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해로 다쳐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와 휴업급여를 받았다면 사건은 끝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때부터 회사를 상대로 한 민사 손해배상 청구가 남아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이미 받은 산재보험급여와 앞으로 받을 손해배상금이 어떤 관계에 있는지, 특히 배상액에서 얼마가 공제되는지를 정확히 모른 채 합의에 나서는 근로자가 적지 않다는 점입니다. 공제되는 항목과 공제되지 않는 항목이 따로 있고, 공제와 과실상계 중 무엇을 먼저 계산하느냐에 따라서도 최종 배상액이 크게 달라집니다. 이 글에서는 산재보험급여를 받은 근로자가 회사를 상대로 민사 배상을 청구할 때 공제되는 범위와 계산 순서를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산재보험급여와 민사 배상, 왜 동시에 문제되나
산재보험은 근로자의 과실 여부를 따지지 않고 신속하게 치료비와 생계비를 보전해 주는 무과실 사회보험 제도입니다. 반면 회사를 상대로 한 민사상 손해배상청구는 사용자의 고의·과실에 의한 불법행위(민법 제750조) 또는 근로계약상 안전배려의무 위반(채무불이행)을 근거로 하며, 산재보험이 보전해 주지 못하는 위자료 등 손해까지 포괄해 청구할 수 있습니다. 두 제도는 인정 근거와 보상 범위가 달라 근로자는 원칙적으로 둘 다 청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같은 손해를 두 번 배상받게 하는 것은 부당이득에 해당하므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이중전보를 막는 조정 장치를 두고 있습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80조 제2항은 "수급권자가 동일한 사유에 대하여 이 법에 따른 보험급여를 받으면 보험가입자는 그 금액의 한도 안에서 민법이나 그 밖의 법령에 따른 손해배상의 책임이 면제된다"고 규정합니다. 즉 회사가 배상해야 할 금액에서 근로자가 이미 받은 산재보험급여만큼은 공제된다는 의미입니다. 다만 이 조항이 말하는 "동일한 사유"의 범위와 공제 순서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면, 받을 수 있는 배상액을 스스로 깎아 버리는 결과가 생길 수 있습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80조 제2항은 근로자가 이미 받은 산재보험급여만큼 회사의 민사 배상책임을 면제한다고 정한다 — 다만 그 범위는 '동일한 사유'에 해당하는 항목으로 한정된다.
공제되는 급여 — 요양급여·휴업급여·장해급여·유족급여
판례와 실무는 산재보험급여 중 회사의 손해배상책임과 성질이 같은 급여만 공제 대상으로 봅니다. 이를 흔히 동질성의 원칙이라고 하는데, 손해배상 항목과 보험급여 항목이 서로 대응하는 것끼리만 상계할 수 있고 전체 급여 총액을 전체 손해액에서 뭉뚱그려 빼는 방식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대표적으로 치료비 명목의 요양급여는 근로자가 청구하는 적극적 손해(치료비) 중 이미 지급된 부분에서, 근로소득 감소를 보전하는 휴업급여·상병보상연금·장해급여·유족급여는 소극적 손해인 일실수입 부분에서 각각 공제됩니다.
이렇게 항목을 나누어 대응시키는 이유는 산재보험급여 각각이 애초에 특정한 손해 항목을 겨냥해 설계돼 있기 때문입니다. 요양급여는 치료에 실제로 든 비용을, 휴업급여와 상병보상연금은 요양 기간 중 일하지 못해 생긴 소득 손실을, 장해급여와 유족급여는 노동능력 상실이나 사망으로 인한 장기적인 소득 손실을 전보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공제도 그 설계 목적에 맞춰 대응하는 손해 항목에서만 이루어집니다.
요양급여 — 적극적 손해인 치료비에서 공제
휴업급여·상병보상연금 — 휴업기간 중 일실수입에서 공제
장해급여 — 노동능력 상실로 인한 장래 일실수입에서 공제
유족급여 — 사망으로 인한 일실수입(상속분 상당)에서 공제
공제되지 않는 항목 — 위자료와 장의비의 예외
위자료(정신적 손해)는 애초에 산재보험급여로 전보되는 손해가 아니므로 공제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산재보험급여는 재산상 손해인 치료비와 일실수입만을 정형화해 보상하는 제도이고, 근로자가 입은 정신적 고통을 배상하는 위자료 항목은 산재보험급여와 성질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때 위자료는 산재보험급여 수령 여부와 무관하게 별도로 청구할 수 있고, 이미 받은 급여로 인해 그 자체가 깎이지는 않습니다.
장의비도 마찬가지로 취급을 구분해야 합니다. 장의비는 실제 장례에 든 비용을 보전하는 항목이라는 점에서 원칙적으로 재산상 손해 중 장례비 항목에서만 공제되고, 위자료나 일실수입에서는 공제되지 않습니다. 항목을 구분하지 않고 손해 전체에서 급여 총액을 그대로 빼는 방식으로 계산하면, 근로자가 받아야 할 배상액이 실제보다 부당하게 줄어드는 결과가 생길 수 있습니다.
손익상계와 과실상계, 어느 것을 먼저 하느냐
근로자에게도 과실이 있는 사고라면 손해배상액을 정할 때 과실상계(민법 제396조, 제763조)도 함께 적용됩니다. 문제는 순서입니다. 손해액에서 산재보험급여를 먼저 공제한 뒤 과실상계를 할 것인지, 아니면 과실상계를 먼저 해서 회사가 배상할 금액을 정한 뒤 그 금액에서 급여를 공제할 것인지에 따라 근로자가 최종적으로 받는 금액이 달라집니다.
대법원은 2022년 3월 24일 선고한 2021다241618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종래의 '과실상계 후 공제' 방식을 변경해, 재해근로자의 손해배상청구액은 보험급여와 같은 성질의 손해액에서 먼저 보험급여를 공제한 다음 과실상계를 하는 '공제 후 과실상계' 방식으로 산정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법리는 산재보험 가입 사업주를 상대로 한 소송에도 그대로 적용되며, 이후 대법원 2025년 6월 26일 선고 2023다297141 판결도 같은 원칙을 재확인했습니다.
판례가 순서를 바꾼 이유는 산재보험급여의 사회보장적 성격에 있습니다. 과실상계를 먼저 하면 근로자의 과실비율만큼 이미 줄어든 배상액에서 급여 전액이 다시 빠져나가, 사실상 근로자의 과실 부분까지 산재보험이 대신 갚아주는 셈이 되어 버립니다. 공제를 먼저 하면 이런 왜곡이 줄어들어 같은 사실관계에서도 근로자에게 더 유리한 결과가 나옵니다.
손해액에서 산재보험급여를 먼저 뺀 다음 과실비율을 곱하는 '공제 후 과실상계' 방식이 원칙이다 — 순서를 바꾸면 근로자의 최종 수령액이 달라진다.
숫자로 보는 공제 계산 — 두 방식의 차이
계산 방식의 차이를 구체적인 숫자로 살펴보겠습니다. 치료비 2,000만원, 일실수입 6,000만원, 위자료 2,000만원으로 손해액이 총 1억원이고, 사고에 대한 근로자의 과실이 30%, 회사의 과실이 70%로 인정되었으며, 근로자는 이미 요양급여 2,000만원과 휴업급여·장해급여 합계 3,000만원을 받았다고 가정하겠습니다.
'과실상계 후 공제' 방식으로 계산하면, 치료비는 2,000만원의 70%인 1,400만원에서 요양급여 2,000만원을 공제해 0원(초과분은 그대로 소멸), 일실수입은 6,000만원의 70%인 4,200만원에서 급여 3,000만원을 공제해 1,200만원, 위자료는 공제 없이 2,000만원의 70%인 1,400만원이 되어 배상액 합계는 2,600만원에 그칩니다.
반면 '공제 후 과실상계' 방식으로 계산하면, 치료비는 (2,000만원-2,000만원)×70%=0원, 일실수입은 (6,000만원-3,000만원)×70%=2,100만원, 위자료는 공제 대상이 아니므로 2,000만원×70%=1,400만원이 되어 배상액 합계는 3,500만원이 됩니다. 같은 사실관계에서도 계산 순서 하나로 900만원의 차이가 생기는 셈이며, 이 예시는 이해를 돕기 위한 가정치일 뿐 실제 사건의 배상액은 손해 항목별 산정에 따라 달라집니다.
근로복지공단의 구상권 — 공단이 대신 청구하는 몫
근로자가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받기 전에 산재보험급여부터 지급받았다면, 공단은 그 지급한 급여액 범위 안에서 근로자가 회사에 대해 갖는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신 행사할 수 있습니다(구상권). 이는 근로자가 같은 손해를 이중으로 전보받는 것을 막는 동시에, 공단이 지출한 보험재정을 회수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다만 앞서 본 2021다241618 전원합의체 판결은 구상권의 범위도 함께 제한했습니다. 공단이 지급한 보험급여 중 근로자의 과실비율에 해당하는 부분은 공단이 근로자를 위해 종국적으로 부담하는 몫으로 보아, 그 부분까지 회사에 구상할 수는 없다고 판시한 것입니다. 그 결과 공단이 회사로부터 구상해 가는 금액과 근로자가 회사로부터 직접 받는 배상액을 더한 총액이, 근로자의 과실비율만큼 줄어든 채 회사가 최종적으로 부담해야 할 손해액과 맞아떨어지게 됩니다.
장래에 받을 급여, 지금 배상액에서 뺄 수 있나
공제 대상은 원칙적으로 근로자가 이미 지급받은 산재보험급여로 한정됩니다. 아직 지급받지 않았고 지급 여부·액수도 확정되지 않은 장래의 급여를 미리 배상액에서 공제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습니다. 특히 장해보상연금이나 유족보상연금처럼 매년 나누어 지급되는 급여는, 앞으로 몇 년을 더 받을지 알 수 없는 불확정한 금액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80조 제2항 후단은 "장해보상연금 또는 유족보상연금을 받고 있는 사람은 장해보상일시금 또는 유족보상일시금을 받은 것으로 본다"고 정해, 연금 수급자라도 공제 계산에서는 일시금 상당액을 기준으로 삼도록 의제하고 있습니다. 회사와 배상액을 협의하거나 소송을 진행할 때 이 의제 규정을 놓치면 공제액 산정 자체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합니다.
합의·소송 진행 시 실무에서 놓치기 쉬운 부분
회사와 합의서를 작성할 때는 합의금 항목이 치료비·일실수입·위자료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를 명확히 구분해 기재해야 합니다. 항목 구분 없이 총액만 정하면, 이후 공단이나 회사 쪽에서 이미 지급된 급여와 합의금이 같은 항목인지를 두고 다투는 여지가 남고, 위자료로 받은 돈까지 산재보험급여와 상계되었다고 주장당할 수 있습니다.
또한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 전에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받은 급여 내역(요양급여·휴업급여·장해급여 등 항목별 지급액과 지급일)을 미리 확인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소송 중에 회사 측이 공단 급여 지급 자료를 제출해 공제를 주장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근로자 쪽에서도 항목별 공제 범위를 미리 계산해 두어야 협상이나 변론에서 불리한 공제 주장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소멸시효도 놓치기 쉬운 부분입니다. 산재보험급여를 받을 권리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112조에 따라 청구할 수 있는 때로부터 3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시효로 소멸합니다. 반면 회사를 상대로 한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권은 민법 제766조에 따라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불법행위가 있었던 날로부터 10년 안에 행사해야 합니다. 두 시효는 별개로 진행되므로, 공단에 급여를 청구했다는 사실만으로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시효까지 함께 멈추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합의서에는 치료비·일실수입·위자료를 항목별로 구분해 금액을 기재할 것
근로복지공단 급여 지급 내역(항목·금액·지급일)을 소송 전에 확보할 것
위자료는 별도 항목으로 명시해 공제 대상에서 배제되도록 할 것
장해·유족연금 수급자는 일시금 의제액을 기준으로 공제 범위를 확인할 것
자주 묻는 질문
Q. 산재보험급여를 받았다고 회사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는 건 아닌가요?
A. 산재보험급여와 민사 손해배상은 근거와 보상범위가 달라 원칙적으로 함께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같은 성질의 손해를 이중으로 배상받을 수는 없어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80조에 따라 이미 받은 급여만큼 회사의 배상책임 중 해당 부분이 공제됩니다.
Q. 위자료도 산재보험급여를 받으면 깎이나요?
A. 위자료는 산재보험급여가 전보하는 손해와 성질이 달라 공제 대상이 아닙니다. 다만 근로자에게 과실이 있다면 위자료도 과실상계의 대상이 되어 과실비율만큼은 줄어들 수 있습니다.
Q. 공제와 과실상계 중 어느 것을 먼저 계산해야 하나요?
A. 대법원 2021다241618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손해액에서 산재보험급여를 먼저 공제한 다음 과실상계를 하는 '공제 후 과실상계' 방식이 원칙입니다. 순서를 반대로 계산하면 근로자가 받을 배상액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Q. 근로복지공단이 회사에 구상권을 행사하면 저는 손해배상을 받을 수 없나요?
A. 공단의 구상권은 이미 지급한 급여 범위 안에서만 인정되고, 근로자의 과실비율에 해당하는 급여 부분까지는 회사에 구상하지 않습니다. 급여로 전보되지 않은 나머지 손해는 근로자가 회사에 직접 청구할 수 있습니다.
Q. 앞으로 받을 장해보상연금도 지금 배상액에서 미리 빼야 하나요?
A. 아직 지급받지 않은 장래의 급여는 원칙적으로 공제 대상이 아닙니다. 다만 연금 수급자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80조 제2항 후단에 따라 일시금을 받은 것으로 의제되어, 그 일시금 상당액을 기준으로 공제 범위가 정해집니다.
Q. 회사와 합의할 때 무엇을 가장 조심해야 하나요?
A. 합의금이 치료비·일실수입·위자료 중 어느 항목에 해당하는지를 구분해 합의서에 명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항목 구분 없이 총액만 정하면 이미 지급된 산재보험급여와의 공제 범위를 두고 나중에 다툼이 생길 수 있습니다.
맺음말
산재보험급여를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가 막히거나 자동으로 줄어드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어떤 항목이 공제되고 어떤 항목은 공제되지 않는지, 공제와 과실상계 중 무엇을 먼저 적용하는지에 따라 실제로 손에 쥐는 배상액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미 받은 급여 내역을 항목별로 정리하고, 손해액도 치료비·일실수입·위자료로 나누어 따져보는 것이 배상액을 제대로 계산하는 출발점입니다.
수원과 경기남부 지역 사업장에서 발생한 산업재해라면, 근로복지공단의 급여 지급 내역과 사업장 자료를 함께 확보해 두는 것이 회사와의 협상이나 소송 준비에 도움이 됩니다. 공제 범위를 둘러싼 다툼은 항목 하나하나를 근거자료로 뒷받침해야 유리하게 풀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