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사이트 개발 외주 받았는데 개발자도 처벌되나요
사건 개요
외주 개발자로 일하다 보면 발주처가 보내온 기획서와 화면설계서만 보고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회원가입 - 포인트 충전 - 게임 배팅 - 환전" 구조의 플랫폼을 만들어 달라는 의뢰를 받고, 정해진 기간에 정해진 개발비를 받는 조건으로 관리자 페이지와 이용자 페이지를 구현해 납품합니다. 문제는 그 이후에 벌어집니다. 사이트가 실제로 운영에 들어간 뒤 경찰 수사가 시작되고, 서버 로그와 소스코드 이력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개발을 맡았던 사람에게까지 출석요구서가 날아오는 것입니다.
본인은 "코드만 짜 줬을 뿐 운영에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항변하지만, 수사기관은 개발자가 없었다면 애초에 도박사이트 자체가 존재할 수 없었다는 점에서 개발 행위 자체를 범행의 본질적 부분으로 봅니다. 실제로 도박사이트 관련 형사사건에서는 사이트를 이용한 사람, 운영진, 그리고 이를 만든 개발자까지 함께 입건되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특히 크몽이나 오픈채팅방 등을 통해 익명으로 발주받는 프리랜서 개발자일수록, 발주자의 신원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채 계약금과 잔금만 받고 손을 뗀 뒤 한참 지나 수사기관의 연락을 받는 경우가 많아 당혹감이 더 큽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개발자라는 이유만으로 처벌을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개발자라는 이유만으로 운영진과 같은 형을 받는 것도 아닙니다. 관여의 실질과 인식의 정도에 따라 무죄에서 정범에 준하는 처벌까지 결과가 크게 갈립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에서 실제로 다투어지는 지점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개발자에게 이 사이트가 도박 용도로 쓰인다는 인식(고의)이 있었는지입니다. 단순히 기능만 구현했을 뿐 실제 용도를 몰랐다면 처벌 대상에서 벗어날 여지가 있습니다. 둘째, 인식이 있었다면 그 관여가 공동정범인지 방조범(종범)인지입니다. 형법 제247조(도박장소 등 개설죄)는 영리 목적으로 도박을 하는 장소나 공간을 개설한 사람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는데, '공간'에는 온라인 사이트도 포함됩니다. 셋째, 개발비로 받은 돈이 범죄수익으로 몰수·추징 대상이 되는지입니다.
이 세 가지는 순서대로 이어집니다. 고의가 없다는 항변이 받아들여지면 처벌 자체를 피하고, 고의는 인정되더라도 관여가 제한적이었다는 점이 인정되면 방조범으로 형이 필요적으로 감경되며, 어느 경우든 받은 돈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추징 범위가 달라집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고의 요건에서 다투기 — "몰랐다"를 증거로 남기기
수사기관은 관리자 페이지에 '배팅', '환전', '포인트' 같은 도박 특유의 용어가 들어간 이상 개발자가 용도를 몰랐을 리 없다고 추정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추정은 뒤집을 수 있는 사실관계입니다. 김강희 변호사는 이런 사건에서 다음 순서로 인식의 시점과 정도를 재구성합니다.
1) 계약서·업무지시서·대화기록에서 인식 시점을 특정합니다.
발주 당시 기획서에 '게임 플랫폼', '포인트몰' 등 중립적 명칭이 쓰였는지, 실제 도박 용도가 계약 체결 이후에야 드러났는지를 카카오톡·이메일·업무 지시 문서로 재구성합니다. 계약 초기에는 통상적인 게임·포인트 서비스로 소개받았고, 도박성 확대는 발주자가 사후에 일방적으로 진행한 정황이 확인되면 최초 계약 단계의 고의를 부정할 근거가 됩니다.
2) 발주자의 은폐·분산발주 정황을 확보합니다.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자는 개발자 각각에게 전체 구조가 아니라 결제모듈, 회원관리, 게임연동 등 일부 모듈만 나누어 맡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개발자가 담당한 범위가 전체 시스템의 일부에 그쳤고, 나머지 구조를 알 수 없었다는 점을 프로젝트 관리 도구의 작업 분담 기록, 소스코드 저장소의 커밋 이력으로 뒷받침합니다.
3) 통상적 개발 도급이었다는 항변을 뒷받침합니다.
게시판형 커뮤니티나 쇼핑몰에도 쓰이는 범용 프레임워크와 결제 연동 코드를 재사용한 것이라면, 그 자체는 도박에 특화된 기술이 아니라는 점을 소스코드 구조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이는 '도박에 최적화된 설계를 의도적으로 제공했다'는 주장을 약화시키는 데 쓰입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공동정범과 방조범을 가르는 지점 — 관여의 계속성을 다투기
고의가 인정되는 상황이라도 승부는 끝나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타인의 범행을 알면서 제지하지 않고 용인한 것만으로는 공동가공의 의사가 충분하지 않다고 보고 있어(대법원 2023. 12. 21. 선고 2018도20415 판결), 인식이 있었다는 사실과 '공범으로서 함께 범행을 지배했다는 사실'은 별개로 증명되어야 합니다. 김강희 변호사는 이 단계에서 다음을 정리합니다.
1) 관여가 일회성 납품이었는지, 계속적 운영 참여였는지를 구분합니다.
개발을 완료하고 소스코드와 서버 접근권한을 넘긴 뒤 관계가 끝났다면 이는 정범의 '기능적 행위지배'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반대로 사이트 오픈 이후에도 유지보수 계약을 맺어 배당률 조정이나 환전 시스템 오류를 계속 처리해 주었다면, 그 계속적 관여가 공동정범 판단의 핵심 근거로 쓰일 수 있어 이 지점을 초기에 명확히 정리해야 합니다.
2) 대가 구조를 확인합니다.
정액의 개발비만 세금계산서를 발행하고 받았는지, 아니면 매출 또는 배팅액에 연동된 수수료·지분을 약정했는지가 중요합니다. 고정 개발비만 받은 계약서와 실제 입금 내역이 확인되면, 도박장 운영 수익을 개발자가 공유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뒷받침해 방조범(형법 제32조) 판단, 나아가 형법 제32조 제2항에 따른 필요적 감경으로 이어질 여지를 만듭니다.
3) 추징 대상 범위를 다툽니다.
운영진에게 부과되는 몰수·추징은 도박장을 통해 얻은 도박 자금 전체를 기준으로 산정되는 경우가 많지만, 개발자가 실제로 지급받은 것은 그와 무관한 정액의 용역대금입니다. 받은 돈이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범죄수익'에 해당하는지, 해당하더라도 추징 범위가 실제 수령액을 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계약서와 세금계산서, 입금 내역으로 명확히 밝혀 둡니다. 이미 세금계산서를 발행하고 소득으로 신고까지 마친 정상적인 용역대금이라는 사정은, 은닉·가장의 의도가 없었다는 정황으로도 함께 활용할 수 있습니다.
결론
도박사이트 개발 외주를 맡았다가 수사선상에 오른 경우, "나는 시킨 대로 코드만 짰다"는 항변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계약 당시 무엇을 알았고 무엇을 몰랐는지, 그리고 납품 이후 어디까지 관여했는지를 처음부터 자료로 재구성해야 고의와 공범 성립 여부를 제대로 다툴 수 있습니다.
특히 계약서, 업무 대화 기록, 소스코드 커밋 이력, 입금 내역처럼 시간이 지나면 흩어지기 쉬운 자료들은 수사 초기에 확보해 둘수록 유리합니다. 출석요구서를 받았거나 수사 개시 사실을 알게 되었다면, 조사에 응하기 전에 본인의 관여 정도와 자료 현황을 먼저 점검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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