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마취 수술을 앞두고 마취 담당자를 확인해보니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가 아니라 집도의나 다른 과 의사, 혹은 간호인력이 마취를 맡는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실제로 사고가 나면 유족이나 환자 측은 "마취과 전문의가 없어서 이렇게 됐다"고 느끼지만, 소송에서는 그 느낌만으로는 손해배상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마취과 전문의의 부재 자체가 아니라, 그 부재로 인해 활력징후 감시에 실제로 공백이 생겼는지, 그 공백과 나쁜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가 쟁점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서는 전신마취 중 감시소홀 과실을 법원이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는지, 마취과 전문의 부재라는 사정이 그 판단에 실제로 어떻게 작용하는지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전신마취, 마취과 전문의가 반드시 참여해야 하는가
먼저 분명히 해둘 부분이 있습니다. 마취과 전문의 없이 전신마취가 이뤄졌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곧바로 위법이거나 과실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의사는 의료법상 면허 범위 안에서 대부분의 의료행위를 할 수 있고, 전신마취를 마취과 전문의만 시행할 수 있다고 못박은 조문은 없습니다. 그래서 외과·정형외과·성형외과 등에서 집도의나 소속 의사가 직접 마취를 맡는 이른바 '자가마취'가 실제로 존재하며, 이 자체만으로는 손해배상 청구의 근거가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종합병원이나 규모 있는 수술기관에서 마취통증의학과의 동의 없이는 수술실을 열지 않는 관행이 굳어진 이유는 전신마취의 특수성 때문입니다. 전신마취 상태에서는 의식뿐 아니라 자발호흡, 혈압 조절 능력 등 생명 유지를 위한 자율 방어기전이 전부 억제되므로, 이상 징후를 가장 먼저 포착하고 즉시 대응할 전문 인력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즉 마취과 전문의의 부재 자체는 과실이 아니지만, 그 부재로 인해 감시체계에 실제 공백이 생겼는지가 소송에서 다투는 핵심입니다.
마취과 전문의의 부재 자체는 과실이 아니다. 문제는 그 부재가 감시체계의 실질적 공백으로 이어졌는지다.
감시소홀 과실을 판단하는 출발점 — 의료진의 주의의무
의료과실을 판단하는 일반 법리부터 정리해야 합니다. 대법원은 의사가 진찰·치료 등 의료행위를 할 때 사람의 생명·신체·건강을 관리하는 사무의 성질에 비추어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요구되는 최선의 주의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판시해왔습니다. 이때 주의의무의 기준은 '해당 의료행위 당시의 임상의학 수준'이며, 마취과 전문의가 배석했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이 기준 자체는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다만 실제로 그 수준의 조치를 취할 인적·물적 여건이 갖춰져 있었는지는 사안마다 달라집니다.
감시소홀 과실이 문제되는 사건의 구조는 대체로 비슷합니다. 수술 중이나 수술 직후 혈압 저하, 산소포화도 저하, 심박수 이상 같은 활력징후 변화가 있었는데 이를 적시에 포착하지 못했거나, 포착하고도 대응이 늦었다는 것입니다. 환자 측은 이 지연이나 누락이 마취를 전담해 감시할 인력의 부재, 즉 마취과 전문의나 이에 준하는 숙련 인력이 없었던 사정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입증해야 합니다. 반대로 병원 측은 감시가 적절히 이뤄졌거나, 발생한 이상 징후 자체가 감시로도 예견·회피할 수 없는 급변이었다는 점을 항변으로 내세우는 구조입니다.
결국 과실 판단은 예견가능성과 회피가능성이라는 두 축으로 좁혀집니다. 발생한 활력징후 이상이 사전에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범위였는지, 그리고 그 이상을 알아챈 시점에 통상적인 조치로 나쁜 결과를 회피할 수 있었는지를 함께 살피는 것입니다. 마취과 전문의가 배석했다면 초기의 미세한 징후만으로도 원인을 감별해 즉시 대응했을 상황을 경험이 부족한 인력이 놓쳤다면, 그 부분은 회피가능성 판단에서 병원 측에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전신마취 중 표준 감시항목 — 무엇을, 누가 지켜봐야 하나
감시가 소홀했는지를 가리는 실무적 잣대는 두 가지로 나뉩니다. 하나는 마취 중 지켜야 할 표준 모니터링 장비가 제대로 갖춰져 있었는지이고, 다른 하나는 그 수치를 지속적으로 관찰할 인력이 수술 내내 자리를 지켰는지입니다. 장비만 부착해두고 담당자가 자리를 비우거나 다른 업무를 겸하고 있었다면, 형식적으로는 감시장치가 있었어도 실질적 감시가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심전도(ECG) — 심장 리듬 이상을 즉시 확인.
비침습적 자동혈압 — 순환 상태와 혈압 급변을 주기적으로 확인.
경피 산소포화도(SpO2) — 체내 산소 공급이 충분한지 확인.
호기말 이산화탄소 농도 — 환기가 적절히 이뤄지는지 확인.
이상 발생 시 대응 — 원인 확인 후 약물·수액·산소·환기 조절이 지체 없이 이뤄졌는지.
진료기록 감정에서는 이 항목들이 기록지에 얼마나 촘촘한 간격으로 기재돼 있는지, 이상 수치가 나타난 시각과 실제 대응이 시작된 시각 사이에 얼마나 간격이 있었는지를 따집니다. 마취과 전문의가 있었다면 당연히 이뤄졌을 즉각적 판단·대응이, 다른 인력 구성에서는 지연됐다는 점이 드러나면 그 지연 자체가 감시소홀 과실의 핵심 증거가 됩니다.
마취 심도를 보조적으로 확인하는 뇌파 기반 감시장치를 함께 쓰는 경우도 있지만, 이런 장비가 있다고 해서 감시의무 자체가 완화되지는 않습니다. 장비가 산출하는 수치를 그때그때 해석하고 필요하면 즉시 마취 심도나 약물 투여량을 조절할 수 있는 인력이 수술 내내 대기하고 있어야 비로소 실질적 감시로 인정됩니다. 특히 마취를 유도한 직후와 수술이 끝나고 환자가 각성하는 단계처럼 활력징후가 급격히 흔들리기 쉬운 구간에서는, 감시 인력이 잠깐이라도 자리를 비우는 것 자체가 별도의 과실 판단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감시소홀은 장비의 유무가 아니라 그 수치를 실시간으로 판단하고 즉시 대응할 인력이 계속 배치돼 있었는지로 가려진다.
마취과 전문의 부재가 과실 판단에 미치는 영향 — 대체 인력의 자격 문제
마취과 전문의가 없을 때 실제로 마취와 감시를 누가 맡았는지는 소송의 방향을 크게 바꿉니다. 마취전문간호사 등이 마취약제의 종류·용량 결정이나 기도삽관처럼 의사의 구체적 지시 범위를 벗어나 독자적으로 시행했다면, 이는 의료법 제27조가 금지하는 무면허의료행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마취전문간호사가 집도의의 구체적 지시 없이 마취약제와 사용량을 스스로 정해 척수마취를 시행한 사안에서, 법원은 그 지시 여부와 무관하게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 이런 경우 감시소홀 과실 외에 별도의 위법성까지 얹어지면서 환자 측의 입증 부담이 상대적으로 가벼워집니다.
반대로 집도의나 다른 의사가 마취를 직접 지시·감독하고, 간호인력은 그 지시에 따라 활력징후를 확인해 보고하는 보조적 역할만 수행했다면 무면허 문제는 발생하지 않습니다. 이 경우에는 '그 보조 인력의 감시가 충분했는가', '이상 징후를 지시한 의사에게 신속히 전달했는가'만 남아 순수한 과실 판단으로 좁혀집니다. 감시 인력이 다른 환자를 동시에 담당하고 있었는지, 마취 심도를 판단할 자격과 경험이 있었는지도 함께 살펴야 할 부분입니다.
이 문제는 개별 의료인 한 사람의 과실에 그치지 않고 병원 자체의 조직적 과실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민법 제756조에 따라 병원은 소속 의료진의 과실에 대해 사용자로서 배상책임을 지고, 집도의와 마취를 담당한 인력이 각자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면 민법 제760조의 공동불법행위로서 함께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마취과 전문의를 애초에 배치하지 않기로 한 병원의 인력 운용 방침 자체가 문제 되는 사안이라면, 특정 의료인 한 명의 과실을 콕 집어내지 못하더라도 병원의 조직적 인력 배치 소홀을 별도로 주장할 수 있습니다.
인과관계를 인정받는 법리 — 입증책임 완화
의료소송에서 환자 측이 가장 크게 부딪히는 벽은 전문지식의 편중입니다. 마취 기록과 의무기록이 전부 병원 측에 있고, 의학적 인과관계를 환자 측이 처음부터 끝까지 입증하기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법원 1995. 2. 10. 선고 93다52402 판결은 환자 측이 일련의 의료행위 과정에서 저질러진, 일반인의 상식에 바탕을 둔 의료상 과실 있는 행위를 증명하고, 그 결과와 사이에 그 의료행위 외에 다른 원인이 개재될 수 없다는 점까지 증명한 경우에는, 의료행위를 한 측이 그 결과가 전혀 다른 원인으로 말미암은 것이라는 반증을 하지 못하는 한 인과관계를 추정하도록 입증책임을 완화한다는 법리를 제시했습니다.
이 법리를 감시소홀 사건에 대입하면, 환자 측은 마취기록지상 일정 시간 활력징후 기재가 비어 있었다는 점, 산소포화도 경보가 울린 시각과 실제 대응이 시작된 시각 사이에 상당한 간격이 있었다는 점 등 '과실 있는 행위'를 구체적으로 입증하고, 그 환자에게 마취와 무관한 다른 사망·상해 원인(기왕증이나 급성 질환 등)이 없었다는 점을 함께 증명하면 됩니다. 이 두 가지가 갖춰지면 병원 측이 다른 원인을 입증하지 못하는 이상 인과관계는 추정되고, 손해배상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이 입증을 환자 측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법원에 진료기록감정촉탁이나 사실조회를 신청해 제3의 의료기관이나 전문가의 소견을 받는 절차를 함께 진행합니다. 감정 결과에서 '그 시점에 적절한 감시와 대응이 있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의 의견이 나오면, 이는 앞서 본 인과관계 추정 법리를 뒷받침하는 유력한 자료로 활용됩니다.
법원이 실제로 감시소홀을 인정한 판단 기준
대법원 2010. 10. 28. 선고 2008도8606 판결은 췌장 종양 절제술을 받은 환자에게 담당 의사가 1시간 간격으로 4회 활력징후를 측정하라고 지시했는데, 담당 간호사가 중환자실이 아닌 일반병실이라는 이유로 임의로 2회만 측정하고 이후 측정을 누락한 사이 환자가 심폐정지에 빠져 사망한 사안을 다뤘습니다. 대법원은 병동의 관행이나 담당자의 편의적 판단보다 의사의 구체적 지시가 우선해야 한다고 명확히 하면서, 지시된 감시를 임의로 축소한 것을 과실로 판단했습니다. 마취 중 감시에도 같은 논리가 적용됩니다. 지시되거나 표준화된 감시 항목·주기를 담당 인력이 스스로 판단해 생략했다면 그 생략 자체가 과실 판단의 출발점이 됩니다.
서울북부지방법원이 2023년 8월 전신마취 수술 후 회복 과정에서 환자가 사망한 사건에서 병원 측에 총 6억 원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결도 참고할 만합니다. 이 판결에서 법원은 산소포화도 수치 자체가 정상 범위에 있었다는 사정보다, 환자의 안면 창백이나 의식 저하 같은 임상 증상을 의료진이 놓친 부분을 더 중요하게 평가했습니다. 이는 기록상 수치만으로 감시가 충분했다고 단정할 수 없고, 수치와 함께 관찰됐어야 할 임상 징후까지 살펴야 감시의무를 다한 것으로 본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지시되거나 표준화된 감시를 담당자가 임의로 축소했다면 그 자체가 과실이며, 수치가 정상이었다는 사정만으로 감시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 없다.
설명의무 위반이라는 또 다른 청구 근거
의료법 제24조의2는 의사가 사람의 생명·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시킬 우려가 있는 수술, 수혈, 전신마취를 하는 경우 환자(또는 의사결정능력이 없는 경우 법정대리인)에게 설명하고 서면으로 동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마취를 담당할 사람이 마취과 전문의가 아니라는 사정이나 마취 방법의 구체적인 위험성에 관해 이 설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면, 감시소홀 과실 여부와는 별개로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감시소홀 과실의 인과관계 입증이 까다로운 사안에서도, 설명의무 위반은 상대적으로 입증이 수월한 편입니다. 서면동의서 자체에 마취 방법과 위험성, 시행 의료진에 관한 정보가 제대로 기재돼 있는지만 확인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실무에서는 감시소홀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와 설명의무 위반에 따른 위자료청구를 함께 병합해 제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마취과 전문의가 없었다는 사실만으로 병원 책임을 물을 수 있나요?
A. 부재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그로 인해 활력징후 감시나 이상 대응이 실제로 지연됐다는 인과관계까지 함께 입증해야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마취기록지의 기재 공백이나 대응 지연 시각이 핵심 증거가 됩니다.
Q. 마취전문간호사가 마취를 담당했다면 무조건 위법인가요?
A. 의사의 구체적 지시에 따라 활력징후 확인 같은 보조적 역할만 수행했다면 곧바로 위법은 아니지만, 마취약제 선택이나 용량 결정처럼 의사의 판단이 필요한 부분을 독자적으로 수행했다면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Q. 감시소홀을 입증하려면 어떤 자료를 확보해야 하나요?
A. 마취기록지, 활력징후 기록, 간호기록, 수술실 출입기록을 확보해 이상 징후 발생 시각과 대응 시각 사이의 간격을 확인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필요하면 진료기록감정을 신청해 그 간격이 의학적으로 허용되는 범위인지 다퉈야 합니다.
Q. 산소포화도 수치가 정상으로 기록돼 있으면 감시소홀이 아닌가요?
A. 수치 자체보다 안면창백, 의식 저하 같은 임상 증상을 놓쳤는지가 함께 평가되므로, 기록상 수치가 정상이라는 사정만으로 감시소홀이 곧바로 부정되지는 않습니다. 기록의 작성 시점이나 신뢰성 자체를 다투는 사례도 있습니다.
Q. 마취 방법에 대한 설명을 못 들었다면 별도로 청구할 수 있나요?
A. 의료법 제24조의2에 따라 전신마취 시행 전 설명과 서면동의가 필요하므로, 이 절차가 없었다면 감시소홀 과실과 별개로 설명의무 위반에 따른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Q.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기간에 제한이 있나요?
A.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청구권은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불법행위가 있었던 날로부터 10년 안에 행사해야 하므로, 시간이 지날수록 기록 확보와 진료기록감정 절차가 늦어지지 않도록 서두르는 것이 좋습니다.
맺음말
전신마취 수술에 마취과 전문의가 없었다는 사정은 그 자체로 손해배상책임을 만들어내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부재가 활력징후 감시의 실질적 공백으로 이어졌는지, 그리고 그 공백과 나쁜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할 수 있는지입니다. 마취기록지의 공백, 대응 지연 시각, 담당 인력의 자격, 서면동의서의 기재 내용까지 함께 살펴야 실제로 청구 가능한 과실이 드러납니다. 감시소홀 과실과 설명의무 위반은 서로 배타적이지 않으므로, 근거가 되는 기록이 확보되는 대로 두 청구를 함께 검토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수원을 비롯한 경기남부 지역에서도 전신마취를 동반한 수술이 꾸준히 이뤄지는 만큼, 마취 관련 사고를 겪었다면 수치상 기록만 보고 넘기기보다 기록 전반을 전문가와 함께 검토해보시길 권합니다. 사고 직후 기록이 수정되거나 폐기되기 전에 진료기록 일체를 미리 확보해두는 것도 이후 절차를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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