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런 사고나 또는 치매 등 질환으로 인하여 의식불명 상태인 당사자를 대신해서 가족들이 이혼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지, 있다면 어떤 방법으로 해야 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장녀 A씨는 어려서 아버지와 어머니가 이혼한 후 양육권을 가진 아버지 곁에서 동생들과 함께 살았습니다. 그러다가 5년 전에 아버지가 중국 국적의 새어머니 B씨와 재혼을 하였는데, 어느 날 갑자기 아버지가 근무 중에 감전사고를 당해 뇌손상으로 식물인간 상태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사고 후 아버지의 산재보험금 신청 등의 일을 해야 하는데, 새어머니 B가 중국 국적이어서 서류 준비에 어려움이 많자, B는 A씨의 어머니에게 도움을 요청하였고, A씨의 어머니는 A씨와 동생들이 사는 집으로 이사하여 함께 살면서 기꺼이 도와주었습니다.
그런데 새어머니 B는 A씨의 어머니에게 일을 맡긴 후 병원에 누워있는 남편을 전혀 돌보지 않았고, 다만 국내 체류기간 연장을 위해 남편과 찍은 사진을 제출해야 하는 등 필요한 경우에만 병원을 방문하였으며, 이후 남편을 병원에 버려둔 채 혼자 다른 지역으로 이사하더니, 1년에 1~2회에 걸쳐 중국으로 출국해서는 통상 2~4개월 정도 지내다가 귀국하였습니다.
A씨는 새어머니 B의 이 같은 행태에 몹시 화가 났고, 어머니와 상의하여 우선 법원에 “식물인간 상태로 의사능력이 전혀 없는 아버지의 성년후견인으로 성인인 딸 A씨를 지정해 달라”는 청구를 하여, 법원으로부터 인용결정을 받았습니다.
이후 A씨는 새어머니 B를 상대로 재판상 이혼소송을 제기하였고, 재판에 출석한 새어머니 B는 “A의 친어머니에 의해 쫓겨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다른 지역으로 이사갔던 것이고, A와 친어머니의 방해로 병상에 누워 있는 남편을 면회할 수 없었던 것일 뿐”이라고 주장하면서, “혼인 당사자인 남편이 식물인간 상태로 병상에 누워있는 상황에서, 남편이 제기한 이혼소송도 아니고, 남편의 이혼의사도 확인한 것이 아니므로, 소송 자체가 부적합하여 각하되어야 한다”라고 반박하였습니다.
원래 재판상 이혼소송은 이혼 당사자인 A씨의 아버지가 새어머니 B를 상대로 제기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 사건의 경우 A씨의 아버지가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없는 식물인간 상태인데 과연 이 경우 아버지를 대신해서 가족이 이혼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가가 쟁점인 사건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법원은
“① B가 병상에 누워있는 남편을 내버려 둔 채, 다른 지역으로 이사한 것은 정당한 이유없이 동거, 부양, 협조해야 할 부부로서의 의무를 포기하고 유기한 것으로, 이는 민법 제840조 제2호 소정의 이혼사유에 해당한다.
② 또한, B는 감전사고를 당한 남편을 거의 돌보지 않았고, 그로부터 5년 동안 중국을 여러 차례 오가는 등 남편과의 혼인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였다는 점을 인정하기 어렵다”라고 판시하면서, B의 책임있는 사유로 혼인이 파탄되었음을 인정하였습니다.
그러면서 법원은 “A씨 등 자녀들도 아버지의 이혼을 원하고 있고, 의식불명 상태인 아버지 본인의 이혼의사를 직접 확인할 수는 없으나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하면 객관적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라고 하여, “A씨의 아버지와 새어머니 B는 이혼하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위와 같은 판결의 취지에 비추어 보면, 갑작스런 사고로 인하여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당사자로부터 이혼을 하고 싶은지에 관한 의사를 확인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객관적으로 볼 때 상대방 배우자의 혼인파탄 책임사유가 명백하다면 식물인간 상태의 당사자를 피성년후견인으로 하여 먼저 성년후견개시심판청구 및 후견인지정신청을 법원에 하여 결정을 받은 후, 후견인으로 지정된 사람이 당사자를 대리하여 이혼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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