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을 사고 나서야 자신의 소유지 한쪽에 낯선 봉분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등기부에는 아무 표시가 없어도, 전 소유자가 그 땅에 분묘를 세워두고 이장하겠다는 약속 없이 그대로 판 것이라면 분묘기지권이라는 물권이 함께 넘어온 것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 권리가 인정되는 순간 지료 지급의무도 함께 발생하는데, 그 지료를 대체 언제부터 계산해야 하는지를 둘러싸고 오랫동안 실무상 혼란이 있었다는 점입니다. 최근 대법원은 이 유형의 분묘기지권에서는 지료가 뒤늦게 청구한 날이 아니라 애초 권리가 성립한 시점부터 발생한다고 못박았습니다. 이 글에서는 그 판례의 의미와, 비슷해 보이지만 결론이 다른 시효취득형과 무엇이 다른지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분묘기지권, 세 가지 유형으로 성립한다
분묘기지권은 타인의 토지 위에 있는 분묘를 소유하기 위해 그 분묘가 차지하는 기지 부분의 토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판례가 인정해 온 관습법상 물권입니다. 등기부에 오르는 권리가 아니라서 토지를 매매할 때 서류만 봐서는 존재 여부를 알기 어렵고, 현장을 직접 확인하지 않으면 놓치기 쉽습니다. 이 권리는 성립 경위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토지 소유자의 승낙을 얻어 분묘를 설치한 승낙형, 승낙 없이 설치했더라도 20년간 평온·공연하게 점유해 시효로 취득하는 시효취득형, 그리고 자기 소유 토지에 분묘를 설치한 사람이 이장 특약 없이 그 토지를 타인에게 양도한 양도형입니다.
세 유형은 발생 배경이 전혀 다른 만큼 지료 지급의무의 내용도 서로 다르게 취급됩니다. 실무에서 가장 자주 혼동되는 지점이 바로 이 부분인데, 언론에 크게 보도된 시효취득형 판례만 알고 있다가 정작 자신의 사안이 양도형이라는 사실을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시골 임야나 오래된 농지를 매매할 때, 선산이나 방치된 가족묘를 그대로 둔 채 등기만 넘기는 거래가 드물지 않게 일어납니다. 이 글은 그중에서도 실무상 오해가 가장 잦은 양도형의 지료 발생 시점을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양도형 분묘기지권 — 이장 특약이 없으면 성립한다
양도형이 성립하려면 세 가지 요건이 갖춰져야 합니다. 첫째, 토지 소유자 본인이 자신의 토지 위에 분묘를 설치했어야 합니다. 둘째, 그 후 이 토지를 타인에게 매매·증여 등으로 양도해야 합니다. 셋째, 양도 당시 분묘를 이장하겠다는 특약을 하지 않아야 합니다. 이 세 요건이 모두 충족되면 매도인(또는 그 분묘의 연고자)은 별도의 합의 없이도 관습법상 분묘기지권을 취득하고, 매수인은 분묘가 차지하는 기지 범위 안에서는 소유권을 온전히 행사하지 못하게 됩니다.
여기서 핵심은 '특약의 부재'입니다. 매매계약서에 "분묘는 매도인이 책임지고 이장한다"는 조항이 들어 있다면 애초에 분묘기지권 자체가 발생하지 않고, 매도인이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채무불이행 문제로 다뤄집니다. 반대로 계약서에 분묘에 관한 언급이 전혀 없다면, 매도인은 이장 의무에서 벗어나는 대신 그 자리에 분묘기지권이라는 부담을 남기고 떠나는 셈이 됩니다. 매수인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는 결과인데, 계약 체결 당시 봉분을 보고도 "당연히 정리하고 넘기겠지"라고 넘겨짚었다가 잔금까지 치른 뒤에야 특약이 없었다는 사실의 무게를 깨닫는 사례가 실무에서 반복됩니다.
요건① — 분묘 설치 당시 그 토지의 소유자가 본인이었을 것.
요건② — 이후 그 토지를 타인에게 양도했을 것.
요건③ — 양도 당시 분묘 이장에 관한 특약을 하지 않았을 것.
매수인 대응 — 계약 전 현장 확인, 계약서에 이장 여부를 명시적으로 남길 것.
대법원 2020다295892 판결 — 지료는 성립한 때부터 발생한다
양도형 분묘기지권에서 지료가 언제부터 발생하는지는 오랫동안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은 쟁점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대법원 2021. 5. 27. 선고 2020다295892 판결은 "자기 소유 토지에 분묘를 설치한 사람이 그 토지를 양도하면서 분묘를 이장하겠다는 특약을 하지 않음으로써 분묘기지권을 취득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분묘기지권자는 분묘기지권이 성립한 때부터 토지 소유자에게 그 분묘의 기지에 대한 토지사용의 대가로서 지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이 판결의 실무적 의미는 분명합니다. 토지를 양수한 사람(또는 그로부터 다시 양수한 전전매수인)이 한참 뒤에야 분묘의 존재를 알고 지료를 청구하더라도, 청구한 날부터가 아니라 애초 양도로 분묘기지권이 성립한 그 시점을 기준으로 지료를 계산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분묘가 오래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고 소유권 이전이 여러 차례 있었다면, 소급해서 계산되는 지료의 규모가 상당히 커질 수 있습니다. 법원이 이렇게 판단한 배경에는, 양도형은 애초 토지 소유자 스스로가 자기 뜻으로 분묘를 세워두고 이장 약정 없이 판 것이므로 처음부터 유상의 토지사용 관계를 예정한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논리가 깔려 있습니다.
가령 십수 년 전에 토지가 양도되면서 분묘기지권이 성립했는데, 그 사이 소유권이 다시 한두 차례 넘어갔다가 최근 소유자가 처음으로 지료를 청구하는 상황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시효취득형이라면 이번에 청구한 날 이후분만 문제 되지만, 양도형이라면 원칙적으로 분묘기지권이 처음 성립한 시점까지 거슬러 올라가 그동안의 지료를 한꺼번에 정산해야 합니다. 다만 그 사이 소유권을 넘겨받은 사람이 지료 채권까지 함께 승계했는지, 전 소유자가 이미 일부를 받았는지 등은 개별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지므로 등기부와 매매계약 이력을 함께 확인해야 정확한 소급 범위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양도형 분묘기지권은 토지소유자 스스로 분묘를 세워두고 이장 약정 없이 판 것이므로, 지료 지급의무도 뒤늦은 청구일이 아니라 분묘기지권이 성립한 그 시점부터 발생한다.
시효취득형과 다른 계산법 — 청구한 날부터 vs 성립한 때부터
같은 '분묘기지권'이라는 이름을 쓰지만 지료 발생 시점은 유형마다 다릅니다. 대법원 2021. 4. 29. 선고 2017다228007 전원합의체 판결은 시효취득형에 대해 "분묘기지권자는 토지소유자가 분묘기지에 관한 지료를 청구하면 그 청구를 받은 날부터의 지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시효취득형은 토지소유자가 실제로 지료를 청구하기 전까지는 지급의무 자체가 발생하지 않고, 청구한 날 이후분만 내면 됩니다.
두 유형의 결론이 갈리는 이유는 권리의 출발점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시효취득형은 원래 남의 땅에 승낙 없이 분묘를 설치해 놓고 20년간 점유한 사정을 근거로 권리를 인정받는 구조라, 처음부터 유상관계를 소급 인정하면 시효취득 제도가 보호하려는 장기간의 평온한 점유 상태와 충돌합니다. 반면 양도형은 애초 자기 소유였던 땅에 자기 뜻으로 분묘를 세운 뒤 그 상태 그대로 팔았을 뿐이므로, 처음부터 유상의 사용관계를 인정해도 무리가 없다는 것입니다. 승낙형의 경우에는 최초 승낙 당시 지료에 관한 합의가 있었다면 그 합의 내용이 우선하고, 그 합의의 효력은 이후 토지를 양수한 사람에게도 이어지는 것이 실무의 일반적인 설명입니다. 세 유형을 뭉뚱그려 "분묘기지권은 다 청구한 날부터"라고 알고 있으면 양도형 사안에서 예상보다 훨씬 많은 소급 지료를 청구받고 당황할 수 있습니다.
지료는 어떻게 정해지고, 얼마나 소급되나
지료 액수는 당사자 협의로 정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협의가 안 되면 소송을 통해 법원이 정합니다. 실무에서는 통상 감정평가를 거쳐 분묘의 기지 부분, 즉 분묘 관리에 필요한 범위의 토지에 대한 임료 상당액을 산정하는 방식이 활용됩니다. 분묘 전체 면적이 아니라 분묘와 그 관리에 필요한 최소한의 주변 공간만이 기지 범위로 인정되므로, 임야 전체를 기준으로 한 임료를 그대로 요구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성립한 때부터'라는 표현을 무제한 소급이 가능하다는 뜻으로 오해해서는 안 됩니다. 지료 채권도 일반 채권과 마찬가지로 민법 제162조 제1항에 따라 원칙적으로 10년의 소멸시효에 걸립니다. 따라서 분묘기지권이 성립한 지 아무리 오래되었더라도, 실제로 청구해 받을 수 있는 소급분은 청구 시점을 기준으로 최대 10년치로 제한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당사자가 1년 단위 정기금으로 지료를 미리 정해둔 경우라면 민법 제163조 제1호의 3년 단기소멸시효가 문제될 여지도 있습니다. 토지를 새로 매수하려는 사람이라면 등기부만 확인할 것이 아니라 현장에 분묘가 있는지 직접 살피고, 있다면 계약서에 이장 여부와 지료 부담을 명확히 남겨두는 것이 훗날 소급 지료 분쟁을 피하는 길입니다.
실제 소송에서는 감정평가서를 근거로 연 단위 임료 상당액을 먼저 정한 뒤, 성립 시점부터 소멸시효가 미치지 않는 범위까지의 기간을 곱해 총액을 산정하는 방식이 흔히 쓰입니다. 이 과정에서 분묘 기지의 범위를 지나치게 넓게 잡거나 인근 유사 토지의 임료를 그대로 가져다 쓰면 실제보다 부풀려진 금액이 청구될 수 있으므로, 감정 대상 토지의 위치·지목·이용현황이 분묘 주변 실제 상황과 맞는지 다투는 것도 실무에서는 중요한 쟁점이 됩니다.
지료를 계속 안 내면 — 분묘기지권 소멸청구까지 갈 수 있다
지료 지급의무가 있다고 확인되었는데도 이를 계속 이행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요. 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다206850 판결은 분묘기지권자가 지료에 관한 판결이 확정된 후에도 책임 있는 사유로 상당한 기간 지급을 지체하고, 그 밀린 지료가 2년분 이상에 이르면 민법 제287조(전세권 소멸청구 규정)를 유추적용해 토지소유자가 분묘기지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다만 이 요건은 순서가 중요합니다. 토지소유자가 지료를 달라고 법원에 청구해 그 금액이 판결로 확정되기 전까지는 분묘기지권자가 지급을 지체했다고 평가하지 않습니다. 판결이 확정된 이후에도 상당한 기간이 지나도록 2년분 이상을 내지 않아야 비로소 소멸청구 요건이 갖춰집니다. 협상만 하다가 감정에 그친 상태로 몇 년을 흘려보냈다고 곧바로 분묘기지권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반대로 분묘를 관리하는 입장이라면, 지료 청구 소송을 받았을 때 이를 방치하지 말고 판결이 확정된 이후에는 정해진 금액을 밀리지 않게 납부하는 것이 분묘 자체를 지키는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양도형이 성립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모든 사안에서 양도형 분묘기지권이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매매계약서에 이장 특약이 분명히 들어 있었다면 분묘기지권 자체가 처음부터 발생하지 않고, 매도인은 약정대로 이장할 의무를 부담할 뿐입니다. 계약서 원본과 특약사항란을 꼼꼼히 확인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구두로만 이장을 약속받았다는 주장은 나중에 입증이 쉽지 않으므로, 특약은 반드시 서면에 남겨두어야 분쟁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2001년 1월 13일 시행된 장사 등에 관한 법률도 함께 고려해야 할 요소입니다. 이 법은 그 시행 이후 토지 소유자의 승낙 없이 설치된 분묘에 대해서는 연고자가 토지 사용권을 주장할 수 없도록 해, 승낙 없는 무단 설치를 전제로 하는 시효취득형의 성립 범위를 크게 좁혔습니다. 다만 양도형은 애초 토지 소유자 본인이 자기 땅에 설치한 분묘를 전제로 하는 것이라 '승낙 없는 설치'와는 상황이 다르므로, 장사법 시행 이후에 설치된 분묘라 하더라도 이장 특약 없이 양도했다면 여전히 양도형으로 인정될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설명입니다. 결국 시점보다 중요한 것은 계약 당시 이장에 관한 특약을 남겼는지 여부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양도형 분묘기지권은 정확히 어떤 경우에 성립하나요?
A. 토지 소유자가 자기 소유 토지에 분묘를 설치한 뒤, 그 토지를 타인에게 양도하면서 분묘를 이장하겠다는 특약을 하지 않은 경우에 성립합니다. 세 요건(본인 소유 토지에 설치, 양도, 이장 특약 부재)이 모두 갖춰져야 하며, 특약이 있었다면 애초에 성립하지 않습니다.
Q. 매매계약서에 분묘 이야기가 전혀 없었다면 자동으로 분묘기지권이 생기나요?
A. 이장 특약을 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분묘기지권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다만 계약 전체 경위나 다른 조항, 협의 내용에 따라 특약이 있었다고 인정될 수도 있으므로 계약서와 협의 과정을 함께 살펴야 합니다.
Q. '지료는 성립한 때부터 발생한다'는 말은 몇십 년 전 것까지 다 내야 한다는 뜻인가요?
A. 지급의무 자체는 성립 시점부터 있는 것으로 보지만, 지료 채권도 소멸시효의 적용을 받아 원칙적으로 청구 시점 기준 최대 10년치로 실제 청구 범위가 제한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무제한 소급이 가능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Q. 시효취득형 분묘기지권도 성립한 때부터 지료를 내야 하나요?
A. 아닙니다. 시효취득형은 토지소유자가 지료를 청구한 날부터의 지료만 지급하면 되는 것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의 결론입니다. 같은 분묘기지권이라도 성립 경위가 다르면 지료 발생 시점도 달라집니다.
Q. 지료를 계속 안 내면 분묘를 강제로 옮기게 할 수 있나요?
A. 지료에 관한 판결이 확정된 후에도 책임 있는 사유로 2년분 이상 지급을 지체하면, 민법상 전세권 소멸청구 규정을 유추적용해 분묘기지권 소멸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 판례입니다. 다만 판결 확정 전 지체는 이 요건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Q. 계약서에 이장 특약을 넣으면 분묘기지권 성립을 막을 수 있나요?
A. 네, 매도인이 분묘를 이장하기로 하는 특약을 명확히 서면으로 남기면 양도형 분묘기지권 자체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매도인이 그 약정을 지키지 않을 경우에는 별도로 채무불이행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맺음말
양도형 분묘기지권은 시효취득형과 이름은 비슷하지만 지료가 발생하는 시점이 정반대에 가깝습니다. 시효취득형은 토지소유자가 청구한 날부터, 양도형은 분묘기지권이 성립한 바로 그 시점부터 지료 지급의무가 발생한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로 정리된 상태입니다. 임야나 농지를 매매할 때 현장에 분묘가 있는지 확인하지 않으면, 뒤늦게 상당한 규모의 소급 지료를 청구받거나 반대로 받을 수 있었던 지료를 소멸시효로 놓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계약 체결 전 현장 확인과 계약서상 특약 여부가 훗날 분쟁의 승패를 가르는 경우가 많은 만큼, 매매를 앞두고 있다면 미리 점검해 두시길 권합니다. 이미 지료 청구를 받았거나 반대로 지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자신의 사안이 어느 유형에 해당하는지부터 정확히 가려내는 것이 먼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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