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부동산 매매 계약서에 “현 상태 그대로 매매한다”는 특약을 넣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오래된 주택이나 노후 건물 거래에서 특히 자주 보이는 문구인데, 매도인 쪽에서는 이 한 줄만 넣으면 인도 이후에 나오는 하자 문제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진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상담한 매도인분들 중 상당수는 “특약에 현 상태 그대로 매매한다고 분명히 적었으니 나중에 문제가 생겨도 내 책임은 아니다”라는 생각으로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경우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매수인이 입주 후 누수나 균열, 배관 문제 같은 하자를 발견하고 손해배상이나 하자보수를 요구하면, “특약에 명시했으니 책임이 없다”는 항변만으로는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현 상태 매매” 특약의 효력 범위를 매도인이 알고도 고지하지 않은 하자까지 면제하는 것으로 함부로 넓혀 해석하지 않는다는 태도를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특약 문구가 있다는 사정만으로 하자담보책임 전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아래에서는 “현 상태 매매” 특약이 있어도 하자담보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경우와 물을 수 없는 경우, 그리고 하자를 발견했을 때 어떤 절차로 대응해야 하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현 상태 매매’ 특약만으로 하자담보책임이 자동 면제되지 않습니다
특약 문구는 관행적 표현일 뿐, 명시적 면책 합의로 곧바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민법 제580조는 매매 목적물에 하자가 있고 매수인이 그 사실을 알지 못했으며 알지 못한 데 과실이 없는 경우, 매도인이 그 하자에 대해 담보책임을 지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하자란 거래 통념상 그 물건이 통상 갖추어야 할 객관적인 성질·성능을 갖추지 못했거나, 계약 당시 당사자가 서로 예정하거나 보증한 성질을 갖추지 못한 상태를 말합니다.
실무에서는 계약서 특약란에 “현 상태 그대로 매매한다”는 문구를 상투적으로 넣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이 문구는 통상 건물이나 시설의 현황을 있는 그대로 인도한다는 취지를 확인하는 관용적 표현으로 쓰이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매도인이 알고 있는 구체적 하자까지 포함해 담보책임 전체를 면제한다는 명시적 합의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대법원도 하자의 존부를 판단할 때, 매매 목적물이 거래 통념상 기대되는 객관적 성질·성능을 갖추었는지를 계약 성립 시점을 기준으로 살펴야 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매매의 목적물이 거래통념상 기대되는 객관적 성질·성능을 결여하거나, 당사자가 예정 또는 보증한 성질을 결여한 경우에 매도인은 매수인에 대하여 그 하자로 인한 담보책임을 부담한다 할 것이고, 다만 위와 같은 하자의 존부는 매매계약 성립시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0. 1. 18. 선고 98다18506 판결).
즉 “현 상태 그대로”라는 표현은 계약 당시 눈에 보이는 외관이나 현황을 그대로 인수한다는 의미에 그칠 뿐, 계약 당시에는 드러나지 않았던 구조적 하자, 예컨대 누수의 원인이 되는 방수층 결함이나 주요 배관·설비의 기능 이상까지 매수인이 전부 떠안기로 한 것으로 곧바로 해석되지는 않습니다.
“현 상태 매매” 특약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하자담보책임이 자동으로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2. 매도인이 알고 고지하지 않은 하자는 특약이 있어도 책임을 면하지 못합니다
담보책임 면제 특약을 두었더라도, 알면서 숨긴 하자는 예외 없이 책임 대상입니다.
민법 제584조는 매도인이 하자담보책임을 면하는 특약을 맺은 경우에도, 매도인이 알고 고지하지 않은 사실이나 제3자에게 권리를 설정·양도한 행위에 대해서는 책임을 면하지 못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현 상태 매매” 특약이 설령 담보책임을 면제하는 취지로 폭넓게 해석된다 하더라도, 이 조항 앞에서는 한계가 분명합니다.
예를 들어 매도인이 이미 누수나 균열, 배관 파손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이를 매수인에게 알리지 않고 “현 상태 그대로”라는 문구 뒤에 숨어 넘어가려 한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이런 사안에서는 특약의 존재와 무관하게, 매도인이 하자를 알면서 고지하지 않았다는 사실관계가 입증되면 담보책임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비슷한 취지는 토지 매매에서도 확인됩니다. 대법원은 매매 목적물인 토지에 다량의 폐기물이 매립되어 있어 처리비용이 발생한 사안에서, 토지가 통상 갖출 것으로 기대되는 품질·상태를 갖추지 못한 것은 하자에 해당하고 매도인이 하자담보책임에 따른 손해배상 의무를 진다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21. 4. 8. 선고 2017다202050 판결). 매도인이 문제된 사정을 알았는지, 알리지 않았는지가 쟁점이 되는 구조는 건물 매매의 “현 상태” 특약 사안과 다르지 않습니다.
결국 관건은 특약 문구 자체가 아니라, 매도인이 문제의 하자를 계약 당시 실제로 인식하고 있었는지, 그리고 이를 매수인에게 제대로 알렸는지입니다. 이 부분은 결국 사실관계와 증거의 문제로 귀결됩니다.
담보책임을 면제하는 특약이 있어도, 매도인이 알고 고지하지 않은 하자에 대해서는 책임을 면할 수 없습니다.
3. 매수인이 하자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면 책임을 물을 수 없습니다
매수인의 선의·무과실이 하자담보책임 성립의 또 다른 축입니다.
민법 제580조는 매도인의 책임 요건으로 매수인이 하자를 알지 못했을 것, 그리고 알지 못한 데 과실이 없을 것을 함께 요구합니다. 계약 당시 현장을 답사하면서 육안으로 확인 가능한 균열이나 누수 흔적, 곰팡이 자국 등을 매수인이 이미 인지했거나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알 수 있었던 상태였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나중에 하자담보책임을 묻기 어렵습니다.
여기서 “현 상태 매매” 특약이 완전히 무의미한 것은 아닙니다. 특약은 매도인의 고지 없이도 매수인이 현장 확인을 통해 건물의 노후 상태나 외견상 하자를 이미 인식하고 거래에 임했다는 정황을 뒷받침하는 자료로는 작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는 담보책임을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근거가 아니라, 매수인의 인식 여부를 판단하는 여러 정황 중 하나로 참작될 뿐입니다.
반대로 매수인 입장에서는, 계약 체결 당시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나 현장 사진, 문자·통화 기록 등으로 자신이 특정 하자를 인식하지 못했다는 점, 그리고 통상적인 주의를 기울였다는 점을 뒷받침할 자료를 남겨 두는 것이 나중에 분쟁이 생겼을 때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매수인이 계약 당시 하자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경우에는, 특약과 무관하게 담보책임을 묻기 어렵습니다.
4. 하자담보책임의 권리행사기간과 청구 범위는 정해져 있습니다
안 날로부터 6개월 안에 움직이지 않으면 권리 자체가 소멸합니다.
민법 제582조는 하자담보책임에 따른 권리를 매수인이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행사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 기간은 소멸시효가 아니라 제척기간이어서 협의나 사정으로 정지·중단되지 않고, 기간이 지나면 권리 자체가 사라집니다. 여기서 “안 날”은 단순히 누수나 균열 같은 결과를 인식한 시점이 아니라, 그 결과가 목적물 자체의 하자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까지 인식한 시점을 뜻합니다.
다만 재판 외에서 매도인에게 하자 사실을 통지하고 손해배상이나 하자보수를 요구하는 것만으로도 6개월 이내 권리행사로 인정될 수 있어, 반드시 소송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통지 사실과 시점을 뒷받침할 자료, 예컨대 내용증명이나 문자 기록을 남겨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청구할 수 있는 범위는 하자의 정도에 따라 달라집니다. 하자로 인해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정도라면 민법 제575조가 준용되어 계약 해제까지 가능하고, 그 정도에 이르지 않는다면 하자를 고치는 데 드는 비용이나 그로 인한 가치 하락분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매도인의 하자담보책임과 별개로 계약상 채무불이행에 해당하는 사정이 있다면, 채무불이행 책임을 함께 주장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5. 하자를 발견했다면 이런 순서로 확인하고 대응해야 합니다
내용증명 발송 전 자료 정리가 이후 대응 방향을 결정합니다.
하자를 발견한 매수인은 통상 ①매도인에게 하자 사실을 통지하고 보수·배상을 요구하는 내용증명 발송 → ②협의가 되지 않으면 관할 법원(수원 지역 부동산이라면 수원지방법원)에 손해배상 또는 하자보수청구 소송 제기 → ③필요한 경우 하자 원인과 보수비용을 확인하기 위한 감정 절차 진행 → ④판결 또는 조정을 통한 분쟁 종결의 순서로 절차가 진행됩니다. 다투는 금액이 크지 않다면 소액사건이나 조정 절차를 먼저 검토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자를 발견했다면 감정적으로 항의부터 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정리해 두는 것이 이후 대응에 유리합니다.
하자의 상태를 사진·영상으로 촬영하고, 발견 시점과 경위를 구체적으로 기록해 둡니다.
매매계약서의 특약 문구,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 계약 당시 주고받은 문자·대화 기록을 모두 모아 둡니다.
하자 보수에 필요한 비용을 전문업체 견적 등으로 확인하고, 6개월 제척기간 내에 매도인에게 내용증명으로 통지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하자담보책임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특약의 해석 범위와 매도인의 인식 여부를 구체적으로 다투어 실질적인 배상이나 보수를 받아낼 가능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마치며
“현 상태 매매” 특약이 걸린 하자 분쟁은, 계약서에 적힌 문구 한 줄 때문에 아예 손을 놓아버리거나, 반대로 특약만 믿고 안심했다가 뒤늦게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자를 발견한 매수인 입장에서는 특약이 있다고 지레 포기하기보다, 매도인이 그 하자를 알고 있었는지, 계약 당시 이를 확인할 수 있었는지를 먼저 따져보는 것이 순서입니다. 반대로 매도인 입장에서도 “현 상태 그대로 매매한다고 써 두었으니 문제없다”는 생각만으로는 충분한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계약 당시 하자를 알았는지, 이를 매수인에게 알렸는지에 따라 결론이 크게 달라집니다.
저는 부동산 매매 하자 분쟁에서 하자를 주장하는 매수인 쪽과, 반대로 특약의 효력을 다투는 매도인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같은 특약 문구라도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계약서의 문구 하나로 결론이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그 뒤에 있는 사실관계가 결론을 좌우합니다. 지금 상황을 정확히 짚어봐야 할 때,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현 상태 그대로 매매한다”는 특약이 있으면 하자보수 요구는 아예 할 수 없나요?
A. 아닙니다. 특약이 있어도 매도인이 알고 고지하지 않은 하자, 매수인이 계약 당시 알 수 없었던 하자에 대해서는 민법 제580조·제584조에 따라 담보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Q. 매도인이 하자를 몰랐다고 주장하면 어떻게 되나요?
A. 매도인이 실제로 알았는지는 사실관계 문제입니다. 하자의 종류, 발생 경위, 매도인의 거주·관리 이력 등을 근거로 매도인이 몰랐을 리 없다는 점을 입증하면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Q. 하자를 발견하고 시간이 꽤 지났는데 지금도 청구할 수 있나요?
A. 하자 사실과 그것이 목적물 자체의 결함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안 날로부터 6개월이 지났다면 제척기간 도과로 청구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인도일로부터 오래 지난 경우도 별도 검토가 필요하니 발견 즉시 통지부터 해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Q. 중개사가 하자를 알려주지 않았다면 매도인 대신 중개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나요?
A. 중개사가 확인·설명 의무를 소홀히 했다면 별도로 공인중개사법상 책임을 물을 여지가 있지만, 이는 매도인의 하자담보책임과는 별개의 법률관계입니다. 매도인 책임과 중개사 책임을 함께 검토하는 것이 실익이 있습니다.
Q. 하자보수비용과 손해배상 중 무엇을 청구해야 하나요?
A. 하자로 계약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정도라면 계약 해제까지 가능하고, 그 정도가 아니라면 보수비용이나 가치 하락분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사안에 따라 채무불이행 책임을 함께 주장할 수도 있습니다.
Q. 계약서에 “담보책임을 면제한다”고 구체적으로 썼다면 결과가 달라지나요?
A. 문구가 구체적이고 명확할수록 면책 특약으로 인정될 가능성은 높아집니다. 다만 그 경우에도 매도인이 알고 고지하지 않은 사실에 대해서는 민법 제584조에 따라 여전히 책임을 면하지 못합니다.
Q. 하자 분쟁은 꼭 소송까지 가야 해결되나요?
A. 내용증명을 통한 협의나 법원의 조정 절차로도 해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협의가 되지 않고 제척기간이 임박했다면 시간을 끌기보다 소송이나 조정 신청으로 권리행사 사실을 명확히 남겨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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