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수사에서 휴대전화나 노트북을 압수당한 뒤, 정작 자신은 그 안의 자료를 수사기관이 어떻게 들여다보는지 지켜볼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는 사연이 적지 않습니다. 통지 없이 진행된 이미징 작업, 참여 의사를 밝혔는데도 배제된 채 이뤄진 탐색, 뒤늦게 받아본 압수목록에 자신이 알지도 못하는 파일까지 포함된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문제는 이렇게 추출된 전자정보가 법정에서 유죄의 핵심 증거로 제출된다는 점입니다. 참여권이 배제된 절차라면 그 결과물인 전자정보의 증거능력 자체를 다툴 여지가 있는데도, 이 사실을 모른 채 넘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글에서는 성범죄 압수수색에서 참여권이 왜 유독 문제되는지, 참여권 배제가 확인됐을 때 추출된 전자정보의 증거능력을 어떤 법리로 다투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성범죄 수사에서 압수수색 참여권이 유독 다투어지는 이유
성범죄 수사는 다른 어떤 범죄 유형보다 정보저장매체에 크게 의존합니다. 카메라등이용촬영, 통신매체이용음란, 아동·청소년성착취물 관련 사건 모두 휴대전화나 클라우드에 남은 사진·동영상·대화 내용이 유죄 입증의 사실상 전부인 경우가 흔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런 사건은 압수수색영장이 아니라 임의제출 형식으로 휴대전화가 넘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장에서 경찰관이 피의자에게 휴대전화 제출을 요구하고, 당황한 피의자가 별다른 이의 없이 내주는 방식입니다.
임의제출이라고 해서 이후 절차까지 자유로운 것은 아닙니다. 형사소송법 제218조에 따른 임의제출물 압수라도, 저장매체 안의 전자정보를 탐색·복제·출력하는 과정에는 영장에 의한 압수수색과 마찬가지로 당사자의 참여권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 확립된 법리입니다. 그런데 실무에서는 '임의로 낸 물건이니 절차상 제약이 덜하다'는 오해 때문에 참여권 통지 자체가 생략되는 사례가 반복됩니다. 압수 당시 현장의 긴박함, 피의자의 심리적 위축, 수사기관의 절차 인식 부족이 겹치면서 성범죄 사건의 전자정보 압수수색은 참여권이 형해화되기 쉬운 지점이 됩니다.
임의제출로 넘어간 휴대전화라도 그 안의 전자정보를 탐색·복제·출력하는 절차에는 영장에 의한 압수수색과 동일한 수준의 참여권 보장이 요구된다.
참여권의 법적 근거 — 형사소송법 제121조·제122조와 준용 규정
참여권의 뿌리는 형사소송법 제121조입니다. 검사, 피고인 또는 변호인은 압수·수색영장의 집행에 참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122조는 영장을 집행할 때 미리 집행의 일시와 장소를 참여권자에게 통지하도록 의무화합니다. 다만 참여권자가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명시했거나 급속을 요하는 때에는 통지를 생략할 수 있다는 단서가 붙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 규정들은 제219조에 의해 수사기관이 행하는 압수수색에도 그대로 준용됩니다.
문제는 이 예외 조항이 실무에서 남용되기 쉽다는 데 있습니다. '급속을 요하는 때'는 수사의 밀행성이 필요한 극히 예외적인 상황을 뜻하는데도, 수사기관 내부 사정이나 단순한 업무 편의를 이유로 이 예외를 폭넓게 적용해 통지를 생략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성범죄 수사에서는 피의자가 도주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참여 통지 없이 곧바로 포렌식 분석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사정만으로 예외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닙니다. 참여권 통지가 생략된 경위가 구체적으로 어떤 사정 때문이었는지를 하나하나 따지는 것이 절차 위법 여부를 가리는 출발점입니다.
전자정보 압수수색의 특수성 — 대법원 2011모1839 전원합의체가 세운 원칙
전자정보는 종이 문서와 달리 저장매체 자체를 압수하거나 이미징한 뒤, 별도 장소에서 시간을 들여 탐색·출력하는 방식으로 처리됩니다. 대법원 2015. 7. 16.자 2011모1839 전원합의체 결정은 바로 이 지점을 규율합니다. 저장매체를 이미징하는 과정은 물론, 그 복제본에서 혐의사실과 관련된 전자정보를 탐색해 문서로 출력하거나 파일로 복사하는 과정까지 모두 압수수색영장의 집행절차에 포함된다는 것이 이 결정의 핵심입니다. 그리고 이 모든 단계에서 피압수자 측에게 참여할 기회를 실질적으로 보장해야 하며, 이를 지키지 않으면 중대한 절차적 위법에 해당한다고 명시했습니다.
이 원칙이 중요한 이유는, 참여권이 단순한 형식적 절차가 아니라 수사기관이 영장에서 허용된 범위를 넘어 무관한 정보까지 마음대로 열어보는 것을 감시하는 실질적 통제장치이기 때문입니다. 성범죄 사건에서 휴대전화 하나를 포렌식 분석하면 수년치 사진·메시지·통화기록·위치정보까지 전부 열람이 가능해집니다. 이 방대한 정보 중 어디까지가 이번 혐의사실과 관련 있는지를 수사기관이 임의로 정하도록 내버려 두면, 사생활의 핵심 영역까지 무분별하게 노출될 위험이 있습니다. 참여권은 바로 이 위험을 막기 위해 피압수자 측이 탐색 현장에 있으면서 범위를 넘는 열람이 있는지 직접 지켜볼 수 있게 하는 장치입니다.
참여권 배제의 효과 —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과 증거능력 상실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는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고 명시합니다. 참여권 보장 없이 이뤄진 전자정보 탐색·출력은 이 조문이 말하는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하고, 판례는 이 경우 원칙적으로 증거능력을 부정합니다. 절차 하나를 빠뜨렸다고 해서 곧바로 증거가 배제되는 것이 과하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참여권처럼 피의자 방어권의 핵심을 이루는 절차를 위반한 경우에는 그 증거가 실체적 진실에 부합하는지와 무관하게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확립된 원칙입니다.
이 원칙은 그 전자정보를 바탕으로 추가로 확보한 2차 증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위법하게 수집된 최초 증거의 오염이 그로부터 파생된 증거에까지 이어진다고 보는 것이 독수독과 이론의 기본 골격입니다. 예컨대 참여권 없이 탐색한 휴대전화에서 발견한 정보를 단서로 추가 진술을 확보했다면, 그 진술 역시 최초 절차 위법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다툴 여지가 생깁니다. 다만 절차 위반과 최종 증거 사이의 인과관계가 상당히 희석되었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는 예외적으로 증거능력이 인정될 수 있어, 이 부분은 개별 사건의 경위를 구체적으로 따져야 합니다.
참여권을 배제한 채 얻은 전자정보는 원칙적으로 증거능력이 없고, 그 오염은 이를 단서로 확보한 2차 증거에까지 이어질 수 있다.
관련성 원칙과 무관정보 — 대법원 2016도82 판결이 보여주는 기준
참여권과 함께 자주 다투어지는 또 다른 축이 관련성 원칙입니다. 압수수색은 영장에 기재된 혐의사실과 구체적·개별적 연관관계가 있는 정보에 한해서만 허용되고, 탐색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한 무관정보를 새로운 범죄의 증거로 쓰려면 별도의 압수수색영장을 받아야 합니다. 대법원 2021. 11. 25. 선고 2016도82 판결은 이 기준을 구체적인 사실관계로 보여줍니다. 지하철 내 촬영 혐의로 임의제출받아 복원한 휴대전화에서, 다세대주택에서 촬영한 별개의 동영상이 함께 발견된 사안이었습니다.
대법원은 이 다세대주택 촬영 영상이 임의제출의 동기가 된 지하철 촬영 혐의와 범행 시간·장소·동기·경위·수단·방법을 모두 달리한다는 점에서, 구체적·개별적 연관관계가 있는 전자정보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나아가 그 과정에서 피의자에게 참여권이 보장되지 않았고 압수한 전자정보 목록도 교부되지 않았다는 점을 함께 지적하며 해당 영상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이 판결이 실무에 주는 의미는 분명합니다. 하나의 혐의로 제출받은 휴대전화라도 그 안에서 발견된 모든 자료가 자동으로 증거가 되는 것이 아니라, 최초 혐의사실과의 연관성과 참여권 보장 여부를 각각 따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관련성 판단 요소 — 범행 시간·장소·동기·경위·수단·방법이 최초 혐의사실과 얼마나 겹치는지.
참여권 요소 — 무관정보로 보이는 자료를 열람하기 전 별도 영장 청구 절차에서도 참여 기회가 주어졌는지.
목록 요소 — 압수한 전자정보 파일명·경로·해시값 등이 담긴 압수목록을 실제로 교부받았는지.
통지의무의 예외는 엄격하게 — '급속을 요하는 때'와 참여권 포기의 한계
대법원 2022. 7. 14.자 2019모2584 결정은 참여권 통지 의무의 예외를 함부로 넓혀서는 안 된다는 점을 재확인했습니다. 이 결정은 압수수색영장 제시, 참여권 통지, 압수목록 작성·교부 등 절차를 위반한 경우 압수처분 전반이 위법하다고 보면서, 참여권이 형해화되지 않도록 통지의무의 예외로 규정된 사유를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수사기관이 편의상 '급속을 요하는 때'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더라도, 실제로 사전 통지가 불가능할 정도의 급박한 사정이 있었는지를 구체적으로 심사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실무에서는 피의자가 조사 과정에서 참여를 원치 않는다는 취지의 말을 흘리듯 했다는 이유로, 이를 '명시적 불참 의사'로 확대 해석해 통지를 생략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참여권 포기는 그 효과가 중대한 만큼 진의에 기한 명확한 의사표시가 있었는지를 엄격히 따져야 합니다. 조사 분위기에서 위축된 상태로 나온 모호한 발언을 근거로 참여권을 배제했다면, 사후에 이 부분을 절차 위법 사유로 다툴 수 있는 지점이 됩니다. 통지 생략의 근거가 된 사정을 수사기록에서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작업이 이 다툼의 출발점입니다.
실무에서 참여권 배제를 다투는 법 — 준항고와 공판정 증거능력 다툼
참여권 배제를 다투는 경로는 크게 두 갈래입니다. 하나는 수사 단계에서 형사소송법 제417조에 따른 준항고를 제기해 압수처분 자체의 취소를 구하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기소된 뒤 공판정에서 해당 전자정보의 증거능력을 다투는 방법입니다. 준항고는 절차 위법을 조기에 바로잡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미 공소가 제기된 단계라면 공판 과정에서 증거 채부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는 방식으로 다투는 것이 현실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 다툼에서 실질적으로 승패를 가르는 것은 결국 자료입니다. 압수조서와 압수목록, 참여권 통지 여부를 기록한 수사보고서, 포렌식 분석 과정의 집행경위서를 확보해 통지가 실제로 이뤄졌는지, 이뤄졌다면 그 방식과 시점이 적법했는지를 하나씩 대조해야 합니다. 통지 자체가 없었다면 그 사실만으로 절차 위법이 뚜렷해지고, 통지는 있었지만 참여 기회가 형식적이었다면 실질적 참여 보장 여부를 다투게 됩니다. 이런 자료는 수사기관이 보유하고 있어 피의자 측이 직접 확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으므로, 변호인을 통한 기록 열람·등사 신청을 가급적 이른 시점에 진행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참여권 배제는 준항고나 공판정 증거능력 다툼으로 바로잡을 수 있지만, 그 성패는 압수조서·통지기록 등 절차 경위를 담은 자료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
자주 묻는 질문
Q. 임의제출한 휴대전화라 참여권이 원래 없는 것 아닌가요?
A. 임의제출이라도 저장매체 안 전자정보를 탐색·복제·출력하는 과정에는 영장에 의한 압수수색과 동일한 수준의 참여권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 확립된 법리입니다. 임의로 제출했다는 사정만으로 참여권이 자동으로 사라지지 않습니다.
Q. 참여권 통지 없이 탐색이 끝났다면 무조건 무죄가 되나요?
A. 참여권 배제로 얻은 전자정보의 증거능력이 부정될 가능성이 높지만, 다른 독립된 증거로 혐의사실이 입증될 수 있다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증거능력 다툼은 특정 증거를 배제시키는 절차이지 사건 전체의 결론을 자동으로 정하는 절차는 아닙니다.
Q. 조사 당시 참여를 원치 않는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이제 와서 다툴 수 있나요?
A. 참여권 포기는 진의에 기한 명확한 의사표시가 있었을 때만 인정되고, 그 인정 여부는 엄격하게 해석되어야 한다는 것이 판례의 태도입니다. 조사 분위기에서 나온 모호한 발언이었다면 사후에 절차 위법으로 다툴 여지가 남아 있습니다.
Q. 압수목록을 받긴 받았는데 이것도 문제 삼을 수 있나요?
A. 형식적으로 목록을 받았더라도 그 안에 실제 압수된 전자정보의 파일명·경로 등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았다면 적법한 압수목록 교부로 보기 어렵습니다. 목록의 실질적 내용까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Q. 발견된 자료가 애초 혐의와 다른 범행 내용이면 어떻게 되나요?
A. 최초 압수의 동기가 된 혐의사실과 시간·장소·동기·경위·수단·방법이 다른 별개의 자료라면 관련성이 없다고 보아 별도 영장 없이는 증거로 쓸 수 없습니다. 이 경우 참여권 보장 여부와 별개로 관련성 부재만으로도 증거능력을 다툴 수 있습니다.
Q. 지금 수사가 진행 중인데 이 문제를 어느 시점에 제기해야 하나요?
A. 절차 위법의 정황이 드러나는 즉시, 가급적 수사 단계에서부터 관련 기록을 확보하고 준항고 등 대응을 검토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통지 경위 등을 확인할 자료가 흩어지기 쉽습니다.
맺음말
성범죄 수사는 전자정보에 의존하는 비중이 큰 만큼, 그 전자정보를 얻는 과정의 절차가 적법했는지가 사건의 향방을 크게 좌우합니다. 참여권 통지가 있었는지, 통지가 없었다면 그 예외 사유가 실제로 정당했는지, 발견된 자료가 애초 혐의사실과 관련성이 있는지를 하나씩 따져보는 것이 대응의 출발점입니다. '임의로 제출했으니 어쩔 수 없다'거나 '이미 압수됐으니 되돌릴 수 없다'고 단정하기보다, 압수조서와 통지기록부터 확인해 보는 것이 먼저입니다.
특히 수원지검이나 안산단원경찰서 등에서 성범죄 수사를 받고 있다면, 압수수색 단계에서부터 절차 하자 여부를 함께 점검해 두는 편이 이후 공판 대응에서도 유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참여권 배제나 관련성 없는 자료 압수는 사건 기록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봐야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인 만큼, 관련 자료를 미리 정리해 상담을 받아보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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