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전세·월세를 막론하고 계약기간이 끝났는데도 임대인이 여러 핑계를 대며 보증금 반환을 미루는 상담이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임차인분들 중 상당수는 “계약 기간이 끝났으니 당연히 돌려주겠지”, “다음 세입자만 구해지면 바로 준다니 조금만 기다려보자”는 생각으로 별다른 조치 없이 시간을 보낸 경우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이사 날짜가 다가와도 임대인은 “집이 안 나간다”, “요즘 사정이 어렵다”는 말만 반복하고, 정작 임차인은 새로 옮길 집 잔금 일정에 쫓기며 발만 동동 구르게 됩니다.
최근 대법원은 임대차 종료 후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의무와 임차인의 목적물 반환의무가 동시이행 관계에 있다는 원칙을 엄격히 적용하면서도, 임차인이 명도의 이행제공을 분명히 해야 임대인의 지체책임과 지연손해금이 인정된다는 점을 함께 강조하고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계약이 끝났는데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을 때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 그리고 소송을 진행하면 실제로 얼마나 걸리는지 최근 판례와 절차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계약이 끝나도 보증금은 자동으로 돌아오지 않습니다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의무와 임차인의 목적물 반환의무는 동시이행 관계에 있습니다.
임대차 계약이 만료되거나 해지되어 끝났다고 해서, 임대인이 보증금을 알아서 챙겨 돌려주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계약이 끝난 시점부터 임대인에게는 보증금을 반환할 의무가 당연히 발생하지만, 그 의무를 임대인이 스스로 이행하지 않으면 임차인이 별도로 청구하고 받아내야 합니다.
민법 제618조는 임대차를 임대인이 목적물을 사용·수익하게 하고 임차인이 차임을 지급하기로 하는 계약으로 정하고 있고, 임대차가 종료되면 임대인은 보증금 중 연체차임이나 손해배상액 등을 공제한 나머지를 반환할 의무를 부담합니다. 이 반환의무는 임차인이 목적물을 임대인에게 돌려주는 의무와 동시이행 관계(민법 제536조)에 있어, 어느 한쪽이 이행을 제공하지 않으면 상대방도 이행을 미룰 수 있는 항변권을 갖게 됩니다.
임대차보증금은 임대차 존속 중의 차임뿐만 아니라 임대차 종료 후 목적물 명도에 이르기까지 발생하는 손해배상채권 등 임대차계약에 의하여 임대인이 임차인에 대하여 갖는 일체의 채권을 담보하는 것이다(대법원 1999. 3. 26. 선고 98다22918, 22925 판결).
이 담보 범위는 임차인이 목적물을 실제로 반환할 때까지 계속 넓어질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다만 임대인의 반환의무가 이행지체에 빠져 지연손해금까지 부담하려면, 임차인이 먼저 목적물 명도의 이행제공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임차인이 이사한 사실을 임대인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으면 이행제공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입니다(대법원 2002. 2. 26. 선고 2001다77697 판결).
임대차가 끝나면 보증금 반환의무가 당연히 발생하지만, 임대인의 지체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임차인이 목적물 명도의 이행제공을 분명히 해두어야 합니다.
2. 집을 먼저 비우면 보증금 반환이 오히려 늦어질 수 있습니다
이사 전 임차권등기명령을 마쳐두어야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이 그대로 유지됩니다.
실무에서 자주 나타나는 잘못된 판단은 “일단 이사부터 하고 나중에 소송으로 받아내면 된다”는 생각입니다. 그런데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은 임차인이 그 주택에 실제로 거주하며 전입신고를 유지하는 것을 요건으로 하므로, 보증금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아무 조치 없이 이사를 하면 그동안 쌓아온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한꺼번에 잃을 위험이 있습니다.
이런 위험을 막기 위해 마련된 제도가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3의 임차권등기명령입니다. 임대차가 끝났는데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임차인은 임차주택 소재지 관할 법원에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할 수 있고, 등기가 마쳐지면 이미 취득한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은 그대로 유지되며, 아직 취득하지 못했던 경우에는 등기 시점을 기준으로 새로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갖추게 됩니다.
임차권등기가 마쳐진 뒤에는 임차인이 이사를 하고 전입신고를 다른 곳으로 옮기더라도 기존 순위의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이 그대로 유지되므로, 이사와 소송 진행을 동시에 준비할 수 있습니다. 다만 임차권등기명령 신청부터 등기 완료까지 통상 2주에서 한 달 가까이 걸릴 수 있어, 이사 일정이 임박했다면 최대한 서둘러 신청해야 합니다.
보증금을 받지 못한 채 이사부터 하면 대항력·우선변제권을 잃을 수 있으므로, 이사 전 임차권등기명령부터 마치는 것이 순서입니다.
3. 지급명령이냐 소송이냐에 따라 걸리는 기간이 크게 달라집니다
임대인이 다투지 않으면 지급명령으로, 다투면 통상의 소송 절차로 넘어갑니다.
임대인이 보증금을 주지 않을 때 선택할 수 있는 법적 절차는 크게 지급명령(독촉절차)과 임대차보증금반환청구소송 두 가지입니다. 지급명령은 임대인이 이의신청을 하지 않으면 신청 후 통상 2주에서 한 달 정도의 비교적 짧은 기간 안에 확정되어 강제집행까지 이어질 수 있는 절차입니다. 다만 임대인이 이의신청서를 제출하면 사건은 그대로 통상의 민사소송으로 이행되어, 처음부터 소송을 제기한 것과 비슷한 기간이 소요됩니다.
소송으로 진행되는 경우, 보증금 액수가 3천만원을 넘지 않으면 소액사건심판법이 적용되어 이행권고결정 등을 통해 비교적 신속하게 처리되는 편이고, 그 이상이면 통상의 민사소송 절차를 거치게 됩니다. 소장이 임대인에게 송달된 뒤 답변서 제출과 변론기일 진행을 거쳐 판결이 선고되기까지는 사건의 다툼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4개월에서 6개월, 임대인이 적극적으로 다투거나 재산 관계가 복잡하면 그보다 길게는 1년 가까이 걸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판결이 확정된 뒤에도 임대인이 임의로 지급하지 않으면 부동산 경매, 채권압류·추심 등 별도의 강제집행 절차를 거쳐야 실제 보증금을 회수할 수 있으므로, 판결 확정만으로 사건이 끝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미리 알아두어야 합니다.
임대인이 다투지 않으면 지급명령으로 짧게는 한 달 안에, 다투면 통상 소송으로 4개월에서 1년 가까이 걸릴 수 있습니다.
4. 늦어진 기간만큼 지연손해금도 함께 청구할 수 있습니다
소장 송달 다음 날부터는 연 12%의 법정이율이 적용됩니다.
보증금을 돌려받기까지 시간이 걸린다고 해서 그 기간의 손해를 임차인이 그냥 떠안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임대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보증금 반환을 지체하면, 그 지연 기간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함께 청구할 수 있습니다.
소장 등 이행을 청구하는 서면이 임대인에게 송달된 다음 날부터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른 법정이율인 연 12%가 적용됩니다. 이는 2019년 6월 1일부터 시행된 이율로, 그 이전 기간에는 민법상 법정이율인 연 5%가 적용됩니다. 다만 임대인이 보증금 반환의무 자체를 다투는 것이 타당하다고 볼 만한 사정이 있다면, 법원이 그 기간에는 이보다 낮은 이율만 인정할 수도 있습니다.
앞서 살펴본 대로 임대인의 지체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이사 후 문자메시지나 내용증명 등 기록이 남는 방식으로 명도 사실과 열쇠 인도 의사를 반드시 통지해두어야, 지연손해금 청구가 온전히 인정됩니다.
5. 소장 접수부터 강제집행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소장 접수 전 증거 정리가 전체 절차의 소요 기간을 좌우합니다.
보증금반환청구 사건은 통상 ①임차주택 소재지 관할 법원(수원 지역이라면 수원지방법원) 소장 또는 지급명령 신청서 접수 → ②임대인에게 소장·지급명령 송달 → ③임대인의 답변서·이의신청 제출 여부에 따라 지급명령 확정 또는 변론기일 진행 → ④판결 선고 및 확정, 임대인이 임의 지급하지 않으면 부동산 경매·채권압류 등 강제집행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임차권등기가 되어 있는 주택이라면 강제집행 단계에서도 우선변제권을 근거로 배당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소장을 접수하기 전에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정리해두면, 임대인이 다투더라도 절차가 불필요하게 지연되지 않습니다.
임대차계약서 원본과 계약갱신·연장 여부, 만료일·해지 통보일을 확인합니다.
임차주택의 등기부등본을 발급받아 근저당권 등 선순위 권리관계와 임대인의 재산 상태를 확인합니다.
전입신고일·확정일자, 임차권등기 여부 등 대항력·우선변제권 관련 서류를 정리해둡니다.
이렇게 자료를 갖춘 상태에서 임대차보증금 반환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으면, 지급명령과 소송 중 어느 절차가 더 빠르게 회수로 이어질지 사건 초기에 판단해 불필요한 시간 낭비를 줄일 수 있습니다.
마치며
계약이 끝났는데 보증금을 받지 못한 상황은, “곧 주겠지”라는 기대와 “이사는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불안이 겹치면서 초기 대응 시점을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증금을 받지 못한 임차인 입장에서는 감정적으로 임대인을 다그치기보다, 임차권등기명령으로 권리부터 지켜두고 지급명령과 소송 중 무엇이 더 빠른지 냉정하게 따져보는 것이 우선입니다. 반대로 자금 사정이 어려워 반환이 늦어지는 임대인 입장에서도, 지연손해금이 계속 불어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방치보다는 조속한 협의나 분할 지급 합의가 유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임대차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임차인과, 반대로 반환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임대인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초기에 어떤 절차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회수 시점이 크게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임대차 기간이 끝났는데 임대인이 “다음 세입자 구해지면 주겠다”고만 합니다. 그래도 소송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임대차가 종료되면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의무는 다음 세입자 입주 여부와 관계없이 발생하므로, 곧바로 지급명령이나 소송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Q. 이사부터 하고 나중에 소송해도 되나요?
A. 위험할 수 있습니다. 아무 조치 없이 이사하면 대항력·우선변제권을 잃을 수 있으므로, 이사 전에 임차권등기명령부터 마쳐두어야 안전합니다.
Q. 지급명령과 소송,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하나요?
A. 임대인이 반환 자체는 인정하면서 시간만 끄는 상황이라면 지급명령이 더 빠르고, 반환 여부나 금액 자체를 다툴 것으로 예상되면 처음부터 소송으로 진행하는 것이 오히려 시간을 아낄 수 있습니다.
Q. 보증금이 3천만원을 넘으면 소액사건이 아닌가요?
A. 맞습니다. 소액사건심판법은 소가 3천만원 이하 사건에만 적용되므로, 그보다 큰 금액은 통상의 민사소송 절차를 거치게 되어 상대적으로 기간이 더 걸릴 수 있습니다.
Q. 지연손해금은 언제부터 얼마나 받을 수 있나요?
A. 소장 등이 임대인에게 송달된 다음 날부터 연 12%의 법정이율이 적용됩니다. 다만 임대인이 다툴 만한 사정이 있었다고 인정되면 그 기간의 이율은 낮게 인정될 수 있습니다.
Q. 판결을 받으면 보증금을 바로 받을 수 있나요?
A. 아닙니다. 임대인이 판결에도 임의로 지급하지 않으면 부동산 경매나 채권압류·추심 등 별도의 강제집행 절차를 거쳐야 실제 보증금을 회수할 수 있습니다.
Q. 변호사는 언제 선임하는 것이 좋은가요?
A. 이사 일정이 잡히기 전,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여부를 판단하는 시점이 가장 좋습니다. 초기에 절차를 잘못 선택하면 회수 시점이 그만큼 늦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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