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회사 자금을 관리하던 동업자나 임직원이 하나의 사건에서 횡령과 배임 혐의를 동시에 받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채무 보증을 서게 하는 행위부터 자금을 인출하는 행위까지, 여러 단계에 걸친 일들이 한꺼번에 문제 되면서 두 혐의가 어떻게 처리되는지를 둘러싼 상담도 함께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 상당수는 “어차피 하나의 사건이니 죄가 두 개여도 형량은 비슷하게 더해지는 것 아니냐”거나 “배임으로 이미 조사를 받았으니 나중에 횡령이 더해져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계셨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수사가 진행되면, 문제 된 행위가 하나였는지 여럿이었는지에 따라 성립하는 죄의 개수 자체가 달라지고, 그에 따라 처벌 범위도 크게 달라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같은 행위에서 비롯된 것인지 별개의 행위에서 비롯된 것인지에 따라 횡령죄와 배임죄의 성립 관계를 엄격히 구분하고 있고, 행위가 별개라면 어느 한 죄가 다른 죄를 흡수하지 않고 각각 독립적인 처벌 대상이 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횡령과 배임 혐의가 함께 문제 될 때 두 죄의 성립 관계는 어떻게 되는지, 그리고 형량이 실제로 어떻게 정해지는지 최근 판례와 법조문을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같은 행위에서 비롯됐다면 원칙적으로 횡령죄와 배임죄 중 하나만 성립합니다
동일한 행위라면 대개 횡령죄 성립 여부를 먼저 따지고, 배임죄는 별도로 묻지 않습니다.
형법 제355조 제1항의 횡령죄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사람이 그 재물을 자기 것처럼 처분하는 경우에 성립하고, 같은 조 제2항의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이 임무를 위배해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본인에게 손해를 입히는 경우에 성립합니다. 재물 자체를 빼돌렸는지, 임무 위배로 재산상 이익을 얻었는지가 두 죄를 가르는 기준입니다.
문제는 실무에서 하나의 행위가 두 구성요건을 동시에 충족하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보관 중인 회사 자금을 특정 용도로 처분한 행위 하나를 두고, 재물 영득으로 보면 횡령이고 임무 위배로 보면 배임인 상황이 그렇습니다. 이런 경우 실무는 통상 횡령죄 성립 여부를 먼저 검토하고, 횡령죄가 인정되면 같은 행위에 대해 배임죄를 별도로 인정하지 않는 방식으로 처리합니다.
그래서 “횡령과 배임이 같이 걸렸다”는 상담이 들어오는 사안을 살펴보면, 실제로는 서로 다른 시점에 이뤄진 서로 다른 행위에 대해 각각 횡령과 배임이 문제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나의 행위가 두 죄 모두로 처벌되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문제 삼는 행위 자체가 두 개인 것입니다.
같은 하나의 행위라면 원칙적으로 횡령죄 성립 여부가 먼저 검토되고, 배임죄는 별도로 묻지 않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2. 행위가 별개라면 횡령죄와 배임죄가 함께 성립하는 경합범이 됩니다
배임행위로 회사에 채무를 지운 뒤 별도로 자금을 빼내 갚았다면 두 죄가 모두 성립합니다.
실무에서 자주 문제 되는 유형은 이렇습니다. 먼저 회사가 자신의 개인 채무에 연대보증을 서도록 하거나 부당한 계약을 체결하게 하는 임무위배행위로 배임죄가 성립하고, 이후 별도로 보관자 지위에서 회사 자금을 인출해 그 개인 채무를 갚는 행위로 다시 횡령죄가 성립하는 경우입니다.
이렇게 시간을 두고 이어진 두 행위를 두고, 뒤의 인출 행위가 앞선 배임행위의 결과를 사후적으로 처리한 것에 불과하니 별도로 처벌할 수 없다는 주장이 흔히 제기됩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회사 임원들이 공모하여 회사로 하여금 개인 채무에 대하여 약속어음을 발행하고 연대보증하게 하는 임무위배행위로 배임죄가 성립한 후, 다시 보관자의 지위에서 회사 자금을 인출하여 그 개인 채무의 변제에 사용한 행위는 선행 배임행위의 불가벌적 사후행위가 아니라 별도의 횡령죄를 구성한다(대법원 2011. 4. 14. 선고 2011도277 판결).
즉 문제 된 행위가 시간과 내용에서 구분되는 별개의 행위라면, 배임죄가 먼저 성립했다는 사정이 뒤에 이어진 횡령죄를 지워주지 않습니다. 두 죄는 각각 독립적으로 성립하고, 형법 제37조 전단이 정하는 경합범, 즉 아직 판결이 확정되지 않은 여러 개의 죄로 함께 재판을 받게 됩니다.
행위가 시간과 내용에서 나뉜다면, 배임과 횡령은 하나가 다른 하나를 흡수하지 않고 각각 별도로 처벌 대상이 됩니다.
3. 그래도 형량은 두 죄의 상한을 단순히 더한 값이 아니라 경합범 가중 방식으로 정해집니다
처단형은 가장 무거운 죄의 상한에 그 2분의 1까지만 더해지고, 두 죄의 상한을 합산한 형기를 넘을 수 없습니다.
형법 제38조 제1항 제2호는 판결이 확정되지 않은 여러 개의 죄가 모두 같은 종류의 형(징역형 등)에 해당할 때, 가장 무거운 죄에 정한 형의 장기에 그 2분의 1까지 가중하되, 각 죄에 정한 형의 장기를 합산한 형기를 넘을 수 없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업무상횡령죄와 업무상배임죄는 각각 형법 제356조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는데, 두 죄가 함께 인정돼 경합범이 되면 처단형은 가장 무거운 죄의 장기인 10년에 그 2분의 1인 5년을 더한 15년까지 가중될 수 있습니다. 다만 두 죄의 장기를 그대로 더한 20년을 넘어설 수는 없습니다. 즉 “형량이 합산되느냐”는 질문에 대한 정확한 답은, 단순히 두 형기를 더하는 것이 아니라 더 무거운 죄를 기준으로 최대 절반까지만 가중된다는 것입니다.
벌금형도 같은 원리로, 각 죄에 정한 벌금 다액을 그대로 더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무거운 죄의 다액에 2분의 1까지 가중하는 방식으로 처단형의 상한이 정해집니다. 실제 선고형은 이 상한 범위 안에서 이득액, 피해 회복 여부, 범행 가담 정도 등을 반영한 양형기준에 따라 정해집니다.
횡령과 배임 혐의가 함께 인정되더라도, 형량은 두 죄의 상한을 그대로 더한 값이 아니라 가장 무거운 죄의 상한에 최대 2분의 1을 더한 범위 안에서 정해집니다.
4. 이득액이 큰 경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도 죄별로 따로 적용될 수 있습니다
특경법의 5억원·50억원 기준은 횡령과 배임의 이득액을 합쳐서가 아니라 각 죄별로 판단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는 횡령·배임으로 취득한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형을 가중합니다. 이 기준은 재산범죄 이득액이 클수록 죄질이 무겁다고 보아 형법보다 훨씬 무겁게 처벌하기 위한 것입니다.
이득액 산정에서 합산이 허용되는 것은 같은 죄명, 같은 법익에 대한 행위가 반복돼 하나의 죄로 묶이는 포괄일죄인 경우입니다. 그런데 횡령죄와 배임죄는 애초에 죄명과 구성요건이 다른 별개의 범죄이므로 포괄일죄를 구성하지 않고, 원칙적으로 각 죄의 이득액도 따로 산정됩니다. 횡령으로 3억원, 배임으로 4억원의 이득이 있었다면, 두 금액을 더한 7억원을 기준으로 특경법을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각각 5억원에 미치지 못하는지를 개별적으로 살펴보는 것이 원칙입니다.
다만 같은 유형의 횡령행위가 여러 차례 반복됐다면 그 부분끼리는 포괄일죄로 묶여 이득액이 합산될 수 있습니다. 이는 배임과의 합산과는 별개로, 같은 죄 안에서의 반복 여부를 따지는 문제입니다.
특경법의 이득액 기준은 원칙적으로 죄별로 따로 판단되며, 서로 다른 죄인 횡령과 배임의 이득액이 자동으로 합쳐지는 것은 아닙니다.
5. 고소부터 재판까지, 두 혐의는 대개 함께 수사되고 함께 심리됩니다
고소장 접수 단계부터 행위별로 증거를 구분해 정리해야 이후 대응이 흔들리지 않습니다.
횡령과 배임 혐의가 함께 문제 되는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 사업장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장 접수 시 두 죄명을 함께 기재하는 것으로 시작해 → ②경찰 조사에서 각 죄의 구성요건, 즉 자금 인출 경위와 임무위배 사실이 각각 소명되는지를 확인하고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로 송치돼 병합 기소 여부가 결정되며 → ④기소되면 법원(수원지방법원)에서 두 혐의를 병합해 심리하는 순서로 진행됩니다. 이득액이 특경법 구간에 이르면 구속 수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혐의를 받는 입장이든 피해를 주장하는 입장이든,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구분해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문제 된 각 행위가 정확히 언제, 어떤 근거(위임·보관·업무상 지위)로 이뤄졌는지 행위별로 시점을 정리합니다.
자금 인출, 계약 체결, 채무 보증 등 각 행위에 대응하는 증거(계좌 거래내역·계약서·품의서·이사회 의사록)를 행위별로 구분해 확보합니다.
각 행위의 이득액과 손해액을 개별적으로 산정해, 어느 부분에 특경법이 적용될 수 있는지 미리 가늠해 봅니다.
이렇게 행위별로 정리된 자료를 바탕으로 경합범 처단형 구조와 이득액 산정 기준을 함께 검토하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실제로 부과될 수 있는 형량의 범위를 훨씬 구체적으로 가늠하고 대응 전략을 세울 수 있습니다.
마치며
횡령과 배임 혐의가 함께 제기되면, “이미 하나로 얽힌 사건인데 무엇을 어떻게 나눠 대응해야 하나”라는 생각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회사 자금을 관리하다 혐의를 받게 된 쪽에서는 문제 된 행위들이 실제로 몇 개였는지, 각 행위의 근거와 경위가 무엇이었는지를 먼저 정리하는 것이 처단형 범위를 다투는 출발점이 됩니다. 반대로 자금을 잃은 회사나 동업자 쪽에서도 막연히 “횡령이자 배임”이라고 주장하기보다, 행위별로 어느 죄에 해당하는지를 구분해 소명해야 수사와 재판에서 설득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저는 회사 자금을 둘러싼 횡령·배임 사건에서 혐의를 받는 쪽과 피해를 주장하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행위를 어떻게 구분하고 어떤 법리를 적용하느냐에 따라 처벌 범위가 크게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확인해 왔습니다.
혐의가 두 개로 늘었다고 지레 절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행위를 정확히 구분하는 것이 형량을 가르는 지점인 만큼,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하나의 행위로 횡령죄와 배임죄를 동시에 처벌받을 수도 있나요?
A. 원칙적으로는 아닙니다. 같은 행위라면 통상 횡령죄 성립 여부를 먼저 검토하고, 성립하면 같은 행위에 대해 배임죄를 별도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두 죄가 함께 성립하는 경우는 대개 시점과 내용이 다른 별개의 행위가 있었던 사안입니다.
Q. 업무상횡령과 업무상배임이 함께 인정되면 형량은 최대 몇 년까지 나오나요?
A. 각각 10년 이하 징역이 가능한 죄이므로, 경합범으로 가중되면 처단형 상한은 가장 무거운 죄의 장기 10년에 그 2분의 1인 5년을 더한 15년입니다. 두 죄의 장기를 그대로 더한 20년까지 가중되지는 않습니다.
Q. 이득액이 각각 3억, 4억이면 특경법이 적용되나요?
A. 원칙적으로 각 죄의 이득액을 따로 판단하므로, 각각 5억원 미만이라면 특경법이 아니라 형법 제356조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자금 흐름이 실제로 하나의 범행으로 평가될 여지가 있는지는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Q. 배임 혐의로 이미 조사를 받았는데, 나중에 횡령 혐의가 추가되면 이중처벌 아닌가요?
A. 이중처벌이 아닙니다. 서로 다른 행위에 대한 서로 다른 죄이므로 각각 독립적으로 수사·기소될 수 있고, 다만 함께 재판받는 경우 경합범 가중 규정에 따라 처단형 상한이 정해집니다.
Q. 피해액을 전액 변제하면 두 죄 모두 감경되나요?
A. 변제나 합의는 각 죄의 성립 자체에는 영향을 주지 않지만, 양형 단계에서는 유리한 사정으로 함께 참작될 수 있습니다. 다만 행위별로 변제·합의 진행 정도가 다르면 죄별로 참작되는 정도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Q. 경찰 조사 통보를 받았는데, 죄명이 두 개라 변호사도 두 명 선임해야 하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두 혐의가 같은 사건 안에서 다뤄지는 만큼, 경합범 처단형 구조와 이득액 산정을 함께 이해하는 변호사 한 명이 전체 사건을 일관되게 대응하는 것이 유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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