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오래된 상가 건물들이 노후화되면서 재건축·리모델링에 들어가는 사례가 늘자, 임대인으로부터 “건물을 재건축하니 나가 달라”는 통보를 받는 상가 임차인들의 상담이 함께 늘고 있습니다.
많은 임차인분들이 “재건축한다는데 별수 있나, 권리금은 포기해야지”라는 생각으로 별다른 확인 없이 가게를 비워주십니다. 그런데 막상 들여다보면 재건축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통보였거나, 임대인이 실제로는 다른 사람과 새로 계약을 맺으면서도 기존 임차인에게만 재건축을 핑계로 권리금을 포기시킨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계약갱신요구권과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의무를 서로 다른 입법 취지를 가진 별개의 제도로 보고, 재건축 사유가 있다는 사정만으로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의무가 당연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재건축을 이유로 한 갱신거절과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의무가 실제로 어떻게 얽혀 있는지, 그리고 임차인이 권리금을 지키기 위해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재건축한다는 통보만으로 권리금 회수기회가 저절로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계약갱신요구권과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의무는 입법 취지가 다른 별개의 제도입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 보호를 위해 두 가지 장치를 두고 있습니다. 하나는 제10조의 계약갱신요구권으로, 임차인이 최소한의 영업기간(현행 10년)을 보장받도록 임대인의 갱신 거절을 제한하는 제도입니다. 다른 하나는 제10조의4의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의무로, 임대차가 끝나더라도 임차인이 쌓아온 영업상 유·무형의 재산적 가치를 신규임차인으로부터 회수할 수 있도록 임대인에게 협력 의무를 지우는 제도입니다.
대법원은 두 제도의 관계를 두고, 전체 임대차기간이 길어 임차인이 더 이상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경우에도 임대인의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의무는 별도로 존속한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은 상가임차인에게 최소한의 영업기간을 보장하기 위해서 임차인의 주도로 임대차계약의 갱신을 달성하려는 것인 반면,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의무는 임대차계약이 종료된 경우에도 상가임차인이 일정한 범위 내에서 영업상 유·무형의 재산적 가치를 회수할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서 두 조항의 입법 취지와 내용이 다르다(대법원 2019. 5. 16. 선고 2017다225312, 225329 판결).
즉 재건축을 이유로 한 임대인의 갱신거절이 정당화된다 하더라도, 그 사정만으로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의무까지 함께 사라지는지는 별도로 따져야 합니다. “재건축하니 나가라”는 말을 들었다는 이유만으로 권리금을 당연히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재건축 통보를 받았다고 해서 권리금 회수 기회까지 자동으로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2. 재건축을 이유로 나가라고 하려면 임대인이 세 가지 요건 중 하나를 갖춰야 합니다
구체적 고지, 안전사고 우려, 다른 법령상 근거 중 어느 하나도 없다면 재건축을 이유로 한 갱신거절 자체가 무효입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 제1항 제7호는 임대인이 건물 전부 또는 대부분을 철거하거나 재건축하기 위해 점유를 회복할 필요가 있는 경우 계약갱신을 거절할 수 있다고 정하면서도, 이를 다시 세 가지 세부 요건으로 한정하고 있습니다. 가목은 임대차계약 체결 당시 공사시기와 소요기간 등을 포함한 철거·재건축 계획을 임차인에게 구체적으로 고지하고 그 계획에 따라 진행하는 경우, 나목은 건물이 노후·훼손되거나 일부 멸실되는 등 안전사고 우려가 있는 경우, 다목은 다른 법령에 따라 철거·재건축이 이루어지는 경우입니다.
실무에서 가장 자주 문제되는 지점은 가목입니다. 조문이 “임대차계약 체결 당시”의 고지를 요구하고 있어, 계약을 맺을 때는 재건축 이야기가 전혀 없다가 계약기간 도중이나 갱신을 앞두고서야 뒤늦게 재건축 계획을 통보했다면 원칙적으로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합니다. 단순히 “곧 재건축할 예정”이라는 구두 통보만으로는 부족하고, 공사시기·소요기간까지 포함한 구체적인 계획이 계약 체결 시점부터 있었어야 합니다.
나목의 안전사고 우려도 임대인의 일방적인 주장만으로는 인정되지 않습니다. 건물이 실제로 노후화되어 붕괴나 화재 등의 위험이 있다는 점을 안전진단 결과, 정밀점검 보고서 등 객관적인 자료로 뒷받침해야 합니다. 다목은 재건축조합 설립인가, 관리처분계획 등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과 같은 다른 법령에 근거한 절차가 실제로 진행 중일 것을 요구합니다.
재건축을 이유로 한 갱신거절은 세 가지 요건 중 어느 하나도 충족하지 못하면 그 자체로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3. 요건을 갖추지 못했는데 신규임차인과 계약을 거부한다면 권리금 회수 방해가 될 수 있습니다
임대인이 신규임차인과 계약을 맺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히면, 실제로 신규임차인을 데려오지 않았어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재건축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면 임대인은 여전히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4에 따른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의무를 부담합니다. 이 의무의 핵심은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과 정당한 사유 없이 계약 체결을 거절하거나, 신규임차인에게 권리금을 요구·수수하거나, 현저히 고액의 차임과 보증금을 요구해 계약 체결을 사실상 어렵게 만드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임대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의사가 없음을 확정적으로 표시하였다면, 이러한 경우에까지 임차인에게 신규임차인을 주선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불필요한 행위를 강요하는 결과가 되어 부당하므로, 임차인은 실제로 신규임차인을 주선하지 않았더라도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의무 위반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대법원 2019. 7. 4. 선고 2018다284226 판결).
다만 한 가지 구별해야 할 지점이 있습니다. 임대인이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사람과 계약 조건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철거·재건축 계획과 예상 시기를 알려준 것만으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곧바로 권리금 회수 방해행위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 최근 대법원의 입장입니다(대법원 2022. 8. 11. 선고 2022다202498 판결). 단순한 정보 제공과, 재건축을 이유로 아예 계약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다르게 평가된다는 의미입니다.
결국 임차인 입장에서는 임대인이 신규임차인 후보에게 재건축 계획을 “알려준” 것인지, 아니면 재건축을 핑계로 계약 체결 자체를 “거부”한 것인지를 구체적인 대화 내용과 정황으로 구별해 대응해야 합니다.
재건축 요건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신규임차인과 계약을 거부한다면, 그 자체로 권리금 회수 방해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4. 도시정비법상 재건축사업이라 해도 세입자에게 별도의 영업손실보상이 당연히 나오지는 않습니다
재개발사업과 달리 재건축사업에는 세입자에 대한 영업손실보상 의무가 없다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입장입니다.
“그럼 재건축 정비사업이니 보상이라도 받을 수 있지 않느냐”고 묻는 분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상 정비사업에는 재개발사업과 재건축사업이 있고, 두 사업은 세입자에 대한 보상 체계가 전혀 다릅니다.
재개발사업은 공공성이 강한 사업으로 분류되어, 상가 세입자가 영업손실에 대해 정비조합과 보상 협의를 진행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반면 재건축사업은 원칙적으로 조합원들의 사업으로 취급되어, 세입자에 대한 별도의 영업손실보상 의무가 인정되지 않습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재건축사업구역 내 임차권자에 대한 보상을 건축물 소유자와 임차인 사이의 임대차계약에 따라 사적 자치로 해결하도록 정한 것으로 볼 수 있고, 그에 따라 재건축사업의 임차권자에게는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상 세입자 보상 규정이 원칙적으로 적용되지 않는다(헌법재판소 2020. 4. 23. 선고 2018헌가17 결정).
즉 임대인이 진행하는 재건축이 도시정비법에 근거한 정식 정비사업이라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별도의 보상금이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재건축으로 계약을 유지할 수 없게 된 세입자는 임대차계약을 해지하고 보증금을 조합에 직접 청구할 수 있는 절차가 도시정비법에 마련되어 있으므로, 보증금 반환과 권리금 문제는 각각 별도로 챙겨야 합니다.
정비사업 방식의 재건축이라도 세입자에 대한 영업손실보상은 원칙적으로 없고, 권리금 문제는 상가임대차법에 따라 별도로 다투어야 합니다.
5. 재건축 통보를 받았다면, 절차는 이렇게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신규임차인 주선을 시도한 기록을 남기는 것이 이후 손해배상 청구의 성패를 가릅니다.
재건축을 이유로 나가 달라는 통보를 받았다면, 통상 ①임대인에게 재건축 계획의 구체적 근거(계약 체결 당시 고지 여부, 안전진단 자료, 정비사업 인허가 여부 등)를 서면으로 요청 → ②그럼에도 신규임차인을 주선해 임대인에게 계약 체결을 요청하고 임대인의 반응을 문자·내용증명으로 기록 → ③임대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하면 손해배상청구 소송(수원 지역 상가라면 관할은 통상 수원지방법원)을 제기 → ④임대인이 먼저 명도소송을 제기해 오면 재건축 요건 미비를 항변사유로 다투는 순서로 진행됩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기 쉬운 증거를 미리 확보해두는 것입니다.
임대차계약서에 재건축·철거 계획이 계약 체결 당시부터 구체적으로 기재되어 있었는지 확인합니다.
건물의 안전진단 결과나 정비사업 인허가 문서 등 재건축 근거 자료를 임대인에게 요청해 확보해 둡니다.
신규임차인 후보와의 협의 내용, 임대인과 주고받은 문자·통화 내용을 시간순으로 정리해 둡니다.
이렇게 정리된 자료는 이후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의무 위반을 이유로 한 손해배상청구는 물론, 임대인이 제기하는 명도소송에 대한 방어에서도 핵심 증거로 쓰입니다.
마치며
재건축 통보를 받은 상가 임차인들은 “건물주가 하겠다는데 버텨봐야 소용없다”는 생각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권리금을 지키려는 임차인 입장에서는 재건축 계획이 언제, 어떤 근거로 고지됐는지부터 정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계약서, 안전진단 자료, 신규임차인과의 협의 기록이 쌓일수록 손해배상 청구와 명도소송 대응 모두에서 유리해집니다.
반대로 실제로 재건축이 필요한 임대인 입장에서도 “재건축한다”는 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계약 체결 당시부터 구체적인 계획을 고지했는지, 안전진단 자료를 갖췄는지에 따라 갱신거절과 권리금 문제의 결론이 달라집니다.
저는 재건축을 둘러싼 상가 임대차 분쟁에서 권리금을 지키려는 임차인과, 정당하게 재건축을 진행하려는 임대인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재건축 계획의 구체성 하나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재건축 통보를 받았다면, 권리금을 포기하기 전에 요건부터 따져봐야 합니다. 그 판단이 필요한 지금,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재건축한다는 말을 듣고 이미 가게를 비워줬는데, 지금이라도 권리금을 청구할 수 있나요?
A. 가능할 수 있습니다. 재건축 요건이 갖춰지지 않았는데도 임대인이 신규임차인과 계약을 거부해 권리금을 회수하지 못했다면,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내에는 별도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
Q. 임대인이 계약서에는 없던 재건축 계획을 갱신 시점에서야 통보했습니다. 이것도 정당한 갱신거절 사유가 되나요?
A. 원칙적으로 어렵습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 제1항 제7호 가목은 임대차계약 체결 당시의 구체적 고지를 요구하므로, 계약 체결 이후 뒤늦게 통보한 계획은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Q. 건물이 오래됐다는 이유만으로 재건축을 이유로 한 갱신거절이 인정되나요?
A. 단순히 오래됐다는 주장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안전진단 결과나 정밀점검 보고서 등 노후·훼손으로 인한 안전사고 우려를 뒷받침하는 객관적 자료가 있어야 요건이 인정됩니다.
Q. 도시정비법에 따른 정식 재건축사업 구역인데, 그래도 권리금을 받을 수 있나요?
A. 정비사업 자체가 세입자에게 영업손실보상을 해주지는 않지만, 그것과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의무는 별개입니다. 임대인이 정비사업을 핑계로 신규임차인과의 계약을 부당하게 거부했다면 여전히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Q. 임대인이 신규임차인 후보에게 재건축 계획을 설명했다는 이유만으로 권리금 회수를 방해했다고 볼 수 있나요?
A. 그것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계약 조건을 협의하며 철거·재건축 계획과 예상 시기를 알려준 사정만으로는 원칙적으로 방해행위로 보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계약 체결 자체를 거부했는지가 관건입니다.
Q. 재건축을 이유로 명도소송을 당했습니다.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요?
A. 재건축 요건인 가목·나목·다목 중 어느 하나라도 충족하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요건이 갖춰지지 않았다면 갱신거절 자체가 무효라는 점을 항변사유로 다툴 수 있습니다.
Q.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의무 위반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면 얼마까지 받을 수 있나요?
A. 신규임차인이 지급하기로 한 권리금과 임대차 종료 당시 권리금 중 낮은 금액을 기준으로 산정되며, 개별 사안의 증거관계에 따라 인정 금액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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