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합의금은 어떤 기준으로 정해질까요? 정해진 시세가 없는 이유
성범죄 합의금에는 법에서 정한 표준액이나 공식적인 ‘시세’가 없습니다. 강제추행이면 얼마, 강간이면 얼마라는 식으로 정해진 금액표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실제 합의금은 범행의 내용과 피해 정도, 치료 필요성, 피해자의 처벌의사, 사건 이후 피해회복 상황, 민사상 손해배상까지 함께 정리하는지 등에 따라 달라집니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합의금 액수가 형량과 일대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현행 성범죄 양형기준은 ‘처벌불원’을 특별감경인자로, ‘상당한 피해 회복’을 일반감경인자로 두고 있지만 특정 금액 이상을 지급하면 어느 정도 감형한다는 기준은 두고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다른 사건에서 얼마에 합의했다는 사례만 보고 자신의 사건의 적정 합의금을 정하는 것은 신중해야 합니다.
성범죄 합의금은 법적으로 정해진 금액이 있나요?
없습니다.
형법이나 성폭력 관련 법률에 “강제추행은 얼마”, “강간은 얼마”와 같은 합의금 기준은 규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형사합의는 피해자와 가해자 측이 피해회복에 관해 협의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실제 금액은 사건별로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민사법상으로도 위법행위로 다른 사람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고, 신체·자유 등을 침해하여 발생한 정신적 고통 역시 손해배상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현행 민법 제750조는 불법행위로 발생한 손해에 대한 배상책임을, 제751조는 정신적 고통 등 재산 외의 손해에 대한 배상책임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성범죄 합의금에는 사건에 따라 치료비 등 현실적으로 발생한 손해와 정신적 피해에 대한 배상 등을 고려한 금액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강제추행과 강간은 합의금 기준이 같을 수 없습니다
성범죄라고 해서 모든 사건의 피해 정도가 동일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강제추행 사건에서도 신체접촉의 방법과 정도, 지속시간, 반복 여부, 범행 장소,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 등이 다릅니다.
강간이나 준강간 사건 역시 행위의 내용, 범행 과정에서 사용된 유형력의 정도, 피해 발생 정도, 반복 여부 등에 따라 사건의 중대성이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성범죄 양형기준도 범죄 유형뿐 아니라 가학적 침해행위, 반복 범행, 취약한 피해자에 대한 범행 등 여러 사정을 별도의 가중요소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죄명 하나만 보고 합의금을 정하기보다는 실제 범행과 피해의 정도를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피해자가 실제로 입은 피해도 중요한 기준입니다
합의금에서는 범죄의 죄명뿐 아니라 피해자가 실제로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도 중요합니다.
사건에 따라 다음과 같은 사정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신체적 상해가 발생했는지
병원이나 상담센터 치료를 받고 있는지
정신과 치료가 필요한 상태인지
치료비 등 실제 비용이 발생했는지
학업이나 직장생활 등에 피해가 있었는지
촬영물 유포 등으로 피해가 확대되었는지
범행이 한 번인지 반복되었는지
특히 디지털 성범죄처럼 촬영물이 제3자에게 유포된 사건은 단순 촬영에 그친 경우와 피해 범위가 전혀 다를 수 있습니다.
결국 합의금은 범죄명을 기준으로 기계적으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의 내용과 회복에 필요한 범위를 함께 고려해 협의하게 됩니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지도 합의의 중요한 부분입니다
형사사건에서 합의를 하는 이유는 단순히 금전적인 손해를 배상하는 데만 있지 않습니다.
성범죄 사건에서는 피해자가 피해회복을 받은 뒤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할 것인지가 양형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
현행 성범죄 양형기준에서는 ‘처벌불원’을 특별감경인자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양형위원회가 말하는 처벌불원이란 피해자가 그 법적·사회적 의미를 제대로 이해한 상태에서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자유롭게 표시하는 경우를 의미합니다.
따라서 단순히 합의금을 지급했다는 사실과 피해자로부터 처벌불원 의사를 받았다는 사실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합의금을 많이 지급하면 형량도 그만큼 줄어드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성범죄 양형기준에는 특정 금액을 지급하면 형량을 몇 개월 줄인다는 계산식이 없습니다.
양형위원회는 성범죄의 일반감경인자로 ‘상당한 피해 회복’을 두고 있고, 별도로 처벌불원을 특별감경인자로 정하고 있습니다. 반면 반복 범행이나 피해의 중대성, 동종 전과, 2차 피해 발생 등은 불리한 사정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같은 금액으로 합의한 두 사건이라고 하더라도 실제 선고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처음 발생한 비교적 경미한 추행 사건과 반복적으로 중대한 성폭력 범행을 한 사건을 같은 기준으로 평가할 수는 없습니다.
합의금은 양형요소 가운데 하나일 뿐, 형량을 구매하는 금액이 아닙니다.
피해자가 요구하는 금액이 너무 높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피해자가 제시한 금액을 반드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합의는 당사자 사이의 의사가 일치해야 성립하기 때문에 피의자나 피고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금액이라면 조정할 수 있는지 협의해야 합니다.
다만 피해자에게
“다른 사건은 이 정도밖에 안 준다”
“이 금액을 받지 않으면 공탁하겠다”
“합의를 거절하면 피해자에게도 불리하다”
는 방식으로 압박하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현행 성범죄 양형기준은 합의 과정에서 피해자를 지속적으로 괴롭히거나 합의를 거부한 데 따른 불이익을 암시하는 등 부당한 압력을 가해 추가 피해를 발생시킨 경우를 ‘2차 피해 야기’라는 불리한 양형요소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합의금 액수를 낮추려다가 오히려 사건에서 불리한 사정을 만드는 상황은 피해야 합니다.
합의금 액수보다 합의서 내용이 중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합의금이 정해졌다면 합의서에 어떤 내용을 넣는지도 중요합니다.
형사합의를 하면서 흔히 문제가 되는 것은 다음 세 가지입니다.
첫째, 피해자가 처벌불원의사를 밝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합의금을 지급하고 민사상 손해만 정리한 것인지, 피해자가 형사처벌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힌 것인지는 서로 다른 문제입니다.
둘째, 민사상 손해배상까지 모두 정리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합의서에 향후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까지 포함하여 모든 분쟁을 정리한다는 내용이 들어간다면 그 의미를 충분히 검토해야 합니다. 반대로 형사절차에 관한 합의만 하고 별도의 치료비 등은 추후 청구할 수 있도록 남겨두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셋째, 혐의를 다투는 사건이라면 합의서 문구가 기존 주장과 충돌하지 않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합의된 성관계였다는 이유로 범죄 성립을 다투고 있는데 합의서에는 강제적인 행위를 모두 인정한다는 취지의 표현이 들어간다면 이후 재판에서 설명이 필요해질 수 있습니다.
“민·형사상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문구는 주의해야 합니다
합의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표현이
“향후 민·형사상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는 문구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포괄적인 표현은 무엇까지 포함되는지 나중에 다툼이 생길 가능성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합의 당시 예상하지 못한 추가 치료비까지 포함하는 것인지, 민사상 위자료 청구권을 모두 포기한 것인지, 피해자가 처벌불원의사까지 명확하게 표시한 것인지가 불분명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합의서에는 가능하면
대상이 되는 사건
지급할 합의금
지급 시기와 방법
지급 완료 여부
민사상 손해배상 관계
처벌불원 여부
향후 연락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정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피해자가 미성년자인 경우에는 더 신중해야 합니다
아동·청소년 피해자가 관련된 사건에서는 성인 피해자와 같은 방식으로 합의서를 작성하면 된다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피해자의 나이와 의사능력, 법정대리인의 관여 여부, 합의나 처벌불원 의사의 진정성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 역시 처벌불원을 판단할 때 피해자 또는 법정대리인이 그 의사표시의 의미와 효과를 이해할 능력이 있는지, 실제 자유로운 의사에 따른 것인지 신중하게 판단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라면 합의 주체와 합의서 내용부터 별도로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피해자가 합의를 거부하면 금액을 계속 높여 제시해도 될까요?
피해자가 단순히 금액 문제 때문에 협의 중인 상황과 합의 자체를 원하지 않는다고 명확히 밝힌 상황을 구분해야 합니다.
후자의 경우 금액을 조금씩 높여가며 전화나 문자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보내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특히 피해자가 직접 접촉하지 말라는 의사를 밝혔거나 수사기관을 통해 합의를 원하지 않는다고 전달했다면 그 의사를 존중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합의를 성사시키기 위한 행동 때문에 피해자가 새로운 불안이나 압박을 느꼈다면 앞서 설명한 ‘2차 피해’ 문제가 양형에서 오히려 불리하게 평가될 수도 있습니다.
합의가 안 되면 형사공탁으로 대신할 수 있나요?
형사재판 단계에서는 일정한 요건 아래 형사공탁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다만 형사공탁과 피해자와의 합의는 동일하지 않습니다.
피고인이 일방적으로 금전을 공탁했다고 해서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되지는 않습니다. 합의를 통해 얻은 처벌불원과 공탁을 통한 피해회복 노력은 양형에서 구별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따라서 피해자가 제시한 금액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합의하지 않고 같은 돈을 공탁하면 효과가 같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강제추행 합의금은 보통 얼마인가요?
법에서 정한 평균액이나 공식적인 기준은 없습니다. 신체접촉의 내용과 정도, 반복 여부, 피해 내용, 피해자의 처벌의사 등 사건마다 조건이 달라 특정 금액을 일반적인 시세라고 제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강간 사건은 강제추행보다 합의금이 항상 높나요?
범죄의 법정형과 피해 정도가 다른 만큼 실제 협상에서도 차이가 나타날 수 있지만, 구체적인 금액을 죄명만으로 결정할 수는 없습니다. 범행 과정과 피해 정도, 치료 필요성 등 개별 사정을 확인해야 합니다.
피해자가 부르는 금액을 모두 지급해야 합의가 되나요?
합의는 당사자 사이의 협의이므로 상대방이 제시한 금액을 반드시 수용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금액 조정을 이유로 피해자를 압박하거나 반복적으로 접촉하는 행동은 피해야 합니다. 성범죄 양형기준은 합의 과정에서 발생한 2차 피해를 불리한 양형요소로 보고 있습니다.
합의금을 지급하면 민사소송도 막을 수 있나요?
합의서의 내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민사상 손해배상까지 포함해 분쟁을 종결하기로 명확히 합의한 경우와 형사절차에 관한 합의만 한 경우의 효과는 다를 수 있으므로 문구를 확인해야 합니다.
합의금을 많이 지급하면 집행유예를 받을 수 있나요?
그렇게 단정할 수 없습니다. 피해회복과 처벌불원은 양형에서 유리한 요소가 될 수 있지만 범행의 중대성, 전과, 반복 여부, 피해 정도와 다른 양형요소를 함께 판단합니다. 양형기준에는 특정 합의금 액수와 집행유예를 연결하는 기준이 없습니다.
합의금을 지급했는데 피해자가 처벌불원서를 써주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요?
합의금 지급과 처벌불원은 별개의 문제일 수 있습니다. 합의 당시 피해자가 처벌불원서를 제출하기로 한 것인지, 민사상 피해배상만 받기로 한 것인지 합의 내용을 확인해야 합니다. 양형위원회가 특별감경인자로 규정하는 처벌불원은 피해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른 처벌불원의사가 실제로 확인되는 경우를 의미합니다.
마무리
성범죄 합의금에는 정해진 시세가 없습니다. 인터넷에서 특정 범죄에 대한 합의금 평균이나 사례를 찾아볼 수는 있지만, 그것만으로 자신의 사건에서 적절한 금액을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실제 합의에서는 범행의 종류와 정도, 피해자가 입은 신체적·정신적 피해, 치료와 회복 상황, 민사상 손해배상 범위, 피해자의 처벌의사 등을 함께 살펴야 합니다. 민법상 손해배상에는 실제 재산상 손해뿐 아니라 정신적 고통에 대한 배상도 포함될 수 있습니다.
또한 높은 합의금을 지급했다고 해서 그만큼 형량이 자동으로 줄어드는 것은 아닙니다. 성범죄 양형에서는 처벌불원과 상당한 피해회복뿐 아니라 범행 내용, 전과, 반성, 반복성, 2차 피해 여부 등 여러 요소가 함께 평가됩니다.
합의를 준비하고 있다면 금액부터 제시하기보다 먼저 사건의 피해 정도, 피해자가 원하는 피해회복의 범위, 처벌불원 여부, 민사상 손해까지 이번 합의로 정리할 것인지를 구분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혐의를 다투는 사건이라면 합의서의 문구가 기존 진술과 충돌하지 않는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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