크기를 다투는 것입니다. 이득액은 범행으로 실질적으로 취득한 재산상 이익을 의미하며, 거래 규모나 명목상 금액을 그대로 이득액으로 볼 수는 없습니다.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 항목들을 점검해 순 이득액을 다시 세웁니다.
1) 담보로 제공된 재산의 가액을 공제합니다.
대출사기나 담보사기 사건에서 가해자가 담보를 제공했다면, 그 담보의 가액만큼은 피해자가 회수 가능한 몫이므로 실질적 이득에서 빼야 합니다. 담보물의 시가를 감정해 그 액수를 이득액에서 공제하도록 주장하면, 특히 담보가액이 큰 사건에서는 이득액이 상당 폭으로 줄어들 수 있습니다.
2) 이미 변제·정산된 금액과 미수 부분을 분리합니다.
수사 단계에서 일부라도 피해금을 변제했거나, 정상적으로 제공된 용역·물품의 대가가 섞여 있는 경우 그 부분은 이득액에서 제외되어야 합니다. 또한 계약은 체결됐지만 실제 자금 이체나 재산 이전에 이르지 못한 미수 부분이 기수액과 뒤섞여 있다면, 이를 분리해 실제로 취득이 완료된 금액만 이득액으로 산정하도록 다툽니다. 이 작업은 계좌 흐름과 계약 이행 시점을 촘촘히 대조해야 하므로, 금융자료 확보와 회계 검토가 함께 이루어집니다.
3) 재산정된 금액을 감정·회계자료로 뒷받침합니다.
공제 항목을 주장만 해서는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담보물 감정평가서, 변제 내역이 담긴 금융거래내역, 계약 이행률을 보여주는 회계자료를 갖추어 재산정된 이득액을 숫자로 뒷받침해야 재판부가 이를 채택합니다. 이득액이 5억 원 아래로 확정되면 특경법 제3조 제1항의 벌금 병과(이득액 이하 상당액) 규정도 함께 적용되지 않아, 형량뿐 아니라 병과되는 벌금의 부담도 함께 줄어드는 효과가 있습니다.
결론
특경법 사건에서 유무죄만큼, 때로는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이득액이라는 숫자입니다. 검찰이 산정한 금액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5억 원이라는 문턱 하나 때문에 법정형의 하한이 3년 이상으로 뛰어오르고, 그 문턱 아래로 이득액을 되돌려 놓으면 같은 사건이라도 집행유예를 다툴 수 있는 자리로 돌아옵니다.
이 숫자는 수사 초기, 공소장이 확정되기 전부터 다투어야 손을 쓸 여지가 커집니다. 지금 사건의 이득액 산정 방식에 의문이 있다면, 그 근거가 합산·공제·미수 처리 어느 지점에서 다툴 여지가 있는지 한 번 점검을 받아보시기를 권합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