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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공정 약관 심사청구, 청구요건부터 시정권고·시정명령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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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공정 약관 심사청구, 청구요건부터 시정권고·시정명령까지 

김상훈 변호사

계약서에 서명할 때는 지나쳤던 조항이, 막상 문제가 생기고 나서야 눈에 들어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업자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게 해두거나, 손해배상액을 처음부터 과도하게 못박아 두거나, 분쟁이 생기면 소비자·거래상대방이 모든 것을 입증하도록 떠넘기는 조항이 대표적입니다. "이런 조항이 원래 다 그런 거 아니냐"며 넘어가는 분들도 있지만, 이런 조항 상당수는 처음부터 법이 정한 기준을 벗어나 있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소송을 걸기엔 부담이 크고, 그렇다고 가만히 있자니 같은 조항으로 계속 피해가 쌓입니다. 이럴 때 소송 없이도 활용할 수 있는 제도가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한 약관 심사청구입니다.

먼저 전체를 짚어보겠습니다: 소송 없이 공정위로 가는 심사청구·시정권고·시정명령의 흐름

불공정약관에 대한 대응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뉩니다. 하나는 법원에 소송을 내 개별 계약에서 그 조항이 무효라고 다투는 사법적 통제이고, 다른 하나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심사를 청구해 그 조항 자체를 시정하도록 하는 행정적 통제입니다. 이 글에서 다루는 것은 후자입니다.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이하 약관규제법) 제19조는 일정한 자격을 갖춘 자가 약관 조항이 법에 위반되는지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심사청구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청구가 받아들여지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사업자에게 그 조항을 스스로 고치도록 시정권고를 하고, 사업자가 이를 정당한 사유 없이 따르지 않거나 사안이 중대하면 한 단계 더 나아가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습니다. 시정명령까지도 이행하지 않으면 형사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제도는 말뿐인 권고가 아니라 실효성 있는 압박 수단입니다.

다만 심사청구는 손해배상을 받아내는 절차가 아닙니다. 시정권고·시정명령은 그 약관조항을 앞으로 쓰지 못하게 하거나 고치게 하는 행정조치이고, 이미 그 조항으로 발생한 손해를 배상받으려면 별도로 민사소송을 진행해야 합니다. 또한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정권고·시정명령을 내렸다고 해서 개별 계약에서 그 조항이 자동으로 무효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 그 계약에서 실제로 효력이 있는지는 법원이 별도로 판단할 사항입니다. 두 절차는 별개로 움직이고, 필요하면 함께 진행할 수 있습니다.

법은 이렇게 판단합니다: 심사청구 요건과 시정권고·시정명령을 가르는 기준

먼저 그 약관조항이 애초에 문제가 되는 조항인지부터 짚어야 합니다. 약관규제법 제6조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공정을 잃은 약관조항은 무효라고 정하면서,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은 공정성을 잃은 것으로 추정한다고 규정합니다. 이 추정 규정 덕분에 무효를 주장하는 쪽이 처음부터 모든 불공정성을 입증할 필요는 없고, 사업자 쪽에서 그 조항이 합리적이라는 사정을 소명해야 하는 구조가 됩니다.

이 일반원칙 아래 개별 유형별 무효사유도 정해져 있습니다. 사업자의 손해배상 책임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면책조항(제7조), 고객에게 부당하게 과중한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조항(제8조), 정당한 이유 없이 사업자에게 해제·해지권을 부여하거나 고객의 해제·해지권을 제한하는 조항(제9조), 상당한 이유 없이 고객에게 입증책임을 전가하는 조항(제14조) 등이 대표적입니다. 문제 삼으려는 조항이 이 유형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를 먼저 정리해 두면 심사청구서의 뼈대가 잡힙니다.

심사청구는 아무나 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약관규제법 제19조 제1항은 청구인 자격을 ① 그 약관 조항과 관련하여 법률상 이익이 있는 자, ② 소비자기본법상 등록된 소비자단체, ③ 한국소비자원, ④ 사업자단체 네 부류로 한정합니다. 계약당사자로서 그 조항 때문에 실제 불이익을 입은 소비자나 거래상대방이라면 첫 번째 유형인 법률상 이익이 있는 자에 해당해 직접 청구할 수 있습니다. 청구는 서면이나 전자문서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해야 합니다(같은 조 제2항).

공정거래위원회가 심사청구를 받으면 조사를 거쳐 소회의 또는 전원회의 심의를 통해 처리 방향을 결정합니다. 여기서 갈리는 것이 시정권고와 시정명령입니다(제17조의2). 시정권고는 사업자가 제17조를 위반해 불공정약관조항을 사용했다고 인정되면 별다른 추가 요건 없이 내릴 수 있습니다. 반면 시정명령은 다음 중 하나에 해당해야 내릴 수 있는, 한 단계 강한 조치입니다.

  • 사업자가 시장지배적사업자인 경우

  • 거래상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해 불공정약관조항을 사용한 경우

  • 계약이 긴급하거나 신속을 요해 고객이 약관 내용을 변경하기 현저히 곤란한 경우

  • 사업자의 지위가 현저히 우월하거나 고객의 선택 범위가 제한되어 있는 경우

  • 계약의 취소·해제·해지가 불가능하거나 그로 인해 고객에게 현저한 손해가 발생하는 경우

  • 사업자가 시정권고를 정당한 사유 없이 따르지 않아 피해가 발생한 경우

예를 들어 어느 온라인 플랫폼 이용약관에 사업자가 사전 통지 없이 언제든 정산금 지급을 보류할 수 있다는 조항과, 입점업체가 계약을 해지하려면 남은 계약기간 매출의 30%를 위약금으로 물어야 한다는 조항이 함께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앞의 것은 사업자의 채무이행을 부당하게 유보시키는 조항(제10조 계열), 뒤의 것은 고객에게 부당하게 과중한 손해배상의무를 지우는 조항(제8조)에 해당할 소지가 큽니다. 이런 조항을 다수의 입점업체에 동일하게 적용해 왔다면, 개별 계약 하나가 아니라 약관 자체의 문제로 심사청구를 구성할 수 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를 받아들이면 우선 시정권고로 조항 삭제·수정을 유도하고, 사업자가 매출 규모나 거래상 지위를 이용해 이를 무시하면 시정명령으로 넘어가는 식입니다.

즉 처음부터 시정명령이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실무적으로는 시정권고가 먼저 내려지고 사업자가 이를 무시했을 때 시정명령으로 넘어가는 흐름이 많습니다. 그리고 여기서부터가 이 제도의 실질적인 힘입니다. 약관규제법 제32조는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자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권고 단계에서는 사업자가 버틸 여지가 있지만, 명령 단계까지 넘어가면 불이행 자체가 형사처벌 대상이 되므로 사업자 입장에서도 더는 무시하기 어려워집니다.

김상훈 변호사의 대응, 이렇게: 청구인적격 확인부터 심사청구서 작성까지

실제로 심사청구를 준비한다면 다음 순서로 진행합니다.

  • 청구인적격부터 확인 — 그 약관조항으로 실제 불이익을 입었는지, 계약당사자로서 법률상 이익이 있는지를 먼저 짚습니다. 계약을 체결했지만 아직 구체적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그 조항이 적용될 지위에 있다면 법률상 이익이 인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 문제조항을 무효사유에 대입해 정리 — 문제 삼으려는 조항이 제6조의 일반원칙, 또는 면책조항·손해배상액 예정·해제해지 제한·입증책임 전가 등 개별 무효사유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 조문별로 정리합니다. 막연히 "부당하다"고 주장하는 것보다 해당 조문을 짚어 논증하는 편이 심사 단계에서 설득력이 훨씬 높습니다.

  • 심사청구서와 소명자료 준비 — 문제된 약관 전문, 계약서 사본, 그 조항이 실제로 적용되어 불이익을 입은 경위(거래내역·통지문·정산내역 등)를 첨부해 서면 또는 전자문서로 제출합니다. 같은 사업자의 약관을 다른 소비자·거래상대방도 동일하게 적용받고 있다는 사정을 함께 제시하면, 개별 분쟁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라는 점을 부각할 수 있습니다.

  • 조사·심의 단계 대응 —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과정에서 추가 소명을 요청받으면 신속히 응하고, 사업자 측이 반박 자료를 낼 경우에 대비해 의견서를 준비해 둡니다. 사업자가 시장지배적 지위에 있는지, 거래상 지위 남용에 해당하는지 등 시정명령 요건에 해당하는 사정이 있다면 이를 적극적으로 소명해 시정권고에서 그치지 않고 시정명령까지 나아가도록 합니다.

  • 불이행 시 후속 조치 — 시정권고에도 사업자가 조항을 고치지 않으면 시정명령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취지를 공정거래위원회에 다시 알리고, 시정명령까지 나온 뒤에도 이행하지 않으면 형사고발을 검토합니다. 이와 별개로 이미 발생한 손해를 배상받으려면 민사소송을 병행해야 한다는 점도 함께 안내드립니다.

망설이는 사이, 시간은 불리해집니다: 같은 조항으로 계속 계약이 이행되기 전에

문제된 조항이 그대로 있는 한, 그 계약은 계속 그 조항을 근거로 이행되고 피해는 그만큼 쌓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거래내역이나 통지문 같은 소명자료도 흩어지기 쉽습니다.

불공정한 약관조항 때문에 계속 불이익을 겪고 계시다면, 청구인적격과 무효사유부터 점검하시고 심사청구·시정권고·시정명령으로 이어지는 절차를 검토해 보시기 바랍니다.

법률 문제는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김상훈 변호사에게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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