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상가를 운영하다가 폐업이나 이전을 결정하면서, 그동안 쌓아온 권리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한 채 나가야 하는 상황에 놓이는 임차인분들의 상담이 늘고 있습니다.
상담을 하다 보면 “건물주가 재건축한다는데 권리금은 포기할 수밖에 없다”, “계약 기간이 끝났으니 권리금은 못 받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으로 손해배상 자체를 검토하지 않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막상 임대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신규임차인과의 계약을 거절하거나, 신규임차인에게 시세보다 훨씬 높은 차임을 요구해 계약을 무산시킨 경우라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최근 대법원은 임대인이 신규임차인과 계약을 체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확정적으로 밝힌 경우, 임차인이 실제로 신규임차인을 끝까지 주선하지 못했더라도 권리금 회수기회 방해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취지로 판단하며 임차인 보호 범위를 구체화하고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권리금 회수기회 방해가 어떤 경우에 인정되는지, 손해배상액은 구체적으로 얼마까지 인정될 수 있는지, 그리고 실제로 손해배상을 받아내려면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정당한 사유 없이 계약을 거절해도 권리금 회수 방해가 됩니다
임대인이 확정적으로 거절 의사를 밝혔다면 신규임차인을 끝까지 데려오지 못했어도 방해행위가 인정됩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4 제1항은 임대인이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임대차가 종료될 때까지,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으로부터 권리금을 지급받는 것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 조항이 방해행위로 규정한 것은 신규임차인에게 권리금을 요구하거나 받는 행위, 신규임차인이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지급하지 못하도록 막는 행위, 신규임차인에게 주변 시세보다 현저히 높은 차임이나 보증금을 요구하는 행위, 그리고 정당한 사유 없이 신규임차인과의 임대차계약 체결 자체를 거절하는 행위, 이렇게 네 가지입니다.
실무에서 가장 많이 문제되는 것은 마지막 유형, 즉 계약 체결 자체를 거절하는 경우입니다. 임차인이 신규임차인을 어렵게 구해 와도, 임대인이 “이제 건물을 직접 쓸 생각이다”, “다른 사람에게 넘길 생각이 없다”며 계약을 거절해버리면 임차인은 권리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한 채 나가야 하는 상황에 놓입니다.
이때 임대인이 계약을 체결하지 않겠다는 뜻을 명확히 밝혔다면, 임차인이 그 이후에도 신규임차인을 계속 찾아다녀야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한 바 있습니다.
임대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임차인이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를 주선하더라도 그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확정적으로 표시하였다면 이러한 경우에까지 임차인에게 신규임차인을 주선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불필요한 행위를 강요하는 결과가 되어 부당하다(대법원 2019. 7. 4. 선고 2018다284226 판결).
즉 임대인이 누구와도 계약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분명히 했다면 그 시점부터 이미 방해행위는 완성된 것으로 보고, 임차인에게 신규임차인을 계속 주선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무의미한 절차를 강요하는 것이라는 취지입니다. 다만 임차인이 애초에 신규임차인을 물색조차 하지 않은 상태였다면 방해행위 자체가 성립하기 어려우므로, 신규임차인을 구하려던 시도와 임대인의 거절 의사 표시는 시간 순서대로 남겨두어야 합니다.
임대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계약 거절 의사를 확정적으로 밝혔다면, 신규임차인을 끝까지 데려오지 못했더라도 권리금 회수기회 방해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2. 손해배상액은 권리금 두 금액 중 낮은 쪽을 넘지 못합니다
손해배상액의 상한은 신규임차인이 지급하기로 한 권리금과 임대차 종료 당시 권리금 중 낮은 금액입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4 제3항은 임대인이 이 조항을 위반해 임차인에게 손해를 발생시킨 경우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정하면서, 손해배상액의 상한을 두 금액 중 낮은 금액으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신규임차인이 되려던 사람이 임차인에게 지급하기로 약정한 권리금이고, 다른 하나는 임대차가 종료될 당시를 기준으로 산정한 권리금입니다.
신규임차인과의 약정 권리금은 대개 권리금 계약서나 가계약서에 금액이 명시되어 있어 확인이 비교적 쉽지만, 임대차 종료 당시의 권리금은 별도의 계약서가 없는 이상 감정평가를 통해 산정해야 합니다. 이 두 금액을 비교해 더 낮은 쪽이 최종 손해배상액의 한도가 됩니다.
권리금 감정평가는 시설·비품 등 유형재산과 거래처·신용·영업상 노하우·상권의 이점 등 무형재산으로 나누어 이루어집니다. 유형재산은 원가법을 원칙으로 하고 적용이 곤란하면 거래사례비교법으로, 무형재산은 수익환원법을 원칙으로 하고 적용이 곤란하면 거래사례비교법이나 원가법으로 평가합니다. 유형재산과 무형재산을 한꺼번에 평가할 때는 수익환원법을 적용하도록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7에 따른 감정평가 실무기준이 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권리금이 얼마였으니 그만큼 다 받을 수 있다”고 단순하게 계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실제 손해배상 소송에서는 법원이 선임한 감정인이 영업 기간, 매출과 순이익, 상권의 특성 등을 종합해 무형재산 가치를 산정하고, 그 결과에 따라 인정 금액이 당초 기대했던 것보다 크게 달라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손해배상액은 신규임차인과 약정한 권리금과 임대차 종료 당시 감정평가된 권리금 중 더 낮은 금액을 넘어설 수 없습니다.
3. 법원이 실제로 인정하는 금액은 감정가보다 낮아질 수 있습니다
감정평가액이 나왔다고 그 금액 전부가 손해배상으로 그대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권리금 회수기회 방해로 인한 손해배상 소송에서는 감정평가액이 산정된 이후에도 법원이 손해의 공평한 분담이라는 원칙에 따라 여러 사정을 참작해 인정 금액을 조정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임차인의 실제 영업기간이 짧았는지, 영업 실적이 계속 하락세였는지, 임대인의 방해행위가 어느 정도로 적극적이었는지 등이 함께 고려됩니다.
예를 들어 임차인이 영업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상권 내 신용이나 거래처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은 상태였다면, 무형재산 가치 자체가 낮게 평가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임대인이 처음부터 재건축 계획을 핑계로 내세우면서도 실제로는 구체적인 계획조차 없이 신규임차인을 막았다면, 이런 사정은 임차인에게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습니다.
다만 객관적인 필요성과 구체성을 갖춘 철거·재건축 계획이 있고 임대인이 이를 신규임차인에게 사실대로 알린 것에 불과하다면 이는 방해행위로 보기 어렵습니다. 반면 구체적 계획 없이 재건축을 이유로 들거나, 누구와도 계약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확정적으로 표시했다면 손해배상 책임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감정평가액은 손해배상액의 출발점일 뿐이며, 실제 인정 금액은 영업기간·방해행위의 정도 등 구체적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4. 손해배상청구권은 임대차 종료일로부터 3년이 지나면 사라집니다
소멸시효는 임대차가 종료한 날부터 진행되고, 지연손해금도 그 다음 날부터 발생합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4 제4항은 권리금 회수기회 방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을 임대차가 종료한 날부터 3년 이내에 행사하지 않으면 시효로 소멸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폐업이나 이전으로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다가 뒤늦게 손해배상을 검토하는 경우가 많은데, 3년이라는 기간은 생각보다 빨리 지나갑니다.
대법원은 이 손해배상책임의 성격에 대해서도 판단을 내린 바 있습니다. 대법원 2023. 2. 2. 선고 2022다260586 판결은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 요건과 배상범위, 소멸시효를 특별히 정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이 책임을 법이 별도로 규정한 법정책임으로 보면서, 손해배상채무는 임대차가 종료한 날에 이행기가 도래해 그 다음 날부터 지연손해금이 발생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소송을 제기해 승소하더라도 지연손해금은 판결이 확정된 날이 아니라 임대차 종료일 다음 날부터 계산됩니다. 임대차 종료 시점과 실제 손해배상 청구 시점 사이의 간격이 길어질수록 지연손해금도 함께 늘어난다는 의미이므로, 소멸시효 안에서도 가급적 이른 시점에 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5. 조정 신청부터 소송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자료를 먼저 정리해두는지에 따라 조정과 소송 모두에서 결과가 달라집니다.
권리금 회수기회 방해가 의심되면 통상 ①임대차계약서·권리금계약서·신규임차인과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등 방해행위를 뒷받침할 자료를 확보하는 단계 → ②상가건물이 소재한 지역의 상가건물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경기 지역이라면 대한법률구조공단 수원지부나 한국부동산원 등이 운영하는 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하는 단계 → ③조정이 성립하지 않으면 관할법원(수원 지역 상가라면 수원지방법원)에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단계 → ④소송 과정에서 감정평가를 거쳐 손해액을 확정하고 판결을 받는 단계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조정위원회는 소송에 비해 비용과 시간 부담이 적고, 임대인 입장에서도 판결보다 부담 없이 응할 수 있어 실제로 적지 않은 사건이 조정 단계에서 해결됩니다. 다만 조정에는 강제력이 없어 임대인이 응하지 않거나 조정안을 거부하면 결국 소송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조정이든 소송이든 결과는 초기에 확보한 자료의 양과 질에 크게 좌우됩니다. 방해행위가 의심되는 시점부터 아래 순서로 확인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권리금 계약서, 신규임차인과 주고받은 연락 내역 등 권리금 계약이 실제로 진행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자료를 확보합니다.
임대인이 계약을 거절하거나 고액의 차임을 요구한 정황을 문자메시지, 녹취, 내용증명 등으로 남겨둡니다.
임대차 종료 시점과 그 무렵의 매출·순이익 자료를 정리해, 추후 권리금 감정평가에 활용할 수 있도록 준비합니다.
이렇게 정리한 자료를 바탕으로 권리금 분쟁을 다뤄본 변호사와 함께 조정 신청 여부와 손해배상액 산정 전략을 먼저 검토한다면, 불필요하게 시간을 끌지 않고 실질적인 회수 방안을 찾을 수 있습니다.
마치며
권리금 회수기회 방해 문제는 “계약 기간이 끝났으니 어쩔 수 없다”는 생각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권리금을 받지 못하고 나가야 했던 임차인 입장에서는 감정적으로 억울함을 호소하기보다, 신규임차인을 구하려 했던 정황과 임대인의 거절 의사를 시간 순서대로 정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자료가 촘촘할수록 방해행위 인정과 손해배상액 산정 모두에서 유리해집니다.
반대로 신규임차인과의 계약 거절이 문제된 임대인 입장에서도 “내 건물이니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거절에 정당한 사유가 있었는지, 그 사유를 어떻게 소명할 수 있는지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집니다.
저는 권리금 회수기회 방해 사건에서 권리금을 받지 못한 임차인 쪽과, 반대로 거절의 정당성을 다투는 임대인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초기에 어떤 자료를 남겨두었는지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권리금 회수기회 방해가 의심된다면, 소멸시효 3년이 지나기 전에 확인해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임대인이 신규임차인에게 시세보다 훨씬 높은 차임을 요구해서 계약이 무산됐습니다. 이것도 손해배상 대상인가요?
A. 가능합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4 제1항은 신규임차인에게 주변 시세보다 현저히 고액의 차임과 보증금을 요구하는 행위도 권리금 회수기회 방해로 규정하고 있어, 그 요구로 계약이 무산됐다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Q. 임대인이 재건축 계획이 있다고 해서 신규임차인을 거절했는데, 저도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나요?
A. 재건축 계획이 객관적으로 구체적이고 실제로 진행될 것이라면 정당한 사유로 인정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구체적인 계획 없이 재건축을 핑계로만 내세운 경우라면 방해행위로 인정될 수 있으므로, 계획의 구체성을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Q. 권리금 계약서를 따로 쓰지 않았는데도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나요?
A. 받을 수 있습니다. 신규임차인과의 약정 권리금이 없더라도, 임대차 종료 당시의 권리금을 감정평가로 산정해 그 금액을 기준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신규임차인을 실제로 물색했다는 정황은 남겨두는 것이 좋습니다.
Q. 임대차 기간이 끝난 지 2년이 넘었는데 지금이라도 청구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손해배상청구권은 임대차가 종료한 날부터 3년이 지나야 소멸하므로, 아직 소멸시효가 남아 있다면 지금이라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시간이 지날수록 자료 확보가 어려워지므로 서두르는 것이 좋습니다.
Q. 조정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바로 소송을 제기해도 되나요?
A. 가능합니다. 조정 신청은 의무가 아니라 선택 사항이므로 바로 소송을 제기해도 됩니다. 다만 조정은 비용과 시간 부담이 적어, 임대인이 대화에 응할 가능성이 있다면 먼저 시도해볼 만합니다.
Q. 감정평가에서 권리금이 낮게 나오면 소송에서 불리해지나요?
A. 손해배상액의 상한이 낮아지는 것이므로 불리할 수 있습니다. 다만 감정평가는 영업기간·매출자료 등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므로, 소송 전에 관련 자료를 충분히 준비해 감정 절차에 대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임대인이 이미 다른 사람에게 상가를 넘겼다면 손해배상을 받을 방법이 없나요?
A. 임대인이 상가를 제3자에게 처분했더라도 권리금 회수기회 방해로 인한 손해배상책임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방해행위 당시의 임대인을 상대로 소멸시효 내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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