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고소를 마치고 몇 달을 기다렸는데, 경찰서에서 온 통지서에 담긴 말은 "혐의없음으로 판단해 사건을 검찰에 넘기지 않았다"는 불송치 결정이었습니다. 많은 고소인이 이 통지를 받으면 사건이 그대로 끝난 것으로 오해하지만, 불송치는 검찰의 최종 판단이 아니라 경찰 단계에서 내려진 1차 결론일 뿐입니다. 법에는 이 결론에 이의를 제기해 사건을 다시 검찰로 넘기게 하는 공식 절차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성범죄 고소인이 불송치 통지를 받았을 때 무엇을 확인하고, 이의신청을 어떻게 준비해야 사건이 다시 검토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불송치란 무엇인가 — 경찰의 1차 수사종결권과 그 한계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은 사건을 자체적으로 종결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되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245조의5에 따르면 사법경찰관은 범죄 혐의가 있다고 인정되면 검사에게 사건을 송치하지만,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그 이유를 명시한 서면과 함께 관계 서류와 증거물을 검사에게 송부합니다. 이것이 실무에서 흔히 말하는 불송치입니다. 검사는 송부받은 날부터 90일 이내에 이 서류와 증거물을 다시 사법경찰관에게 반환해야 합니다.
여기서 짚어야 할 점은 불송치가 "무죄" 또는 "혐의없음"의 확정 판단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검찰이 기소·불기소를 결정하는 것과 달리, 불송치는 경찰 수사 단계에서 사건을 검찰로 넘기지 않기로 한 절차적 결론에 그칩니다. 성범죄 사건에서는 피해자와 가해자 진술이 엇갈리고 직접 증거가 부족한 경우가 많아, 경찰 단계에서 "증거불충분"이나 "혐의없음"으로 판단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런 판단이 내려졌다고 해서 사건이 완전히 종결된 것은 아니며, 이의신청이라는 통로를 통해 다시 검찰의 판단을 받을 수 있습니다.
같은 불송치라도 그 안의 판단 근거는 결이 다릅니다. 실무상 경찰이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본 것인지, 아니면 "범죄 성립 여지는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본 것인지에 따라 이후 대응 방향이 달라집니다. 전자라면 사실관계나 법리 해석 자체를 다투어야 하고, 후자라면 추가 증거를 확보해 제출하는 쪽이 더 효과적입니다. 통지서만으로는 이 구분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다음 항목에서 설명하는 절차를 통해 구체적인 판단 근거부터 확인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불송치는 검찰의 최종 결론이 아니라 경찰 단계의 1차 판단일 뿐이다 — 이의신청을 통해 사건을 다시 검찰로 넘길 수 있다.
불송치 통지를 받았다면 — 7일 이내 서면통지와 결정서 확보
형사소송법 제245조의6은 사법경찰관이 불송치 결정을 하면 서류와 증거물을 검사에게 송부한 날부터 7일 이내에 고소인·고발인·피해자 또는 그 법정대리인(피해자가 사망한 경우 배우자·직계친족·형제자매 포함)에게 그 취지와 이유를 서면으로 통지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통지서가 대개 결론과 이유의 요지만 간략히 담고 있어, 경찰이 구체적으로 어떤 진술이나 증거를 근거로 혐의없음이라 판단했는지까지는 알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불송치결정서 자체는 원칙적으로 피의자에게 송달되고, 고소인에게는 취지와 이유의 요지만 통지되는 것이 일반적인 실무입니다. 따라서 이의신청서를 제대로 준비하려면 먼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불송치결정서 사본을 확보해 경찰이 문제 삼은 지점을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절차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경찰이 "피해자 진술의 일관성이 부족하다"고 본 것인지, "폭행·협박에 이르렀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본 것인지에 따라 이의신청서에서 반박해야 할 지점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통지서만으로는 판단 근거가 요지 수준으로만 나옴 — 구체적 사유 파악에 한계.
정보공개청구로 불송치결정서 사본을 확보하면 경찰이 배척한 진술·증거를 구체적으로 확인 가능.
결정서를 확인한 뒤에야 이의신청서에서 무엇을 반박해야 할지 방향이 잡힘.
이의신청 — 사건을 다시 검찰로 보내는 공식 절차
형사소송법 제245조의7은 제245조의6의 통지를 받은 사람(다만 2022년 9월 9일 시행된 개정법에 따라 고발인은 제외)이 해당 사법경찰관이 소속된 관서의 장에게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이의신청권자는 고소인 본인뿐 아니라 고소하지 않은 피해자와 그 법정대리인도 포함되고,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배우자·직계친족·형제자매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이의신청에서 특히 알아둘 점은, 신청이 접수되면 사법경찰관은 그 내용을 자체적으로 다시 심사해 결론을 유지할지 말지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지체 없이 사건을 검사에게 송치하고 관계 서류와 증거물을 함께 송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처리 결과와 이유는 이의신청인에게 다시 통지됩니다. 즉 이의신청은 "경찰이 다시 검토해 달라"는 요청이 아니라, 사건을 검찰 단계로 자동으로 이관시키는 절차적 장치에 가깝습니다. 실질적인 재판단은 그 이후 검찰에서 이뤄지므로, 이의신청서의 내용이 부실하더라도 일단 사건 자체는 검찰로 넘어갑니다. 다만 넘어간 이후 검찰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재검토할지는 이의신청서에 담긴 근거의 구체성에 좌우됩니다.
조문상 이의신청 기한에는 별도 제한이 없습니다. 다만 시간이 지날수록 관련자의 기억이 흐려지고 CCTV 영상 등 증거의 보존기간이 지나 확보가 어려워질 수 있어, 통지를 받은 뒤 가능한 한 빨리 준비하는 편이 실무적으로 유리합니다.
이의신청서 제출 방법과 형식
이의신청서는 사건을 수사한 사법경찰관이 소속된 경찰관서, 즉 담당 수사부서나 민원실에 서면으로 제출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신청서에는 사건번호와 신청인이 고소인·피해자·법정대리인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이의신청의 취지와 구체적인 이유를 명확히 기재해야 합니다. 변호사나 국선변호사를 통해 대리로 제출하는 경우에는 위임 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위임장을 함께 첨부합니다.
접수된 이의신청은 앞서 설명한 대로 지체 없이 검사에게 송치되고, 그 처리 결과와 이유는 다시 신청인에게 서면으로 통지됩니다. 접수증이나 접수 일자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는 반드시 보관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이후 검찰 단계에서 추가로 자료를 보완해 제출하거나 담당 검사실에 의견을 전달하고 싶다면, 이의신청서 제출과는 별도로 진정서나 의견서 형태로 준비해두었다가 사건이 검찰에 접수된 시점에 맞춰 제출하는 방법도 함께 고려할 수 있습니다.
이의신청서, 무엇을 담아야 결과가 달라지나
이의신청서는 그 자체로 사건을 검찰에 넘기는 효과가 있지만, 검찰이 다시 적극적으로 들여다보게 만들려면 "억울하다"는 식의 막연한 호소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앞서 정보공개청구로 확보한 불송치결정서에서 경찰이 배척한 진술이나 증거를 구체적으로 짚고, 그 판단이 왜 사실관계나 법리에 맞지 않는지를 조목조목 반박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예를 들어 경찰이 "폭행·협박의 정도가 항거불능 상태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 당시 상황을 뒷받침하는 정황증거나 판단기준에 관한 법리를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합니다.
성범죄 사건에서 자주 문제 되는 법리적 쟁점으로는 폭행·협박이 피해자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에 이르렀는지, 위력이나 위계에 의한 간음·추행에서 그 위력·위계가 실제로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할 만한 수준이었는지, 준강간·준강제추행에서 피해자가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다고 볼 수 있는지 등이 있습니다. 경찰이 이런 요건 중 어느 하나가 충족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불송치했다면, 이의신청서에는 그 요건 판단이 사실관계와 어긋나는 지점을 구체적으로 짚어야 합니다.
가장 결정력이 큰 것은 새로운 증거입니다. 경찰 수사 단계에서 미처 제출하지 못했던 목격자 진술, 메시지·통화 기록, 진료기록, 심리상담 기록, 추가로 확보한 CCTV나 디지털 포렌식 자료가 있다면 이의신청서에 함께 첨부하는 것이 좋습니다. 사건 당시나 직후의 정황을 뒷받침할 수 있는 자료일수록 경찰이 이미 검토한 진술만으로는 채우기 어려웠던 공백을 메우는 역할을 합니다. 경찰이 이미 검토했던 자료를 그대로 반복하기보다, 판단을 뒤집을 만한 새로운 사실이나 법리적 쟁점을 제시하는 쪽이 검찰 단계에서 재검토의 실질을 갖추는 데 효과적입니다.
이의신청과는 별개로 — 검사의 재수사요청
형사소송법 제245조의8은 검사가 사법경찰관의 불송치 결정이 위법하거나 부당하다고 판단하면 사법경찰관에게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원칙적으로 사건 서류를 송부받은 날부터 90일 이내에 하도록 되어 있고, 새로운 증거가 발견되거나 관련 서류·증거물이 위조·변조된 정황이 확인되는 등 예외적 사정이 있으면 90일이 지난 뒤에도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
이 재수사요청은 고소인의 신청 없이 검사가 직권으로 하는 절차라는 점에서 이의신청과는 다른 트랙입니다. 검사는 송부받은 사건 기록만으로도 재수사 필요성을 판단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고소인이 미리 제출한 의견서나 자료가 참고자료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이의신청 절차를 밟는 것과 별도로, 검찰에 진정서나 의견서를 접수해 사건의 문제점을 알리는 방법을 함께 검토해볼 수 있는 이유입니다.
성범죄 피해자만의 특칙 — 국선변호사의 대리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7조는 성폭력범죄 피해자와 그 법정대리인에게 형사절차 전반에서 변호사를 선임할 권리를 별도로 인정합니다. 이 변호사는 수사기관의 조사에 동석해 의견을 진술할 수 있고, 구속전 피의자심문·증거보전절차·공판준비기일·공판절차에도 출석해 의견을 진술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같은 조 제5항은 이 변호사에게 형사절차에서 대리가 허용되는 소송행위 전반에 대한 포괄적 대리권을 인정하고 있어, 불송치결정서 검토와 이의신청서 작성·제출까지 대리하는 것도 이 대리권의 범위에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변호사를 직접 선임할 형편이 되지 않는 피해자를 위해 같은 조 제6항은 국선변호사 선정 제도를 두고 있으며, 피해자가 19세 미만이거나 심신미약 상태에 있는 경우에는 국선변호사 선정이 의무 사항입니다. 실무에서는 이 국선변호사가 불송치 통지 이후 결정서 내용을 검토하고, 이의신청서에 담을 반박 근거를 함께 정리해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성범죄 사건은 진술의 신빙성이 쟁점이 되는 경우가 많은 만큼, 법률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이의신청서를 준비하는 것이 사건을 다시 검토받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됩니다.
이의신청, 실제로 얼마나 뒤집히나
언론 보도에 따르면 불송치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 비율은 2021년 7%에서 2024년 9.7%, 2025년 상반기 11.3%로 꾸준히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같은 기간 검찰이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한 건수도 2021년 7,508건에서 2025년 17,122건으로 증가했고, 불송치 결정이 뒤집혀 기소로 이어진 사건도 2024년 1,130건으로 2021년 528건의 두 배 이상으로 늘었습니다.
다만 이 수치를 "이의신청을 하면 몇 %가 뒤집힌다"는 단순한 승률로 받아들이기는 어렵습니다. 통계마다 집계 기준과 범위가 다르고, 뒤집힌 사건 전부가 이의신청을 거친 것도 아니며 재수사요청 등 다른 경로를 통한 결과도 섞여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불송치 결정이 뒤집혀 기소로 이어지는 사례가 매년 늘어나는 추세이고, 그 이면에는 결정서를 확보해 구체적 근거로 반박한 이의신청과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가 자리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통지를 받자마자 사건을 단념하기보다, 결정서 내용부터 확인하고 반박 자료를 준비하는 절차를 밟아볼 이유가 이 추세에 있는 셈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불송치 통지를 받으면 사건이 끝난 건가요?
A. 아닙니다. 불송치는 경찰 단계의 1차 판단일 뿐 검찰의 최종 결론이 아닙니다. 이의신청을 하면 사건은 자동으로 검사에게 송치되어 다시 검토를 받게 되고, 검사가 직권으로 재수사를 요청하는 경우도 있어 절차가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닙니다.
Q. 이의신청은 언제까지 해야 하나요?
A. 형사소송법 제245조의7은 이의신청 기한을 별도로 정해두지 않았습니다. 다만 시간이 지날수록 증거가 흩어지고 진술의 신빙성 판단도 불리해질 수 있어, 통지를 받은 뒤 가능한 한 빨리 준비하는 것이 실무적으로 안전합니다.
Q. 이의신청서만 내면 경찰이 다시 판단해주나요?
A. 아닙니다. 이의신청이 접수되면 사법경찰관은 결론을 자체적으로 다시 심사하지 않고 지체 없이 사건을 검사에게 송치해야 합니다. 실질적인 재검토는 그 이후 검찰 단계에서 이뤄지므로, 이의신청서에는 검찰이 다시 볼 만한 구체적 근거를 담는 것이 중요합니다.
Q. 불송치 이유를 자세히 알 방법이 없나요?
A. 통지서에는 취지와 이유의 요지만 담기는 경우가 많아 구체적 판단 근거를 파악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불송치결정서 사본을 확보하면 경찰이 어떤 지점을 문제 삼았는지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Q. 고소는 하지 않았는데 피해자인 경우에도 이의신청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형사소송법 제245조의7의 이의신청권자에는 고소인뿐 아니라 피해자와 그 법정대리인도 포함되며,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배우자나 직계친족, 형제자매도 신청할 수 있습니다.
Q. 국선변호사가 있으면 이의신청도 대신 해주나요?
A. 성폭력처벌법 제27조에 따라 선정된 피해자 국선변호사는 형사절차에서 대리가 허용되는 소송행위 전반을 포괄적으로 대리할 수 있어, 실무적으로 불송치결정서 검토와 이의신청서 작성까지 지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19세 미만이거나 심신미약 상태인 피해자는 국선변호사 선정이 의무 사항입니다.
맺음말
불송치 통지는 사건의 끝이 아니라 절차의 한 지점입니다. 경찰이 혐의없음으로 판단했더라도 형사소송법은 고소인과 피해자에게 이의신청이라는 공식 통로를 통해 사건을 다시 검찰로 보낼 권리를 보장하고 있고, 검찰 스스로도 위법·부당하다고 판단하면 직권으로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 통계상으로도 불송치 결정이 뒤집혀 기소로 이어지는 사례는 매년 늘어나는 추세이고, 그만큼 통지를 받은 시점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이후 결과를 좌우하는 갈림길이 되고 있습니다.
다만 이의신청서를 형식적으로 내는 것과, 불송치결정서를 확보해 구체적 근거로 반박하는 것은 결과에서 차이가 클 수 있습니다. 이의신청 자체는 사건을 검찰로 넘기는 절차적 장치일 뿐이어서, 그 이후 실질적인 재검토를 이끌어내려면 결정서에서 확인한 판단 근거를 하나하나 반박하는 자료와 새로운 증거가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수원지검을 비롯해 경기남부 지역에서도 성범죄 고소 사건의 불송치 통지는 매년 이어지고 있는 만큼, 통지를 받았다면 결정서 내용부터 확인하고 이의신청 준비를 서두르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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