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의 유학을 위해 한쪽 배우자는 해외에서 아이를 돌보고, 다른 배우자는 국내에서 일하며 생활비와 교육비를 보내는 기러기 부부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자녀의 교육을 위해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갈등이 생기기도 합니다. 송금하는 배우자는 지나치게 많은 생활비가 부담스럽다고 하고, 해외에 있는 배우자는 돈을 보내지 않으면 당장 집세와 학비를 감당할 수 없다고 호소합니다.
부부관계가 나빠진 뒤 생활비를 일방적으로 끊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때 해외에 있는 배우자는 생활비 중단이 ‘악의의 유기’에 해당한다며 이혼과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을까요?
오늘은 기러기 부부의 생활비 중단이 이혼 사유가 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위자료와 양육비에 미치는 영향, 소송에 대비해 확인할 자료는 무엇이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생활비를 한 번이라도 보내지 않으면 악의의 유기가 될까요?
민법 제840조 제2호는 배우자가 다른 일방을 악의로 유기한 경우 재판상 이혼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대법원은 악의의 유기를 ‘정당한 이유 없이 동거·부양·협조 의무를 포기하고 다른 배우자를 버린 경우’라고 설명합니다. 단순히 생활비 송금이 늦거나 금액이 줄었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의미입니다.
예를 들어 회사 사정으로 급여가 줄어 일시적으로 송금액을 낮췄거나, 실직·질병으로 기존 금액을 감당하기 어려워 배우자와 조정을 시도했다면 악의의 유기로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반면 충분한 소득과 재산이 있으면서도 부부싸움이나 이혼 압박을 목적으로 생활비를 장기간 전혀 보내지 않았다면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어떤 경우 생활비 중단이 이혼 사유로 인정될까요?
법원은 송금 중단만 떼어놓고 보지 않고 기러기 생활이 시작된 경위부터 확인합니다.
부부가 자녀 유학과 해외 체류에 합의했고, 한쪽은 국내에서 소득활동을 하고 다른 쪽은 해외에서 자녀를 양육하기로 역할을 나누었다면 생활비 지급은 그 합의에 따른 부양·협조 의무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배우자가 별다른 설명 없이 연락을 끊고 생활비와 학비 지급까지 중단했다면 악의의 유기 또는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문제 될 수 있습니다.
특히 다음과 같은 사정이 함께 나타난다면 이혼 사유로 인정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생활비를 감당할 능력이 있는데도 장기간 송금하지 않은 경우
배우자와 자녀가 생계 곤란에 처한 사실을 알면서도 외면한 경우
이혼에 동의하라는 조건으로 생활비 지급을 중단한 경우
다른 사람과 동거하면서 기존 가족과 연락을 끊은 경우
자녀의 학비·주거비까지 갑자기 중단한 경우
귀국이나 관계 회복을 위한 대화도 거부한 경우
실제로 해외에 장기간 체류하면서 생활비를 거의 지급하지 않아 아내가 홀로 자녀들의 생활비와 양육비를 부담한 사건에서, 대법원은 남편의 이러한 행동으로 부부 사이의 애정과 신뢰가 무너져 혼인관계가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파탄되었을 가능성을 충분히 심리해야 한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 (대법원 2022.5.26.선고2021므15480판결)

소득이 줄어 생활비를 보내지 못하는 상황도 유책으로 인정될까요?
실직이나 사업 부진으로 소득이 줄어 생활비를 보내지 못한 사정만으로 곧바로 혼인 파탄의 책임이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법원은 생활비를 보내지 않았다는 결과뿐 아니라 지급할 경제적 능력이 있었는지, 소득 감소를 배우자에게 설명했는지, 줄어든 형편에서도 가능한 범위의 비용을 부담하려 했는지를 함께 살펴봅니다.
예를 들어 실직이나 질병, 사업 실패로 소득이 크게 줄어 종전과 같은 금액을 보낼 수 없었다면 생활비 감소에 정당한 이유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해외에 있는 배우자도 소득이나 재산이 있고, 요구하는 생활비가 현지 생활 수준에 비해 지나치게 많았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소득이 줄었다고 주장하면서 고가의 소비나 투자, 교제비에는 계속 돈을 사용하거나 배우자와 자녀에게만 생활비를 지급하지 않았다면 주장이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생활비를 보내기 어려운 사정이 생겼다면 소득 감소 자료를 공유하고, 자녀의 학비·주거비 등 필수비용을 어느 범위까지 부담할 수 있는지 협의한 기록을 남겨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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