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기술자료 유용, 세라젬 하도급법 위반으로 공정위 제재
기업이 오랜 기간 피땀 흘려 연구·개발한 기술과 노하우는 사업을 유지하고 성장시키는 데 있어 가장 핵심적인 자산입니다. 특히 자본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중소기업의 경우 고유의 기술력이 곧 강력한 경쟁력이기 때문에, 거래 과정에서 기술자료가 외부로 유출되거나 부당하게 이용되면 기업의 존립 자체가 순식간에 흔들릴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현행 하도급법은 원사업자가 거래상 우월한 지위를 남용하여 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를 부당하게 요구하거나 무단으로 사용·제공하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세라젬의 하도급 거래 과정에서 적발한 기술자료 유용 행위와 주요 위반 사례, 그리고 기업들이 유의해야 할 법적 시사점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세라젬 사건에서 문제가 된 4가지 위반 행위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적발하여 문제 삼은 세라젬의 법 위반 행위는 크게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1) 부당한 특약으로 기술 관련 권리 귀속
세라젬은 안마의자 등 의료기기 제조에 필요한 금형 제작을 수급사업자에게 위탁했습니다. 수급사업자는 고유한 기술과 노하우를 활용해 금형도면 등을 작성했으며, 해당 도면에는 세라젬의 요구 정보뿐만 아니라 수급사업자의 독자적인 설계 및 제조 기술이 핵심적으로 반영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세라젬은 계약 체결 과정에서 금형도면 등 지식재산권을 자신에게 일방적으로 귀속시키는 특약을 설정했습니다. 이후 세라젬은 계약서 조항과 설계비 지급을 근거로 권리 귀속의 정당성을 주장했으나, 공정위는 이를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고 기술 권리를 정상 이전받은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단순히 인건비나 설계비 명목의 대가를 지급했다는 사실만으로 수급사업자의 독자적 기술 권리를 일방적으로 빼앗아 올 수는 없다고 단정한 것입니다.
2) 정당한 이유 없는 기술자료 요구
세라젬은 해외 계열사인 중국법인의 현지 개발을 지원할 목적으로 수급사업자들에게 금형도면을 요구하여 제공받았습니다. 하도급법은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에게 기술자료를 요구할 때 정당한 사유와 엄격한 절차를 거치도록 엄격히 규정하고 있으나, 공정위는 이번 요구에 법적 정당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결정했습니다.
3) 기술자료의 제3자(중국법인) 무단 제공
제공받은 기술자료를 목적 외로 유용한 점 역시 매우 중대하게 다루어졌습니다. 세라젬은 수급사업자로부터 전달받은 금형도면 중 7건을 수급사업자와 사전 협의나 동의 없이 중국법인에 무단으로 제공했습니다. 기술자료는 당초 협의된 제공 목적과 사용 범위 내에서만 제한적으로 이용되어야 하며, 아무리 거래관계에 있는 원사업자라 할지라도 이를 제3자나 해외 계열사에 임의로 전달할 수는 없습니다.
4) 법정 기술자료 요구 서면 미교부
세라젬은 수급사업자에게 모터 부품의 외형도 1건과 사양서 1건을 요구하면서 반드시 서면으로 교부해야 하는 필수 서면을 발급하지 않았습니다. 기술자료 요구 서면은 요구 목적, 권리 귀속 관계, 대가 등을 명확히 기재하여 기술 유용 및 향후 법적 분쟁을 예방하는 핵심적 안전장치입니다.

하도급법상 '기술자료'의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많은 기업들이 오해하는 부분 중 하나는 특허권이나 실용신안처럼 법적으로 등록된 기술만 보호받는다고 생각하는 점입니다. 하지만 하도급법상 보호되는 기술자료의 범위는 훨씬 넓습니다. 비밀로 관리되는 제조·수리·시공·용역 수행 방법에 관한 자료는 물론, 영업활동에 유용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지닌 기술·경영 자료 전반을 포함합니다.
이번 세라젬 사건에서도 다음과 같은 실무 자료들이 기술자료로 명확히 인정되었습니다.
금형도면: 금형의 구조, 형식, 치수 등 실제 제작에 필요한 상세 설계정보
외형도: 모터 등 주요 부품의 외관과 결합 구조를 나타내는 기술 자료
사양서: 부품의 세부 스펙 및 품질·성능 기준 등을 기록한 표준 문서
원사업자의 정보가 일부 포함되어 있다면?
하도급 거래 특성상 수급사업자가 원사업자의 기본 제품 사양이나 요구사항을 전달받아 제작하므로, 완성된 도면에 원사업자의 정보가 일부 혼재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이때 판단의 핵심 기준은 "수급사업자의 고유한 기술과 독자적 노하우가 투영되었는가"입니다. 원사업자의 정보가 일부 포함되어 있더라도, 수급사업자의 경험과 제조 노하우가 수록되어 있고 비밀 관리성이 유지된다면 이는 하도급법상 보호받아야 마땅한 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에 해당합니다.

공정위 제재 결과 및 기업들이 유의할 시사점
공정거래위원회는 세라젬의 이러한 하도급법 위반행위들에 대해 재발 방지 시정명령과 함께 총 4억 3,2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이번 판결은 단지 계약서상의 유리한 문구만을 근거로 기술자료의 소유권을 함부로 주장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사건입니다. 원사업자라 할지라도 협력사의 기술자료를 해외 계열사 등 제3자에게 임의 제공하거나 정해진 목적 외로 사용하는 행위는 단순 민사상 분쟁을 넘어 중대한 행정제재 대상이 됩니다.
따라서 기업 간 거래 시 도면이나 사양서를 주고받을 때는 하도급법상 보호 대상 여부를 사전에 철저히 검토해야 합니다. 특히 중소기업을 운영 중이라면 거래 초기 계약 단계부터 기술자료의 정확한 제공 목적, 사용 범위, 권리 귀속 관계, 그리고 정당한 대가 산정 여부를 서면에 구체적으로 명시함으로써 기업의 소중한 지식재산을 철저히 보호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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