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거래 계좌로 돈이 들어오자마자, 혹은 가상자산 지갑에 송금이 찍히자마자 검거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때 판매책 쪽에서는 "돈만 받았을 뿐 물건은 넘기지 않았는데도 매매죄가 전부 완성된 것으로 처벌받느냐"는 의문이 남습니다. 마약류 매매죄는 대금이 오간 시점과 마약이 실제로 넘어간 시점이 다르게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이 둘을 언제 기준으로 삼느냐에 따라 기수와 미수가 갈립니다. 이 글에서는 대금만 받고 마약을 넘기지 않은 상태에서 검거됐을 때 죄책이 어떻게 판단되는지, 그리고 그 구분이 실제 처벌에 어떤 차이를 만드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마약 매매죄, 대금이 오갔다면 이미 완성된 범죄인가
많은 사람이 마약 거래에서 대금이 오갔다면 그것으로 "거래가 끝났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형사법에서 범죄는 예비·음모 단계를 지나 실행에 착수하고, 결과가 발생하지 않은 미수 단계를 거쳐, 결과가 완성되는 기수에 이르는 순서로 진행됩니다. 마약류 매매죄도 이 원칙에서 예외가 아니며, 대금 지급이나 수령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자동으로 기수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여기서 구분해야 할 것은 매매'계약'의 성립과 매매'죄'의 완성입니다. 매도인과 매수인의 의사표시가 합치하면 민사적으로는 매매계약이 성립한다고 볼 수 있지만,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이 처벌하는 것은 이 계약 자체가 아니라 매매라는 '행위'입니다. 따라서 "얼마에 사고팔기로 했다"는 합의나 대금 수수만으로는 부족하고, 실제로 마약을 주고받는 이행행위가 어느 단계까지 나아갔는지를 별도로 따져야 합니다. 이 기준을 대법원이 어떻게 정리하고 있는지는 다음 항목에서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마약 매매죄에서 처벌 대상은 매매'계약'이 아니라 매매'행위'다 — 대금을 주고받기로 합의했거나 실제로 대금이 오갔다는 사실만으로는 기수에 이르지 않는다.
실행의 착수와 기수를 가르는 대법원의 기준
대법원 2020. 7. 9. 선고 2020도2893 판결은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습니다. 이 판결은 대마 또는 향정신성의약품 매매행위에 대해 "매도·매수에 근접·밀착하는 행위가 행하여진 때에 그 실행의 착수가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하고, 마약류에 대한 소지의 이전이 완료되면 기수에 이른다"고 판시했습니다. 이 사건에는 향정신성의약품 매매에 관한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59조 제1항 제7호와 대마 매매에 관한 제60조 제1항 제2호가 함께 적용됐고, 미수범 처벌의 근거로 형법 제25조 제1항이 적용됐습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실행의 착수와 기수는 별개의 시점입니다. 판매책이 마약류를 소지하거나 입수할 수 있는 상태에 있었고, 매수인이 그 판매책에게 매매대금을 송금하거나 가상자산을 전송했다면 이는 매수행위에 근접·밀착하는 행위로서 실행의 착수를 인정하기에 충분합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 착수 이후 마약에 대한 소지 자체가 매수인에게 현실적으로 넘어가야만 비로소 기수에 이른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즉 착수는 대금이라는 '돈의 흐름'으로도 인정될 수 있지만, 기수는 오직 '물건의 흐름'으로만 판단됩니다.
대법원이 이렇게 착수와 기수를 엄격히 나누는 이유는, 마약류 범죄의 특성상 대금 이체나 가상자산 전송처럼 손쉬운 행위만으로 처벌 범위를 무한정 넓히면 실제로 마약이 유통되지 않은 단계까지 기수범과 동일하게 취급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입니다. 물건이 실제로 넘어갔는지, 즉 사회적으로 현실화된 위험이 발생했는지를 기수의 기준으로 삼음으로써, 처벌의 정도를 범죄 진행 단계에 맞게 조정하려는 취지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실행의 착수로 인정될 수 있는 행위 — 매수인의 대금 송금·가상자산 전송, 판매책의 물건 준비·소지
기수에 이르기 위해 필요한 것 — 마약에 대한 소지가 매수인에게 현실적으로 이전되는 것
따라서 착수만 있고 소지 이전이 없다면 매매죄는 미수 단계에 머무름
대금만 받고 마약을 넘기지 않았다면 — 판매책의 죄책은 미수
이 기준을 "대금만 받고 물건을 넘기지 않은" 판매책의 상황에 그대로 적용해 보면 결론은 분명해집니다. 매수인으로부터 계좌이체나 가상자산으로 대금을 받은 행위는 매도·매수에 근접·밀착하는 행위에 해당해 실행의 착수를 인정하기에 충분합니다. 그러나 그 이후 마약을 실제로 건네주기 전에 검거되거나 거래가 중단됐다면, 마약에 대한 소지의 이전이라는 기수의 요건은 아직 갖춰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따라서 대금은 이미 수령했더라도 매매행위 자체는 완성되지 않았으므로, 원칙적으로 매매'미수'로 의율됩니다.
매도와 매수는 서로 대응하는 행위이지만, 죄책은 각자의 이행 정도를 기준으로 독립적으로 판단됩니다. 매수인이 대금을 이미 지급했다는 사정은 매수인 쪽 착수 여부를 판단하는 근거이지, 매도인이 소지를 이전했는지 여부와는 별개입니다. 그러므로 매도인 스스로 마약에 대한 소지를 현실적으로 넘기지 못한 이상, 매수인이 대금을 완납했다는 사정만으로 매도인의 죄책이 기수로 바뀌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 텔레그램으로 거래 조건을 정하고 매수인이 먼저 가상화폐로 대금을 송금했는데, 판매책이 물건을 준비해 약속 장소에 두기 전에 잠복하던 수사기관에 검거된 경우가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이 경우 대금은 이미 매도인에게 넘어갔지만, 마약은 매수인의 지배 아래로 이전되지 않았으므로 판매책은 매매미수로 처벌됩니다. 반대로 매도인이 검거되기 전 이미 물건을 매수인에게 건네줬거나 지정 장소에서 매수인이 회수해 갔다면, 그 시점에 소지 이전이 완료돼 매매기수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대금을 받았다는 사실은 실행의 착수를 인정하는 근거일 뿐, 기수의 근거가 되지 않는다 — 기수 여부는 오직 마약에 대한 소지 이전의 완료로 판단한다.
던지기·비대면 거래에서 소지 이전은 언제 완료되나
최근 마약 거래는 판매자와 매수인이 직접 만나지 않는 이른바 '던지기' 방식이 흔합니다. 판매책이 특정 장소에 물건을 숨겨두고 좌표나 위치를 알려주는 방식에서는, 소지 이전이 완료되는 시점을 정하기가 대면 거래보다 까다롭습니다. 이때는 매수인이 실제로 그 장소에 가서 물건을 회수해 자신의 지배 아래 두었을 때 비로소 소지가 이전됐다고 보는 것이 판례의 기본 태도입니다. 단순히 물건이 놓인 장소를 알려줬다는 사정만으로는 아직 매수인의 지배권이 미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판매책이 물건을 특정 장소에 숨겨두기만 하고 좌표조차 알려주지 못한 채 검거됐다면, 매수인 입장에서는 물건에 접근할 방법 자체가 없었으므로 소지 이전이 완료됐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좌표를 알려줬더라도 매수인이 현장에 도착하기 전 수사기관이 먼저 물건을 회수했다면 마찬가지로 매수인에게 소지가 넘어갔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결국 던지기 방식에서도 핵심은 동일합니다 — 대금이 오갔는지가 아니라, 마약에 대한 실질적 지배가 매수인에게 넘어갔는지입니다.
수사 실무에서는 이 지점을 다투기 위해 통신기록, 계좌·가상자산 거래내역, 현장 CCTV, 회수 당시의 위치정보 등을 종합해 '누가 언제 물건을 실제로 회수했는지'를 확인합니다. 판매책 입장에서는 검거 당시 물건이 아직 지정 장소에 그대로 남아 있었는지, 매수인이 현장에 도착한 흔적이 있는지가 기수·미수를 가르는 핵심 증거가 되므로, 검거 경위서와 압수 경위를 정확히 확인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소지 이전 완료로 볼 수 있는 경우 — 매수인이 직접 물건을 건네받거나 지정 장소에서 회수해 지배 아래 둔 경우
소지 이전 미완료로 볼 수 있는 경우 — 좌표를 알려줬지만 매수인이 회수하기 전에 검거된 경우, 좌표조차 전달되지 않은 경우
택배·우편으로 발송한 경우 — 매수인이 실제로 수령한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
기수와 미수, 처벌 수위는 어떻게 달라지나
형법 제25조는 범죄의 실행에 착수했지만 결과가 발생하지 않은 경우를 미수범으로 처벌하되, 그 형은 기수범보다 감경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다만 이는 임의적 감경으로, 미수라고 해서 반드시 형이 낮아지는 것은 아니고 법원의 재량에 달려 있습니다. 향정신성의약품 매매(제59조 제1항 제7호)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대마 매매(제60조 제1항 제2호)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무거운 법정형이 기본이므로, 기수·미수 구분에 따른 감경 여부가 실제 선고형에 상당한 차이를 만들 수 있습니다.
다만 실무에서 미수라고 해서 가볍게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마약류 범죄의 양형은 유통량·거래 횟수·전과 유무·가담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데, 미수에 그쳤더라도 이미 대금까지 주고받아 거래가 상당한 단계까지 진행됐다면 이 사정이 양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미수 감경은 자동으로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법원이 여러 사정을 종합해 판단하는 재량 사항이라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미수범 감경(형법 제25조 제2항)은 법원의 재량일 뿐 당연히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 기수·미수 구분은 처벌 여부가 아니라 처벌 수위를 다투는 지점이다.
중지범이 될 수 있는가 — 자의로 마약을 넘기지 않은 경우
대금을 받은 뒤 스스로 마음을 바꿔 마약을 넘기지 않기로 한 경우라면 형법 제26조의 중지범이 문제 될 수 있습니다. 중지범은 범인이 자의로 실행에 착수한 행위를 중지하거나 결과 발생을 방지한 경우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하는 필요적 감면 규정으로, 법원의 재량에 맡겨진 미수범(장애미수) 감경보다 훨씬 유리한 효과를 가집니다.
그러나 중지범이 인정되려면 '자의성'이 핵심 요건입니다. 수사기관의 검거, 매수인의 신고, 거래 상대방의 잠적처럼 외부 사정으로 거래가 무산된 경우는 자의에 의한 중지가 아니라 장애미수에 해당할 뿐입니다. 판매책이 두려움이나 양심의 가책을 느껴 스스로 거래를 중단하고 대금까지 돌려줬다는 사정이 뚜렷할 때만 자의성이 인정될 여지가 있고, 단순히 "검거되기 전에 그만뒀다"는 사정만으로는 중지범으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대금은 몰수·추징 대상 — 기수·미수와 별개 문제
매매가 미수에 그쳤다고 해서 이미 받은 대금까지 돌려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67조는 이 법에서 정한 죄에 제공된 자금이나 그로 인해 생긴 수익을 몰수하고, 몰수가 불가능하면 그 가액을 추징하도록 정한 필요적 몰수·추징 규정입니다.
판매 대금으로 받은 금전이나 가상자산은 범죄로 얻은 수익에 해당하므로, 매매가 미수에 그쳐 마약을 넘기지 못했더라도 이미 수수한 대금 상당액은 몰수·추징 대상이 됩니다. 즉 기수·미수 구분은 징역형·벌금형의 수위에는 영향을 주지만, 이미 받은 돈을 몰수·추징당하는지 여부와는 별개의 문제로 다뤄진다는 점을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여러 차례에 걸쳐 거래가 이뤄진 경우라면 추징액도 한 번의 거래대금이 아니라 그동안 오간 거래 횟수와 판매량 전체를 기준으로 합산해 산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에 검거된 거래가 미수에 그쳤더라도, 그 이전에 이미 완료된 다른 거래가 있었다면 그 부분의 대금까지 함께 추징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마약 대금을 송금받았는데 아직 물건을 준비하지 못한 상태에서 검거되면 어떻게 되나요?
A. 대금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도 매도·매수에 근접·밀착하는 행위로 평가돼 실행의 착수는 인정될 수 있습니다. 다만 마약에 대한 소지의 이전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매매죄는 기수가 아니라 미수에 머무릅니다.
Q. 매수인은 물건을 받았는데 판매자만 검거됐다면 판매자는 기수인가요?
A. 매수인이 실제로 마약을 수령해 자신의 지배 아래 두었다면 소지의 이전이 완료된 것이므로, 그 시점에 판매자의 죄책도 매매기수로 인정될 가능성이 큽니다. 매도·매수는 별개로 판단되지만 소지 이전이라는 객관적 사실은 양쪽에 공통으로 영향을 미칩니다.
Q. 대금을 돌려주면 처벌을 면할 수 있나요?
A. 단순히 대금을 반환했다는 사정만으로 범죄 성립 자체가 부정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수사기관 개입 없이 스스로 거래를 중단하고 대금까지 돌려준 경우라면 중지범으로 인정돼 형이 감경되거나 면제될 여지가 있어 양형에서 유리한 사정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Q. 던지기 수법에서 좌표만 알려주고 검거되면 기수인가요 미수인가요?
A. 매수인이 좌표를 받고도 아직 현장에 가서 물건을 회수하지 못한 상태라면 소지의 이전이 완료됐다고 보기 어려워 미수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매수인이 이미 물건을 회수한 뒤라면 판매자가 검거되지 않았더라도 그 시점에 기수에 이른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Q. 미수로 인정되면 대금으로 받은 돈도 돌려받을 수 있나요?
A. 아닙니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상 몰수·추징 규정은 기수·미수와 무관하게 적용되므로, 매매가 미수에 그쳤더라도 이미 수수한 대금은 범죄수익으로서 몰수되거나 그 가액이 추징될 수 있습니다.
Q. 미수라고 하면 재판에서 형이 얼마나 줄어드나요?
A. 형법상 미수범 감경은 법원의 재량에 맡겨진 임의적 감경이라 일률적으로 얼마나 줄어든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유통량, 전과, 가담 경위 등 다른 양형 요소와 함께 종합적으로 고려되므로 구체적인 사안마다 결과가 다르게 나타납니다.
맺음말
대금 수수와 물건 인도라는 두 단계는 마약 매매죄에서 실행의 착수와 기수를 가르는 서로 다른 기준점입니다. 대금만 오간 상태라면 원칙적으로 매매죄는 미수 단계에 머무르고, 마약에 대한 현실적인 소지 이전이 이뤄져야 비로소 기수에 이릅니다. 이 구분은 처벌 여부 자체가 아니라 형량과 감경 가능 여부를 가르는 실질적인 쟁점입니다.
다만 미수로 판단된다고 해서 사안을 가볍게 여길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미 받은 대금은 몰수·추징의 대상이 되고, 유통 규모나 가담 경위에 따라 양형이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검거 경위와 대금 수수·물건 인도의 정확한 시점을 사실관계대로 정리해두는 것이 방어의 출발점입니다.
마약류 사건은 초범이라도 구속수사가 원칙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실행의 착수와 기수 여부를 다투려면 사건 초기부터 정확한 법리 검토가 필요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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