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투약 혐의로 조사를 받던 중 검찰이나 경찰로부터 디엔에이(DNA) 감식시료 채취영장이 발부됐다는 통보를 받으면 당혹스러워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매매나 밀수, 조직적 유통도 아니고 단순히 투약만 했을 뿐인데 왜 신원확인용 유전자 정보까지 국가 데이터베이스에 남겨야 하는지 선뜻 납득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은 마약류 관련 범죄를 형량과 관계없이 폭넓게 채취 대상으로 지정하고 있어, 단순 투약 사건이라 해서 예외가 되지는 않습니다. 이 글에서는 어떤 법 조문이 근거가 되는지, 왜 낮은 형량의 사용죄까지 포함되는지, 그리고 영장 발부 이후 절차와 불복 방법은 무엇인지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디엔에이(DNA) 감식시료 채취 제도란 — 수사 증거와는 다른 별도 절차
많은 사람들이 디엔에이 감식시료 채취를 마약 투약 사실을 입증하기 위한 수사기법의 하나로 오해합니다. 그러나 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른 채취는 해당 사건에서 투약 여부를 밝히는 절차가 아니라, 일정 범죄를 저지른 사람의 유전자 신원확인정보를 국가 데이터베이스에 등록해 향후 다른 사건의 범죄 수사와 예방에 활용하기 위한 별도의 제도입니다. 투약 여부 자체는 이미 소변검사나 모발감정 같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상의 증거조사로 확인되고, 디엔에이 채취는 그와 무관하게 진행됩니다.
이 제도가 낯설게 느껴지는 이유는 채취 대상이 되는 시점이 유죄가 확정된 이후만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뒤에서 살펴보듯 형이 확정된 수형인뿐 아니라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인 구속 피의자 단계에서도 채취가 가능하도록 설계되어 있어,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된 상태라면 유죄 여부가 가려지기 전에 먼저 채취 절차가 진행될 수 있습니다. "아직 유죄로 확정되지도 않았는데 왜 채취를 하느냐"는 의문이 자주 제기되는 지점입니다. 이는 이 제도의 목적 자체가 개별 사건의 유무죄 판단이 아니라, 채취 대상 범죄를 저지른 이력이 있는 사람들의 신원정보를 미리 확보해 두어 이후 다른 사건이 발생했을 때 범인 특정과 수사 효율을 높이려는 데 있기 때문입니다.
대상 범죄가 정해져 있다 — 마약류관리법 제58조부터 제61조까지
디엔에이법 제5조 제1항 제9호는 채취 대상 범죄 중 하나로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58조부터 제61조까지의 죄를 지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부분은 특정 조항 하나만 콕 집은 것이 아니라 제58조부터 제61조까지 네 개 조문을 하나의 범위로 통째로 지정했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이 네 조문은 형량 차이가 상당히 큽니다. 마약류관리법 제58조는 영리 목적의 매매·수출입·제조 등 가장 중한 행위에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을, 제59조는 그에 준하는 유형에 1년 이상의 유기징역을 정하고 있습니다.
반면 제60조는 마약류의 소지·소유·사용·관리·수수·투약 등을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으로, 제61조는 원료가 되는 식물의 재배·소지나 대마 관련 흡연·섭취 등 상대적으로 가벼운 유형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규정합니다. 자기 사용 목적의 단순 투약은 통상 제60조가 적용되는 영역인데, 디엔에이법은 이 제60조를 제58조·제59조와 구분하지 않고 같은 범위 안에 넣어버립니다.
마약류관리법 제58조 —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영리 목적 매매·수출입·제조 등)
마약류관리법 제59조 — 1년 이상의 유기징역(제58조에 준하는 유형)
마약류관리법 제60조 —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소지·사용·투약·수수 등)
마약류관리법 제61조 —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원료식물 소지·대마 흡연 등)
왜 단순 투약도 빠지지 않는가 — 조문 지정 방식의 특징
디엔에이법을 만들 때 입법자가 택한 방식은 개별 행위 유형을 하나하나 골라 담는 방식이 아니라, 마약류관리법의 벌칙 조문을 번호 범위로 통째로 인용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제58조부터 제61조까지"라는 문구 자체에는 영리 목적인지 자기 사용 목적인지, 형량이 무거운지 가벼운지를 구분하는 표현이 전혀 없습니다. 즉 마약류관리법 안에서는 매매·밀수와 단순 사용·투약이 서로 다른 조문과 형량으로 뚜렷이 구분되어 있지만, 디엔에이법은 그 구분을 그대로 가져오지 않고 네 개 조문 전체를 한 덩어리로 지정해 버린 것입니다.
그 결과 실무에서는 초범인지 재범인지, 투약량이 많았는지 적었는지, 자기 사용 목적이었는지가 채취 대상 해당 여부를 가르는 기준이 되지 못합니다. 조문 번호가 제58조부터 제61조까지의 범위 안에 있는지만 따지기 때문에, 단순 투약으로 제60조가 적용되는 사건도 매매·밀수로 제58조가 적용되는 사건과 마찬가지로 채취 대상 범죄에 해당합니다. 이 지점이 "단순 투약인데도 왜 대상이 되느냐"는 질문에 대한 가장 직접적인 답입니다. 실제 사건에서는 자기 사용 목적의 투약이었다는 사정, 초범이라는 사정, 압수된 마약류의 양이 소량이었다는 사정이 형사재판에서 양형에 반영될 수는 있어도, 그 사정만으로 디엔에이 채취 대상 범죄 목록에서 제외되지는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디엔에이법은 마약류관리법의 형량 구분을 그대로 가져오지 않고 제58조부터 제61조까지를 하나의 범위로 지정했다 — 그래서 자기 사용 목적의 단순 투약(제60조)도 매매·밀수(제58조)와 같은 채취 대상 범죄에 포함된다.
수형인만이 아니다 — 구속된 피의자 단계에서도 채취될 수 있다
디엔에이법 제5조는 형이 확정된 수형인등으로부터의 채취를 정하고 있지만, 제6조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제5조 제1항 각 호의 죄(마약류관리법 제58조부터 제61조까지 포함)를 범해 구속된 피의자로부터도 디엔에이감식시료를 채취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재판에서 유죄가 확정되기 전, 수사 단계에서 구속영장이 발부된 시점만으로도 디엔에이 채취의 대상자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구조 때문에 단순 투약 혐의로 구속된 피의자는 아직 1심 판결조차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디엔에이감식시료채취영장을 함께 받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유죄로 확정되지도 않았는데"라는 억울함이 드는 것은 이 때문이지만, 법 문언상 채취 요건은 유죄 확정이 아니라 해당 범죄로 구속되었다는 사실 자체에 걸려 있습니다. 다만 이 점이 뒤에서 볼 사후 정보 삭제 제도가 별도로 마련되어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채취 절차 — 검사의 영장 청구부터 판사의 심사까지
디엔에이감식시료를 채취하려면 검사가 관할 지방법원 판사에게 디엔에이감식시료채취영장을 청구해야 하며, 청구서에는 채취대상자의 성명·주소, 청구 이유, 채취할 시료의 종류 및 방법, 채취 장소 등을 기재하고 청구 이유를 뒷받침하는 소명자료를 함께 첨부해야 합니다(디엔에이법 제8조). 판사는 영장 발부 여부를 심사하는 단계에서 채취대상자에게 서면으로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어야 하므로, 이 단계가 채취의 필요성이나 소명자료의 충분성을 다툴 수 있는 실질적인 기회가 됩니다.
영장이 발부되어 실제로 시료를 채취할 때는 채취 이유, 시료의 종류와 방법을 미리 고지해야 하고, 형사소송법 제116조, 제118조, 제124조부터 제126조까지 및 제131조가 준용됩니다. 이는 압수·수색 영장 집행 시 필요한 처분, 영장 제시, 참여인 참여, 주의의무 등에 관한 규정으로, 디엔에이 채취 역시 영장에 근거한 강제처분이라는 점에서 같은 절차적 보호가 적용된다는 의미입니다. 구강점막이나 모발 등 채취 방법 자체는 신체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지만, 절차상으로는 압수·수색에 준하는 엄격한 통제를 받는 셈입니다.
실무에서는 검사가 수사 초기 단계에 소명자료를 갖추어 영장을 청구하는 경우가 많아, 구속영장 심사와 비슷한 시기에 디엔에이감식시료채취영장 청구 사실을 함께 통보받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 시점에 청구 이유나 소명자료에 사실관계와 다른 부분이 있다면 서면 의견진술을 통해 구체적으로 지적해 두는 것이, 발부 이후 절차보다 훨씬 효과적인 대응이 됩니다.
검사의 영장 청구 — 청구서 기재사항과 소명자료 첨부(디엔에이법 제8조)
판사의 심사 — 채취대상자에게 서면 의견진술 기회 부여
채취 시 고지 — 채취 이유, 시료의 종류 및 방법을 미리 알림
형사소송법 준용 — 제116조·제118조·제124조부터 제126조까지·제131조
채취 이후 불복하려면 — 처분 취소 청구 제도
영장이 발부되고 시료 채취까지 마쳤다면 그 이후에는 손쓸 방법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디엔에이법 제8조의2는 채취가 이루어진 날부터 7일 이내에 직무집행지의 관할법원 또는 검사 소속 검찰청에 대응하는 법원에 그 처분의 취소를 청구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 불복절차는 원래부터 있던 규정이 아니라, 헌법재판소 2018. 8. 30. 선고 2016헌마344·2017헌마630(병합) 결정에서 채취대상자에게 재판청구권을 보장할 별도의 불복 수단이 없다는 점이 헌법불합치로 지적된 뒤 신설된 것입니다.
다만 7일이라는 기간은 형사절차의 다른 불복 기간에 비해 매우 짧게 설계되어 있어, 영장 발부 사실과 채취 사실을 알게 된 날로부터 곧바로 대응 여부를 검토해야 이 기간을 넘기지 않을 수 있습니다. 특히 구속 피의자 단계에서 채취가 이루어진 경우 본안 수사·재판 대응과 동시에 이 불복절차의 기한도 함께 관리해야 하므로, 채취영장을 받은 직후부터 소명자료의 적정성과 청구 이유의 타당성을 검토해 두는 것이 실질적인 도움이 됩니다.
무혐의·무죄가 확정되면 — 디엔에이정보의 삭제
디엔에이법 제13조는 채취 이후 사건이 어떻게 종결되는지에 따라 등록된 정보를 삭제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구속피의자등이 검사로부터 혐의없음·죄가안됨·공소권없음 처분을 받거나, 애초 구속의 근거였던 죄명이 수사·재판 과정에서 채취 대상 범죄 목록에 해당하지 않는 죄명으로 변경되는 경우, 또한 법원에서 무죄·면소·공소기각 판결이나 결정이 확정되는 경우에는 직권 또는 본인의 신청으로 데이터베이스에 수록된 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를 삭제해야 합니다.
문제는 이 삭제가 항상 신속하고 자동으로 이루어진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점입니다. 사건이 혐의없음이나 무죄로 종결되었다는 사정을 담당 기관이 곧바로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으므로, 결과가 확정된 뒤에는 본인이 직접 관련 기관에 삭제 여부를 확인하고 필요하면 삭제를 신청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이때는 불기소결정서나 무죄 판결문 등 결과를 증명하는 서류를 갖추어 신청하면 처리가 한결 수월합니다. 다만 단순 투약 사건이라도 유죄가 인정되어 벌금형이나 집행유예 등의 유죄 판결로 확정되는 경우에는 제13조가 정한 삭제 사유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자신의 사건이 어떤 형태로 종결되었는지부터 정확히 확인해야 합니다.
디엔에이 채취는 구속이라는 사실만으로 이루어질 수 있지만, 그 이후 혐의없음·무죄 등으로 사건이 종결되면 제13조에 따라 정보를 삭제할 권리도 함께 주어진다 — 채취 통보를 받았다는 사실과 사건 종결 후의 삭제 신청은 별개로 챙겨야 하는 절차다.
자주 묻는 질문
Q. 마약 투약으로 조사만 받고 있는데 아직 기소도 안 됐는데도 디엔에이 채취영장이 나올 수 있나요?
A. 네. 디엔에이법 제6조는 유죄가 확정된 수형인뿐 아니라 마약류관리법 제58조부터 제61조까지의 죄로 구속된 피의자에게도 채취를 허용하고 있어, 재판 결과가 나오기 전 구속 단계에서도 영장이 청구될 수 있습니다.
Q. 초범이고 자기 사용 목적으로 소량만 투약했는데도 대상이 되나요?
A. 그렇습니다. 디엔에이법은 마약류관리법 제58조부터 제61조까지를 하나의 범위로 지정하고 있어 매매·밀수처럼 형량이 무거운 죄와 자기 사용 목적의 투약·소지죄를 구분하지 않습니다. 초범 여부나 투약량은 채취 대상 해당 여부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Q. 영장이 청구되면 무조건 채취에 응해야 하나요?
A. 관할 지방법원 판사가 발부 여부를 심사할 때 채취대상자에게 서면으로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므로, 그 단계에서 채취의 필요성이나 소명자료 부족을 다툴 수 있습니다. 다만 영장이 실제로 발부된 뒤에는 형사소송법상 압수·수색 관련 규정이 준용되어 채취 자체를 거부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Q. 채취가 이미 끝났는데 나중에 억울하다고 다툴 방법이 있나요?
A. 디엔에이법 제8조의2에 따라 채취가 이루어진 날부터 7일 이내에 관할 법원에 그 처분의 취소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 불복절차는 과거 이런 구제수단이 없던 것이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지적된 뒤 신설된 규정입니다.
Q. 나중에 무혐의나 무죄로 끝나면 채취된 디엔에이 정보는 어떻게 되나요?
A. 디엔에이법 제13조에 따라 구속 피의자가 혐의없음·죄가안됨·공소권없음 처분을 받거나 법원에서 무죄·면소·공소기각 판결이 확정되면, 직권 또는 본인 신청으로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를 삭제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다만 자동으로 통보되지 않는 경우가 있어 결과가 확정되면 본인이 직접 삭제를 신청해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Q. 디엔에이 채취와 별개로 소변·모발 검사도 받아야 하나요?
A. 네, 서로 다른 절차입니다. 소변검사나 모발감정은 그 사건에서 실제 투약 사실을 입증하기 위한 증거조사이고, 디엔에이 감식시료 채취는 신원확인정보를 데이터베이스에 등록하기 위한 별도 절차이므로 두 가지가 함께 진행되더라도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맺음말
단순 투약이라 해서 디엔에이 감식시료 채취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는 디엔에이법이 마약류관리법 제58조부터 제61조까지를 형량 구분 없이 하나의 범위로 지정한 입법 방식 때문이며, 나아가 유죄가 확정되기 전 구속 피의자 단계에서부터 이미 적용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기억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실질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지점은 영장 심사 단계에서의 의견진술, 채취 후 7일 이내의 처분 취소 청구, 그리고 사건이 혐의없음이나 무죄로 종결된 뒤의 정보 삭제 신청, 이 세 지점입니다. 수원지방검찰청 관할 사건이나 수원구치소에 구속된 상태에서 이런 통보를 받아 당황하는 경우를 실무에서 자주 접하는데, 절차마다 대응 기한이 촉박하게 짜여 있는 만큼 통보를 받은 시점부터 다음 단계를 미리 확인해 두시는 편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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