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건물의 담장이나 처마, 기초 일부가 우리 땅 경계선을 넘어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면 대부분은 곧바로 철거소송부터 떠올립니다. 그러나 소유권에 기한 철거청구라 해도 법원이 언제나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며, 침범 정도와 철거로 인한 손실을 저울질해 권리남용으로 보아 청구를 배척하는 사례가 실제로 존재합니다. 철거비용이 침범 부분의 가치에 비해 지나치게 크거나 철거로 건물 전체가 위태로워지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이 항변이 힘을 얻습니다. 반대로 이 기준을 오해해 단순히 "철거비용이 부담스럽다"는 이유만으로 권리남용이 인정될 것이라 기대했다가 패소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이 글에서는 경계를 침범한 건물에 철거를 청구할 때 권리남용 항변이 실제로 언제 통하고 언제 통하지 않는지, 법원이 보는 구체적 기준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경계 침범 건물, 철거청구의 법적 근거 — 소유물방해제거청구권
토지 소유자가 자신의 땅 위에 정당한 권원 없이 서 있는 이웃 건물의 담장·처마·기초 부분에 대해 철거를 구할 수 있는 근거는 민법 제214조입니다. 이 조문은 "소유자는 소유권을 방해하는 자에 대하여 방해의 제거를 청구할 수 있고, 소유권을 방해할 염려있는 행위를 하는 자에 대하여 그 예방이나 손해배상의 담보를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건물 일부가 경계를 넘어 내 토지 위에 서 있는 상태 자체가 소유권에 대한 방해이므로, 상대방에게 고의나 과실이 있는지를 따지지 않고도 철거를 구할 수 있다는 점이 손해배상청구와 다른 물권적 청구권의 특징입니다. 이 방해는 하루 이틀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건물이 존재하는 한 계속되는 성격이어서, 소유권이 살아있는 한 별도의 기간 제한 없이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 확립된 법리입니다.
다만 이 권리도 무제한으로 행사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민법 제2조 제2항은 "권리는 남용하지 못한다"고 정해 모든 사법상 권리 행사에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남용금지 원칙을 적용하고 있고, 소유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권 역시 이 원칙에서 예외가 아닙니다. 특히 건물철거는 한번 실행되면 되돌릴 수 없고 사회경제적 손실이 크게 발생할 수 있는 처분이기 때문에, 법원은 단순히 침범 사실이 인정된다고 곧바로 철거를 명하지 않고 그 청구가 권리남용에 해당하지는 않는지를 함께 심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건물철거청구는 소유권을 지키는 강력한 수단이지만, 경계 침범이 사소하고 철거로 인한 손실이 극단적으로 크다면 그 행사 자체가 권리남용으로 제한될 수 있다.
이격거리 규정과 민법 제242조 — 착공 시점이 가르는 철거와 손해배상
경계 침범과 함께 자주 문제되는 것이 이격거리 위반입니다. 민법 제242조 제1항은 "건물을 축조함에는 특별한 관습이 없으면 경계로부터 반 미터 이상의 거리를 두어야 한다"고 정하고 있고, 제2항은 인접 토지소유자가 이를 위반한 자에게 건물의 변경이나 철거를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이는 건물이 온전히 상대방 자신의 토지 안에 서 있더라도 경계와 지나치게 가깝게 지어졌다면 문제 삼을 수 있다는 점에서, 건물 자체가 내 토지 위로 넘어온 진정한 월경 침범과는 구분되는 별개의 청구 원인입니다.
그런데 제242조 제2항 단서는 중요한 제한을 두고 있습니다. "건축에 착수한 후 1년을 경과하거나 건물이 완성된 후에는 손해배상만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즉 이격거리 위반만을 이유로 한 철거·변경청구는 착공 후 1년 또는 완공 전까지만 가능하고, 그 시점을 넘기면 금전배상으로만 다툴 수 있습니다. 반면 건물이 실제로 경계선을 넘어 내 토지 위에 서 있는 진정한 침범이라면 이는 민법 제214조가 다루는 계속적 방해이므로, 1년이 지났든 건물이 완공됐든 상관없이 철거청구가 가능하다는 점을 혼동하지 말아야 합니다. 자신의 사안이 두 유형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부터 구분해야 대응 전략이 정확해집니다.
권리남용이란 무엇인가 — 소유권 행사에도 적용되는 한계
권리남용이 인정되려면 어떤 요건이 필요한지는 판례가 비교적 분명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2010. 2. 25. 선고 2008다73809 판결과 대법원 2011. 4. 28. 선고 2011다12163 판결은, 권리의 행사가 주관적으로 오직 상대방에게 고통을 주고 손해를 입히려는 데 있을 뿐 이를 행사하는 사람에게는 아무런 이익이 없고 객관적으로 사회질서에 위반된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 비로소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했습니다. 철거청구에 이 기준을 적용하면, 단순히 철거가 상대방에게 불리하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청구권자 자신에게도 실질적 이익이 없어야 한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여기서 실무상 중요한 부분은 주관적 요건의 증명 방법입니다. 위 판례들은 상대방에게 고통이나 손해를 주려는 주관적 의도를 직접 자백받거나 증명하지 못하더라도, 권리자의 정당한 이익을 결여한 권리행사로 보이는 객관적인 사정을 통해 이를 추인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소송에서 "당신을 괴롭히려고 철거를 청구한다"는 진술이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고, 실제로는 침범 규모·철거비용·철거로 인한 손실·청구인의 실익 같은 객관적 정황을 종합해 법원이 그 의도를 추론하는 방식으로 판단이 이뤄집니다.
권리남용은 상대방을 괴롭히려는 자백이 있어야만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청구인에게 실질적 이익이 없다는 객관적 사정만으로도 추인될 수 있다.
실제로 권리남용이 인정된 사례 — 이득 없이 손해만 주는 철거청구
대법원 1980. 5. 27. 선고 80다484 판결은 원고 소유 대지 위에 서 있는 건물부분을 철거하면 건물 전체가 붕괴될 위험이 있어 원고에게는 별다른 이득이 없으면서 오로지 피고에게 손해만을 주기 위해 소송에 이른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 한해 권리남용이 된다고 판시했습니다. 철거로 얻는 실익과 철거로 발생하는 손실을 정면으로 비교해, 실익이 사실상 없는데 손실만 극단적으로 크다면 그 청구를 제한할 수 있다는 취지입니다.
대법원 1982. 9. 14. 선고 80다2859 판결은 법정 이격거리에 미달해 지어진 건축부분에 대한 철거청구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본 사례입니다. 철거를 명하더라도 원고에게 실질적 이익이 거의 없는 반면 철거에 따른 사회·경제적 손실은 뚜렷하다는 사정이 함께 고려됐습니다. 이 두 판결에서 공통적으로 확인되는 요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철거로 청구인이 얻는 실익이 극히 미미하거나 사실상 없다고 볼 사정.
철거로 발생하는 손실이 침범 부분의 경제적 가치를 현저히 초과하는 사정(건물 전체 붕괴 위험 등).
청구의 목적이 실질적 이익 확보가 아니라 상대방에게 손해를 주는 데 있다고 볼 만한 정황.
권리남용이 인정되려면 철거로 청구인이 얻는 실익이 거의 없으면서 상대방의 손실만 극단적으로 커야 한다 — 두 조건이 함께 충족돼야 한다.
권리남용이 쉽게 인정되지 않는 이유 — 비용·불편만으로는 부족
반대로 법원이 권리남용 항변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는 판례도 있습니다. 대법원 1966. 3. 15. 선고 65다2329 판결은 경계선으로부터 30센티미터 이내에 있는 건물부분의 철거를 요구한 사안에서, 철거 보수에 과다한 비용이 필요하다거나 계단의 폭이 좁아진다는 사정만으로는 원고의 권리행사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배치되고 사회적 한계를 초월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권리남용의 법리를 적용해 청구를 배척한 원심판결에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판례가 실무에 주는 시사점은 분명합니다. 침범한 쪽(건축주)이 "철거하려면 돈이 많이 든다", "생활이 불편해진다" 정도의 사정만 내세워서는 권리남용 항변이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앞선 두 판례가 요구하는 것처럼 청구인 쪽의 실익이 거의 없다는 사정까지 함께 갖춰져야 하며, 단순히 침범한 쪽의 불이익만 부각하는 주장은 법원이 쉽게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침범당한 토지소유자 입장에서는 이 기준을 알고 있어야, 상대방의 권리남용 항변을 지레 겁내 청구를 포기하는 실수를 피할 수 있습니다.
법원이 실제로 저울질하는 요소 — 침범 규모·용도·경제적 손실
앞선 판례들을 종합하면 법원이 권리남용 여부를 판단할 때 실제로 살펴보는 요소가 드러납니다. 어느 한 사정만으로 결론이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정을 함께 저울질한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침범 면적의 크기와 침범 부분이 전체 대지·건물에서 차지하는 비중.
철거비용과 침범 부분의 경제적 가치를 비교한 상대적 규모.
철거를 실행할 경우 잔존 건물의 구조적 안전성이나 효용에 미치는 영향(붕괴 위험, 기능 상실 등).
침범 부분이 청구인의 토지 이용에 실질적으로 필요한지, 아니면 방치돼 있던 부분인지.
침범이 발생한 경위 — 건축 당시 경계 확인을 게을리했는지, 고의성이 있었는지.
이 요소들은 어느 하나가 충족됐다고 곧바로 권리남용이 인정되거나 부정되는 것이 아니라, 사건 전체를 놓고 종합적으로 평가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침범 면적이 작더라도 그 부분이 청구인의 통행이나 건물 이용에 실질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라면 청구인의 실익이 인정되어 권리남용 항변이 받아들여지기 어려워지고, 반대로 침범 면적이 다소 크더라도 철거로 청구인이 얻는 것이 거의 없다면 권리남용이 인정될 여지가 커집니다.
권리남용 항변에 맞서 철거청구를 지키는 전략
침범을 당한 토지소유자라면 소송에 앞서 침범 사실과 그 규모를 객관적으로 확정하는 작업이 먼저입니다. 한국국토정보공사 등의 경계복원측량을 통해 실제 침범 여부와 정확한 면적을 특정해 두면, 이후 상대방이 침범 자체를 다투거나 면적을 축소해 주장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측량 결과와 함께 침범 부분의 위치·용도를 사진과 도면으로 정리해 두는 것도 소송에서 실익 판단의 근거가 됩니다.
다음으로는 자신에게 철거를 구할 실질적 이익이 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입증해야 합니다. 침범 부분 때문에 통행이나 주차, 건축 인허가에 제약이 생겼다면 이를 구체적으로 자료화하고, 침범으로 인한 재산적 손실이나 이용 제한을 감정을 통해 수치화해 두면 상대방의 권리남용 항변에 대응하기 유리합니다. 또한 철거청구와 함께 침범 기간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이나 손해배상 청구를 예비적·선택적으로 병합해 두면, 설령 철거청구가 권리남용으로 제한되더라도 금전적 구제를 확보할 수 있는 이중의 안전장치가 됩니다.
마지막으로 소송 전 내용증명으로 침범 사실을 알리고 자진 시정이나 협의를 요구한 기록을 남겨두는 것이 좋습니다. 상대방이 협의에 응하지 않고 방치했다는 사실은 이후 권리남용 항변을 배척하는 데에도 참고자료가 될 수 있고, 소송 없이 조기에 문제가 해결되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철거청구의 실익을 구체적으로 입증하고, 부당이득·손해배상 청구를 함께 병합해 두는 것이 권리남용 항변에 대한 가장 실질적인 대응이다.
자주 묻는 질문
Q. 이웃 건물이 제 땅을 30센티미터만 침범했는데도 철거를 청구할 수 있나요?
A. 네, 침범 면적과 무관하게 민법 제214조에 따른 방해배제청구권은 원칙적으로 인정됩니다. 다만 침범 정도가 극히 미미하고 철거로 인한 손실이 현저히 크다면 상대방이 권리남용 항변을 제기할 수 있고, 그 인정 여부는 개별 사정에 따라 달라집니다.
Q. 권리남용이 인정되려면 상대방에게 손해를 주려는 악의가 있어야 하나요?
A. 판례는 주관적으로 상대방에게 고통이나 손해를 주려는 목적을 요구하지만, 이를 직접 증명하지 않아도 권리행사자에게 정당한 이익이 없다는 객관적 사정으로 추인할 수 있다고 봅니다. 실제로는 대부분 객관적 정황을 통해 판단됩니다.
Q. 이격거리 규정을 위반해 지어진 지 5년이 넘은 건물도 철거를 청구할 수 있나요?
A. 민법 제242조에 따른 이격거리 위반만을 이유로 한 철거·변경청구는 착공 후 1년이 지나거나 건물이 완성되면 할 수 없고 손해배상만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건물부분이 실제로 경계를 넘어 원고의 토지 위에 서 있는 진정한 침범이라면 이는 계속되는 방해이므로 민법 제214조에 따른 철거청구가 별도로 가능합니다.
Q. 철거비용이 침범 부분의 가치보다 훨씬 크면 무조건 권리남용이 되나요?
A. 아닙니다. 판례는 단순히 철거비용이 과다하다는 사정만으로는 권리남용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고, 철거로 청구인이 얻는 이익이 거의 없으면서 사회·경제적으로도 손실이 현저히 큰 경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Q. 권리남용 항변이 받아들여지면 침범당한 땅은 그냥 뺏기는 건가요?
A. 철거청구가 권리남용으로 배척되더라도 소유권 자체가 소멸하는 것은 아닙니다. 통상 침범 부분에 대한 지료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이나 손해배상 청구는 별도로 인정되므로, 철거 대신 금전으로 보상받는 방향으로 결론이 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Q. 소송 전에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요?
A. 경계복원측량으로 실제 침범 여부와 면적을 객관적으로 확정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이를 근거로 상대방에게 내용증명을 보내 협의를 시도한 기록을 남겨두면 이후 소송에서 권리남용 항변에 대응하는 데에도 도움이 됩니다.
맺음말
경계를 침범한 이웃 건물에 철거를 청구하는 것은 소유권을 지키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이지만, 그 청구가 항상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닙니다. 법원은 침범 면적과 철거비용, 철거로 인한 잔존 건물의 손실, 청구인이 얻는 실익을 종합적으로 저울질해 권리남용 여부를 판단합니다. 다만 단순히 철거에 비용이 많이 든다거나 생활이 불편해진다는 사정만으로 권리남용이 쉽게 인정되지는 않으므로, 침범당한 쪽이라면 지레 청구를 포기할 이유는 없습니다.
용인 처인이나 양평처럼 단독주택·전원주택이 밀집한 지역에서는 담장이나 처마가 경계를 살짝 넘어 지어지는 사례가 특히 흔하고, 그만큼 권리남용 항변이 실제로 다투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자신의 사안이 진정한 경계 침범인지 단순 이격거리 위반인지부터 구분하고, 경계복원측량으로 침범 사실을 객관적으로 확정한 뒤 철거청구와 함께 병합할 청구까지 미리 정리해 두는 것이 실제 소송에서 유리한 결과로 이어집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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