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국외도피죄 성립요건, 법령을 위반하지 않은 해외송금은 도피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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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국외도피죄 성립요건, 법령을 위반하지 않은 해외송금은 도피가 아니다 

강대현 변호사

해외 계좌로 거액을 송금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재산국외도피죄 수사가 시작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정한 이 죄는 돈을 해외로 보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성립하지 않습니다. 조문은 분명히 "법령을 위반하여"라는 요건을 앞세우고 있고, 판례도 이 문언을 엄격하게 해석해 왔습니다. 정상적으로 신고를 마치고 절차를 지켜 보낸 돈이라면, 그 돈이 국내로 다시 들어오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는 도피가 되지 않습니다. 이 글에서는 재산국외도피죄가 실제로 어떤 요건을 갖춰야 성립하는지, 어떤 송금이 이 죄에 해당하지 않는지를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재산국외도피죄란 —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4조가 정하는 두 가지 유형

재산국외도피죄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4조 제1항에 규정돼 있습니다. 이 조문은 두 가지 행위 유형을 함께 정하고 있는데, 하나는 법령을 위반하여 대한민국 또는 대한민국 국민의 재산을 국외로 이동하는 국외이동형이고, 다른 하나는 국내로 반입하여야 할 재산을 국외에서 은닉하거나 처분하는 국내반입불이행형입니다. 두 유형 모두 공통으로 "법령을 위반하여"라는 문언이 앞에 붙어 있어, 이 요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애초에 조문이 적용될 자리가 없습니다. 실무에서는 해외 송금 규모가 크고 자금 출처가 불분명해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수사가 개시되는 경우가 많지만, 기소와 유죄 판단으로 이어지려면 이 법령위반 요건부터 먼저 확인돼야 합니다.

재산국외도피죄는 그 자체로 독립해 성립하는 범죄라기보다, 외국환거래법이나 대외무역법 등 개별 법령 위반행위와 재산을 도피시키는 행위가 결합된 결합범으로 이해되는 것이 판례와 실무의 대체적인 입장입니다. 다시 말해 이 죄가 성립하려면 먼저 외국환거래법 등 관련 법령을 위반하는 행위가 존재해야 하고, 그 위반행위를 통해 재산을 국내법의 규율이 미치지 않는 곳으로 옮기거나 은닉·처분했다는 사실이 별도로 인정돼야 합니다. 두 요소 중 하나라도 빠지면 재산국외도피죄가 아니라 외국환거래법위반 등 별개의 죄책만 문제될 수 있을 뿐입니다. 그래서 수사 초기 단계에서부터 어느 개별 법령을 위반했다고 보는지를 먼저 특정하지 않은 채 재산국외도피 혐의부터 앞세우는 사건은, 정작 실체를 들여다보면 결합범을 구성하는 두 요소 중 한쪽이 아예 빠져 있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재산국외도피죄는 외국환거래법 등 개별 법령위반행위와 '도피'행위가 결합된 결합범이다 — 법령위반이 인정되지 않으면 이 죄가 들어설 자리 자체가 없다.

'법령을 위반하여' — 도피죄 성립 여부를 가르는 첫 번째 관문

대법원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4조 제1항의 "법령에 위반하여"라는 문언이 국외이동 행위뿐 아니라 국내로 반입하여야 할 재산 부분에도 함께 걸리는 수식어로 해석해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09도3053 판결). 즉 국외에서의 은닉 또는 처분에 의한 재산국외도피죄는, 법령에 의하여 국내로 반입해야 할 의무가 있는 재산을 그 법령을 위반해 은닉하거나 처분했을 때 비로소 성립한다는 것입니다. 이 해석은 죄형법정주의 원칙상 형벌조항의 적용 범위를 함부로 넓히지 않으려는 취지에서 나온 것으로 이해됩니다.

여기서 말하는 "법령 위반"도 아무 규정 위반이나 다 포함하는 것은 아닙니다. 실무와 학계 다수는 이를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법령위반 행위로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즉 외국환 관리와 관련된 수많은 행정상 신고·보고 의무 중에서도, 위반 시 형사처벌 규정이 별도로 마련돼 있는 조항을 실제로 위반한 경우라야 재산국외도피죄의 전제요건을 충족한다는 것입니다. 단순한 행정지도 위반이나 사후 보완이 가능한 절차상 하자만으로는 이 요건이 충족됐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수사기관이 외국환거래규정상의 세부 지침 위반까지 뭉뚱그려 "법령 위반"이라 부르는 경우가 있는데, 그 지침 위반 자체에 형사처벌 규정이 없다면 재산국외도피죄의 전제요건을 충족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방어 단계에서 짚어야 합니다.

  • 외국환거래법 제16조(지급 또는 수령의 방법의 신고) 위반 — 신고대상 결제방법을 신고하지 않은 경우

  • 외국환거래법 제18조(자본거래의 신고) 위반 — 해외예금·금전대차 등 자본거래를 신고하지 않은 경우

  • 대외무역법상 수출입 관련 허가·승인 의무 위반

  • 단순 행정상 사후보고 누락이나 경미한 절차 하자는 원칙적으로 해당하지 않음

정상적으로 신고한 해외송금이 도피가 아닌 이유 — 외국환거래법의 신고 절차

외국환거래법은 일정 규모 이상의 지급·수령이나 자본거래에 대해 사전 신고 의무를 두고 있습니다. 제16조는 거주자 간 또는 거주자와 비거주자 간 채권·채무를 결제할 때 정해진 방법과 다르게 지급하거나 수령하려면 그 방법을 기획재정부장관에게 미리 신고하도록 하고 있고, 제18조는 해외예금·금전대차·부동산 취득 등 자본거래를 할 때 신고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지정거래외국환은행을 통해 이 신고를 처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신고가 수리되면 그 신고된 방법과 범위 내의 송금은 적법한 거래로 취급됩니다.

이 신고 절차를 제대로 거쳐 보낸 돈이라면, 설령 그 돈이 이후 국내로 다시 들어오지 않고 해외에 계속 남아 있더라도 송금 행위 자체에는 법령위반이 없습니다. 법령위반이 없다면 재산국외도피죄의 전제요건 자체가 충족되지 않으므로, 이 조문으로 처벌할 근거가 없다는 것이 논리적 귀결입니다. 물론 그 돈을 둘러싼 채권자와의 분쟁이나 강제집행이 어려워지는 문제는 남을 수 있지만, 이는 민사상 재산 은닉이나 강제집행면탈 등 별개 쟁점으로 다뤄질 사안이지 재산국외도피죄로 곧바로 연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돈을 해외로 보냈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 송금이 신고·허가 등 법령상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사실이 재산국외도피죄 성립의 출발점이다.

도피의 의사 — 국내로 다시 들여올 생각이 없어야 성립한다

법령위반이 인정된다고 곧바로 재산국외도피죄가 완성되는 것도 아닙니다. 판례는 '도피'행위를 상당한 기간 내에 국내로 다시 반입할 의사 없이, 국내재산을 대한민국의 법률과 제도에 의한 규율과 관리가 미치지 않는 곳으로 이전해 스스로 임의로 지배·관리할 수 있는 상태에 두는 행위로 보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그로 인해 대한민국 또는 대한민국 국민의 재산이 실제로 유출되는 결과까지 인정돼야 합니다. 네 가지 요소 중 어느 하나라도 인정되지 않으면 도피행위로 평가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국내법의 규율과 관리가 미치지 않는 곳으로 재산을 옮겼는지는 단순히 해외 계좌에 돈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판단할 수 없고, 그 계좌에 대한 국내 금융당국의 조사·추적이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로 자금이 재편됐는지를 함께 살펴야 합니다.

이 중에서도 실무상 가장 첨예하게 다퉈지는 지점이 '국내로 다시 반입할 의사가 없었는지'입니다. 해외 유학이나 사업 투자를 위해 일시적으로 자금을 해외에 두고, 향후 정산이나 회수 계획을 실제로 가지고 있었다면 도피의사를 인정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이 도피의 고의를 검사가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해야 한다는 높은 입증 기준을 요구하고 있어, 자금의 용도와 송금 경위, 이후 처분 내역 등 구체적 정황이 함께 심리됩니다.

  • 송금 이후 해외 사업체 설립·운영 등 실질적 사용 내역이 있는 경우 — 도피의사 부정 정황

  • 송금 직후 계좌를 폐쇄하거나 제3자 명의로 재이전한 경우 — 도피의사 인정 정황

  • 국내 채권자의 강제집행이나 수사 개시 직전·직후 집중적으로 송금이 이뤄진 경우 — 도피의사 인정 정황

'국내로 반입하여야 할 재산'의 범위 — 법령상 반입의무 없이는 확장되지 않는다

국내반입불이행형 재산국외도피죄가 적용되려면, 문제된 재산이 애초에 법령상 국내로 반입할 의무가 있는 재산이어야 합니다. 판례는 법령상 반입의무의 유무와 상관없이 '국내 반입이 예정된 재산'까지 넓게 포함시키는 해석은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보고 있습니다. 즉 수출대금처럼 관련 법령이 명시적으로 국내 회수를 의무화한 재산이 아니라면, 그 재산이 해외에 계속 남아 있다는 사정만으로 이 유형의 도피죄를 구성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 원칙이 실제로 문제 되는 사례는 해외법인이 벌어들인 소득을 국내로 들여오지 않고 현지에서 재투자하는 경우입니다. 해당 소득에 관해 법령상 별도의 국내 회수 의무가 부과돼 있지 않다면, 아무리 오랜 기간 그 자금이 해외에 머물러 있어도 국내반입불이행형 요건이 충족됐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수출입 대금처럼 법령이 명시적으로 국내 회수기한과 절차를 정해 둔 재산을 그 기한 내에 들여오지 않고 해외에서 처분·은닉했다면 이 유형이 적용될 여지가 커집니다. 결국 쟁점은 "그 돈이 지금 해외에 있는가"가 아니라 "그 돈을 국내로 들여와야 한다는 의무가 어느 법령의 어느 조항에서 나오는가"이며, 이 근거조항을 특정하지 못하면 국내반입불이행형 자체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공소사실에 '법령을 위반하여'라고만 적을 수 없는 이유 — 명확성 원칙

재산국외도피 사건의 공소장에는 단순히 "법령을 위반하여"라는 문구만 기재하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죄형법정주의가 요구하는 형벌법규의 명확성 원칙에 비춰 볼 때, 검사는 구체적으로 어느 법령의 어느 조항을 위반한 것인지를 특정해 공소사실에 적어야 하고, 이를 특정하지 않으면 피고인이 무엇을 방어해야 하는지조차 알 수 없게 됩니다. 이는 재산국외도피죄가 개별 법령 위반과 결합된 결합범적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더욱 엄격하게 요구되는 부분입니다.

실무상 방어 전략을 세울 때도 이 지점이 출발점이 됩니다. 수사기관이나 공소장에서 위반했다고 지목하는 법령과 조항이 무엇인지, 그 조항이 실제로 형사처벌 대상 규정인지, 문제된 송금이 정말로 그 조항의 신고·허가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인지를 하나씩 따져보는 것이 우선입니다. 위반 법령의 특정이 모호하다면 그 자체로 공소사실의 특정 여부를 다툴 여지가 생깁니다.

도피액 산정과 가중처벌 — 5억원·50억원이 형량을 가른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4조는 재산국외도피죄의 기본 법정형을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도피액의 2배 이상 10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도피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5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가중되고,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라는 매우 무거운 형이 적용됩니다. 도피액 규모에 따라 처단형 자체가 완전히 달라지는 구조이기 때문에, 도피액을 어떻게 산정하느냐가 양형에서 결정적인 쟁점이 됩니다.

앞서 살펴본 법령위반 요건과도 이 지점은 직접 연결됩니다. 도피액은 법령위반이 인정되고 도피행위로 평가되는 부분에 한정해 산정돼야 하며, 정당하게 신고 절차를 거쳐 송금된 부분까지 도피액에 포함시킬 수는 없습니다. 송금 총액이 크더라도 그중 일부만 법령위반과 도피의사 요건을 충족한다면, 도피액은 그 일부만을 기준으로 다시 산정돼야 하고 이는 곧 처단형의 하한이 달라지는 문제로 이어집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신고 없이 해외로 돈을 보냈다면 무조건 재산국외도피죄인가요?

A. 신고의무 위반이 인정되더라도 도피의 요건인 국내 반입 의사의 부존재, 임의 지배·관리 상태까지 함께 인정돼야 재산국외도피죄가 성립합니다. 신고 누락만으로는 외국환거래법위반 등 별개의 죄책이 문제될 뿐, 재산국외도피죄까지 곧바로 성립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실제 처벌 여부는 자금의 용도와 이후 처분 경위를 함께 살펴야 판단할 수 있습니다.

Q. 신고를 마치고 정상적으로 보낸 돈이 국내로 들어오지 않고 오래 남아 있으면 도피로 볼 수 있나요?

A. 송금 당시 법령상 절차를 지켰다면 법령위반 요건이 충족되지 않아 재산국외도피죄의 구성요건 자체가 성립하기 어렵습니다. 이후 그 돈이 국내로 들어오지 않는 문제는 재산국외도피죄가 아니라 민사상 재산 은닉이나 강제집행면탈 등 별도 쟁점으로 다뤄질 사안입니다. 다만 자금 흐름과 신고 내역은 분쟁 발생 시 소명자료로 미리 정리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Q. 해외에서 사업으로 번 돈을 국내로 들여오지 않고 계속 재투자하면 문제되나요?

A. '국내로 반입하여야 할 재산'은 법령상 국내 반입의무가 있는 재산으로 제한적으로 해석됩니다. 애초에 법령상 반입의무가 없는 해외소득이라면 국내반입불이행형 재산국외도피죄가 적용되기 어렵습니다. 다만 해당 소득의 발생 경위와 관련 법령상 신고·회수 의무 유무는 사안마다 다를 수 있어 개별적으로 확인이 필요합니다.

Q. 수사기관이 '법령을 위반하여'라고만 적어 기소하면 그대로 유효한가요?

A. 판례는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상 구체적으로 어떤 법령의 어떤 조항을 위반했는지 특정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특정이 부족하면 피고인이 방어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없어 공소사실 자체의 특정 여부를 다툴 여지가 생깁니다. 따라서 방어 전략을 세울 때 위반 법령의 구체적 특정 여부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도피의사는 어떻게 입증되나요?

A. 도피의사를 포함한 고의는 검사가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해야 하는 영역입니다. 송금 경위와 신고 여부, 자금의 실제 용도, 송금 이후 계좌 처분 내역 등 정황을 종합해 판단됩니다. 정황이 도피 목적보다 정상적인 사업·생활 목적에 가깝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자료를 갖추는 것이 방어에 도움이 됩니다.

Q. 도피액이 크지 않아도 처벌받을 수 있나요?

A. 도피액이 5억원 미만이라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라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도피액의 2배 이상 10배 이하 벌금으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도피액이 5억원 이상이면 5년 이상,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으로 형이 크게 가중됩니다. 액수와 무관하게 법령위반과 도피의사 요건이 인정되면 형사책임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맺음말

재산국외도피죄는 해외로 돈을 보냈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그 송금이 법령을 위반한 것인지, 국내로 다시 들여올 의사 없이 임의로 지배·관리할 수 있는 상태로 재산을 옮겼는지가 함께 충족돼야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정상적인 신고 절차를 거친 송금이라면 그 결과가 어떻든 이 죄의 구성요건에 애초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고, 법령상 반입의무가 없는 재산 역시 국내반입불이행형으로 다루기 어렵습니다.

수사 초기 단계에서는 문제 된 송금이 어떤 법령의 어떤 조항과 관련돼 있는지, 신고·허가 절차를 실제로 거쳤는지를 먼저 정리하는 것이 방어의 출발점이 됩니다. 최근에는 수원지검을 비롯한 검찰의 특정경제범죄 수사 역량이 강화되면서 해외송금 관련 조사가 늘어나는 추세인 만큼, 소환이나 계좌 추적 통보를 받았다면 초기 대응부터 신중하게 준비하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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