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주를 이유로 계약갱신을 거절해 놓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세입자를 들이는 임대인이 있습니다. 이런 경우 임차인은 계약갱신요구권을 사실상 침해당한 것이고,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이런 임대인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지우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 손해배상액을 얼마로 정하느냐입니다. 법은 막연히 "피해를 배상하라"고만 정한 것이 아니라, 세 가지 구체적인 기준 중 가장 큰 금액으로 정하도록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그 세 가지 기준이 각각 무엇을 뜻하는지, 그리고 임대인의 실거주 의사가 진짜였는지는 누가 증명해야 하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실거주 갱신거절 후 손해배상 책임이 생기는 구조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에게 계약갱신요구권을 주면서도, 임대인이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갱신을 거절할 수 있도록 제6조의3 제1항 각 호에 예외 사유를 정해두고 있습니다. 그중 실무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사유가 같은 항 제8호, "임대인(임대인의 직계존속·직계비속을 포함한다)이 목적 주택에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입니다. 임대인 본인뿐 아니라 부모나 자녀가 들어와 살겠다는 이유로도 갱신을 거절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법은 이 사유를 무제한으로 믿어주지 않습니다. 제6조의3 제5항은 임대인이 제8호의 실거주 사유로 갱신을 거절했음에도 불구하고, 갱신요구가 거절되지 않았더라면 갱신되었을 기간이 만료되기 전에 정당한 사유 없이 제3자에게 그 주택을 임대한 경우 임대인이 손해를 배상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제3자에게 임대했다"는 사실 자체가 요건이라는 점입니다. 임대인이 실제로 입주했는지, 얼마나 살았는지는 뒤에서 다룰 예외·판단 요소로 작용할 뿐, 갱신되었을 기간 안에 다른 사람에게 세를 놓은 사실이 확인되면 일단 이 조항이 적용되는 구조입니다.
여기서 "갱신되었을 기간"이란, 갱신요구가 받아들여졌다면 인정되었을 존속기간을 뜻합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상 계약갱신요구권 행사로 갱신되는 임대차의 존속기간은 2년으로 보므로, 실무적으로는 갱신거절 시점부터 2년 안에 제3자에게 임대했는지가 손해배상 책임 판단의 기준 시점이 됩니다. 즉 갱신거절 직후는 물론이고, 1년 넘게 지난 뒤 세를 놓아도 이 2년 안이라면 여전히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기간에 해당합니다.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을 거절한 임대인이 갱신되었을 기간이 끝나기 전 정당한 사유 없이 제3자에게 그 주택을 임대하면, 그 사실만으로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할 수 있다.
실거주 의사가 진짜였는지 — 증명책임은 임대인에게 있다
임차인 입장에서 가장 막막한 부분은 "임대인이 처음부터 거짓말을 한 것 아니냐"를 어떻게 밝히느냐입니다. 이 문제에 관해 대법원 2023. 12. 7. 선고 2022다279795 판결은 중요한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임대인이 목적 주택에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점, 즉 실거주 의사가 진정하다는 점에 대한 증명책임은 임대인에게 있다는 것입니다. 그 전까지는 실무에서 임대인이 실거주 의사를 표명하면 그 진위를 임차인이 거꾸로 입증해야 하는 것처럼 다뤄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판결로 증명책임의 방향이 명확해졌습니다.
대법원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임대인이 단순히 "실거주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의사가 가공된 것이 아니라 진정하다는 점을 통상적으로 수긍할 수 있을 정도의 사정까지 증명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이때 법원이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사정으로는 임대인의 기존 주거 상황, 임대인 및 가족의 직장·학교 등 사회적 환경, 실거주 의사를 가지게 된 경위, 갱신요구 거절 전후의 임대인 사정, 거주 의사와 모순되는 언동의 유무, 기존 주거지에서 목적 주택으로 이사하기 위한 준비의 유무 및 내용 등이 제시되었습니다.
임대인(또는 직계존속·직계비속)의 기존 주거 상황과 목적 주택으로 옮겨야 할 이유
가족의 직장·학교 등 실거주지를 바꿀 만한 사회적 환경 변화
실거주 의사를 갖게 된 구체적 경위와 그 시점
갱신거절 전후로 임대인이 보인 언동이 거주 의사와 모순되지는 않는지
실제 이사를 준비한 흔적(이삿짐 견적, 전입 준비 등)의 유무
임대인이 실거주 의사를 표명했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의사가 진정하다는 것을 통상적으로 수긍할 수 있을 정도의 사정까지 임대인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손해배상액을 정하는 첫 번째 기준 — 환산월차임 3개월분
제6조의3 제6항은 손해배상액을 세 가지 금액 중 가장 큰 금액으로 정하도록 하는데, 그 첫 번째가 갱신거절 당시 환산월차임의 3개월분에 해당하는 금액입니다. 여기서 "환산월차임"이란 임대차가 순수 월세가 아니라 보증금이 큰 전세나 반전세 형태라면, 그 보증금을 월 단위 차임으로 환산한 금액을 뜻합니다. 즉 전세로 살고 있었더라도 이 기준을 적용할 때는 전세보증금을 월차임 상당액으로 바꾼 뒤 그 3개월분을 계산합니다. 반대로 처음부터 보증금이 크지 않은 순수 월세였다면 별도 환산 없이 실제 내던 월차임을 그대로 기준으로 삼으면 됩니다.
예를 들어 갱신거절 당시 환산월차임이 150만원이었던 임차인이라면, 이 기준에 따른 손해배상액은 450만원이 됩니다(150만원×3개월, 어디까지나 이해를 돕기 위한 가정 수치입니다). 세 기준 중 가장 계산이 단순하고 임대인의 실제 재임대 조건을 알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새 임차인과의 계약 내용을 확인하기 어려운 초기 단계에서 우선 검토해볼 수 있는 기준입니다. 다만 뒤에서 볼 다른 두 기준보다 금액이 작게 나오는 경우가 많아, 단독으로 청구 근거를 이 기준에만 의존하지는 않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첫 번째 기준은 갱신거절 당시 환산월차임의 3개월분으로, 계산이 가장 단순하지만 세 기준 중 금액이 작게 나오는 경우가 많다.
두 번째 기준 — 새 임차인에게 받은 차액의 2년분
두 번째 기준은 임대인이 제3자에게 임대하여 얻은 환산월차임과 갱신거절 당시 환산월차임 간 차액의 2년분에 해당하는 금액입니다.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을 거절한 임대인이 실제로는 더 높은 조건으로 다른 세입자를 들인 경우, 그 차액에 24개월을 곱해 산정하는 방식입니다. 임대인이 애초에 임대료를 올려 받으려는 목적으로 실거주 사유를 내세웠다면 이 기준의 금액이 세 기준 중 가장 크게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시 위 사례를 이어가 보면, 갱신거절 당시 환산월차임이 150만원이었는데 새 임차인에게는 환산월차임 200만원을 받았다고 가정할 경우, 차액은 50만원이고 이를 24개월분으로 계산하면 손해배상액은 1,200만원이 됩니다(어디까지나 이해를 돕기 위한 가정 수치입니다). 이 기준을 주장하려면 새 임차인과 임대인 사이의 실제 임대 조건을 확인해야 하는데, 등기부등본상 확정일자 부기 내역이나 관리사무소를 통한 전입세대 확인, 필요하다면 소송상 문서제출명령 등의 절차로 뒷받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새 임차인 조건이 원래 임차인보다 유리하게 책정되었을수록, 차액의 2년분을 계산하는 두 번째 기준의 금액이 커진다.
세 번째 기준과 셋 중 가장 큰 금액을 고르는 방법
세 번째 기준은 제1항 제8호의 사유로 인한 갱신거절로 임차인이 입은 손해액 자체입니다. 앞의 두 기준이 정형화된 계산식으로 산출되는 것과 달리, 이 기준은 임차인이 실제로 부담한 이사비용, 새로운 거주지의 중개보수, 종전보다 비싸진 임차료 차액처럼 구체적으로 발생한 손해를 개별적으로 증명해 청구하는 방식입니다. 다만 정형화된 기준이 아닌 만큼 그 액수를 뒷받침할 영수증·계약서 등 증빙자료를 갖추지 못하면 법원에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이사업체 견적서와 실제 지급 영수증, 새로 계약한 임대차계약서상 보증금·월차임을 종전 조건과 비교한 내역 등을 미리 정리해두면 이 세 번째 기준을 주장할 때 실질적인 증명력을 갖추게 됩니다.
법은 이 세 가지 금액 중 큰 금액을 손해배상액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실무적으로는 임차인이 세 기준을 각각 계산해보고, 그중 가장 유리한(액수가 큰) 기준을 주장·입증하는 방식으로 소송이 진행됩니다. 새 임차인의 임대 조건 확인이 가능하다면 대체로 두 번째 기준이 유리한 경우가 많고, 확인이 어렵거나 실제 손해가 그보다 크게 발생했다면 첫 번째 기준이나 세 번째 기준을 함께 주장하는 방식도 가능합니다.
세 기준 중 어느 것을 적용할지는 정해져 있지 않고, 그중 가장 큰 금액이 나오는 기준을 임차인이 주장·입증하는 방식으로 정해진다.
정당한 사유가 인정되는 예외적인 경우
제6조의3 제5항은 "정당한 사유 없이" 제3자에게 임대한 경우를 요건으로 하므로, 임대인 쪽에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면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예컨대 갱신거절 당시에는 실거주 의사가 진정했지만, 그 이후 질병이나 근무지 변경처럼 예상하기 어려운 사정변경이 생겨 계획이 바뀐 경우가 여기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특히 임대인이 갱신요구 기간이 끝나기 전에 실거주 계획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임차인에게 알리고 갱신거절을 철회해 다시 갱신할 기회를 주었다면, 이후 제3자에게 임대하더라도 갱신요구권 침해로 보지 않는 경우가 실무상 있습니다.
반대로 임대인이 실제로 이사는 왔지만 아주 짧은 기간만 거주하다 다시 세를 놓은 경우는 사정이 다릅니다. 이런 경우는 단순히 "실거주 후 계획 변경"이라기보다, 애초 실거주 의사 자체가 진정하지 않았던 것 아니냐는 의심을 뒷받침하는 정황으로 작용하기 쉽습니다. 이때는 앞서 본 대법원 판결의 판단 요소, 즉 갱신거절 전후의 임대인 사정과 거주 의사와 모순되는 언동이 다시 문제 되고, 짧은 거주기간 자체가 그 모순되는 언동의 유력한 근거가 됩니다.
사정변경을 알리고 갱신거절을 철회해 다시 갱신 기회를 준 경우라면 정당한 사유로 인정될 여지가 있지만, 짧게 거주하다 다시 세를 놓는 경우는 처음부터 실거주 의사가 없었다는 의심을 키운다.
손해배상을 청구하려면 — 준비할 자료와 절차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전에 가장 먼저 확보해야 할 것은 갱신요구를 언제, 어떻게 했는지를 보여주는 자료입니다. 문자메시지나 내용증명으로 갱신요구를 했다면 그 발신·수신 기록을, 구두로만 전달했다면 그 정황을 뒷받침할 자료를 정리해두어야 합니다. 이어서 임대인이 어떤 사유로, 어떤 방식으로 갱신을 거절했는지 통지 내용도 함께 보관해야 합니다.
보통은 이 단계에서 임대인에게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먼저 보내고, 임대인이 응하지 않으면 손해배상청구 소송이나 조정 절차로 넘어가는 순서를 밟게 됩니다. 그다음 확인할 부분은 실제로 제3자가 그 주택에 들어와 사는지 여부입니다. 등기부등본상 소유권이나 전세권·임차권 설정 변동, 관리사무소를 통한 전입세대 확인 등으로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고, 두 번째 기준(차액의 2년분)을 주장하려면 새 임차인과 임대인 사이의 임대 조건까지 확인해야 하는데 이는 소송이 시작된 뒤 문서제출명령이나 사실조회 절차를 통해 밝혀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손해배상채권은 별도의 단기소멸시효 규정이 없어 일반 채권과 같은 소멸시효가 적용되는 것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제3자 임대 사실이나 조건을 확인할 증거가 흩어질 수 있으므로 갱신거절 사실을 알게 된 시점부터 가능한 한 빨리 확인에 나서는 것이 안전합니다.
갱신요구를 한 시점과 방법을 보여주는 자료(문자, 내용증명 등)
임대인의 갱신거절 통지 내용과 그 사유
등기부등본·전입세대 확인 등으로 제3자 거주 여부 파악
필요시 문서제출명령·사실조회로 새 임차인의 임대 조건 확인
갱신요구 기록, 갱신거절 통지, 제3자 거주 여부와 그 임대 조건을 확인할 자료를 순서대로 갖춰두는 쪽이 세 가지 기준 중 유리한 쪽을 주장하는 데 도움이 된다.
자주 묻는 질문
Q.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을 거절했는데 얼마 안 돼 다른 세입자를 들이면 무조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나요?
A. 갱신되었을 기간이 끝나기 전에 정당한 사유 없이 제3자에게 임대했다면 원칙적으로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됩니다. 다만 임대인이 사정변경을 알리고 갱신거절을 철회해 다시 갱신 기회를 준 경우처럼 정당한 사유가 인정되면 책임이 없을 수 있습니다.
Q. 세 가지 기준 중 제가 원하는 것을 골라 청구할 수 있나요?
A. 법은 세 기준 중 큰 금액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어, 실무적으로는 임차인이 유리한 기준을 계산해보고 그 기준으로 주장·입증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다만 실손해액 기준을 주장하려면 그 금액을 뒷받침할 증빙자료를 갖춰야 합니다.
Q. 임대인이 실제로 이사는 왔는데 얼마 못 살고 다시 세를 놓으면요?
A. 갱신되었을 기간 안에 제3자에게 임대했다는 사실 자체가 요건이 될 수 있고, 짧은 거주 기간은 애초 실거주 의사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하는 정황으로도 함께 작용할 수 있습니다.
Q. 소송에서 제가 직접 입증해야 하는 부분은 없나요?
A. 실거주 의사가 진정했는지는 대법원 판례상 임대인이 증명할 책임을 지지만, 임차인도 제3자에게 임대된 사실과 그로 인한 손해 발생을 뒷받침하는 자료를 함께 준비하는 것이 소송 진행에 유리합니다.
Q. 손해배상 청구는 언제까지 해야 하나요?
A. 이 손해배상채권에 별도의 단기소멸시효 규정은 없어 일반 채권과 같은 소멸시효가 적용되는 것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다만 시간이 지날수록 증거 확보가 어려워지므로 갱신거절 사실을 안 이후 가능한 한 빨리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Q. 새 임차인이 들어온 사실 자체를 제가 어떻게 확인할 수 있나요?
A. 등기부등본상 권리 변동이나 관리사무소를 통한 전입세대 확인 등으로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고, 필요하다면 소송 과정에서 문서제출명령 등의 절차로 임대차계약 조건을 확인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맺음말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을 거절한 임대인이 그 기간이 끝나기 전 다른 세입자를 들이면, 그 사실만으로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할 수 있고 실거주 의사가 진정했다는 점은 임대인이 증명해야 합니다. 손해배상액은 환산월차임 3개월분, 새 임차인과의 차액 2년분, 실제 손해액이라는 세 기준 중 가장 큰 금액으로 정해지므로, 어느 하나만 따지지 말고 세 기준을 모두 계산해보는 것이 실제로 받을 수 있는 금액을 놓치지 않는 길입니다.
특히 광교·수지처럼 전세 갱신이 활발한 지역에서는 갱신 시점에 임대인이 갑자기 실거주를 이유로 거절하는 사례가 드물지 않게 나타납니다. 갱신거절 통지를 받았다면 그 사유와 이후 임대인의 행적을 기록해두는 것이, 나중에 실제로 다른 세입자가 들어온 사실이 확인되었을 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근거가 됩니다. 통지 내용만 받아 들고 그냥 이사부터 나가기보다는, 등기부와 전입세대 확인 절차를 통해 그 이후의 상황을 한 번 더 확인해보는 편이 나중의 분쟁을 줄이는 길입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