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신고 후 법원에서 접근금지와 연락금지 결정을 받았는데, 며칠 뒤 피해자가 먼저 전화를 걸어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접근금지 결정에는 전화나 문자메시지 등 전기통신을 이용한 연락 금지가 함께 포함되는 경우가 많다보니, 피해자가 먼저 전화를 걸어왔다면, 전화를 받는 것만으로도 접근금지 위반이 되는지 고민될 수 있습니다.
대개는 상대방이 먼저 연락했으니 통화해도 괜찮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피해자가 연락하거나 통화에 동의했다는 이유만으로 법원의 접근금지 결정이 정지되거나 취소되는 것은 아닙니다.
전화를 받은 뒤 대화를 이어가거나 다시 연락하면 임시조치 위반 여부가 문제 될 수 있으므로 결정문의 정확한 내용을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오늘은 접근금지 중 피해자가 먼저 건 전화를 받는 것만으로 위반이 되는지, 자녀와 통화하기 위해 전화를 받아도 되는지, 이미 통화했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피해자가 먼저 연락했어도 전화 받는 순간 접근금지 위반이 되나요?
피해자가 먼저 걸어온 전화를 한 차례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접근금지 위반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전화를 건 사람과 결정문의 구체적인 문구, 실제 통화 내용과 시간, 이후 다시 연락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상대방이 먼저 연락했다는 사실이 모든 연락을 허용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법원의 결정에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 금지’가 포함돼 있다면 전화뿐 아니라 문자메시지, 카카오톡, 이메일, SNS 등을 이용한 연락도 제한될 수 있습니다. 가정폭력 피해자보호명령에는 100미터 이내 접근 금지와 함께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 금지도 포함될 수 있습니다. 피해자보호명령이나 임시보호명령 위반은 별도의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먼저 확인할 것은 ‘누가 전화를 걸었는가’보다 법원의 결정문에서 금지하는 행위의 범위입니다. 결정의 종류와 대상, 기간, 자녀가 보호 대상에 포함돼 있는지도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종합하자면, 피해자가 먼저 건 전화를 한 차례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전기통신 접근금지 위반이 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만 전화를 받은 뒤 대화를 계속하거나 다시 전화·문자를 보내는 행위는 별도의 접근으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피해자가 먼저 연락하거나 통화에 동의했더라도 법원의 결정 효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므로, 급한 용건만 확인한 뒤 통화를 종료하고 추가 연락은 피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전화를 받은 뒤 대화를 이어가거나 다시 연락해도 될까요?
우연히 걸려온 전화를 짧게 받은 것과 상대방과 상당 시간 대화를 나눈 뒤 다시 전화하거나 문자를 보내는 것은 다르게 평가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먼저 연락했더라도 다음과 같은 행동은 피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통화가 끝난 뒤 다시 전화하는 행위
문자나 카카오톡으로 대화를 이어가는 행위
만남을 요구하거나 거주지로 찾아가는 행위
자녀나 가족에게 말을 전달해 달라고 부탁하는 행위
부재중 전화가 반복해서 표시되도록 전화를 거는 행위
실제로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 금지 결정을 받은 후 피해자에게 문자와 사진을 반복적으로 보내고 부재중 전화 표시를 남긴 행위가 처벌된 사례도 있습니다.
상대방이 먼저 전화했다는 사정은 위반 여부나 경위를 판단할 때 참작될 수 있지만, 법원의 결정을 없애는 사유는 아닙니다. 결정이 변경되거나 취소되기 전까지는 연락금지 의무를 지켜야 합니다.
자녀와 통화하려고 피해자의 전화를 받아도 될까요?
피해자가 먼저 전화를 걸어 자녀를 바꿔주었고 피해자와는 대화하지 않았다면, 자녀와 짧게 통화했다는 사정은 구체적인 판단 과정에서 고려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자녀와의 통화라고 해서 항상 허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결정문에 자녀도 보호 대상자로 기재돼 있다면 자녀와 직접 연락하는 행위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자녀가 보호 대상이 아니더라도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통해 반복적으로 통화하면 피해자에 대한 간접적인 연락으로 오해받을 위험이 있습니다.
자녀에게 상대방을 향한 말을 전해 달라고 하거나 부부 문제를 묻는 행위도 피해야 합니다. 자녀와 연락이 꼭 필요하다면 다음과 같은 방법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변호사나 양가 가족 등 제3자를 통한 연락
수사기관 또는 담당 기관이 안내한 연락 방법 이용
허용된 별도의 연락 수단 마련
면접교섭 절차를 통한 자녀와의 만남이나 통화
법원에 임시조치 또는 보호명령의 변경 신청
임의로 연락을 계속하기보다 자녀와 연락할 필요성을 설명하고 허용 범위를 공식적으로 정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이미 피해자의 전화를 받았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이미 전화를 받았다면 통화기록을 삭제하기보다 당시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남겨두는 것이 좋습니다.
피해자가 먼저 전화한 기록, 통화한 날짜와 시간, 통화가 짧게 끝났다는 사실, 피해자와 직접 대화하지 않고 자녀와만 통화한 경위 등을 정리해 두어야 합니다. 이후 자신이 다시 전화하거나 문자를 보내지 않았다는 점도 통화내역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수사기관에서 연락을 받는다면 전화를 받게 된 이유와 실제 대화 상대, 통화 내용, 이후 추가 연락 여부를 구체적으로 밝혀야 합니다.
무엇보다 피해자가 계속 먼저 연락해 온다고 해서 반복해서 통화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필요한 연락이라면 담당 수사관이나 변호사를 통해 허용 범위를 확인하고, 자녀 문제로 지속적인 소통이 필요하다면 법원에 연락 방법을 조정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접근금지 중에는 상대방의 의사보다 법원 결정문의 내용이 우선합니다. 피해자가 먼저 연락했더라도 통화를 계속하거나 다시 연락하기 전에 결정의 종류와 금지 범위를 정확히 확인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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