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 때부터 건물을 관리해 온 회사, 언제까지 관리할 수 있는가 — 관리단의 관리권 회복과 '핸드폰 서명' 위임의 효력
분양 때부터 건물을 관리해 온 회사, 언제까지 관리할 수 있는가 — 관리단의 관리권 회복과 '핸드폰 서명' 위임의 효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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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 때부터 건물을 관리해 온 회사, 언제까지 관리할 수 있는가 — 관리단의 관리권 회복과 '핸드폰 서명' 위임의 효력 

신지수 변호사

들어가며

오피스텔이나 상가와 같은 집합건물에서는 준공 직후부터 시행사 또는 시행사가 지정한 위탁관리회사가 건물을 관리하는 것이 관행처럼 되어 있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구분소유자들이 관리단을 조직하고 관리인을 선임하여 '이제 우리가 직접 관리하겠다'고 선언했을 때, 기존 관리회사가 관리사무소를 점유한 채 인계를 거부하면 어떻게 되는가. 여기에 더하여, 수백 명의 구분소유자로부터 총회 소집 동의와 의결권 위임을 받는 과정에서 종이 위임장 대신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인적사항을 회신받아 위임장을 작성하는, 이른바 '핸드폰 서명' 방식이 유효한지도 실무의 뜨거운 쟁점입니다. 오늘 소개하는 결정은 이 두 쟁점에 대하여 명확한 기준을 제시한 사례로서, 대규모 집합건물의 관리권 분쟁에서 반드시 참고해야 할 재판례입니다.

사안의 개요

이 사건 건물은 화성시 소재 총 1,067개 호실, 구분소유자 708명, 전유부분 면적 합계 22,704㎡ 규모의 대형 집합건물입니다. 채무자 회사는 2014년경 건축사업 시행사로부터 관리업무를 위탁받아 이후 줄곧 1층 관리사무소를 점유하면서 건물을 관리해 왔습니다. 그러던 중 구분소유자들 사이에 관리단 구성을 위한 두 개의 추진위원회가 대립하였고, 그중 한쪽 추진위원회가 구분소유자 143명의 소집 동의를 얻어 관리단 창립총회를 공고·개최하였습니다. 총회에서는 구분소유자 708명 중 392명(55.4%), 의결권 면적 기준 50.5%의 출석 및 찬성으로 관리인과 임원이 선출되었습니다. 주목할 점은 소집 동의와 의결권 위임 중 약 100장이 '핸드폰 서명' 방식, 즉 구분소유자가 문자메시지로 이름·호실·연락처 등을 회신하면 추진위원회 측이 그 명의의 위임장을 작성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입니다. 새로 선임된 관리인이 관리업무 인수인계를 요구하였으나 채무자가 이를 거부하고 관리사무소 점유를 계속하자, 관리단이 관리행위 중지와 서류·물건·정보의 인계를 구하는 가처분을 신청하였습니다.

법원의 판단 1 — 위탁관리회사의 관리권한은 '잠정적'이다

법원은 피보전권리 판단의 출발점으로 집합건물법의 기본 구조를 확인하였습니다. 집합건물에 대하여 구분소유 관계가 성립하면 구분소유자 전원을 구성원으로 하는 관리단이 별도의 조직행위 없이 당연히 설립되고, 다만 분양자는 관리단이 관리를 개시할 때까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건물을 관리할 의무를 부담할 뿐입니다. 여기서 법원은 대법원 판례를 인용하여 핵심 법리를 선언합니다. 분양자의 관리권한은 어디까지나 잠정적인 것이고, 분양자로부터 관리를 위탁받은 업자의 지위 역시 그 위탁계약의 기재에 관계없이 마찬가지이므로, 관리단이 관리를 개시하면 위탁관리회사는 관리단과 사이에 별도의 계약관계 등을 갖추지 않는 이상 관리단의 의사에 반하여 건물을 관리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관리단 총회에서 관리인이 적법하게 선임된 이상 채무자의 관리권한은 소멸하였고, 관리단은 관리사무소의 명도, 관리업무 방해금지, 관리 관련 서류의 인계를 구할 피보전권리를 가진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우리가 시행사와 위탁계약을 맺었다'는 항변이 관리단의 등장 앞에서는 더 이상 방패가 되지 못함을 분명히 한 것입니다.

법원의 판단 2 — '핸드폰 서명' 위임의 유효성

이 결정의 백미는 전자적 방식의 소집 동의와 의결권 위임에 관한 판단입니다. 채무자는 본인이 직접 서명하지 않은 위임장 약 100장이 무효이므로 총회 소집 자체가 정족수 미달로 위법하고 의결정족수에도 미달한다고 다투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집합건물법과 그 시행령이 의결권의 대리행사를 허용하면서 대리권 수여의 '방식'에 관하여는 아무런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출발하여, 위임장을 반드시 구분소유자가 직접 작성하여야 한다고 볼 근거가 없고, 위임장의 내용과 기재 등에 의하여 본인의 위임 의사가 진정한 것임이 확인되는 경우라면 위임장을 본인이 직접 작성하지 않았더라도 그 의결권 행사를 무효로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 관리단 집회의 소집 동의에도 같은 법리가 적용된다고 보았습니다.

구체적 사실인정도 치밀합니다. 추진위원회가 구분소유자들의 연락처로 소집동의·의결권 위임의 취지를 설명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내면서 동의할 경우 회신할 사항을 안내한 점, 구분소유자들이 자신의 이름·호실·연락처 등을 문자로 회신한 점, 작성된 위임장을 다시 전송하여 확인 기회를 부여한 점이 소명되었고, 위임인이 그와 같은 정보를 기재하여 회신한 행위 자체가 소집에 동의하고 의결권을 위임한다는 뜻이자 그 명의의 위임장 작성을 승낙한다는 취지라고 해석하였습니다. 나아가 위임인들이 사후에 위임장이 자신의 의사와 달리 작성되었다고 이의를 제기하였다고 볼 자료가 없다는 점까지 확인하였습니다. 위조 주장이 제기된 개별 위임장들에 관하여도 본인 명의의 사실확인서 등으로 진정성립이 소명되었다고 보아 채무자의 항변을 모두 배척하였고, 공유자 중 의결권 행사자 미지정 주장, 구분소유자 아닌 자의 동의 주장 등도 등기 기록과 상속관계 등을 근거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법원의 판단 3 — 인용의 실효성 확보, 간접강제

법원은 관리단이 관리 개시를 위해 인수인계를 요구하였음에도 채무자가 관리사무소를 점유한 채 관리행위를 계속하고 있는 사실로부터 보전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 관리인이 모욕 관련 벌금형의 약식명령을 받았다는 사정만으로는 관리인 자격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점도 덧붙였습니다. 나아가 주문의 실효성 확보를 위하여 집행관 공시를 명하고, 채무자가 관리행위 금지 의무를 위반할 경우 위반행위 1회당 500만 원을 지급하도록 하는 간접강제까지 결정 단계에서 함께 명하였습니다. 관리권 분쟁에서 가처분 결정문이 종잇조각이 되지 않으려면 간접강제 신청을 처음부터 병합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인계 대상도 재무제표, 세금계산서, 관리비 통장과 도장·비밀번호, 장기수선충당금 통장, 건축도면, 각종 안전관리자 선임신고서 등 별지 목록으로 구체적으로 특정되었습니다.

평석 — 관리권 분쟁 실무의 좌표

첫째, 이 결정은 '분양자 위탁관리의 잠정성' 법리가 실전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줍니다. 위탁관리회사로서는 시행사와의 계약 기간이 아무리 남아 있어도, 적법하게 성립한 관리단이 관리 개시를 선언하는 순간 관리권한의 근거를 잃습니다. 관리를 계속하려면 관리단과 새로운 위탁계약을 체결하는 길뿐입니다. 반대로 구분소유자 측에서는 관리비 집행의 불투명 등 기존 관리에 불만이 있다면, 개별 민원이 아니라 관리단 총회의 적법한 소집과 관리인 선임이라는 정공법이 가장 빠른 해결책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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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전자적 위임의 유효성 판단은 대규모 집합건물의 의사결정 실무에 큰 의미가 있습니다. 수백 명의 구분소유자가 전국에 흩어져 있는 오피스텔에서 종이 위임장만을 고집한다면 총회 성립 자체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이 결정은 '방식의 자유'를 원칙으로 하되, 그 유효성의 관건을 본인의 진정한 위임 의사의 '확인 가능성'에 두었습니다. 실무적으로는 안내 메시지에 위임의 취지를 명확히 기재할 것, 본인 특정이 가능한 정보(이름·호실·연락처)를 회신받을 것, 작성된 위임장을 재전송하여 확인 기회를 줄 것, 그리고 회신 기록 일체를 보존할 것이 요구됩니다. 이 절차적 정비가 부실하면 같은 방식이라도 진정성립이 부정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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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총회를 공격하는 쪽의 관점에서 보면, 이 사건 채무자처럼 정족수·위임 방식·개별 위임장의 하자를 백화점식으로 나열하는 전략은 각 주장마다 구체적 소명자료가 뒷받침되지 않는 한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소집절차의 하자는 결의 취소사유와 무효사유의 구별 문제와도 맞물리므로, 다툴 실익이 있는 하자를 선별하여 집중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마치며

집합건물의 관리권 분쟁은 관리단 총회의 설계 단계에서 승부의 팔 할이 결정됩니다. 소집 동의의 수집 방식, 의결권 위임장의 형식, 정족수 계산, 그리고 가처분과 간접강제의 병합 신청까지, 어느 하나라도 어긋나면 애써 개최한 총회가 무효 시비에 휘말리고 관리권 회복은 기약 없이 미뤄집니다. 기존 관리회사의 인계 거부로 고민하는 관리단이나 구분소유자, 반대로 관리권한을 다투게 된 위탁관리회사 모두, 이러한 문제점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법무법인 랜드로 신지수 변호사에게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부동산 전문 변호사로서 총회 설계에서 가처분 집행까지 전 과정을 빈틈없이 조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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