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검증을 거치지 않은 증액 결의, 무효일까
공사비 검증을 거치지 않은 증액 결의, 무효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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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비 검증을 거치지 않은 증액 결의, 무효일까 

신지수 변호사

들어가며

자재비와 인건비가 급등하면서 정비사업 현장마다 공사비 증액 협상이 벌어졌습니다. 시공사는 수백억 원의 증액을 요구하고, 조합 집행부는 사업 지연을 막기 위해 일정 부분을 수용하며, 일부 조합원은 "왜 검증도 없이 도장을 찍었느냐"고 반발합니다. 이 판결은 그 갈등이 소송으로 옮겨왔을 때 법원이 어떤 잣대를 드는지 보여 주는 중요한 선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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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면, 법원은 이 사건 증액이 도시정비법 제29조의2에 따른 공사비 검증 요청 대상에 해당한다고 인정하면서도, 검증을 거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총회 결의가 무효가 되지는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조합원 입장에서는 답답하고, 조합 입장에서는 안도할 만한 결론입니다.

사안의 개요

조합은 시공사의 공사비 증액 요구에 대응하여 총회에서 공사계약금액을 약 160억 원 증액하기로 하는 결의를 한 뒤, 후속 총회에서 공사비를 176억 7,194만여 원 증액하는 이 사건 결의를 하였습니다. 종전 총회에서 의결된 공사계약금액 1,662억여 원을 기준으로 하면 증액 비율은 약 10.63%였고, 생산자물가상승률을 공제하더라도 3%를 넘는 수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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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 일부는 이 사건 결의가 공사비 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의결정족수도 조합원 3분의 2 이상이어야 하는데 과반수로 의결되었으며, 계약금액 조정이 불가능한 물가변동분까지 반영되었다는 등의 이유로 결의 무효 확인을 구했습니다. 제1심은 청구를 기각했고, 항소심도 항소를 기각하였습니다.

법원의 판단

1. 검증 요청 대상에는 해당한다

법원은 우선 이 사건 증액이 정비사업 공사비 검증 기준상 "검증이 완료된 이후 공사비 증액 비율이 100분의 3 이상인 경우"에 해당하여 검증기관에 공사비 검증을 요청하였어야 하는 경우라고 인정하였습니다. 즉 조합의 절차 위반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습니다.

2. 그러나 검증 미이행이 결의를 무효로 만들지는 않는다

법원이 결의 무효를 부정하며 든 근거는 설득력이 있습니다. 첫째, 도시정비법 관련 법령에는 공사비 검증을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는 변경계약을 체결할 수 없다는 취지의 규정을 찾을 수 없습니다. 둘째, 검증 결과에 대한 이의신청 절차도 마련되어 있지 않고, 검증을 하지 않은 조합 임원 등을 형사처벌하거나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의 별도 제재규정도 두고 있지 않습니다. 셋째, 사업시행자가 검증을 요청하여야 하는 종기(終期)에 관한 규정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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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법원은 실질적 고려를 더합니다. 공사도급계약의 속성상 정비사업의 공사비는 준공에 이르기까지 수차례 변경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 과정에서 조합원들이 증액 규모와 내역을 알고 총의로 결의를 하였음에도 검증 절차가 없었다는 이유만으로 결의의 효력을 일률적으로 부정한다면, 오히려 불필요한 절차 반복이나 사업 지연으로 인한 조합원들의 재산적 피해가 가중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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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조합이 시공사의 증액 요구 내용을 조합원들에게 알리고 대응을 논의해 왔으며, 검증 절차를 밟기보다 지연손해금이나 금융비용 등 공사비 외의 부분까지 포함하여 최종 변경계약과 관리처분계획 변경을 한꺼번에 정리하는 것이 조합원 전체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도 고려되었습니다.

3. 의결정족수 — 기준은 "공사비"가 아니라 "정비사업비"다

원고들은 증액 비율이 10%를 넘으므로 조합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이를 배척했습니다. 도시정비법 제45조 제4항이 가중 의결정족수를 요구하는 것은 사업시행계획서의 작성·변경 또는 관리처분계획의 수립·변경 시 "정비사업비가 100분의 10(생산자물가상승률분, 손실보상금 제외) 이상 늘어나는 경우"이지, "공사비 증액 비율이 100분의 10 이상"인 경우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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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관련 행정소송에서는 생산자물가상승률분을 참작하지 않은 정비사업비 증가율이 약 9.18%로 판단되어 가중 의결정족수 대상이 아니라는 결론에 이르렀고, 이 사건 결의에도 과반수를 훨씬 넘는 조합원이 찬성하였습니다.

4. "조합원의 이해관계에 중대한 영향" 판단 기준

원고들은 구법 하의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조합의 비용부담이 실질적으로 변경된 경우에는 정관변경에 준하여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그 판례가 나온 배경을 짚으면서, 2012. 2. 1. 개정으로 정비사업비 증액 규모에 관한 명시적 규정이 마련된 이상 개정 이후 사안에서는 도시정비법 제45조 제4항에 법정된 기준에 따라 판단함이 타당하다고 정리하였습니다.

5. 물가변동 반영 주장

​원고들은 계약 일반조건상 착공 이후에는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이 불가능한데 증액분에 물가변동분이 포함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최종 증액분 중 물가변동으로 인한 부분을 특정하기 어렵고, 착공 무렵과 증액 요구 무렵의 건설공사비지수가 99.34에서 126.05로 상승한 사정에 비추어 조정을 인정할 수 있을 정도의 경제적 사정변경이 있다고 볼 여지도 상당하며, 건설산업기본법 제22조 제5항 제1호가 정당한 이유 없이 부담을 상대방에게 떠넘기는 현저히 불공정한 계약 부분을 무효로 하는 취지를 규정하고 있는 점 등을 들어 배척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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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석 — "절차 위반"과 "결의 무효" 사이의 거리

이 판결의 핵심은 절차규정의 성격 판단, 즉 효력규정과 단속규정의 구별입니다. 법원은 도시정비법 제29조의2의 입법 취지가 조합원 보호와 합리적 사업 추진에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인정하면서도, 그 위반이 곧바로 사법상 결의의 효력을 부정하는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판단 근거로 제시된 세 가지 — 계약 체결 제한 규정의 부재, 제재규정의 부재, 종기 규정의 부재 — 는 법령 해석의 정석에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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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무적으로 더 중요한 것은 "중대·명백한 하자" 프레임입니다. 총회 결의 무효를 다투는 소송에서 원고는 절차 위반 사실만 입증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그 하자가 결의의 효력을 부정할 만큼 중대하고 명백함을 논증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검증 대상 해당 여부의 판단이 항상 명확한 것은 아니라는 점, 증액 요구 항목에 실질적으로 공사비로 볼 수 없는 항목이 섞여 있을 수 있다는 점, 검증 완료 후 변경계약이 체결되지 않은 경우 등 기준 적용 여부를 둘러싼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점을 들어 조합의 판단을 존중했습니다.

다만 이 판결을 "공사비 검증은 안 해도 그만"으로 읽어서는 안 됩니다. 법원이 결의를 유지한 배경에는 조합이 증액 경위를 조합원들에게 알리고 대응을 논의해 왔다는 사정, 그리고 관련 행정소송에서 관리처분계획 변경인가의 적법성이 이미 확인되었다는 사정이 깔려 있습니다. 만약 조합 집행부가 증액 내역을 은폐하거나, 총회 자료에 항목별 금액을 제시하지 않았거나, 시공사와의 유착 정황이 드러났다면 판단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검증 미이행은 그 자체로 무효 사유는 아니지만, 다른 하자와 결합할 때 무효 판단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정황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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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이 판결은 정비사업비와 공사비를 구별하는 실무의 중요성을 다시 확인해 줍니다. 도시정비법 제45조 제4항의 가중정족수 판단은 공사비가 아니라 정비사업비를 기준으로, 그것도 생산자물가상승률분과 손실보상금을 공제한 뒤 산정해야 합니다. 총회 안건을 상정하는 조합이든 이를 다투는 조합원이든, 이 계산을 먼저 정확히 해 두지 않으면 소송의 출발점부터 어긋납니다.

실무상 시사점

-조합 집행부라면-

첫째, 검증 요청 요건에 해당하는지를 사전에 검토하고, 검증을 생략하기로 한다면 그 판단 근거와 조합원 전체 이익에 부합한다는 사정을 이사회·대의원회 회의록에 명확히 남겨야 합니다. 둘째, 총회 자료에 증액 항목을 세분하여 제시하십시오. 이 사건에서도 공사비 외에 지연손해금, 금융비용 등 성격이 다른 항목이 뒤섞여 있었고, 그 불명확성이 오히려 판단을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셋째, 정비사업비 증가율을 산정하여 가중 의결정족수 해당 여부를 문서로 정리해 두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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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이라면-

검증 미이행만을 이유로 결의 무효를 다투는 것은 이 판결에 비추어 승산이 높지 않습니다. 소송을 고려한다면 자료 제공의 부실, 총회 소집절차의 하자, 안건 설명의 허위·누락, 정비사업비 증가율 산정 오류로 인한 의결정족수 미달 등 다른 하자와 함께 구성해야 합니다. 또한 관리처분계획 변경인가에 대한 행정소송, 총회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등 여러 절차 중 무엇을 언제 선택할지의 전략적 판단이 결과를 크게 좌우합니다.

맺으며 — 같은 문제로 고민하고 계신다면

공사비 증액 총회를 앞두고 계시거나, 이미 의결된 증액에 문제를 제기하고자 하시는 조합·조합원 모두 안건 상정 전 단계의 검토가 가장 중요합니다. 결의가 이루어진 뒤에 다투는 것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더 큰 결과를 만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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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랜드로는 부동산 매매·임대차, 재개발·재건축, 집합건물 및 공동주택 관리, 공사도급 분쟁을 집중적으로 다루어 왔습니다. 부동산 전문변호사 신지수 변호사가 계약서 검토 단계에서부터 소송·가처분·집행에 이르기까지 사건의 전 과정을 직접 상담하고 수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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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분쟁이 시작되지 않았더라도, 계약서 문구 하나와 통지 시점 하나가 결과를 뒤집는 것이 부동산 사건입니다. 지금 상황이 위 사안과 비슷하다고 느끼셨다면, 늦기 전에 편하게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사실관계와 자료를 먼저 정리해 드리고, 승소 가능성과 실익을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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