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아파트나 상가, 토지 등 부동산을 매매한 뒤 입주 과정에서 매도인이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누수, 균열, 불법증축, 근저당 같은 하자가 뒤늦게 드러나는 분쟁이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매도인분들 중에는 “계약서에 현상태 그대로 매매한다고 적었으니 문제없다”, “이 정도 하자는 원래 다 있는 것이라 굳이 말할 필요 없었다”는 생각으로 알고 있던 결함을 그냥 넘어간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매수인이 하자를 뒤늦게 발견하고 문제를 삼으면, “몰랐다”, “특약으로 다 정리됐다”는 식으로 방어해보려 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매도인이 하자를 알면서도 고지하지 않은 경우 하자담보책임과 채무불이행책임, 나아가 불법행위책임까지 경합적으로 인정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매도인이 하자를 몰랐던 경우와 알고도 숨긴 경우는 손해배상의 범위와 청구할 수 있는 기간이 전혀 달라집니다.
아래에서는 매도인이 하자를 숨기고 판 경우 손해배상 범위가 어디까지 넓어지는지, 그리고 계약 취소나 형사 고소까지 검토할 수 있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하자를 알고도 숨겼다면 ‘현상태 매매’ 특약도 매도인을 보호하지 못합니다
민법은 매도인이 알고 고지하지 않은 하자에는 담보책임 면제 특약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부동산 매매계약서에는 흔히 “현 시설물 상태대로 매매한다”, “매도인은 하자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다”는 특약이 들어갑니다. 실무에서는 이 문구 하나로 매도인의 책임이 전부 사라진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민법 제584조는 매도인이 알고 고지하지 아니한 사실에 대하여는 담보책임 면제의 특약을 하였더라도 그 책임을 면하지 못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즉 특약의 효력은 매도인도 몰랐던 하자, 통상적인 사용에 따른 마모나 감손 정도에만 미치고, 매도인이 실제로 알고 있었던 결함에는 애초에 적용되지 않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매도인이 알았는가”를 어떻게 입증하느냐입니다. 과거 수리 이력, 관리사무소나 이웃의 진술, 매도인과 주고받은 문자·통화 녹음, 도배나 마감재로 하자를 가린 흔적이 있다면 이는 모두 매도인의 인식을 뒷받침하는 정황 증거가 됩니다.
‘현상태 매매’ 특약은 매도인이 몰랐던 하자에만 통하고, 알고도 숨긴 하자에는 처음부터 적용되지 않습니다.
2. 손해배상 범위는 매도인이 하자를 몰랐던 경우와 알고 숨긴 경우가 다릅니다
하자를 보수·처리하는 데 실제로 드는 비용은 하자담보책임과 채무불이행책임 모두에서 손해로 인정됩니다.
민법 제580조는 매매 목적물에 하자가 있을 때 매도인의 고의·과실을 묻지 않고 책임을 지우는 무과실책임입니다. 매수인이 하자를 알지 못했고 그에 과실이 없었다면, 매도인이 하자를 몰랐더라도 담보책임을 부담합니다.
문제는 이때 배상받을 수 있는 손해의 범위입니다. 대법원은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매매의 목적물에 하자가 있는 경우 매도인의 하자담보책임과 채무불이행책임은 별개의 권원에 의하여 경합적으로 인정된다. 이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하자를 보수하기 위한 비용은 매도인의 하자담보책임과 채무불이행책임에서 말하는 손해에 해당한다(대법원 2021. 4. 8. 선고 2017다202050 판결).
이 판례에 따르면 매수인은 하자를 실제로 보수·제거하는 데 든 비용, 즉 누수 공사비, 불법증축물 철거비, 오염토양·폐기물 처리비 등을 하자담보책임(민법 제580조)이나 채무불이행책임(민법 제390조) 어느 쪽으로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매도인이 하자를 몰랐던 경우에도 이 범위까지는 손해로 인정된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나아가 매도인이 하자를 알면서도 숨겼다면 손해배상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아래에서 보듯 불법행위책임까지 경합하면서 배상 범위와 청구 가능 기간이 함께 넓어집니다.
하자 보수·처리에 실제로 든 비용은 매도인의 인식 여부와 무관하게 손해로 인정되고, 매도인이 알고 숨겼다면 책임 범위는 더 넓어집니다.
3. 하자를 숨긴 사실이 드러나면 계약 취소와 형사 고소까지 검토할 수 있습니다
고지의무를 저버린 침묵도 신의칙상 사기죄의 기망행위가 될 수 있습니다.
매도인이 하자를 알면서도 숨기고 매매를 진행한 경우, 매수인이 쓸 수 있는 수단은 손해배상 청구에 그치지 않습니다. 착오 또는 사기를 이유로 매매계약 자체를 취소(민법 제109조, 제110조)하고 이미 지급한 매매대금을 돌려받는 원상회복 청구도 가능합니다.
나아가 매도인의 침묵이 형사상 사기죄로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부작위에 의한 기망의 성립 기준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습니다.
사기죄의 요건으로서의 기망은 널리 재산상의 거래관계에 있어 서로 지켜야 할 신의와 성실의 의무를 저버리는 모든 적극적 또는 소극적 행위를 말하는 것이고, 이러한 소극적 행위로서의 부작위에 의한 기망은 법률상 고지의무 있는 자가 일정한 사실에 관하여 상대방이 착오에 빠져 있음을 알면서도 이를 고지하지 아니함을 말하는 것으로서, 일반거래의 경험칙상 상대방이 그 사실을 알았더라면 당해 법률행위를 하지 않았을 것이 명백한 경우에는 신의칙에 비추어 그 사실을 고지할 법률상 의무가 인정되는 것이다(대법원 2000. 1. 28. 선고 99도2884 판결).
부동산 매매에서도 같은 법리가 적용됩니다. 매수인이 그 하자를 알았더라면 매매를 하지 않았거나 훨씬 낮은 가격에 계약했을 것이 명백한 정도의 중대한 하자라면, 매도인에게는 신의칙상 이를 고지할 법률상 의무가 있었다고 볼 여지가 큽니다. 이 경우 형법 제347조 사기죄로 고소하는 것도 함께 검토할 수 있습니다.
중대한 하자를 알면서 침묵한 매도인에게는 계약 취소·손해배상 외에 형사 고소까지 병행할 여지가 있습니다.
4.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기간은 어느 책임으로 구성하는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제척기간 6개월에 갇히지 않으려면 불법행위 책임 구성이 관건입니다.
하자담보책임(민법 제580조)은 매수인이 하자를 안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행사해야 하는 제척기간의 제약을 받습니다(민법 제582조). 이 기간이 지나면 하자담보책임만으로는 더 이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매도인이 하자를 알고도 숨긴 사실이 인정되면, 매수인은 불법행위(민법 제750조)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도 함께 갖게 됩니다. 이 청구권은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불법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10년 이내라면 행사할 수 있어(민법 제766조), 6개월이 이미 지난 사안에서도 구제의 길이 열립니다.
계약 취소를 택한다면 취소권 자체의 행사기간도 함께 따져야 합니다. 사기를 이유로 한 취소권은 추인할 수 있는 날, 통상 기망 사실을 안 날로부터 3년, 법률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 내에 행사해야 합니다(민법 제146조). 결국 매도인의 악의를 입증할 수 있는지가 청구 가능 기간 자체를 좌우합니다.
5. 손해배상을 받으려면 하자 발견 즉시 증거부터 체계적으로 확보해야 합니다
하자 발견 시점의 증거가 손해배상 범위를 온전히 인정받을 수 있는지를 좌우합니다.
매도인의 하자 은폐가 의심되는 상황이라면 통상 ①전문업체의 하자 진단·견적(누수탐지, 균열 정밀안전진단 등)으로 하자의 존재와 보수비용을 객관화 → ②매도인에게 내용증명으로 하자 사실과 손해배상을 청구 → ③합의가 되지 않으면 관할 법원(수원 소재 부동산이라면 수원지방법원)에 손해배상청구소송 제기, 은폐 정황이 뚜렷하다면 관할 경찰서(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에 사기 고소 병행 → ④소송 과정에서 감정인의 하자 감정을 거쳐 손해액을 최종 확정하는 순서로 진행됩니다.
특히 매도인이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뒷받침할 자료는 시간이 지날수록 확보하기 어려워지므로, 하자를 발견한 즉시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하자 부위의 사진·동영상과 전문업체의 진단서·견적서로 하자의 존재와 보수비용을 기록합니다.
매매계약서의 특약사항과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를 다시 확인해 ‘현상태 매매’ 문구와 매도인의 고지 내용이 실제로 일치하는지 대조합니다.
매도인과 주고받은 문자·통화 녹음, 과거 수리 이력 등 매도인이 하자를 알고 있었음을 뒷받침하는 정황 자료를 확보합니다.
이렇게 정리한 자료를 바탕으로 부동산 하자 분쟁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하자담보책임·채무불이행책임·불법행위책임 중 어느 쪽이 손해배상 범위와 청구기간 양쪽에서 더 유리한지를 함께 검토해 실질적인 회수 방안을 찾을 수 있습니다.
마치며
매도인이 하자를 숨기고 팔았다는 사실은 매수인 입장에서 뒤늦게, 그것도 우연히 드러나는 경우가 많아 초기 대응이 늦어지기 쉽습니다.
하자를 떠안은 매수인 입장에서는 감정적인 항의보다, 매도인이 실제로 하자를 알고 있었다는 정황과 보수비용을 객관적으로 정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반대로 하자를 몰랐다고 항변하는 매도인 입장에서도 “특약에 다 적어뒀다”는 말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으며, 하자를 인식한 시점과 경위가 없었음을 구체적으로 밝힐 수 있어야 합니다.
저는 부동산 매매 하자 분쟁에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매수인 쪽과, 반대로 하자 사실을 다투는 매도인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어떤 책임 구성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손해배상 범위와 결과가 크게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하자를 숨긴 정황이 있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입증은 어려워지고 청구할 수 있는 범위도 좁아집니다. 손해배상 범위를 정확히 따져보고 싶으시다면,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매도인이 “하자를 몰랐다”고 주장하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없나요?
A. 몰랐더라도 민법 제580조의 하자담보책임은 무과실책임이라 하자 보수·처리비용은 배상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매도인이 알고 숨겼다는 사실까지 입증되면 청구할 수 있는 책임의 종류와 기간이 더 넓어집니다.
Q. ‘현상태 매매’ 특약이 있으면 아예 청구할 수 없는 건가요?
A. 아닙니다. 민법 제584조에 따라 매도인이 알고 고지하지 않은 하자에는 그 특약의 효력이 미치지 않습니다. 특약은 통상적인 마모나 매도인도 몰랐던 하자에만 적용됩니다.
Q. 하자를 발견한 지 6개월이 넘었는데 이제는 늦은 건가요?
A. 하자담보책임만으로는 제척기간(6개월)이 지나 어렵습니다. 다만 매도인이 알고 숨겼다는 사실이 인정되면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안 날로부터 3년, 있은 날로부터 10년까지 행사할 수 있습니다.
Q. 손해배상 대신 계약을 아예 취소하고 대금을 돌려받을 수도 있나요?
A. 가능합니다. 매도인의 기망으로 착오에 빠져 계약했다는 점이 인정되면 민법 제110조에 따라 계약을 취소하고 이미 지급한 대금의 반환을 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동안 사용·거주한 부분에 대한 정산 문제는 별도로 검토해야 합니다.
Q. 형사 고소와 민사 손해배상 청구를 같이 진행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사기죄로 고소해 확보되는 수사 기록이 민사상 손해배상·취소 청구의 입증자료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아, 두 절차를 병행하는 것이 실무적으로 유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Q. 손해배상 범위에 시세 하락분이나 정신적 손해도 포함되나요?
A. 하자 보수·처리비용이 기본이며, 하자로 인해 목적물의 가치가 실제로 하락했다면 그 차액도 손해로 주장할 수 있습니다. 다만 정신적 손해(위자료)는 재산적 손해 회복만으로는 회복되지 않는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에 제한적으로 인정됩니다.
Q. 매도인이 하자를 알고 있었다는 건 어떻게 입증하나요?
A. 과거 수리 이력, 관리사무소·이웃의 진술, 매도인과의 문자·통화 녹음, 도배나 마감재로 가린 은폐 흔적 등이 정황 증거가 됩니다. 하자를 발견한 즉시 이런 자료부터 확보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