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상가 점포를 넘기고 넘겨받으면서, 권리금은 현금이나 계좌이체로 먼저 주고받은 뒤 정작 권리금계약서는 작성하지 않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임차인분들 중 상당수는 “계좌이체 기록이 남아 있으니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문자로 다 얘기했으니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그걸로 증명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권리금계약서 작성을 생략한 경우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상대방이 “그런 명목으로 받은 적 없다”, “권리금이 아니라 빌려준 돈이었다”고 말을 바꾸면, 계좌이체 기록만으로는 정작 그 돈이 권리금이었다는 사실 자체를 인정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권리금의 법적 성격에 대해 임대차계약과는 별개로 유무형의 재산적 가치를 이전하거나 이용하게 하는 대가라고 판단해 왔습니다. 권리금계약이 임대차계약 자체의 내용을 이루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인데, 이는 권리금 약정이 임대차계약서와는 독립적으로 성립하고 소멸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아래에서는 계약서 없이 지급된 권리금이 법적으로 어떻게 보호되는지, 분쟁이 생겼을 때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권리금계약서가 없어도 권리금 약정 자체는 유효하게 성립할 수 있습니다
권리금계약은 서면 작성을 효력 요건으로 하지 않는 낙성·불요식 계약입니다.
민법상 계약은 원칙적으로 당사자의 의사표시가 합치되면 성립하는 낙성계약이며, 특별한 방식을 요구하지 않는 불요식계약입니다. 매매나 임대차처럼 권리금계약도 마찬가지로, 금액과 이전 대상을 구두로 합의하고 그에 따라 실제로 돈을 주고받았다면 계약 자체는 유효하게 성립합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6은 국토교통부장관이 표준권리금계약서 양식을 정해 그 사용을 권장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을 뿐입니다. 이 서식을 반드시 사용하라거나, 서면 작성을 권리금계약의 효력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즉 표준계약서는 분쟁을 예방하기 위한 권장 수단이지, 없다고 해서 이미 이루어진 합의가 무효로 돌아가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도 영업용 건물의 임대차에 수반되는 권리금을, 영업시설·비품 등 유형물이나 거래처·신용·영업상 노하우·점포 위치에 따른 이점 등 유무형의 재산적 가치를 이전하거나 일정 기간 이용하게 하는 대가로 보면서, 그 지급이 임대차계약의 내용을 이루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해 왔습니다(대법원 2002. 7. 26. 선고 2002다25013 판결). 임대차계약과 별개로 성립하는 계약이기 때문에, 임대차계약서의 유무와 권리금 약정의 효력은 애초에 별개의 문제입니다.
권리금계약서가 없다고 해서 이미 성립한 권리금 약정 자체가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2. 서면이 없으면 권리금 약정의 존재를 지급자가 직접 증명해야 합니다
계좌이체 기록만으로는 그 돈이 권리금이었다는 사실까지 증명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권리금 약정 자체는 유효하다고 해도, 실제 분쟁에서는 전혀 다른 문제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상대방이 “그런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거나 “권리금이 아니라 빌려준 돈, 혹은 투자금이었다”고 주장하면, 그 돈이 권리금 명목으로 오간 것이라는 사실 자체를 지급한 사람이 증명해야 합니다.
실무에서 자주 문제되는 지점은 계좌이체 적요란입니다. 이름만 남기거나 아무 표시 없이 송금하면, 나중에 그 돈의 성격을 둘러싼 다툼이 커집니다. 반대로 이체 시 적요에 “권리금”, “시설비” 등 명목을 남기고, 지급 전후로 금액과 이전 대상(시설·집기·거래처·인테리어 등)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문자나 대화를 남겨두면, 법원은 이를 정황증거로 종합해 권리금 약정의 존재를 인정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인수인계 과정에서 작성하는 시설물 목록, 공인중개사가 입회해 확인한 확인서, 기존임차인이 신규임차인에게 거래처·단골 명단을 넘겨준 정황 등도 모두 권리금계약의 존재와 범위를 뒷받침하는 자료가 됩니다. 서면 계약서 한 장이 없더라도, 이런 자료가 쌓이면 법원은 당사자 사이에 권리금 약정이 있었다고 인정할 수 있습니다.
서면이 없다면, 그 돈이 권리금이었다는 사실 자체를 정황증거로 뒷받침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3. 임대차계약 체결이 무산되면, 이미 받은 권리금도 돌려줘야 할 수 있습니다
권리금계약은 후속 임대차계약 체결을 전제로 하는 경우가 많아, 임대차가 성사되지 않으면 반환 문제가 생깁니다.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사람이 기존임차인에게 권리금을 먼저 지급하고, 이후 건물주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순서로 진행되는 거래가 흔합니다. 이 경우 권리금계약은 실질적으로 뒤따르는 임대차계약 체결을 전제로 한 성격을 갖습니다.
그런데 건물주가 신규임차인과의 계약을 거절하거나 보증금·차임 조건이 맞지 않아 임대차계약 자체가 무산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기존임차인이 “권리금은 이미 받았으니 내 것”이라고 주장하는 일이 있는데, 임대차계약 체결이라는 전제 자체가 성취되지 못했다면 권리금계약도 목적을 달성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임대인이 그 유형·무형의 재산적 가치를 양수하거나 약정기간 동안 이를 이용한 이상 권리금의 반환의무를 지지 아니하지만, 임대인의 사정으로 중도 해지되어 약정기간 동안 재산적 가치를 이용할 수 없었거나 임대인이 임대차 종료에 즈음하여 재산적 가치를 도로 양수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때에는 권리금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해 반환의무를 부담한다(대법원 2002. 7. 26. 선고 2002다25013 판결).
이 법리를 뒤집어 보면, 애초에 권리금이 이전하려던 재산적 가치의 양수나 이용 자체가 이루어지지 못한 경우, 즉 임대차계약 체결이 무산되어 권리금계약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경우에는 반환의무가 더욱 분명해집니다. 민법 제741조는 법률상 원인 없이 타인의 재산으로 이익을 얻고 이로 인해 타인에게 손해를 끼친 자는 그 이익을 반환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는데, 목적을 이루지 못한 채 보유하는 권리금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임대차계약 체결이라는 전제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이미 받은 권리금도 부당이득으로 돌려줘야 할 수 있습니다.
4. 처음부터 이전할 생각이나 능력 없이 권리금만 받았다면 사기죄까지 문제될 수 있습니다
권리금을 받을 당시를 기준으로 이전 의사와 능력이 있었는지가 사기죄 성립의 핵심입니다.
형법 제347조는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을 교부받은 자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권리금을 받으면서 처음부터 시설·거래처를 넘겨줄 생각이 없었거나, 임대인의 동의를 받아줄 수 없는 상황을 숨기고 받았다면 사기죄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다만 대법원은 사기죄 성립 여부를 금전을 받은 행위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원칙을 확립해 왔습니다. 소비대차 거래에서 차주가 돈을 빌릴 당시 변제할 의사와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이후 실제로 갚지 못했더라도 이는 민사상 채무불이행에 그칠 뿐 사기죄가 성립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대법원 2016. 4. 28. 선고 2012도14516 판결 참조). 이 법리는 권리금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어, 받을 당시 실제로 이전해 줄 의사와 능력이 있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되고, 사후에 사정이 바뀌어 이행하지 못한 것만으로는 곧바로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다만 유용·편취한 금액이 커지면 형이 가중됩니다.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가 적용되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습니다. 권리금 규모가 큰 상권일수록 이 기준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5. 권리금 분쟁이 커지면,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받은 돈을 언제 어떤 명목으로 주고받았는지부터 정리하는 것이 사건 전체의 출발점입니다.
권리금 분쟁은 통상 ①증거 정리 및 반환·이행을 촉구하는 내용증명 발송 → ②상대방이 응하지 않으면 민사조정 또는 관할 법원(수원 지역 상가라면 수원지방법원)에 부당이득반환청구·권리금반환청구 소송 제기 → ③사기 정황이 있다면 관할 경찰서(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장 접수 → ④검찰(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필요 시 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민사와 형사를 함께 진행할지는 사안에 따라 달라집니다.
권리금을 주고받은 뒤 상대방이 말을 바꾸거나 연락을 피한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계좌이체 내역, 문자·카카오톡 대화, 인수인계 서류 등 권리금 지급 정황을 뒷받침할 자료를 모두 모읍니다.
정리된 자료를 바탕으로 권리금 약정의 내용(금액·이전 대상·조건)을 특정한 내용증명을 발송합니다.
반환이나 이행이 계속 거부되면 민사(부당이득반환·권리금반환청구)와 형사(사기 고소) 중 사안에 맞는 절차를 검토합니다.
서면 계약서가 없는 상태에서 진행하는 만큼, 초기 단계에서 자료를 얼마나 촘촘히 확보하느냐에 따라 이후 절차의 결과가 크게 달라집니다.
마치며
권리금 문제는 “그래도 서로 좋게 넘기고 넘겨받은 사이인데”라는 생각 때문에, 정작 서면을 남기지 않고 초기 대응까지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권리금을 지급한 임차인 입장에서는 감정적인 주장보다, 어떤 자료가 권리금 약정의 존재와 내용을 뒷받침하는지부터 정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계좌이체 적요, 문자 기록, 인수인계 서류가 쌓일수록 반환청구나 이행청구 모두에서 유리해집니다.
반대로 권리금을 받은 기존임차인 입장에서도 “계약서가 없으니 문제없을 것”이라는 생각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실제로 재산적 가치를 이전했는지, 이전할 의사와 능력이 있었는지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집니다.
저는 권리금을 지급한 쪽과 받은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서면이 없다는 사정 하나만으로 사건의 결론이 정해지지 않는다는 것을 여러 번 확인해 왔습니다.
계약서가 없어 막막하다고 지금 상황을 포기하지 마시고,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권리금계약서 없이 현금으로만 줬는데, 나중에 받은 적 없다고 하면 어떻게 되나요?
A. 현금 지급은 계좌이체보다 입증이 훨씬 어렵습니다. 지급 당시 동석자, 영수증, 이후 주고받은 문자나 인수인계 정황 등 간접증거를 최대한 확보해야 합니다.
Q. 계좌이체 적요에 아무것도 안 남겼는데, 지금이라도 보완할 방법이 있나요?
A. 이체 자체를 되돌릴 수는 없지만, 상대방과 그 돈이 권리금이었다는 점을 확인하는 문자나 통화, 또는 사후 확인서를 받아두면 정황증거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Q. 권리금을 받은 뒤 건물주가 신규 임대차계약을 거절해서 무산됐습니다. 권리금을 돌려받을 수 있나요?
A. 가능성이 있습니다. 권리금계약이 전제한 임대차계약 체결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이미 받은 권리금은 부당이득으로 반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Q. 임대인이 권리금 회수를 방해한 경우와 이번 사안은 어떻게 다른가요?
A. 다릅니다. 임대인의 방해에 대한 손해배상은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4에 따른 법정 책임이고, 기존임차인과 신규임차인 사이의 권리금계약은 이와 별개인 사인 간 계약 문제입니다.
Q. 권리금을 받은 사람을 사기로 고소하려면 무엇을 증명해야 하나요?
A. 돈을 받을 당시 이전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는 점을 증명해야 합니다. 단순히 이후 약속을 지키지 못한 사정만으로는 사기죄가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Q. 권리금 반환청구도 소멸시효가 있나요?
A.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은 원칙적으로 10년의 민사 소멸시효가 적용됩니다. 다만 증거가 시간이 지날수록 흩어지므로, 시효와 별개로 가능한 한 빨리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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