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다른 사람 땅을 통로로 써 온 지역권을 등기까지 마쳐뒀다면 이제 안심해도 될까요. 그런데 등기부에 지역권이 버젓이 남아 있어도, 정작 그 통로를 실제로는 오래전부터 쓰지 않았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지역권도 소유권이 아닌 하나의 재산권이기 때문에, 일정 기간 행사하지 않으면 법이 정한 소멸시효에 걸려 권리 자체가 사라질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지역권이 어떤 조건에서 20년 소멸시효에 걸리는지, 그 기간은 언제부터 계산되는지, 그리고 권리를 지키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지역권도 재산권이라 소멸시효를 피할 수 없다
지역권은 등기까지 마친 물권이니 한 번 생기면 반영구적으로 유지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민법 제162조 제2항은 "채권 및 소유권 이외의 재산권은 20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한다"고 정하고 있고, 지역권은 바로 이 조항이 말하는 소유권 이외의 재산권에 해당합니다. 소유권은 아무리 오래 방치해도 소멸시효에 걸리지 않지만, 지역권은 용익물권으로서 소유권과는 다른 취급을 받습니다. 즉 등기부에 지역권 설정등기가 그대로 남아 있어도, 그 권리를 실제로 행사(통행)하지 않은 채 20년이 흘렀다면 등기와 무관하게 소멸시효가 완성될 수 있습니다. 이 점을 모르고 등기만 믿고 있다가 뒤늦게 권리를 다투게 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실제로 문제가 되는 전형적인 장면은 오래된 농로나 마을 안길처럼, 예전에는 요역지 소유자가 매일 다니던 통로였지만 세월이 흐르며 다른 길이 새로 생기거나 요역지 소유자가 바뀌면서 그 통로를 거의 쓰지 않게 된 경우입니다. 등기부등본만 떼어보면 지역권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승역지(통로가 지나가는 땅) 소유자 입장에서는 20년 넘게 아무도 다니지 않은 통로라면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며 등기 말소를 요구할 근거가 생깁니다. 반대로 요역지 소유자 입장에서는 이런 상황을 미리 알아채지 못하면, 나중에 필요할 때 통로를 다시 쓰려 해도 이미 권리가 사라진 뒤일 수 있습니다.
지역권은 소유권이 아닌 재산권이어서, 등기가 남아 있어도 20년간 실제로 행사하지 않으면 민법 제162조 제2항에 따라 소멸시효가 완성되어 권리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
소멸시효는 언제부터 세나 — 기산점은 마지막 통행일
민법 제166조 제1항은 "소멸시효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진행한다"고 정합니다. 판례는 여기서 말하는 '행사할 수 없는 때'를 기한이 아직 안 됐거나 조건이 성취되지 않은 경우처럼 법률상 장애가 있는 경우로 한정하고, 단순히 사실상 다니지 않았거나 필요가 없어졌다는 사정만으로는 기산이 늦춰지지 않는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지역권처럼 실제 사용을 통해 권리가 행사되는 성격의 권리는, 마지막으로 통로를 실제로 이용한 날의 다음 날부터 불행사 기간을 계산하는 것이 통상적인 이해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20년이 '누적'이 아니라 '계속'되어야 완성된다는 점입니다. 20년 사이에 단 한 번이라도 실제로 통로를 이용한 사실이 있다면, 그 시점까지의 불행사 상태는 끊긴 것으로 보아야 하고 그 이후부터 다시 기간을 계산하게 됩니다. 반대로 말하면, 요역지 소유자가 최근 몇 년간 전혀 다니지 않았더라도 그 이전 어느 시점에 실제로 이용한 사실을 증명할 수 있다면 아직 20년이 채워지지 않았다고 다툴 여지가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다만 이런 다툼은 결국 증거 싸움이 되므로, 통행 사실을 뒷받침할 자료를 평소에 남겨두는 쪽이 유리합니다.
통행지역권이 유독 취약한 이유 — '계속되고 표현된' 성격
민법 제294조는 지역권의 시효취득에 관해 부동산 점유취득시효를 정한 제245조를 준용하되, "계속되고 표현된" 지역권에 한정하고 있습니다. 처음 권리를 얻을 때부터 누가 보더라도 알 수 있을 만큼 통로가 계속 사용되고 있어야 한다는 뜻인데, 이 성격은 권리를 잃는 국면에서도 그대로 작동합니다. 통로가 오랫동안 방치되어 잡초로 뒤덮이거나, 승역지 소유자가 다른 용도로 그 자리를 써버려 더 이상 통로로서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되면, 지역권자 스스로도 자신이 실제로 권리를 행사해 왔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어려워집니다.
반대로 승역지 소유자 입장에서는 이런 상태가 오히려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기 좋은 사정이 됩니다. 등기부상 지역권은 남아 있지만 현장에는 통로의 흔적조차 없고, 요역지 소유자도 최근 수십 년간 다닌 기록이 없다면, 법원으로서도 실체 없는 등기라고 판단할 여지가 커지는 것입니다. 등기만 믿고 현장 상태를 방치하는 것이 왜 위험한지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승역지 소유자가 통로를 막았다면 — 시효는 저절로 멈추지 않는다
요역지 소유자가 실제로는 계속 다니고 싶었는데, 승역지 소유자가 담장을 치거나 문을 걸어 잠가 통로를 막아버린 경우는 어떨까요. 앞서 본 대로 판례는 소멸시효 기산과 관련해 법률상 장애만을 고려하고 사실상 장애는 고려하지 않는다는 태도를 일관되게 취하고 있습니다. 통로 폐쇄와 같은 사정은 법률상 장애라기보다 사실상 장애에 가깝게 취급될 위험이 있으므로, 통로가 막혀 있다는 이유만으로 소멸시효 진행이 저절로 멈춘다고 안심할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권자가 취할 수 있는 대응은 민법 제301조가 준용하는 제214조의 방해배제청구권입니다. 소유자가 소유권을 방해하는 자에게 방해 제거를 청구할 수 있는 것처럼, 지역권자도 승역지 소유자의 방해행위에 대해 통로 회복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런 청구, 특히 소를 제기하는 등 재판상 청구는 민법 제168조가 정한 소멸시효 중단 사유에도 해당하므로, 통로가 막혔을 때 가만히 있기보다 적극적으로 방해배제를 구하는 쪽이 권리도 지키고 시효 진행도 끊는 두 가지 효과를 함께 얻는 길입니다.
통로가 막힌 사실을 사진·현황측량 등으로 즉시 기록해 둘 것
승역지 소유자에게 통로 개방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내 의사표시를 남길 것
협의가 안 되면 방해배제청구 소송(재판상 청구)으로 대응해 시효 중단 효과까지 확보할 것
통로가 막힌 상태를 방치한 기간도 불행사 기간에 포함될 수 있음을 염두에 둘 것
요역지가 여러 명 공유일 때 — 소멸시효의 불가분성
요역지를 형제자매나 공동상속인 여러 명이 공유하는 경우도 흔합니다. 이때 민법 제296조는 "요역지가 수인의 공유인 경우에 그 1인에 의한 지역권소멸시효의 중단 또는 정지는 다른 공유자를 위하여 효력이 있다"고 정합니다. 즉 공유자 중 단 한 사람만 실제로 통로를 이용하거나, 승역지 소유자를 상대로 방해배제를 청구해 시효를 중단시켜도 그 효과는 나머지 공유자 전원에게 함께 미칩니다.
이는 지역권을 새로 취득할 때 적용되는 민법 제295조 제2항과 대비됩니다. 그 조항은 점유로 인한 지역권취득기간의 중단은 '지역권을 행사하는 각 공유자'에 대한 사유가 아니면 효력이 없다고 정해, 취득 국면에서는 개별 공유자별로 엄격하게 판단합니다. 반면 이미 성립한 지역권을 지키는 소멸시효 국면에서는 공유자 한 명의 행사만으로도 전원이 보호받도록 설계되어 있는 것입니다. 공유 요역지라면 공유자 중 누구라도 실제로 다니고 있다면 나머지 공유자들의 권리도 함께 지켜지고 있다는 뜻이므로, 누가 실제로 이용하고 있는지를 공유자들끼리 파악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공유 요역지라면 공유자 한 명의 통행이나 방해배제청구만으로도 소멸시효가 중단·정지되어 전체 공유자의 지역권이 함께 보호받는다(민법 제296조).
지역권과 주위토지통행권, 소멸시효 적용부터 다르다
실무에서는 오랫동안 다닌 길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를 지역권이라고 단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는 세 가지 서로 다른 근거 중 하나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승역지 소유자와 계약을 맺거나 시효취득 요건을 갖춰 등기까지 마친 지역권이고, 둘째는 민법 제219조가 정한 주위토지통행권으로 토지가 공로에 접하지 못해 통행이 꼭 필요할 때 법률상 당연히 인정되는 법정 통행권이며, 셋째는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오랫동안 묵인되어 온 사실상의 통행 관행입니다.
이 세 가지는 소멸시효 적용 여부부터 다릅니다. 등기된 지역권은 앞서 본 대로 20년 불행사로 소멸시효에 걸리지만, 주위토지통행권은 등기가 필요 없는 법정 권리로서 통행의 필요성이라는 실체적 요건이 유지되는 한 존속하고 그 필요성이 사라지면(예를 들어 다른 공로가 새로 뚫린 경우) 소멸하는 방식이어서 20년이라는 기간 자체가 기준이 아닙니다. 사실상의 통행 관행은 애초에 법적 권리가 아니므로 승역지 소유자가 마음을 바꾸면 언제든 막을 수 있습니다. 자신이 다니는 길이 이 셋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부터 확인해야 소멸시효 리스크를 정확히 판단할 수 있습니다.
등기된 지역권 — 계약 또는 시효취득으로 성립, 20년 불행사 시 소멸시효 완성
주위토지통행권(민법 제219조) — 공로 미접속 시 법률상 당연 인정, 필요성 소멸 시 소멸
사실상 통행 관행 — 법적 근거 없음, 승역지 소유자가 언제든 차단 가능
소멸시효가 완성되면 실제로 무엇이 달라지나
소멸시효가 완성되면 권리는 그 시점 이후로 소멸하는 것으로 취급되는 것이 일반적인 이해이고, 등기가 남아 있다고 해서 실체 없는 권리가 되살아나는 것은 아닙니다. 승역지 소유자는 자신의 소유권에 기한 민법 제214조의 방해배제청구권을 근거로, 실체가 사라진 지역권설정등기의 말소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지역권자로서는 소멸시효가 완성되기 전에 실제로 통로를 이용해 온 사실을 뒷받침할 자료, 이를테면 이용 현황을 알 수 있는 사진이나 목격자 진술, 도로대장·항공사진 등을 미리 확보해 두는 것이 나중에 다툼이 생겼을 때 중요한 증거가 됩니다.
한 가지 더 짚어둘 부분은 시효이익의 포기입니다. 승역지 소유자가 소멸시효가 이미 완성된 사실을 알면서도 지역권자의 통행을 계속 허락하거나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면, 사안에 따라 시효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이는 개별 사정을 두루 살펴야 판단할 수 있는 문제이므로, 단순히 상대방이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안심할 것은 아닙니다.
통행로를 지키려면 — 시효완성 전후로 대응이 달라진다
아직 20년이 채워지지 않았다면 지금부터라도 실제로 통로를 이용하고, 그 사실을 남겨두는 것이 가장 확실한 대응입니다. 필요하다면 승역지 소유자에게 통행 사실을 확인하는 서면을 받아두거나, 다툼의 소지가 있다면 지역권 확인을 구하는 재판상 청구로 소멸시효를 중단시키는 방법도 검토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걸리는 절차라도, 나중에 소멸시효가 완성된 뒤 다투는 것보다는 미리 근거를 쌓아두는 쪽이 부담이 훨씬 적습니다.
반대로 이미 20년이 지나 소멸시효가 완성된 것으로 보인다면, 기존 지역권 자체를 되살릴 방법은 원칙적으로 없습니다. 이 경우에는 승역지 소유자와 새로 지역권 설정계약을 체결해 등기하거나, 다시 계속되고 표현되게 통로를 이용해 시효취득 요건을 새로 갖추는 방법을 검토해야 합니다. 어느 쪽이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부담이 크므로, 등기부에 지역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안심하지 말고 실제 사용 여부와 승역지 소유자와의 관계를 주기적으로 점검해 두는 것이 최선의 예방책입니다.
소멸시효가 완성되기 전이라면 실제 사용 사실을 남기고 방해배제청구로 시효를 중단시킬 수 있지만, 완성된 뒤에는 새로 지역권을 설정하거나 다시 시효취득 요건을 갖추는 것 외에 되돌릴 방법이 없다.
자주 묻는 질문
Q. 지역권 등기만 되어 있으면 안전한가요?
A. 아닙니다. 지역권은 소유권이 아닌 재산권이라 민법 제162조 제2항에 따라 20년간 실제로 행사(통행)하지 않으면 등기가 남아 있어도 소멸시효가 완성되어 권리가 사라질 수 있습니다.
Q. 20년 동안 몇 번만 다녀도 소멸시효를 피할 수 있나요?
A. 실제로 권리를 행사한 사실이 있으면 그 시점부터 불행사 기간이 다시 계산되므로 완전한 방치보다는 낫지만, 어느 정도의 빈도와 계속성이 있어야 '행사'로 인정되는지는 사안마다 다르므로 애매하다면 명확한 이용 기록을 남겨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Q. 승역지 소유자가 통로를 막아서 못 다녔는데도 소멸시효가 진행되나요?
A. 네, 판례는 법률상 장애가 아닌 사실상 장애는 소멸시효 진행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취해 왔으므로, 통로 폐쇄 같은 사실상 장애만으로 시효 진행이 저절로 멈추지 않습니다. 지역권자는 방해배제청구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해야 합니다.
Q. 요역지를 여러 명이 공유하고 있으면 소멸시효는 어떻게 계산되나요?
A. 민법 제296조에 따라 공유자 중 한 명에 대해 소멸시효가 중단되거나 정지되면 그 효력이 다른 공유자에게도 미치므로, 한 명만 통행하거나 대응해도 전체 공유자의 지역권이 함께 보호받습니다.
Q. 소멸시효가 완성된 지역권을 되살릴 방법이 있나요?
A. 원칙적으로 이미 완성된 소멸시효 자체를 되돌릴 방법은 없고, 승역지 소유자와 새로 지역권 설정계약을 맺거나 다시 계속·표현되게 사용해 시효취득 요건을 새로 갖추는 방법을 검토해야 합니다.
Q. 지역권과 주위토지통행권은 같은 건가요?
A. 아닙니다. 주위토지통행권은 민법 제219조에 따라 토지가 공로에 접하지 못할 때 법률상 당연히 인정되는 법정 통행권으로 등기가 필요 없고, 20년 불행사로 소멸시효가 진행되는 지역권과는 발생·소멸 근거 자체가 다릅니다.
맺음말
지역권은 등기까지 마쳤다고 해서 영구히 안전한 권리가 아닙니다. 소유권과 달리 20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시효에 걸리는 재산권이라는 점, 그리고 그 기산점이 마지막으로 실제 통로를 이용한 시점이라는 점을 기억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통로가 막혀 있어도 시효 진행이 저절로 멈추지 않는다는 점, 공유 요역지라면 한 명의 대응이 전원을 보호한다는 점도 실무에서 자주 놓치는 부분입니다.
토지 물권 관련 분쟁, 특히 오래된 통로나 지역권을 둘러싼 다툼은 용인 처인이나 양평처럼 전원주택·농지가 많은 지역에서 자주 불거집니다. 자신이 오랫동안 다녀온 길이 등기된 지역권인지, 법정 통행권인지, 아니면 근거 없는 관행인지부터 확인하고, 소멸시효가 임박했거나 이미 완성됐을 가능성이 있다면 서둘러 대응 방향을 정리해 보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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