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시효 완성 후 주채무자가 시효이익을 포기해도 보증인은 따로 주장할 수 있다
소멸시효 완성 후 주채무자가 시효이익을 포기해도 보증인은 따로 주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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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시효 완성 후 주채무자가 시효이익을 포기해도 보증인은 따로 주장할 수 있다 

강대현 변호사

돈을 빌려주면서 보증인을 함께 세워둔 채권자라면, 주채무자가 시효완성 후에도 채무를 인정하거나 밀린 이자를 일부 갚았다는 소식을 듣고 안심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의 시효이익 포기는 그것을 한 사람에게만 효력이 있을 뿐, 정작 보증을 선 사람에게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합니다. 주채무자가 아무리 채무를 인정해도, 보증인은 별도로 주채무의 소멸시효 완성을 근거로 자신의 보증채무를 벗어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보증인 입장에서는 이 원리를 모른 채 자신도 덩달아 이자를 조금 갚거나 채무를 인정해버리면, 정작 지킬 수 있었던 항변권을 스스로 포기하는 결과가 됩니다. 이 글에서는 주채무자의 시효이익 포기가 보증인에게 왜 효력이 없는지, 그리고 보증인이 이 항변권을 실제로 지키려면 무엇을 확인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보증채무의 부종성과 항변권 — 민법 제433조가 만든 구조

보증채무는 주채무가 있어야 비로소 성립하고, 주채무의 내용에 따라 그 범위가 정해지며, 주채무가 소멸하면 함께 소멸하는 부종성을 본질로 합니다. 이 부종성 때문에 보증인은 주채무자가 채권자에게 주장할 수 있는 항변을 그대로 가져와 자신의 방어수단으로 쓸 수 있습니다. 민법 제433조 제1항은 "보증인은 주채무자의 항변으로 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고 정해, 변제·상계·동시이행항변·소멸시효완성처럼 주채무자가 가진 방어수단이라면 보증인도 원용할 수 있게 열어두고 있습니다.

문제는 주채무자가 스스로 그 항변을 포기해버리는 경우입니다. 이때를 대비해 같은 조 제2항은 "주채무자의 항변포기는 보증인에게 효력이 없다"고 못박습니다. 주채무자와 채권자 두 사람 사이의 의사표시만으로 보증인이 가진 방어수단이 사라져버린다면, 보증인은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타인의 결정 때문에 일방적으로 불리해지는 셈입니다. 433조 2항은 바로 이 위험을 막기 위한 조항으로, 보증인의 지위를 주채무자의 의사와 분리해서 독자적으로 보호합니다.

  • 변제·공탁·상계 — 주채무자가 이미 갚았거나 갚은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는 항변

  • 동시이행항변 — 채권자가 자신의 반대급부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항변

  • 소멸시효완성 — 채권 행사기간이 지나 더는 이행할 의무가 없다는 항변

  • 이 중 어느 것을 주채무자가 포기해도, 그 포기의 효력은 포기한 사람에게만 미친다

보증인은 주채무자의 항변으로 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고, 주채무자가 그 항변을 포기해도 그 포기는 보증인에게 효력이 없다 — 민법 제433조가 만든 구조다.

시효이익 포기가 '상대적 효력'만 갖는 이유 — 판례의 논리

이 원리를 정면으로 확인한 판결이 대법원 1991. 1. 29. 선고 89다카1114 판결입니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주채무가 시효로 소멸한 때에는 보증인도 그 시효소멸을 원용할 수 있으며, 주채무자가 시효의 이익을 포기하더라도 보증인에게는 그 효력이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주채무자가 시효완성 후 채무를 인정했더라도, 연대보증을 선 사람은 그와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주채무의 시효소멸을 주장할 수 있다는 결론입니다.

이렇게 상대효로 보는 논리는 소멸시효 제도 자체의 성격에서 나옵니다. 시효완성 후의 '포기'는 이미 발생한 항변권을 스스로 내려놓는 의사표시일 뿐, 존재하지 않던 채무를 새로 만들어내는 행위가 아닙니다. 의사표시로 권리·의무 관계를 바꾸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그 의사표시를 한 사람에게만 효력이 미치는 것이 당연하고, 시효이익의 포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주채무자가 자신의 항변권을 내려놓겠다고 결정한 것이지, 보증인의 항변권까지 함께 내려놓겠다고 결정한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실무에서 판례가 상대적 소멸설을 취하는 점도 이 결론을 뒷받침합니다. 소멸시효가 완성되면 채권이 곧바로 절대적으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시효완성의 이익을 받을 사람이 이를 원용해야 비로소 그 효과가 확정된다고 보는 입장입니다. 이 틀에서 보면 보증인과 주채무자는 각자 별도로 '원용할 권리'를 갖고 있는 것이고, 주채무자가 자신의 원용권을 포기했다고 해서 보증인의 원용권까지 함께 사라질 이유가 없습니다.

시효완성 '전' 채무승인과 '후' 포기 — 헷갈리기 쉬운 갈림길

여기서 실무상 가장 많이 혼동하는 지점이 나옵니다. 주채무자의 행위가 시효완성 의 것인지 의 것인지에 따라 보증인에게 미치는 효과가 정반대이기 때문입니다. 시효완성 전에 주채무자가 채무를 승인하면 이는 민법 제168조 제3호의 시효중단 사유인 '승인'에 해당합니다. 시효중단의 효력은 원칙적으로 그 당사자와 승계인 사이에만 미치지만(민법 제169조), 민법 제440조는 보증에 관해서만 예외를 두어 "주채무자에 대한 시효의 중단은 보증인에 대하여 그 효력이 있다"고 정합니다. 즉 주채무자가 시효완성 전에 채무를 인정하면 보증채무의 시효도 함께 새로 진행되어, 보증인은 그만큼 더 오래 책임을 지게 됩니다.

반면 시효완성 에 주채무자가 채무를 승인하거나 일부를 갚는 행위는 성격이 전혀 다릅니다. 이미 완성된 시효를 다시 되돌릴 '중단'이 아니라, 이미 확보한 항변권을 스스로 내놓는 '포기'이기 때문입니다. 포기에는 440조 같은 확장 규정이 없고, 오히려 433조 2항이 명시적으로 그 효력을 보증인에게 미치지 않는다고 막아둡니다. 결국 같은 '채무를 인정하는 행위'라도 시효완성이라는 시점을 하나 사이에 두고 보증인에게 유리한 쪽과 불리한 쪽으로 완전히 갈립니다.

  • 시효완성 전 주채무자의 채무승인 — 시효중단(168조 3호), 그 효력이 보증인에게도 미침(440조). 보증채무 시효도 함께 새로 진행.

  • 시효완성 후 주채무자의 채무승인·일부변제 — 시효이익 포기, 그 효력은 포기한 주채무자에게만 미침(433조 2항). 보증채무의 시효완성 여부에는 영향 없음.

  • 구분 기준은 오직 '승인 시점이 시효완성 전인가 후인가' 하나뿐이므로, 마지막 변제일과 승인일의 선후관계를 정확히 따져야 함.

주채무자의 채무승인이 시효완성 전이면 시효중단으로 보증인에게도 효력이 미치지만(440조), 시효완성 후의 승인·포기는 433조 2항에 막혀 보증인에게 미치지 않는다 — 시점 하나가 결론을 뒤집는다.

보증인이 실제로 소멸시효를 주장하는 방법 — 소송·독촉 대응

채권자가 보증인을 상대로 지급명령이나 대여금 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해 왔다면, 시효완성이라는 사실만으로 법원이 저절로 채권자의 청구를 기각해주지는 않습니다. 소멸시효 완성은 변론주의가 적용되는 항변사항이라, 보증인이 답변서나 준비서면에서 명시적으로 주채무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는 항변을 제출해야 법원이 이를 판단 근거로 삼습니다. 시효완성 사실이 명백해 보여도 법정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그 방어권은 그대로 묻혀버립니다.

항변을 준비하려면 먼저 세 가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대여 당시 정해진 변제기(변제기가 따로 없다면 대여 시점), 주채무자가 마지막으로 원리금을 갚은 날짜, 그리고 그 사이 주채무자에 대해 가압류·지급명령·소송제기 같은 시효중단 사유가 있었는지입니다. 마지막 항목이 특히 중요한데, 채권자가 보증인에게 청구하기 전 주채무자를 상대로 이미 소송이나 가압류를 해두었다면 그 시점에 시효가 중단되어 처음부터 다시 진행하므로, 단순히 대여일이나 변제기로부터 기간을 계산해서는 안 됩니다. 등기부·법원 사건검색·내용증명 수령 기록 등을 통해 이 이력을 먼저 정리해 두는 편이 유리합니다.

소송이 제기되기 전 단계라면, 보증인 쪽에서 먼저 채무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해 시효완성을 근거로 채무 없음을 확정받는 방법도 검토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이미 소송을 당했다면 답변서 제출기한을 넘기지 않는 것이 우선입니다. 기한 내 항변을 제출하지 못하면 무변론판결로 불리하게 확정될 수 있어, 시효완성이 확실해 보이는 사안이라도 서면 제출 자체를 미루면 안 됩니다.

소멸시효 기산점과 기간 — 대여금 채권에서 확인할 것

보증채무의 시효완성 여부를 따지려면 결국 주채무인 대여금 채권의 시효부터 계산해야 합니다. 일반 채권의 소멸시효는 민법 제162조 제1항에 따라 10년이지만, 당사자 일방 또는 쌍방이 상인이어서 상행위로 발생한 채권이라면 상법 제64조에 따라 5년의 단기시효가 적용됩니다. 개인 간 사적 대여라도 대여자나 차용인이 사업자로서 영업 관련 자금을 빌려준 경우라면 상사채권으로 취급될 수 있어, 단순히 '개인 간 돈거래니까 10년'이라고 단정하면 안 됩니다.

이자·지연손해금 채권에는 별도로 민법 제163조 제1호3년 단기소멸시효가 적용될 수 있어, 원금과 이자의 시효완성 시점이 서로 다르게 계산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시효의 기산점은 민법 제166조에 따라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 즉 변제기가 도래한 다음 날부터입니다. 분할변제 약정이 있었다면 각 회차의 변제기마다 시효가 개별적으로 진행되는지, 기한이익 상실 특약으로 전액에 대해 한꺼번에 시효가 진행되는지도 계약서 문구를 확인해서 가려야 합니다.

보증인 스스로 시효이익을 포기해버리는 흔한 실수

433조 2항이 막아주는 것은 어디까지나 주채무자의 포기가 보증인에게 미치는 효력입니다. 보증인 자신이 스스로 시효이익을 포기하는 것까지 막아주지는 않습니다. 채권자의 독촉에 당황해 보증인이 직접 이자 일부를 갚거나, "곧 정리하겠다", "조금만 시간을 달라"는 취지의 확인서·각서를 써주는 행위는 보증인 본인의 채무승인 내지 시효이익 포기로 해석될 수 있고, 이 경우에는 상대효 원칙이 끼어들 여지가 없습니다. 자신의 항변권을 자신이 내려놓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실무에서는 채권자가 보증인에게 먼저 연락해 "주채무자가 이미 인정한 채무이니 보증인도 인정하라"는 취지로 압박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이런 요구를 받았을 때 사실관계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급한 마음에 확인서에 서명하거나 소액이라도 변제해버리면, 원래 주장할 수 있었던 시효완성 항변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결과가 됩니다. 채권자로부터 어떤 연락을 받더라도 즉답하거나 서면에 서명하기 전에, 주채무의 시효완성 여부와 자신에게 미치는 실제 법적 효과부터 먼저 점검하는 순서가 필요합니다.

최근 판례 동향 — 시효이익 포기 인정 기준이 엄격해지는 흐름

시효이익 포기를 폭넓게 인정해 온 종전 실무에도 최근 변화가 있습니다. 그동안 법원은 채무자가 시효완성 후 일부를 변제하거나 채무를 승인하면 시효완성 사실을 알면서도 그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사실상 추정하는 태도를 취해 왔습니다. 그런데 대법원 2025. 7. 24. 선고 2023다240299 전원합의체 판결은 채무자가 시효완성 후 일부변제·승인을 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시효이익 포기를 인정할 수는 없고, 포기의 의사가 실제로 있었는지를 개별적으로 살펴야 한다는 취지로 기존 법리를 변경했습니다.

이 흐름은 채무자 본인의 항변권 인정 기준을 다루는 것이어서 보증인의 433조 2항 보호와는 별개의 문제이지만, 시효이익 포기라는 개념 자체를 법원이 더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는 방향성을 보여줍니다. 채권자 입장에서는 단순히 "채무자가 일부 갚았으니 포기로 볼 수 있다"는 식의 주장이 예전만큼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뜻이고, 보증인 입장에서도 자신의 어떤 행위가 포기로 평가될지를 판단할 때 이런 최신 경향을 함께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주채무자가 시효완성 후 빚을 인정하면 보증인도 그 빚을 인정한 것으로 처리되나요?

A. 아닙니다. 민법 제433조 제2항과 대법원 89다카1114 판결에 따라 주채무자의 시효이익 포기는 그 사람에게만 효력이 있고 보증인에게는 미치지 않습니다. 보증인은 주채무자의 인정 여부와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주채무의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Q. 보증인이 스스로 이자를 조금 갚았다면 시효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되나요?

A. 그럴 수 있습니다. 433조 2항이 막는 것은 주채무자의 포기가 보증인에게 미치는 효력이지, 보증인 본인의 포기까지 막아주는 것은 아닙니다. 보증인이 직접 변제하거나 채무를 인정하는 취지의 서면에 서명하면 자신의 항변권을 스스로 포기하는 결과가 될 수 있습니다.

Q. 연대보증인도 이 항변권을 그대로 쓸 수 있나요?

A. 그렇습니다. 민법 제433조는 단순보증과 연대보증을 구분하지 않고 적용되며, 89다카1114 판결도 연대보증인들에 대해 이 법리를 인정했습니다. 연대보증은 최고·검색의 항변권만 배제될 뿐, 주채무자의 항변을 원용할 권리는 그대로 유지됩니다.

Q. 주채무의 소멸시효가 완성됐는지는 어떻게 확인하나요?

A. 변제기와 마지막 원리금 지급일을 확인해 일반채권 10년, 상사채권 5년 중 어느 기간이 적용되는지 따져보고, 그 사이 가압류·지급명령·소송제기 같은 시효중단 사유가 있었는지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중단 사유가 있었다면 그 시점부터 시효가 다시 진행됩니다.

Q. 주채무자가 시효완성 전에 채무를 승인하면 보증인에게도 영향이 있나요?

A. 있습니다. 시효완성 전의 승인은 시효중단 사유이고, 민법 제440조에 따라 주채무자에 대한 시효중단의 효력은 보증인에게도 미칩니다. 이 경우 보증채무의 시효도 그 시점부터 새로 진행되어 보증인에게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Q. 채권자로부터 소송을 당하면 반드시 시효완성 항변을 직접 제출해야 하나요?

A. 그렇습니다. 소멸시효 완성은 법원이 직권으로 판단해주는 사항이 아니라 당사자가 주장해야 하는 항변사항입니다. 답변서나 준비서면에 시효완성 사실을 명시적으로 기재하지 않으면, 완성 사실이 있어도 재판에서 고려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맺음말

주채무자가 시효완성 후 빚을 인정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보증인의 방어권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민법 제433조 제2항과 대법원 판례가 분명히 정리해 둔 대로, 시효이익의 포기는 그것을 한 사람에게만 미치는 상대적 효력을 가질 뿐입니다. 다만 이 보호는 저절로 지켜지지 않습니다. 시효완성 전후를 구분해 승인의 성격을 정확히 가리고, 소송이나 독촉을 받았을 때 항변을 제때 제출하며, 무엇보다 보증인 스스로 섣불리 채무를 인정하거나 일부라도 갚아버리는 실수를 피해야 실제로 지켜지는 권리입니다.

수원과 경기남부 지역에서도 보증을 섰다가 뒤늦게 채권자의 청구를 받고서야 시효완성 여부를 확인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청구를 받은 시점에 곧바로 대응하기보다, 변제기와 마지막 거래 이력부터 차분히 정리해 자신에게 유리한 항변이 남아 있는지 먼저 살펴보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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