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나 산업재해로 크게 다쳐 정년을 채우지 못하고 회사를 그만두게 된 근로자 중에는, 치료비와 줄어든 소득(일실수입)만 배상받으면 손해가 다 정리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사고가 없었다면 정년까지 근무하며 받았을 퇴직금과, 조기퇴직으로 실제 받은 퇴직금 사이의 차액도 별도의 손해로 인정됩니다. 이를 일실퇴직금이라 하는데, 요건과 계산 방식을 모른 채 보험사·가해자 측이 제시하는 합의금만 받아들이면 상당한 금액을 그대로 놓치게 됩니다. 이 글에서는 일실퇴직금이 무엇이고 언제 인정되는지, 실제로 얼마를 어떤 방식으로 계산해 청구하는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일실퇴직금이란 — 일실수입과는 다른 별개의 손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에서 소극적 손해(장래 얻을 수 있었던 이익의 상실)를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항목은 일실수입, 즉 사고로 줄어든 근로소득입니다. 그런데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따라 퇴직금은 계속근로기간에 비례해 커지는 구조입니다. 사고 없이 정년까지 근무했다면 근속연수가 그만큼 늘어 퇴직금 액수도 커졌을 텐데, 조기퇴직으로 그 증가분을 받지 못하게 된 것이 바로 일실퇴직금입니다. 일실수입이 '매달 받을 급여의 상실'이라면, 일실퇴직금은 '근속연수가 쌓이며 불어났을 목돈의 상실'이라는 점에서 두 항목은 성격이 다릅니다.
법적 근거는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 손해배상 법리와, 퇴직금 산정기준을 정한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8조입니다. 이 조항은 퇴직금제도를 두는 사업장이라면 계속근로기간 1년에 대해 30일분의 평균임금을 퇴직금으로 지급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근속연수가 1년 늘어날 때마다 퇴직금도 그만큼 증가하는 구조이므로, 사고로 근속연수 자체가 단축되면 그 증가분이 통째로 사라지는 셈입니다. 실무에서는 이 항목이 일실수입에 가려 아예 청구서에 빠지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두 항목은 중복배상이 아니라 서로 다른 손해를 각각 배상하는 것이므로 함께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일실수입이 사고로 줄어든 매달의 급여라면, 일실퇴직금은 정년까지 근무했다면 근속연수가 쌓이며 불어났을 퇴직금 증가분의 상실이다.
청구가 인정되려면 — 정년까지 근무했으리라는 개연성부터 입증해야
일실퇴직금은 저절로 계산되어 나오는 것이 아니라, 몇 가지 요건이 갖춰져야 인정됩니다. 먼저 피해자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서 퇴직급여제도가 적용되는 사업장에서 근무하고 있었어야 합니다. 다음으로 사고와 조기퇴직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는데, 단순히 사고 이후 얼마 지나 퇴사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부상·후유장해로 종전 업무 수행이 어려워졌다는 점이 진단서·노동능력상실률 감정 등으로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가장 다투어지는 부분은 세 번째 요건, 즉 사고가 없었다면 정년까지 근무했으리라는 개연성입니다.
이 개연성은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정년 규정이 명확할수록 쉽게 인정됩니다. 반대로 이직이 잦은 직종이거나 계약직·수습 기간이 짧게 반복되는 근무 형태였다면, 법원이 정년까지의 근속 개연성 자체를 낮게 보거나 예상 근속연수를 단축해 산정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청구를 준비할 때는 단순히 사고 사실과 소득 자료만이 아니라, 근속을 뒷받침할 자료를 함께 모아야 합니다.
취업규칙·단체협약상 정년 규정과 퇴직금 지급 기준
근로계약서·재직증명서·인사기록카드(입사일·직급 변동 이력)
근로소득 원천징수영수증·급여명세서(사고 당시 임금 수준)
4대보험 가입이력(계속근로기간 확인용)
노동능력상실률 진단서·후유장해 진단서
노동능력이 일부만 남아도 인정된다 — 완전히 퇴사하지 않아도
일실퇴직금은 피해자가 실제로 회사를 그만둔 경우에만 청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대법원 1994. 9. 30. 선고 93다58844 판결은, 가해자의 불법행위로 피해자의 가동능력이 일부나마 상실된 이상 그 감소된 능력을 기초로 산정되는 임금과 퇴직금 또한 함께 감소하는 것이 논리상 당연하다고 보아,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피해자는 남은 가동능력을 가지고 그 사업장에서 정년까지 근무할 것으로 추정하여 노동능력상실률에 상응하는 일실퇴직금을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습니다.
이 법리가 실무에 갖는 의미는, 부상 이후에도 부서를 옮기거나 업무 강도를 낮춰 계속 근무하는 경우라 해도 일실퇴직금 청구 자체가 배제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사고로 노동능력의 20%를 상실한 근로자가 퇴사하지 않고 계속 근무한다면, 정년퇴직 시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퇴직금 중 그 20%에 해당하는 금액이 일실퇴직금으로 산정됩니다. 완전히 퇴사해야만 손해가 발생한다는 오해 때문에 이 항목 자체를 청구에서 빼는 경우가 있는데, 계속 근무 여부와 무관하게 노동능력상실률만큼은 별도로 다툴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손해액은 어떻게 계산하나 — 정년퇴직 예상액에서 기취득분을 뺀 현가
일실퇴직금의 계산은 크게 세 단계를 거칩니다. 첫째, 사고가 없었다면 정년퇴직 시점에 받았을 것으로 예상되는 퇴직금 총액을 산정합니다. 사고 당시 임금 수준을 기초로 입사일부터 정년까지의 전체 근속연수에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이 정한 산정기준(계속근로 1년당 30일분 평균임금)을 적용해 계산합니다. 둘째, 이 총액 중 입사일부터 조기퇴직 시점까지의 근속기간에 해당하는 부분, 즉 피해자가 이미 근무함으로써 잠재적으로 취득하고 있던 몫을 공제합니다. 이 부분은 사고와 무관하게 어차피 받을 수 있었던 금액이므로 손해에서 제외되는 것입니다.
셋째, 이렇게 남은 차액(조기퇴직 이후 정년까지 늘어났을 증가분)에 대해 중간이자를 공제하는 현가계산을 합니다. 손해배상금을 사고 시점에 한꺼번에 지급받으면 그 돈을 정년까지 운용해 이자수익을 얻을 수 있으므로, 그만큼을 미리 공제하지 않으면 피해자가 실제 손해보다 더 많이 받는 결과가 되기 때문입니다. 법원 실무는 통상 호프만식 계산법(단리할인법)을 사용하며, 공제기간이 아무리 길어도 단리연금현가율이 240을 넘지 않도록 상한을 두어, 현가의 원본에서 생기는 이자가 손해액을 초과해 피해자가 과잉배상을 받는 일이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가정을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입사 10년차에 사고를 당해 노동능력의 30%를 상실하고 정년까지 15년이 남은 근로자라면, 우선 사고 당시 임금을 기초로 입사일부터 정년까지 총 25년치 예상 퇴직금을 산정합니다. 그다음 이미 근무한 10년치 몫(잠재적으로 이미 취득한 부분)을 제외하고, 남은 15년치 증가분에 다시 노동능력상실률 30%를 곱해 손해액의 원본을 정합니다. 여기서 나온 금액에 15년치 중간이자를 공제하는 현가계산을 거쳐야 최종적으로 사고 시점 기준의 배상액이 나옵니다. 근속연수·임금·상실률 중 하나만 달라져도 결과가 크게 바뀌므로, 실제 사건에서는 이 세 변수를 뒷받침하는 자료의 정확도가 곧 배상액의 정확도를 좌우합니다.
일실퇴직금은 '정년퇴직 시 예상 퇴직금 − 조기퇴직 시까지 이미 취득한 몫'의 차액에 노동능력상실률을 반영한 뒤, 사고 시점 기준으로 중간이자를 공제한 현재가치로 환산해 산정한다.
임금은 사고 당시 기준 — 장래 승급분은 원칙적으로 반영되지 않는다
퇴직금 예상액을 계산할 때 어느 시점의 임금을 기준으로 삼을지도 자주 다투어지는 지점입니다. 법원은 원칙적으로 사고 당시의 임금 수준을 기준으로 산정하고, 앞으로 승진하거나 호봉이 올라 임금이 인상될 것이라는 가능성만으로는 이를 미리 반영해 주지 않습니다. 장래의 소득 증가는 불확실한 사정이라, 확정되지 않은 이익까지 손해액에 포함시키면 오히려 손해배상의 원칙(현실적으로 발생한 손해의 전보)에서 벗어나기 때문입니다.
다만 예외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공무원이나 대기업처럼 호봉표와 정기승급 규정이 명확히 정해져 있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승급이 확실시되는 경우에는, 그 승급분을 반영해 산정하는 것이 인정되기도 합니다. 반대로 승진·승급이 인사평가나 회사 사정에 따라 유동적인 일반 사기업 근로자라면, 승급 가능성을 주장하더라도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승급분 반영을 다투려면 막연한 기대가 아니라 회사의 승급 규정이나 실제 승급 사례 같은 구체적 자료를 제시해야 합니다.
퇴직금제도가 없는 직종은 어떻게 되나 — 자영업자·프리랜서의 한계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4조는 사용자에게 퇴직급여제도를 하나 이상 설정하도록 하면서도, 계속근로기간이 1년 미만이거나 4주간을 평균하여 1주간의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근로자에게는 이를 적용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 법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를 전제로 하므로, 사업소득으로 신고하는 자영업자나 프리랜서, 사용종속관계가 인정되지 않는 순수 위탁계약 형태의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애초에 퇴직금제도의 적용 대상이 아니어서 일실퇴직금 청구 자체가 어렵습니다.
다만 계약서상 명칭이 '위탁'이나 '프리랜서'로 되어 있어도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으며 근무했다면 근로자성이 인정되어 퇴직금을 청구할 수 있는 경우가 있으므로, 이런 사정이 있다면 계약형태만으로 단정하지 말고 실제 근무실태를 함께 따져봐야 합니다. 한편 회사가 퇴직금제도 대신 확정급여형(DB)이나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제도를 운영하는 경우에도, 일실퇴직금 산정의 기본 원리(정년까지의 예상 급여액을 기초로 한 차액 산정)는 크게 다르지 않지만 구체적인 계산 방식은 해당 제도의 급여 산정 구조에 맞춰 조정해야 합니다.
실제 소송·합의에서 다투는 지점 — 정년 규정, 증거자료, 보험사 협상
실무에서 일실퇴직금을 둘러싼 다툼은 대개 세 갈래로 나뉩니다. 첫째는 정년 규정 자체입니다. 취업규칙에 정년이 명시된 사업장이라면 큰 다툼 없이 그 나이를 기준으로 삼지만, 정년 규정이 없거나 애매한 소규모 사업장이라면 동종업계 통상 정년, 근로자의 연령·근속연수·건강상태 등을 종합해 법원이 정년을 추정해야 하므로 다툼의 여지가 커집니다. 둘째는 증거자료의 충실도입니다. 근속연수·임금·정년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부실하면 법원이 보수적으로 근속연수를 단축하거나 청구 자체를 인정하지 않을 수 있어, 소송에 앞서 관련 자료를 최대한 확보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셋째는 보험사·가해자 측과의 협상 과정입니다. 교통사고는 자동차보험 대인배상, 산업재해는 근로복지공단의 산재보상과 별도의 민사 손해배상이 함께 문제 되는데, 이때 보험사가 제시하는 합의금 산정 내역에는 일실수입만 포함되고 일실퇴직금이 통째로 빠져 있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이미 지급받은 산재보상금이나 보험금이 있다면 손해배상액에서 일부 공제되는 조정이 필요할 수 있으므로, 합의서에 서명하기 전에 이 항목이 반영되어 있는지, 공제 계산이 정확한지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소송으로 진행될 경우에는 통상 법원이 지정한 신체감정의의 노동능력상실률 감정 결과와 손해사정 전문가의 계산서(또는 법원 재판연구관실의 계산)를 근거로 일실퇴직금이 별도 항목으로 확정됩니다. 반면 소송 없이 보험사·가해자와 직접 합의하는 경우에는 이런 공적 절차 없이 상대방이 제시하는 금액에 의존하게 되므로, 합의 전 단계에서부터 일실퇴직금의 존재와 대략적인 산정 범위를 스스로 파악해두는 것이 협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일실퇴직금과 일실수입은 함께 청구할 수 있나요?
A. 네, 서로 다른 소극적 손해 항목이라 함께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일실수입은 사고 이후 줄어든 근로소득 자체를, 일실퇴직금은 조기퇴직으로 늘어나지 못한 퇴직금 차액을 배상하는 것으로 이중배상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Q. 회사에 퇴직금 규정이 없으면 청구가 불가능한가요?
A.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상 일정 요건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은 원칙적으로 퇴직급여제도를 하나 이상 두어야 하므로, 별도 규정이 없어도 법정 기준(계속근로 1년당 30일분 평균임금)으로 산정해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근로자성 자체가 인정되지 않는 자영업자·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이 항목의 청구가 원칙적으로 어렵습니다.
Q. 정년 규정이 없는 회사인데도 일실퇴직금을 인정받을 수 있나요?
A. 취업규칙에 명시된 정년이 없더라도 동종업계 통상 정년, 근로자의 연령·근속연수 등을 종합해 법원이 정년을 추정해 인정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만 입증이 더 까다로워지므로 동종업계 자료를 함께 준비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Q. 노동능력이 일부만 상실됐는데도 퇴직금 손해를 청구할 수 있나요?
A. 네, 판례상 노동능력을 일부만 상실하고 계속 근무하는 경우에도 그 상실률에 비례한 일실퇴직금이 인정됩니다. 실제로 퇴사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이 항목이 배제되지는 않습니다.
Q. 산재보험에서 받은 급여와 일실퇴직금은 어떤 관계인가요?
A. 산재보험의 휴업급여·장해급여 등은 근로복지공단이 지급하는 별도의 사회보장급여로, 가해자를 상대로 한 민사 손해배상의 일실퇴직금과는 산정 근거 자체가 다릅니다. 다만 이미 지급된 보상금이 있다면 손해배상액 산정 과정에서 일부 조정될 수 있습니다.
Q. 합의 전에 일실퇴직금을 놓치지 않으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요?
A. 근로소득 원천징수영수증, 급여명세서, 재직증명서, 취업규칙·단체협약상 퇴직금·정년 규정, 노동능력상실률 진단서를 미리 확보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보험사나 가해자 측이 제시하는 합의금 산정 내역에 이 항목이 빠져 있지는 않은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맺음말
일실퇴직금은 일실수입에 가려 합의 과정에서 통째로 누락되기 쉬운 손해 항목입니다. 그러나 근속연수에 비례해 커지는 퇴직금의 구조를 생각하면, 조기퇴직으로 잃은 증가분은 결코 작지 않은 금액인 경우가 많습니다. 정년까지 근무했으리라는 개연성을 뒷받침할 자료를 갖추고, 노동능력상실률에 따른 계산이 정확히 반영됐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이 손해를 온전히 배상받는 출발점입니다.
수원지방법원 관할을 비롯해 각지에서 진행되는 교통사고·산재 손해배상소송에서는 이 항목이 초기 합의금 산정 단계부터 빠져 있는 경우를 적지 않게 봅니다. 조기퇴직을 앞두고 있거나 이미 합의를 진행 중이라면, 서명하기 전에 일실퇴직금이 산정 내역에 포함되어 있는지부터 점검해 보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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