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락한 입찰업체의 문제 제기는 어디까지 허용되는가
탈락한 입찰업체의 문제 제기는 어디까지 허용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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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락한 입찰업체의 문제 제기는 어디까지 허용되는가 

신지수 변호사

들어가며

아파트 대규모 공사 입찰만큼 뒷말이 많은 절차도 드뭅니다. 낙찰자가 정해지는 순간 탈락 업체의 호소문이 각 세대 우편함에 꽂히고, 비상대책위원회가 결성되며, 현수막이 걸립니다. 낙찰 업체 입장에서는 정당하게 따낸 공사가 흔들리는 것이고, 탈락 업체 입장에서는 불투명한 절차에 대한 정당한 문제 제기입니다.

이번 판결은 그 경계선을 다룹니다. 중앙집중식 난방을 개별난방으로 전환하는 공사에서 낙찰받은 시공사가 탈락 업체, 그 탈락 업체 대신 일부 세대 공사를 수주한 다른 업체, 그리고 입주자대표회의 세 주체를 모두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했으나, 법원은 전부 기각하였습니다. 결론보다 그 논리 구조가 실무적으로 훨씬 중요합니다.

사안의 개요

입주자대표회의는 아파트의 난방방식을 중앙집중식에서 개별난방식으로 변경하기 위해 "세대 내 배관설치 및 기타공사"에 관한 입찰공고를 하였습니다. 원고 회사가 시공사로 선정되어 공사금액 16억 4,780만 원(공용부분 4억 3,780만 원, 전유부분 12억 1,000만 원 — 1,521세대, 세대별 79만 5,000원 기준)으로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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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이 사건의 운명을 가른 조항이 등장합니다. 도급계약은 전유부분 공사대금에 관하여 "각 해당 세대로부터 원고가 직접 수령한다"고 정하고 있었습니다.

입찰에서 탈락한 피고 회사는 입찰절차의 공정성과 낙찰자 선정 경위에 의문을 제기하는 호소문을 각 세대에 배부하고, 공사계약의 효력정지를 구하는 가처분을 신청하였습니다. 법원은 "입찰절차에 공정성을 현저히 침해할 정도의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할 수 없다"며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였습니다. 한편 일부 입주민들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는 주민설명회를 열고 업체별 입찰금액 차액을 주민이 부담하게 된다는 취지의 현수막을 게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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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원고는 1,521세대 중 109세대와 전유부분 공사계약을 체결하지 못했고, 그 109세대는 다른 업체와 세대당 65만 원(원고 단가보다 14만 5,000원 저렴)에 계약하여 공사를 마쳤습니다. 원고는 세 피고를 상대로 연대하여 3,589만 5,678원의 손해배상을 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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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의 판단

1. 탈락 업체 — 이의 제기와 가처분 신청은 권리구제 수단이다

법원은 경쟁입찰에 참여하였다가 탈락한 업체가 낙찰자 선정 절차의 위법성이나 불공정성을 지적하며 이의를 제기하거나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하는 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입찰절차의 적법성을 다투기 위한 권리구제 수단의 일환이거나 의견 표명으로 볼 수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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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소문 배부와 가처분 신청 사실 자체는 인정되었지만,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탈락 업체가 원고에게 손해를 입힐 목적으로 부당하게 입주민을 기망하거나 선동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그 행위가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범위를 벗어난 위법한 업무방해 또는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가처분이 기각되었다는 사정도 신청 자체를 위법하게 만들지 못했습니다.

2. 경쟁 업체 — 유리한 조건 제시는 정상적 영업활동이다

법원은 경쟁 관계에 있는 사업자가 타사보다 유리한 거래조건을 제시하여 고객을 유치하는 행위는 상거래 관행 및 계약자유의 원칙상 허용되는 정상적인 영업활동이라고 전제한 뒤, 제3자의 계약 교섭 개입이 불법행위를 구성하려면 그 수단이나 방법이 사회통념상 비난받을 정도의 기망 또는 부당한 염매 등 거래의 공정성을 형해화하는 정도여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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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당 79만 5,000원 대 65만 원이라는 가격 차이는 그 자체로 "부당한 염매"로 평가되지 않았고, 두 피고 사이의 공모나 위법한 유인행위를 인정할 증거도 없다고 보았습니다.

3. 입주자대표회의 — 협조의무는 계약 강제 의무가 아니다

가장 실무적으로 중요한 판시는 이 부분입니다. 법원은 도급계약이 전유부분 공사대금에 관하여 각 세대가 원고에게 직접 지급하도록 정하고 있을 뿐, 입주자대표회의가 1,521세대 전부의 전유부분 공사계약 체결이나 공사 시행을 보장한다거나 일부 세대가 계약하지 않을 경우 부족분 상당의 공사대금을 보전하기로 하는 내용은 두고 있지 않다는 점에 주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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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계약 문언과 대금지급 구조에 비추어, 도급계약만으로 입주자대표회의가 전 세대에 대한 전유부분 공사 수주를 확정적으로 보장하였다거나 개별 세대로 하여금 반드시 원고와 계약을 체결하도록 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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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 법원은 계약당사자가 신의성실의 원칙상 상대방의 계약 이행에 협조할 의무를 부담한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그 협조의무가 전 세대로 하여금 계약을 체결하도록 "보장하거나 강제하여야 할 의무"에까지 이르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오히려 입주자대표회의는 주민설명회를 개최하고 계약 체결을 촉구한 사실이 인정되어 방임했다고 볼 수도 없다고 보았습니다.

평석 — 판결을 가른 것은 결국 계약서였다

이 사건의 승패를 가른 것은 피고들의 행위 태양이 아니라 도급계약서의 구조였습니다. "전유부분 공사대금은 각 세대로부터 직접 수령한다"는 한 문장이, 총 공사금액 16억 원이 기재된 계약서를 사실상 "공용부분 4억 원의 확정 도급계약 + 전유부분 12억 원의 영업 기회"로 분해해 버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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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는 "1,521세대 전체 공사를 시행할 지위를 취득하였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그 지위가 계약상 권리로 결정화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전유부분은 구분소유자의 배타적 지배영역이고, 자기 집 안에서 누구와 계약할지는 개별 세대에 유보된 권리이므로, 입주자대표회의가 이를 대신 처분할 수 없다는 논리입니다. 이는 집합건물법과 공동주택관리법의 기본 구조에 비추어 볼 때 타당한 결론입니다.

한편 탈락 업체 책임에 관한 판시는 표현의 자유와 영업권 보호의 충돌이라는 오래된 문제를 다시 확인해 줍니다. 법원은 "가처분이 기각되었다"는 결과가 아니라 "그러한 절차를 밟은 것 자체가 권리구제 수단"이라는 점에 무게를 두었습니다. 다만 이 판시는 무제한의 면죄부가 아닙니다. 법원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손해를 입힐 목적으로 부당하게 기망하거나 선동"이라는 표현을 남겨둔 것은, 허위사실을 적시하거나 명백히 왜곡된 수치를 유포한 정황이 입증되면 결론이 달라질 수 있음을 뜻합니다. 실제로 이런 사건에서 승패는 호소문과 현수막 문구를 한 줄 한 줄 사실과 대조해 허위성과 목적을 입증해 낼 수 있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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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 대리인의 관점에서 아쉬운 점은 손해의 구성입니다. 청구액 약 3,589만 원은 109세대 상당의 일실이익으로 보이는데, 위법행위와 개별 세대의 계약 거절 사이의 인과관계, 즉 "호소문이 없었다면 그 109세대가 원고와 계약했을 것"이라는 연결고리를 입증하기가 구조적으로 매우 어렵습니다. 개별 세대는 단지 14만 5,000원이 싸서 다른 업체를 택했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실무상 시사점

-시공사·수급인이라면-

세대별 개별계약 구조의 공사를 수주할 때에는 계약서에 반드시 물량 리스크 조항을 넣어야 합니다. 예컨대 최소 계약 세대수(예: 95% 이상) 보장 조항, 계약률 미달 시 발주처가 부족분을 보전하거나 공용부분 단가를 조정하는 정산 조항, 발주처의 세대 계약 체결 협조 의무를 구체적 행위(설명회 개최, 안내문 발송, 미계약 세대 명단 통보 등)로 특정하는 조항이 그것입니다. "전체 세대를 대상으로 한다"는 총액 기재만으로는 이번 판결처럼 보호받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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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자대표회의라면-

이번 판결은 입주자대표회의에게 유리한 선례이지만, 안심할 근거는 아닙니다. 법원이 책임을 부정한 결정적 근거 중 하나는 "주민설명회를 개최하고 계약 체결을 촉구한 사실"이 증거로 인정되었다는 점입니다. 즉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면 방임으로 평가될 여지가 있었습니다. 공고문, 설명회 자료, 안내문 발송 내역 등 협조 이행의 기록을 남겨두는 것이 곧 방어수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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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락 업체·비대위라면-

절차의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정당한 권리입니다. 다만 그 근거는 확인 가능한 사실에 한정해야 합니다. 입찰금액 비교와 같은 객관적 수치의 적시는 허용되기 쉽지만, 확인되지 않은 유착이나 금품 수수를 단정적으로 적시하는 순간 명예훼손과 업무방해의 영역으로 넘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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맺으며 — 같은 문제로 고민하고 계신다면

아파트 대규모 공사 입찰과 관련해 낙찰이 뒤집힐 위기에 놓였거나, 반대로 불공정한 입찰절차에 이의를 제기하려는 상황이시라면, 초기 대응 방식이 이후 소송의 결론을 좌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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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랜드로는 부동산 매매·임대차, 재개발·재건축, 집합건물 및 공동주택 관리, 공사도급 분쟁을 집중적으로 다루어 왔습니다. 부동산 전문변호사 신지수 변호사가 계약서 검토 단계에서부터 소송·가처분·집행에 이르기까지 사건의 전 과정을 직접 상담하고 수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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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분쟁이 시작되지 않았더라도, 계약서 문구 하나와 통지 시점 하나가 결과를 뒤집는 것이 부동산 사건입니다. 지금 상황이 위 사안과 비슷하다고 느끼셨다면, 늦기 전에 편하게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사실관계와 자료를 먼저 정리해 드리고, 승소 가능성과 실익을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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