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일로 변호사에게 돈 쓰지 마세요."
"제가 의뢰인님 돈 아껴 드릴게요. 저를 믿으세요."
"다른 변호사들이 겁 준 거에요."
의뢰인 상담할 때 제가 자주 하는 말들입니다.
저는, '변호사가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계신 분들이 얼마나 큰 고통 속에 있는지 잘 압니다. 오죽하면 변호사를 찾을 생각을 하셨겠습니까? 얼마나 걱정되고, 고민되고, 밤잠을 설치셨겠습니까.
그렇기에 설령 제 직원들이 저를 따가운 눈초리로 바라보더라도 의뢰인을 일부러 겁주지는 못합니다. 웬만하면 의뢰인이 발 뻗고 주무실 수 있게, 걱정 말라는 말씀을 드리는 편입니다. 우리가 횡단보도를 건널 때마다 차에 치일 걱정을 하지는 않잖아요. 그보다 위험도가 낮다면, 그냥 걱정 말라는 말씀을 드립니다.
하지만 반대의 상황도 있습니다. 아무리 위험성을 설명해드려도,
'내가 직접 잘 이야기하면 되지 않을까?'
'변호사 비용을 쓰느니 피해자에게 합의금을 더 주면 되지 않을까?'
'Chat GPT로 서류를 써서 내면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만 하시는 의뢰인들도 계십니다.
얼마 전까지 우리나라에는 '의사들이 권하는 예방주사를 안 맞아도 된다'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셨습니다.
심지어 신생아들에게 필수적인 예방주사들도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모두 거부했습니다. 결과가 어땠을까요? 전문분야가 있는 것에는 모두 이유가 있습니다. 세상 모든 국가에는, 원시부족들의 나라가 아닌 이상, 의과대학과 의사들이 있습니다. 모든 국가의 정부와 세계보건기구가 백신 보급을 지원하고 있고, 수많은 제약회사와 과학자들이 개발에 매달려 있습니다.
그럼에도 어떤 사람들은 그 모든 것이 헛된 일이고, 사실은 예방주사란 것이 필요하지 않은 물건임에도 진리를 깨우치지 못한 자들이 어리석게 몰두하고 있을 뿐이라 생각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건전한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의사 말을 듣지 않다 보면 곧 큰일이 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변호사의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변호사가 아무 쓸모 없는 직업인데 모종의 카르텔을 위해서 존재한다고 믿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세상에 변호사 없는 나라는 없을 것이고, 변호사가 전문직이 아닌 나라도 없을 것입니다. 변호사가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직업도 아니고, 우리나라만 변호사가 되는 데 근 10년의 고등교육이 필요한 것도 아니며, 민형사상 문제가 생기면 변호사를 찾는 것이 우리나라만의 일도 아니니까요.
그렇다면 변호사를 선임해야 하는 것은 어떤 때일까요?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처음에도 언급했듯이, 위험도가 매우 낮거나 아주 경미한 사건이라면 변호사가 필수는 아닙니다. 민사소송에서 소송 가액이 1,000만 원 이하거나, 형사 사건에서 예상되는 처벌이 벌금 500만 원 이하인 수준이라면, 개인적으로는 꼭 변호사가 필요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소송 가액이 2,000만 원 이상이거나, 벌금 1,000만 원 이상의 처벌이 예상된다면 변호사 선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의뢰인 상담을 하다 보면 지나친 공포에 빠져서 불필요하게 변호사를 찾으시는 분들도 있지만, 매우 위험하거나 큰 손해가 예상되는 상황임에도 변호사 없이 사건을 진행하시려는 분들도 종종 있습니다. (사실 그런 분들이 왜 변호사 상담을 신청하셨는지 의아하기도 합니다만... 아마 위험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변호사가 필요하다는 현실을 외면하고 싶으신 것 같습니다. ) 기억나는 대표적인 예시는,
1) 상대방과의 합의 과정에서, 합의금이 1,000만 원이 될 수도 3,000만 원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상대방은 변호사를 선임하여 불리한 합의서를 강요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평생 합의서라는 것을 써본 적이 없고, 합의서에 어떤 내용을 넣어야 하는지, 어떤 내용이 불리한지, 유리한지, 법률적인 효과가 있기는 한지, 특정한 문구로 인해 나중에 어떤 문제가 생길 수 있는지를 전혀 모르는 의뢰인이 셀프 합의를 시도하고 있었습니다.
2) 자신의 아들이 폭력 범죄로 경찰 수사를 받게 되었습니다. 이에 아들이 변호인 선임을 원하자 "괜찮아, 이런 일로 무슨 변호사 선임을 해? 그냥 아빠랑 같이 경찰서 가서 잘 이야기하면 돼!"라고 하시면서 사무실을 걸어 나가셨습니다. '아드님은 20살이 넘으셨기에 아버지와 함께 조사받으실 수 없다'는 설명을 해드려도 잘 이해하지 못하셨습니다. 결국 수사가 불리하게 진행되고 문제가 커지자 변호사 사무실을 다시 찾아오셨습니다.
3) 피해자에게 위자료를 지급하고 원만히 합의해야 겨우 기소유예를 노릴 수 있을까 말까 한 성범죄 사건에서, "변호사에게 쓸 돈을 피해자에게 주고 합의하는 게 좋겠습니다. 변호사를 선임하면 피해자가 괘씸하게 보지 않을까요?"라는 말씀을 하시면서 혼자 해보기로 하셨습니다. 태어나서 한 번도 형사 합의를 안 해보시지 않았냐고 만류했지만 결국 Chat GPT의 도움을 받아서 합의서를 쓰셨습니다. 결과는, 수천만 원에 달하는 거액의 합의금을 물고도 벌금형이 나왔고, 이미 기소가 이루어져 기소유예를 받을 기회를 완전히 놓친 상태로 변호인을 선임했으나, 무죄 확률이 희박하다는 정식재판 절차를 직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위와 같은 상황들은 너무나도 전형적이고 흔해서, 변호사라면 모두 공감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의뢰인님의 마음이 이해가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내가 피해를 입어서 합의금을 받아야 하는데, 그 중 상당 부분을 변호사 보수로 써야 한다니 답답하실 것입니다. 혹은 가해자로서 피해자에게도 합의금을 줘야 하는데, 별도로 변호사 비용까지 들어간다니 막막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예를 들어 코로나에 걸렸는데 직접 꿀물이나 쌍화탕을 사 드시면서 치료하시려는 분은 잘 없을 것입니다. 그렇게 했을 때 내 몸에 어떤 후유증이 남을지 상상만 해도 끔찍합니다. 그런데 코로나에 걸리는 것과 돈 수천만 원을 잃는 것 중에서 무엇이 더 나쁜 상황일까요? 코로나에 걸리는 것과 성범죄로 고소 당하는 것 중에서 무엇이 더 끔찍한 상황일까요? 저는 차라리 코로나에 걸리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손톱이 부러지거나 감기에 걸렸다면 굳이 병원에 가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팔이 부러지거나 코로나에 걸렸다면 병원에 가시는 것이 낫습니다. 손가락이 잘리거나 암에 걸렸다면 병원에 가시지 않고는 해결할 수 없을 겁니다. 변호사 선임 여부가 고민되신다면, 현 상황이 병으로 따지면 어느 정도의 병인지, 어느 병과 비슷한 정도로 나쁜 상황인지 상상해보시면 됩니다. 그리고 그 병이 셀프로 치료할 수 있는 병인지 혹은 병원이 꼭 필요한지를 따져보시면 됩니다.
저는 어렸을 때 가난하게 자랐기에 변호사 보수가 얼마나 비싼 것인지, 안 그래도 힘든 상황에 있는 사람에게 그 고지서가 얼마나 무겁게 다가오는지 잘 압니다. 그래서 변호사가 정말로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선임을 만류하기도 하고, 상담을 통해 셀프 소송을 하실 수 있도록 도와드릴 수 있다면 최대한 자세히 설명해 드립니다. 제 상담후기를 확인해보시면 관련된 내용들을 많이 보실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어떤 문제들은 15분, 30분의 상담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고, 결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도 많습니다. 수임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를 상담으로 해결하실 수 있도록 무한히 상담해드릴 수도 없습니다. "맹장이 터졌습니다. 제가 스스로 맹장수술을 하려는데, 어디를 찢고 어디를 기워야 하는지 알려주세요."라는 전화를 받으면 저도 어찌할 수 없습니다. 큰 병에 걸렸다면 좋은 의사를 만나서 좋은 수술을 받아야 합니다. 수술을 받지 않거나, 최저가 할인 이벤트를 하는 정체불명의 의사에게 쿠폰을 최대한도로 적용하여 수술받고 싶으신 분은 없을 겁니다.
법률사무소 평정과 저, 이시완 변호사는 의뢰인님의 어려운 상황에 십분 공감합니다.
맡겨 주신 사건 하나하나마다 정성을 다하고, 최상의 실력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의뢰인님께 최선의 결과를 가져다 드리고자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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