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음주운전 단속에 걸린 뒤 곧바로 재판에 넘겨지지 않고, 검찰에서 약식명령으로 벌금 통지서만 날아오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이 통지서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묻는 상담이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 상당수는 “그냥 벌금 내고 끝내면 되는 거 아닌가요”, “괜히 정식재판 청구했다가 더 불리해질까 봐 그냥 냈다”는 생각으로 통지서를 그대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시간이 지나 다음 사건에서 재범 가중처벌 여부가 문제 되거나, 채혈 수치 산정 근거를 뒤늦게 들여다보면 다툴 여지가 분명히 있었던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약식명령에 대한 정식재판청구와 관련해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에는 약식명령의 형보다 중한 종류의 형을 선고할 수 없다는 원칙을 엄격히 적용하는 한편, 혈중알코올농도를 역산하는 위드마크 공식에 대해서는 그 전제사실에 엄격한 증명을 요구하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음주운전 약식명령 벌금이 나왔을 때 정식재판 청구가 실제로 유리한 경우와 오히려 불리해질 수 있는 경우, 그리고 청구 절차까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약식명령이 확정되면 정식판결을 거친 것과 똑같은 효력이 생깁니다
확정된 약식명령은 벌금형이라도 정식판결과 같은 기판력을 가지며 전과기록으로 남습니다.
약식명령은 검사가 벌금·과료·몰수에 처할 것으로 판단되는 비교적 경미한 사건에 대해, 정식 공판절차를 거치지 않고 서면심리만으로 처벌해 달라고 법원에 청구하는 절차입니다(형사소송법 제448조, 제449조). 음주운전 사건 중 초범이거나 혈중알코올농도가 낮고 사고가 없는 경우 상당수가 이 절차로 처리됩니다.
서면심리로 끝난다고 해서 가벼운 처분인 것은 아닙니다. 약식명령이 확정되면 정식 공판을 거친 판결과 마찬가지로 기판력이 생기고, 같은 사건으로 다시 처벌받지 않는 대신 다시 다툴 수도 없게 됩니다. 벌금형도 형의 한 종류이므로 확정되는 순간 전과로 남습니다.
벌금형은 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 제7조에 따라 집행을 마친 날부터 2년이 지나야 실효되고, 그 사이에는 수사·재판 경력자료에 그대로 남습니다. 특히 음주운전은 벌금 이상의 형이 확정된 날부터 10년 이내에 다시 적발되면 가중처벌 대상이 되므로, “벌금이니 그냥 내고 끝내자”는 판단이 이후 사건에서 불리한 전력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약식명령 등본을 송달받은 날부터 7일 이내에 정식재판을 청구하지 않으면 그대로 확정됩니다(형사소송법 제453조 제1항). 이 기간은 실권기간이어서 하루라도 넘기면 정식재판청구권 자체가 소멸하므로, 통지서를 받은 즉시 기간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약식명령은 벌금형이라도 확정되면 정식판결과 같은 효력을 가지며, 7일의 청구기간을 넘기면 다툴 기회 자체가 사라집니다.
2. 정식재판을 청구해도 벌금 액수 자체는 오히려 올라갈 수 있습니다
형종상향금지 원칙은 벌금형이 징역형으로 바뀌는 것만 막을 뿐, 벌금액 증액까지 막지는 않습니다.
정식재판을 청구하면 사건은 다시 통상의 공판절차로 넘어가 증거조사와 변론을 거쳐 판결을 받게 됩니다. 다툴 근거가 분명하다면 무죄가 나오거나 벌금액이 줄어들 수 있어, 많은 분들이 이 절차를 택합니다.
다만 반대로 걱정하시는 부분, 즉 “청구했다가 형이 더 무거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근거가 없지는 않습니다. 형사소송법 제457조의2는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에 대해서는 약식명령의 형보다 중한 종류의 형을 선고하지 못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형종상향금지의 원칙). 벌금형 약식명령이 정식재판에서 징역형으로 바뀌는 일은 원칙적으로 없습니다.
문제는 이 원칙이 형의 ‘종류’만 보호할 뿐, 같은 벌금형 안에서 액수가 올라가는 것까지 막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대법원도 이 원칙이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과 다른 사건이 병합·심리되어 경합범으로 처단되는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확인하면서, 벌금 300만원 약식명령에 피고인만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에서 원심이 벌금이 아닌 징역형을 선택한 것은 이 원칙 위반이라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
피고인이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에 대하여는 약식명령의 형보다 중한 종류의 형을 선고하지 못하고, 이러한 형종 상향 금지의 원칙은 피고인이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과 다른 사건이 병합·심리된 후 경합범으로 처단되는 경우에도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에 대하여 그대로 적용된다(대법원 2020. 1. 9. 선고 2019도15700 판결).
즉 죄질이 무겁다고 판단되면 같은 벌금형 범위 안에서 액수만 올라가는 것은 형종상향금지 원칙으로도 막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정식재판 청구가 유리한지는 다툴 여지, 즉 측정절차의 하자나 혈중알코올농도 산정 근거의 오류가 실제로 있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형종상향금지 원칙은 벌금형이 징역형으로 바뀌는 것만 막을 뿐이어서, 다툴 근거 없는 정식재판 청구는 벌금 증액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3. 위드마크 공식으로 나온 수치는 다투는 방법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위드마크 공식은 전제사실에 대한 엄격한 증명이 없으면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없습니다.
단속 당시가 아니라 시간이 지난 뒤 채혈·측정을 했거나, 사고 후 병원으로 옮겨져 곧바로 측정하지 못한 경우 수사기관은 위드마크 공식을 이용해 운전 당시의 혈중알코올농도를 역산 또는 순산합니다. 마신 술의 양과 도수, 체중, 시간당 알코올 분해량 등을 대입해 계산하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대법원은 이 공식을 유죄 인정의 근거로 쓰려면 계산의 전제가 되는 개별적·구체적 사실에 대해 엄격한 증명이 필요하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범죄구성요건사실의 존부를 알아내기 위하여 과학공식 등의 경험칙을 이용하는 경우에는 그 법칙 적용의 전제가 되는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사실에 대하여는 엄격한 증명이 필요하며, 위드마크 공식의 경우 섭취한 알코올의 양, 음주 시각, 체중 등이 그 전제사실에 해당한다(대법원 2000. 11. 10. 선고 99도5541 판결).
또한 혈중알코올농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다른 요소, 즉 체내흡수율이나 시간당 분해량 등에 대해서는 이미 알려진 신빙성 있는 통계자료 중 피고인에게 가장 유리한 수치를 대입해야 한다는 점도 함께 확인하고 있습니다. 수사기관이 임의로 불리한 수치를 넣어 계산했다면 그 결과 자체를 다툴 수 있다는 뜻입니다.
실무에서 위드마크 계산으로 무죄나 감형이 나오는 유형은 대체로 운전 시점이 혈중알코올농도 상승기였던 경우, 음주량·음주시각 등 전제사실 증명이 부족한 경우, 피고인에게 가장 유리한 수치를 대입했을 때 기준치에 미달하는 경우 등입니다. 약식명령 벌금이 이런 산출 방식에 근거해 정해졌다면, 그 계산 과정부터 다시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위드마크 공식은 전제사실에 대한 엄격한 증명이 없거나 피고인에게 불리한 수치를 대입했다면, 그 자체로 다툴 수 있는 지점이 됩니다.
4. 혈중알코올농도와 재범 여부에 따라 적용되는 법정형 구간이 달라집니다
혈중알코올농도 구간과 재범 여부에 따라 처벌 수위 자체가 크게 달라집니다.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는 혈중알코올농도 구간별로 형량을 나누고 있습니다. 0.03퍼센트 이상 0.08퍼센트 미만이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 0.08퍼센트 이상 0.2퍼센트 미만이면 1년 이상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1천만원 이하의 벌금, 0.2퍼센트 이상이면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상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벌금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형이 확정된 날부터 10년 이내에 다시 같은 조항을 위반하면 가중처벌 대상이 됩니다. 그래서 이번 약식명령이 몇 번째 적발인지, 이전 처분이 정확히 언제 확정됐는지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약식명령의 벌금액은 대개 혈중알코올농도 수치, 운전 거리와 경위, 사고 유무, 동종 전력 등을 종합해 산정됩니다. 정식재판에서 이 요소들에 대해 다른 자료, 예를 들어 실제 운전 거리가 짧았다는 블랙박스 기록이나 위드마크 산정의 전제사실에 관한 자료를 제시하면 처음 산정된 액수와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있습니다.
5. 정식재판 청구부터 선고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정식재판청구서를 제출하는 시점부터 절차가 다시 시작되므로 준비 순서가 결과를 좌우합니다.
정식재판을 청구하는 절차는 통상 ①약식명령 등본을 송달받은 날부터 7일 이내에 정식재판청구서를 관할 법원(수원 지역이라면 수원지방법원 또는 그 지원)에 제출 → ②검사가 공소장을 제출하며 사건이 통상의 형사공판 절차로 회부 → ③공판기일에 출석해 위드마크 전제사실이나 측정절차의 하자, 정상참작 사유를 다투는 증거조사·의견진술 → ④선고, 그리고 불복 시 항소법원에 항소하는 순서로 진행됩니다.
정식재판을 청구했더라도 1심 판결이 선고되기 전까지는 청구를 취하할 수 있습니다(형사소송법 제454조). 청구 후 다툴 자료가 예상보다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취하해 원래의 약식명령을 그대로 확정시키는 선택도 가능합니다.
정식재판 청구 여부를 정하기 전에는 감정적으로 판단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약식명령 등본에 적힌 혈중알코올농도 산정 근거와 위드마크 공식 적용 여부부터 확인합니다.
단속 당시 호흡·채혈 측정 기록, 진술조서, 블랙박스 등 객관적 자료를 확보합니다.
과거 음주운전 전력 유무와 그 확정일, 초범이라면 반성문·탄원서 등 정상참작 자료를 정리합니다.
이렇게 정리한 자료를 바탕으로 다툴 여지가 실제로 있는지, 아니면 오히려 액수만 오를 위험이 큰지를 함께 판단한 뒤 청구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마치며
약식명령은 재판이 아니라 벌금 통지서처럼 느껴지는 경우가 많아, 7일이라는 짧은 청구기간을 그냥 흘려보내고 나서야 뒤늦게 상담을 청하시는 분들을 자주 만납니다.
벌금이 억울하게 무겁다고 느끼는 쪽이라면, 감정적인 항변보다 위드마크 산정 근거와 측정 기록부터 짚어보는 것이 먼저입니다. 다툴 자료가 분명할수록 정식재판에서 유리한 결론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다투다가 오히려 형이 무거워질까 걱정하는 쪽이라면, 형종상향금지 원칙이 징역형으로의 상향은 막아준다는 점과, 그럼에도 근거 없는 청구는 벌금 증액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함께 이해하고 판단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음주운전 약식명령에 대한 정식재판청구로 감형과 무죄를 이끌어낸 사건, 그리고 반대로 근거 없는 청구로 벌금이 오히려 늘어난 사건을 모두 지켜본 변호사로서, 청구 여부를 정하기 전 자료 검토가 결과를 얼마나 크게 바꾸는지 여러 번 확인해 왔습니다.
약식명령 등본을 받으셨다면, 그 7일이 결론을 좌우하는 마지막 기회일 수 있습니다. 판단이 늦어지기 전에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약식명령 벌금을 그냥 납부하면 전과가 남나요?
A. 남습니다. 벌금형도 형의 일종이라 확정되면 수사·재판 경력자료에 등재되고, 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 제7조에 따라 2년이 지나야 실효됩니다.
Q. 정식재판을 청구하면 무조건 벌금이 깎이나요?
A. 아닙니다. 측정절차 하자나 위드마크 전제사실 부족처럼 다툴 근거가 분명할 때 유리하고, 근거 없이 청구하면 형종상향금지 원칙에도 불구하고 같은 벌금형 안에서 액수가 오히려 오를 수 있습니다.
Q. 정식재판을 청구하면 징역형이 나올 수도 있나요?
A. 원칙적으로는 나올 수 없습니다. 형사소송법 제457조의2에 따라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에는 약식명령의 형보다 중한 종류의 형을 선고하지 못하므로, 벌금형 약식명령이 징역형으로 바뀌지는 않습니다.
Q. 위드마크 공식으로 계산된 수치는 무조건 인정되나요?
A. 아닙니다. 음주량·음주시각·체중 등 전제사실이 엄격하게 증명되지 않았거나, 피고인에게 불리한 수치를 임의로 대입했다면 그 계산 결과를 다툴 수 있습니다.
Q. 정식재판을 청구했다가 마음이 바뀌면 취소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1심 판결이 선고되기 전까지는 정식재판청구를 취하할 수 있고, 취하하면 원래의 약식명령이 그대로 확정됩니다.
Q. 재범이면 무조건 가중처벌되나요?
A. 벌금 이상의 형이 확정된 날부터 10년 이내에 다시 음주운전으로 적발되면 가중처벌 대상이 되므로, 이전 처분이 언제 확정됐는지부터 정확히 확인해야 합니다.
Q. 약식명령 등본을 못 받았는데 7일이 지나버렸다면 어떻게 하나요?
A. 송달 자체가 적법했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주소 오류 등으로 송달에 하자가 있었다면 정식재판청구권 회복 등 별도 구제수단을 검토할 수 있으므로 빨리 상담받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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