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라는 사람이 전화해서 합의 안 하면 고소한다는데 사기 같아요
사건 개요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옵니다. 상대는 자신을 "그 아이의 부모"라고 소개하며, 자녀와 있었던 일을 언급하고 다짜고짜 합의금을 요구합니다. "지금 합의하지 않으면 바로 고소하겠다"는 말과 함께, 정해진 계좌로 오늘 안에 입금하라는 재촉이 이어집니다. 전화를 받은 사람은 순간 머릿속이 하얘집니다. 자신이 정말 문제 될 만한 행동을 했는지조차 헷갈리고, 상대의 격앙된 말투에 눌려 일단 죄송하다는 말부터 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통화를 곱씹어 보면 이상한 점들이 하나둘 눈에 띕니다. 상대가 정말 그 아이의 부모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고, 어떤 일이 언제 있었는지 구체적으로 캐물으면 얼버무리며 화부터 냅니다. 계좌는 본인 명의도 아닌 것 같고, 문자나 서면이 아니라 오로지 전화로만, 그것도 "지금 당장" 입금을 요구합니다. 실제로 이런 전화를 받고 "이게 진짜 부모의 항의인지, 아니면 나를 노린 사기·공갈인지 모르겠다"며 상담을 청해 오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상대의 신원과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전화 한 통의 압박만으로 돈을 보내야 할 의무는 없습니다. 오히려 이런 방식의 요구 자체가 형사처벌 대상인 공갈·사기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반대로 실제로 문제 될 사실관계가 있는 경우라면, 섣부른 대응이 형사적으로 불리한 자료를 스스로 만드는 결과가 될 수도 있어 접근 방식이 달라져야 합니다.
핵심 쟁점
이런 전화 한 통을 마주했을 때 실제로 따져야 할 것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상대의 요구가 형법 제350조 공갈죄(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하는 협박인지입니다. 판례는 손해배상이나 합의금을 요구하는 것 자체는 정당한 권리행사로 보더라도, 그 요구의 방식과 정도가 사회통념상 용인되는 범위를 벗어나면 공갈로 본다는 태도를 취해 왔습니다. 즉시 송금을 강요하고, 응하지 않으면 곧바로 고소하겠다고 겁을 주며, 신원조차 밝히지 않는 방식은 이 범위를 벗어났다고 볼 여지가 큽니다.
둘째, 상대가 처음부터 존재하지도 않는 피해사실이나 신분을 꾸며 돈을 받아 내려 한 것이라면 형법 제347조 사기죄(2025.12.23 개정으로 2026.3.12부터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까지 겹쳐 성립할 수 있습니다. 셋째, 반대로 실제 자녀와 관련된 사실관계가 존재하는 경우라면, 전화 통화 중 무심코 한 인정 발언이나 사과가 이후 형사절차에서 불리한 정황증거로 쓰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 세 갈래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를 가리는 일이 대응의 출발점입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전화 압박이 공갈·사기 정황인지 가려내기
이런 상담이 들어오면 가장 먼저, 돈을 보내기 전에 상대의 요구가 정당한 것인지부터 객관적으로 검증하는 절차를 세웁니다.
1) 통화 내용을 있는 그대로 기록해 둡니다.
통신비밀보호법상 통화 당사자 본인이 자신이 참여한 통화를 녹음하는 것은 제3자의 도청과 달리 원칙적으로 적법합니다. 상대의 신원 주장, 요구 금액, "지금 당장 입금하라"거나 "합의 안 하면 고소한다"는 발언, 계좌 정보를 요구하는 방식을 통화 녹음과 발신번호·문자 캡처로 남겨 둡니다. 이 기록은 나중에 상대의 요구가 공갈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는 핵심 증거가 됩니다.
2) 상대의 신원과 청구 근거를 서면으로 요구합니다.
전화로는 "확인이 필요하니 요구 사항과 근거 자료를 문자나 내용증명으로 보내 달라"고만 답하고, 그 자리에서 사실관계를 인정하거나 부인하는 발언, 사과, 금액 협상은 하지 않습니다. 진짜 피해자 측이라면 서면 요구에 응하지 못할 이유가 없고, 반대로 서면화를 극도로 꺼리며 전화로만, 그것도 즉시성을 강조하며 밀어붙인다면 그 자체가 공갈·보이스피싱형 갈취의 전형적인 정황입니다.
3) 계좌 명의와 즉시 송금 요구를 별도로 점검합니다.
요구받은 계좌가 상대가 주장하는 신원과 명의가 일치하지 않거나, 제3자 명의·대포통장으로 의심되는 경우 경찰청 사이버수사대나 은행에 지급정지·계좌 추적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돈을 보낸 뒤에도 계좌 명의 불일치, 즉시 송금 강요 등의 정황이 확인되면 형법 제350조 공갈죄 또는 제347조 사기죄로 고소해 환수를 시도할 근거가 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실제 사실관계가 있을 경우까지 대비해 안전하게 대응하기
전화 상대가 진짜 피해자 측이고 실제로 문제 될 사실관계가 존재하는 경우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때는 접근이 완전히 달라져야 합니다.
1) 통화 중 섣부른 인정·사과를 하지 않습니다.
당황한 상태에서 나온 "죄송합니다", "그럴 의도는 아니었습니다" 같은 말이 통화 녹음으로 남으면, 이후 수사기관 조사에서 자백에 준하는 정황증거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사실관계를 다투거나 인정하는 판단은 전화 통화 자리에서 즉흥적으로 할 사안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일단 통화를 정리한 뒤 별도로 사실관계를 점검하는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2) 객관적 자료로 실제 사실관계를 먼저 확인합니다.
상대가 언급하는 시점·경위와 실제로 남아 있는 대화기록, 만남 경위, 상대방 나이 확인 여부 등 객관적 자료를 스스로 먼저 대조해 봅니다. 미성년자가 관련된 사안이라면 형법 제305조 미성년자의제강간 등이나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여부가 함께 문제 될 수 있어, 초기에 사실관계의 정확한 윤곽을 잡아 두는 것이 이후 대응의 방향을 정하는 데 결정적입니다.
3) 변호사를 창구로 세워 협상과 방어를 분리합니다.
실제로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도, 본인이 직접 상대와 통화하며 금액과 사실관계를 동시에 다투는 것은 위험합니다. 변호사를 통해 상대측 요구의 근거를 공식적으로 확인하고, 합의가 타당하다면 형사절차에서 양형에 반영될 수 있는 정상적인 절차로 진행하되, 근거 없는 과다 요구나 겁박에는 응하지 않도록 협상과 사실관계 확인을 분리해 진행합니다. 만약 상대의 주장이 결국 허위로 드러나 형사고소까지 이어졌다면, 그 허위 신고 자체가 형법 제156조 무고죄로 문제 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검토합니다.
결론
부모를 자처하는 전화 한 통에 그 자리에서 돈을 보내거나 무언가를 인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정당한 요구라면 서면과 근거 확인 절차를 거부할 이유가 없고, 그렇지 않다면 그 압박 자체가 공갈·사기라는 범죄일 수 있습니다.
통화 내용을 기록하고, 신원과 근거를 서면으로 요구하며, 섣부른 인정 발언을 피하는 것만으로도 대응의 방향은 크게 달라집니다. 이런 전화를 받아 판단이 서지 않는 상황이라면, 상대의 요구가 정당한 것인지 그리고 실제로 형사적 위험이 있는 것인지를 한 번 짚어 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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