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상대방이 이행하지 않겠다는 뜻을 명백히 밝혔는데도, 이행기가 아직 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알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판례는 채무자가 이행거절 의사를 명백히 표시한 경우라면 이행기 전이라도, 그리고 별도의 최고 절차 없이도 곧바로 전보배상, 즉 이행에 갈음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봅니다. 문제는 무엇을 명백한 이행거절로 볼 것인지, 손해액은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계산되는지가 실무에서 자주 다투어진다는 점입니다. 이 글에서는 민법 제395조가 정한 전보배상의 원칙과 그 예외인 이행거절 법리, 그리고 손해액 산정 기준시점을 판례를 통해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민법 제395조의 원칙 — 전보배상 청구엔 왜 최고가 필요한가
전보배상은 채무자가 본래 이행해야 할 급부 대신 그에 갈음하는 금전으로 손해를 배상하는 것을 말합니다. 민법 제395조는 채무자가 채무의 이행을 지체한 경우, 채권자가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이행을 최고하였음에도 그 기간 내에 이행하지 아니하거나 지체 후의 이행이 채권자에게 이익이 없는 때에 한하여 채권자가 수령을 거절하고 이행에 갈음한 손해배상, 즉 전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최고는 단순한 형식이 아니라 채무자에게 마지막으로 이행할 기회를 주고, 채권자가 성급하게 계약관계를 정리하는 것을 막는 절차적 장치로 기능합니다.
그래서 원칙적으로는 이행기가 지나 채무자가 지체에 빠진 뒤에도, 상당한 기간을 정한 최고와 그 기간의 도과라는 두 단계를 거치지 않으면 전보배상을 청구할 수 없습니다. 이행기가 아직 되지도 않은 시점이라면 이행지체 자체가 성립하지 않으므로, 형식논리대로라면 최고를 논할 단계에도 이르지 않은 것이 됩니다. 그러나 채무자가 이미 이행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명백히 드러낸 상황에서까지 채권자에게 이행기 도래와 최고 절차를 그대로 요구하는 것이 타당한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판례는 바로 이 지점에서 원칙에 대한 중요한 예외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민법 제395조는 이행지체를 전제로, 상당한 기간을 정한 최고와 그 기간의 도과를 전보배상 청구의 원칙적 요건으로 규정한다.
이행거절이란 무엇인가 — 명백한 거절 의사의 판단 기준
판례상 이행거절은 채무자가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할 의사를 명백히 표시하는 것을 말합니다. 대법원 2007. 9. 20. 선고 2005다63337 판결은 채무자가 이러한 의사를 명백히 표시하였는지 여부는 채무 이행에 관한 당사자의 행동과 계약 전후의 구체적인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서 판단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단순히 이행에 소극적이거나 이행이 지연되는 정도로는 부족하고, 더 이상 계약대로 이행할 뜻이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확하게 드러나야 인정된다는 뜻입니다.
실무에서 이행거절로 인정되는 대표적인 모습은 몇 가지로 정리됩니다. 매도인이 이미 매매계약을 체결한 목적물을 제3자에게 다시 처분해 이전등기까지 마쳐 스스로 이행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경우, 채무자가 문자메시지나 내용증명으로 더 이상 계약대로 이행하지 않겠다고 명시적으로 통보하는 경우, 계약과 양립할 수 없는 행동을 취하면서 이행을 위한 준비를 전면 중단하는 경우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반대로 자금 사정으로 이행이 다소 지연되거나, 조건 변경을 제안하며 협의를 요청하는 정도는 거절 의사가 명백하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명시적 거절 통보 — 문자·내용증명 등으로 이행하지 않겠다는 뜻을 직접 밝히는 경우
이행불능을 초래하는 처분행위 — 목적물의 이중매매·담보제공 등으로 스스로 이행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경우
준비행위의 전면 중단 — 이행을 위한 준비를 그치고 계약과 양립할 수 없는 행동을 계속하는 경우
단순 지연·조건 재협상 요청은 원칙적으로 거절 의사로 보기 어려움
채무자가 이행하지 아니할 의사를 명백히 표시하였는지는 채무 이행에 관한 당사자의 행동과 계약 전후의 구체적 사정을 종합적으로 살펴 판단한다.
이행기 전이라도, 최고 없이 — 신의칙에 따른 예외
형식논리대로라면 이행기가 도래하지 않은 이상 이행지체도 없고, 최고를 할 대상 자체가 없어야 합니다. 그러나 대법원 1993. 6. 25. 선고 93다11821 판결과 대법원 2007. 9. 20. 선고 2005다63337 판결 등은 채무자가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할 의사를 명백히 표시한 경우에는 채권자가 신의성실의 원칙상 이행기 전이라도 이행의 최고 없이 채무자의 이행거절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거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일관되게 판시하고 있습니다. 이미 이행할 뜻이 없음이 명백한 채무자에게 이행기까지 기다리게 하고 다시 최고 기간까지 부여하는 것은 채권자에게 무의미한 절차를 강제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입니다.
실무 사례로 바꾸어 보면, 매매계약의 잔금기일이 아직 남아 있는 상태에서 매도인이 목적물을 제3자에게 처분하고 이전등기까지 마쳤다면, 매수인은 잔금기일까지 기다렸다가 최고를 거칠 필요 없이 그 즉시 계약 해제나 전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미 매도인 스스로 이행을 불가능하게 만든 상황에서 형식적인 최고 절차를 요구하는 것은 채권자에게 아무런 실익이 없고, 채무자에게도 이미 없는 이행 의사를 다시 확인시켜 주는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 예외는 이행거절 의사가 명백한 경우에 한정되므로, 단순히 잔금 지급이 늦어질 우려가 있다는 정도의 사정만으로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채무자가 이행하지 아니할 의사를 명백히 표시한 경우, 채권자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이행기 전이라도 이행의 최고 없이 계약을 해제하거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손해배상액 산정의 기준시점 — 이행거절 당시의 시가
전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결론만큼이나 실무에서 다툼이 큰 부분이 손해액을 언제를 기준으로 계산하느냐입니다. 통상적인 이행지체 사안에서는 최고 기간이 지난 시점, 즉 전보배상청구권이 실제로 발생한 시점의 급부목적물 시가를 기준으로 손해액을 산정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대법원 2005다63337 판결은 채무자가 이행거절의 의사를 명백히 표시하여 최고 없이 계약의 해제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경우에는, 손해액 산정을 이행거절 당시의 급부목적물의 시가를 표준으로 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는 이행거절이 인정되는 순간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법률관계가 사실상 확정되었다고 보아, 그 시점의 시가를 기준으로 손해를 고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취지로 이해됩니다. 이 기준시점의 차이는 특히 가격 변동이 큰 부동산이나 주식 등을 목적물로 하는 계약에서 배상액에 상당한 영향을 미칩니다. 이행거절 시점과 소송이 진행되는 시점 사이에 시세가 크게 오르내린 경우,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삼느냐에 따라 손해액이 크게 달라질 수 있으므로, 이행거절이 있었던 구체적 일자와 그 무렵의 시가 자료를 미리 확보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행거절로 인한 채무불이행에서의 손해액 산정은 이행거절 당시의 급부목적물의 시가를 표준으로 한다.
계약 해제와 손해배상 중 선택 — 청구 방식에 따른 차이
이행거절이 인정되는 경우 채권자에게는 한 가지 길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계약을 해제하고 원상회복과 손해배상을 함께 구하는 방법과, 계약을 해제하지 않은 채 이행에 갈음한 전보배상만을 청구하는 방법이 모두 가능합니다. 어느 쪽을 택할지는 이미 지급한 급부가 있는지, 계약관계를 완전히 정리하는 것이 유리한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이미 계약금이나 중도금을 지급한 상태라면 해제를 통해 원상회복으로 그 금액을 돌려받으면서 별도로 손해배상을 구하는 쪽이 실무상 더 명확하게 정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아직 지급한 급부가 없거나 원상회복으로 정리할 것이 마땅치 않은 경우에는, 계약을 형식적으로 해제하지 않고도 이행에 갈음한 손해배상만을 청구하는 방법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다만 두 청구권을 동시에 행사할 수는 없고, 해제로 인한 원상회복·손해배상과 해제 없는 전보배상은 서로 양립하지 않는 선택적 관계에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소송을 준비할 때는 급부의 이행 상황과 목적물 시가 추이를 함께 검토해 어느 쪽 청구가 실제로 더 유리한 결과를 가져오는지 미리 따져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특히 목적물의 시가가 계약 당시보다 크게 오른 상태라면 해제 후 원상회복만으로는 오른 가격만큼의 차액을 회복하지 못하므로, 전보배상을 병행하거나 그 액수를 구체적으로 산정해 청구취지에 반영하는 절차가 함께 필요합니다.
해제 + 손해배상 — 원상회복으로 기지급 급부를 반환받으면서 손해배상도 함께 청구
해제 없는 전보배상 — 계약을 형식적으로 유지한 채 이행에 갈음한 손해배상만 청구
두 청구는 양립하지 않는 선택적 관계 — 사안의 급부 이행 상황에 따라 유리한 쪽을 선택
이행거절이 인정되면 채권자는 계약 해제와 손해배상을 함께 구하거나, 해제 없이 전보배상만을 청구하는 방법 중 선택할 수 있다.
실무에서 다투어지는 지점 — 거절 의사를 어떻게 입증하나
이행거절을 이유로 최고 없이 손해배상을 청구하려면, 채무자가 이행하지 않을 의사를 명백히 표시했다는 사실을 채권자가 직접 입증해야 합니다. 채무자가 소송에서 그런 의사를 표시한 적이 없다고 다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실무에서는 문자메시지나 카카오톡 대화, 통화 녹취, 내용증명 발송 및 수령 기록, 목적물 처분 사실을 보여주는 등기부등본, 이행 준비를 중단한 정황을 뒷받침하는 자료 등을 폭넓게 확보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문제는 거절 의사가 애매한 경계선 사안입니다. 채무자가 이행을 미루면서도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겠다는 취지의 말을 섞어 하거나, 조건 변경을 요구하면서 협상 여지를 남겨두는 경우에는 법원이 명백한 거절로 보지 않을 위험이 있습니다. 이런 경우 이행거절만을 근거로 최고 없이 곧바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가 그 요건을 인정받지 못하면 청구 자체가 배척될 수 있으므로, 애매한 사안이라면 이행거절을 주장하는 한편 만약을 대비해 상당한 기간을 정한 최고 절차를 함께 진행해 두는 것이 안전한 실무 대응입니다. 내용증명으로 최고와 이행거절 주장을 함께 담아 발송해 두면, 법원이 이행거절을 인정하지 않더라도 최고 기간 도과를 근거로 한 통상의 전보배상 청구로 그대로 이어갈 수 있어 청구가 전부 배척되는 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
명백한 이행거절 여부는 채권자가 입증해야 하는 사항이므로, 거절 의사를 뒷받침하는 자료 확보와 병행 최고가 실무상 안전판이 된다.
손해배상의무 자체의 지체책임 — 전보배상채무의 이행지체 기산점
전보배상청구권이 이행거절 시점에 발생한다고 해서, 그 손해배상금 자체에 대한 지연손해금까지 같은 시점부터 자동으로 발생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 2005다63337 판결은 이행거절로 발생한 손해배상의무에 관하여는 채무자가 그 이행의 최고를 받은 다음부터 이행지체의 책임을 진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즉 원래의 급부의무에 대한 이행거절과, 그로 인해 새로 발생한 금전 손해배상의무의 이행지체는 별개로 취급된다는 것입니다.
이 구분은 실무에서 지연손해금의 기산일을 정할 때 특히 중요합니다. 전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면서 소장 부본의 송달로 이행 청구, 즉 최고에 갈음하는 의사표시를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므로, 지연손해금은 통상 그 소장 부본이 채무자에게 도달한 다음 날부터 기산되는 것으로 처리됩니다. 이행거절이 있었던 시점과 손해배상의무의 지체가 시작되는 시점을 혼동하면 지연손해금 계산에서 불필요한 다툼이 생길 수 있으므로, 소장 작성 단계에서부터 이 기산점을 분명히 정리해 청구취지에 반영해 두어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이행기가 되기 전에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나요?
A. 채무자가 이행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명백히 표시했다면, 판례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이행기 전이라도 최고 없이 전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봅니다. 다만 단순히 이행이 지연되거나 자금 사정이 어렵다는 정도로는 부족하고, 객관적으로 명백한 거절 의사가 인정되어야 합니다. 그 판단은 계약 체결 전후의 구체적 사정과 채무자의 행동을 종합해 이루어집니다.
Q. 어떤 행동이 명백한 이행거절로 인정되나요?
A. 목적물을 제3자에게 처분해 스스로 이행을 불가능하게 만들거나, 더 이상 계약대로 이행하지 않겠다고 명시적으로 통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이행을 위한 준비를 전면 중단하고 계약과 양립할 수 없는 행동을 계속하는 경우도 포함됩니다. 반면 이행이 다소 지연되거나 조건 재협상을 제안하는 정도로는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Q. 손해배상액은 어느 시점 기준으로 계산되나요?
A. 이행거절을 이유로 최고 없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 손해액은 이행거절 당시의 급부목적물 시가를 기준으로 산정합니다. 통상적인 이행지체 사안에서 최고 기간 경과 시점의 시가를 기준으로 삼는 것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가격 변동이 큰 부동산이나 주식이 목적물인 경우 이 기준시점의 차이가 배상액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Q. 계약을 해제하지 않고 손해배상만 청구할 수도 있나요?
A. 가능합니다. 이행거절이 인정되면 계약을 해제하고 원상회복과 손해배상을 함께 구할 수도 있고, 해제하지 않은 채 이행에 갈음한 손해배상만 청구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두 청구는 양립하지 않으므로, 이미 지급한 급부가 있는지에 따라 어느 쪽이 유리한지 미리 검토해야 합니다.
Q. 거절 의사가 명백했는지를 다투게 되면 어떻게 되나요?
A. 명백한 거절의사 여부는 채권자가 입증해야 하므로, 문자메시지·통화녹취·내용증명·처분 관련 등기자료 등을 미리 확보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거절 여부가 애매한 사안이라면 이행거절을 주장하면서도 만약을 대비해 상당한 기간을 정한 최고 절차를 함께 진행해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이를 소홀히 하면 청구 자체가 요건 흠결로 배척될 위험이 있습니다.
Q. 손해배상금에 대한 지연이자는 언제부터 계산되나요?
A. 전보배상청구권 자체는 이행거절 시점에 발생하더라도, 그 손해배상채무는 별도로 이행의 최고를 받은 다음부터 이행지체 책임을 지는 것이 판례의 입장입니다. 실무에서는 소장 부본의 송달로 최고를 갈음하는 경우가 많아, 지연손해금은 통상 그 송달 다음 날부터 기산됩니다. 이 기산점을 청구취지에 미리 명확히 반영해 두어야 불필요한 다툼을 줄일 수 있습니다.
맺음말
이행거절 법리는 채무자가 이미 이행하지 않겠다는 뜻을 명백히 드러낸 상황에서, 채권자가 이행기와 최고라는 형식적 절차에 매이지 않고 곧바로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해주는 예외입니다. 다만 이 예외는 어디까지나 명백한 거절 의사가 인정될 때만 적용되고, 손해액 산정 기준시점이나 손해배상의무 자체의 지체책임 기산점처럼 세부적인 부분에서 통상의 이행지체 사안과 다르게 취급되는 지점이 많습니다.
실제 사안에서는 상대방의 행동이 법적으로 명백한 이행거절에 해당하는지, 최고 없이 곧바로 손해배상을 청구해도 되는지, 손해액을 어느 시점 기준으로 산정해야 유리한지가 개별 사정에 따라 달리 판단됩니다. 성급하게 소송을 제기했다가 요건 흠결로 청구가 배척되는 상황을 피하려면, 관련 증거를 정리한 뒤 초기 단계에서부터 법률 자문을 받아보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