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가야 하는데 보증금 못 받았으면 임차권등기부터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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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가야 하는데 보증금 못 받았으면 임차권등기부터 하나요 

고준용 변호사

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전세 계약이 끝났는데도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 이사 날짜는 다가오는데 발이 묶인 임차인분들의 상담이 부쩍 늘었습니다. 새 집 잔금일과 이사업체 예약까지 잡아둔 상태에서 보증금만 묶여 있으니 마음이 급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제가 자주 듣는 말이 “법원에 임차권등기명령 신청서만 냈으니 이제 이사해도 되겠죠”라는 것입니다. 신청서를 접수했다는 사실 자체에 안심하고 짐부터 빼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정작 등기부에 실제로 기입되기 전에 이사해버리면 그동안 어렵게 쌓아온 권리를 통째로 잃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임차권등기명령의 보호 효력이 신청 시점이 아니라 등기가 실제로 마쳐진 시점부터 발생한다는 원칙을 다시 한번 명확히 했습니다. 등기 완료 전에 점유를 잃으면 기존 대항력은 그 순간 소멸하고, 나중에 등기를 마쳐도 소급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아래에서는 보증금을 받지 못한 채 이사해야 하는 임차인이 임차권등기를 어떤 순서로, 어느 시점까지 확인하고 진행해야 하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보증금을 못 받은 채 이사부터 하면 대항력을 잃습니다

점유를 잃는 순간, 그동안 쌓아온 대항력도 그 자리에서 소멸합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대항력은 주택을 인도받아 점유하고 전입신고를 마쳐야 발생하며, 그 이후에도 이 두 요건이 계속 유지돼야 존속합니다. 우선변제권 역시 이 대항요건이 유지되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문제는 이사, 즉 짐을 빼고 열쇠를 넘기는 순간 ‘점유’ 요건이 무너진다는 점입니다. 보증금을 받지 못했다는 억울함과는 별개로, 법적으로는 점유를 상실한 시점에 대항력이 곧바로 사라집니다.

대법원도 이 점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주택 임차인이 주택 소재지로 전입신고를 마치고 주택을 인도받아 일단 임차권의 대항력을 취득하였으나 그 후 주택의 점유를 상실하였다면 그 대항력은 점유 상실 시에 소멸한다(대법원 2025. 4. 15. 선고 2024다326398 판결).

즉 “보증금을 못 받았으니 나는 계속 보호받는다”는 생각과 달리, 임차권등기 없이 이사부터 하면 그 시점에 대항력과 우선변제권 모두 잃을 위험이 있습니다.

임차권등기 여부와 관계없이, 이사로 점유를 놓는 순간 대항력은 그 자리에서 사라질 수 있습니다.


2. 임차권등기명령은 이사해도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지켜주는 제도입니다

등기를 마치면, 이사해서 대항요건을 잃어도 이미 취득한 권리는 그대로 유지됩니다.

이런 위험을 막기 위해 마련된 제도가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3의 임차권등기명령입니다. 임대차가 끝난 후에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임차인은 임차주택 소재지를 관할하는 지방법원·지방법원지원 또는 시·군법원에 이 제도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신청서에는 신청 취지·이유와 함께 임차권등기의 원인이 된 사실, 즉 이미 대항력이나 우선변제권을 취득했다면 그 사실을 구체적으로 소명해야 합니다. 임대차계약서, 주민등록등본, 확정일자 부여 내역 등이 소명자료로 쓰입니다.

같은 법 제3조의3 제5항은 임차인이 임차권등기 이전에 이미 대항력이나 우선변제권을 취득한 경우 그 권리는 그대로 유지되며, 등기 이후에는 대항요건을 상실하더라도 이미 취득한 권리를 잃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등기를 마친 뒤라면 이사를 가도 종전 순위 그대로 보호받는다는 뜻입니다.

임차권등기를 마치고 나면, 이사로 대항요건을 잃어도 이미 확보한 순위와 권리는 유지됩니다.


3. 신청서만 접수해서는 안 되고, 등기가 실제로 마쳐져야 보호받습니다

보호는 ‘신청일’이 아니라 ‘등기부 기입일’부터 시작됩니다.

여기서 가장 많이 오해하는 지점이 바로 이것입니다. 법원에 신청서를 냈다는 사실만으로는 아직 아무 효력이 없습니다. 법원의 심사와 결정, 임대인에 대한 결정문 송달, 등기소에 대한 촉탁을 거쳐 등기부에 실제로 기입돼야 비로소 효력이 생깁니다.

앞서 본 2024다326398 판결의 사안이 바로 이 지점을 다룹니다. 임차인이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해 두고도 등기가 완료되기 전에 이사해버렸고, 그 뒤 해당 주택이 경매로 넘어간 사안이었습니다. 대법원은 이미 소멸한 대항력이 나중에 등기가 마쳐진다고 해서 소급해서 되살아나는 것이 아니라, 등기가 마쳐진 때부터 그와는 동일성이 없는 새로운 대항력이 발생할 뿐이라고 판시했습니다.

새로운 대항력은 그 등기일을 기준으로 순위가 매겨지므로, 그 사이에 근저당권 등 다른 권리가 먼저 설정됐다면 임차인은 후순위로 밀려 배당에서 불리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사 전에는 반드시 등기부등본을 발급받아 임차권등기가 실제로 기입됐는지를 눈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4. 등기를 마치면 보증금 반환이 임차인의 퇴거보다 먼저 이행돼야 합니다

임차권등기를 마친 뒤에는, 임대인이 “집을 먼저 비워달라”고 버틸 근거가 약해집니다.

임차권등기를 마치기 전에는 임대인이 “보증금을 줄 테니 집을 비우고 등기부에서도 빼 달라”는 식으로 동시이행을 요구하며 반환을 미루는 경우가 흔합니다. 그런데 임차권등기가 일단 경료되고 나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이미 사실상 이행지체에 빠진 임대인의 임대차보증금의 반환의무와 그에 대응하는 임차인의 권리를 보전하기 위하여 새로이 경료하는 임차권등기에 대한 임차인의 말소의무를 동시이행관계에 있는 것으로 해석할 것은 아니고, 임대인의 임대차보증금의 반환의무가 임차인의 임차권등기 말소의무보다 먼저 이행되어야 할 의무이다(대법원 2005. 6. 9. 선고 2005다4529 판결).

임차권등기는 이미 대항력·우선변제권을 확보하기 위한 담보적 기능이 목적이지, 임대인과 주고받는 대가관계의 대상이 아니라는 취지입니다. 그래서 등기를 마친 임차인은 “등기부터 지워달라”는 임대인의 요구에 앞서 보증금을 먼저 받아낼 근거를 갖게 됩니다.

등기를 마친 뒤에는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의무가 임차인의 등기 말소의무보다 먼저 이행돼야 합니다.


5. 신청부터 등기 완료까지, 절차와 확인 순서는 이렇습니다

신청 후 통상 2주에서 1개월, 임대인 송달이 늦어지면 그 이상 걸릴 수 있습니다.

절차는 통상 ①임차주택 소재지 관할 법원(수원 소재 주택이라면 수원지방법원)에 신청서와 소명자료 제출 → ②법원의 서류 심사 및 결정 → ③임대인에게 결정문 송달 → ④송달이 확인되면 법원이 등기소에 촉탁해 등기부에 기입, 순서로 진행됩니다.

보정할 사항이 없다면 신청부터 결정까지 통상 1~2주 정도 걸리고, 송달 후 며칠 안에 등기가 이뤄져 전체적으로 2주에서 1개월가량 소요됩니다. 다만 임대인이 주소지에 없거나 송달을 회피하면 공시송달 등을 거쳐야 해서 3~4개월까지 늘어질 수 있습니다. 비용은 인지대·송달료가 3만원대, 등록면허세 7,200원, 등기촉탁수수료 3,000원 정도로 합쳐서 4만원대 수준이며, 이 비용은 추후 임대인에게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사 날짜가 정해져 있다면, 짐을 빼기 전에 아래 순서로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1. 등기부등본(등기사항전부증명서)을 새로 발급받아 임차권등기가 실제로 기입됐는지 확인합니다.

  2. 등기 원인일자와 접수번호가 본인이 신청한 사건과 일치하는지 대조합니다.

  3. 등기 완료가 확인되지 않았다면, 이사를 늦추거나 최소한 일부 세대원의 점유·전입을 유지할 방법을 먼저 검토합니다.

등기 완료를 확인한 뒤에도 임차권등기는 보증금을 직접 회수해 주는 절차가 아니므로, 지급명령이나 보증금반환청구소송, 필요하면 경매 신청까지 함께 준비하는 것이 실질적인 회수에 도움이 됩니다.


마치며

이사 날짜는 정해져 있는데 보증금은 감감무소식인 상황에서는 하루하루가 초조할 수밖에 없고, 그 초조함 때문에 등기 완료를 기다리지 못하고 짐부터 빼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보증금을 못 받은 임차인 입장에서는 신청서 접수만으로 안심하지 말고, 등기부등본으로 기입 사실을 직접 확인한 뒤 이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반대로 보증금 반환이 늦어지는 임대인 입장에서도, 임차권등기가 이미 마쳐졌다면 등기 말소를 먼저 요구할 근거가 약하다는 점을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보증금을 받지 못해 이사 일정에 쫓기는 임차인 쪽과, 반환 시기를 두고 다투는 임대인 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등기 시점 하나로 결과가 완전히 달라지는 사례를 여러 차례 지켜봤습니다.

이사 일정이 급할수록 등기 완료 시점부터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그 판단이 애매하다면,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하면 바로 이사해도 되나요?

A. 아닙니다. 신청 자체가 아니라 등기부에 실제로 임차권등기가 기입된 시점부터 대항력·우선변제권이 유지됩니다. 등기부등본을 발급받아 기입 사실을 눈으로 확인한 뒤 이사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Q. 신청부터 등기 완료까지 보통 얼마나 걸리나요?

A. 서류에 문제가 없으면 통상 2주에서 1개월 정도 걸리지만, 임대인에게 결정문이 송달되지 않으면 3~4개월까지 늘어질 수 있습니다. 임대인 주소가 불확실하다면 미리 대비해야 합니다.

Q. 임차권등기를 마치면 보증금을 바로 돌려받나요?

A. 아닙니다. 임차권등기 자체는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지켜주는 절차일 뿐, 보증금을 즉시 지급받게 해주는 절차가 아닙니다. 실제 회수를 위해서는 지급명령이나 보증금반환청구소송, 필요하면 경매 신청을 별도로 진행해야 합니다.

Q. 등기 비용은 얼마나 드나요?

A. 인지대·송달료가 3만원대, 등록면허세 7,200원, 등기촉탁수수료 3,000원 정도로 합쳐서 4만원대 수준입니다. 이 비용은 이후 임대인에게 청구할 수 있습니다.

Q. 임대인이 등기 말소를 먼저 요구하며 보증금은 나중에 주겠다고 하면 어떻게 하나요?

A. 응할 필요가 없습니다. 판례상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의무가 임차인의 등기 말소의무보다 먼저 이행돼야 할 의무이므로, 보증금을 받기 전에 말소부터 해줄 이유가 없습니다.

Q. 이미 이사한 뒤에 등기를 신청하면 소용없나요?

A. 점유를 잃은 시점에 기존 대항력은 이미 소멸하고, 이후 등기를 마쳐도 소급되지 않아 그 등기일부터 새로운 대항력만 발생합니다. 다만 우선변제권 확보 차원에서 여전히 의미가 있으니, 늦었더라도 신청은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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