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건 개요
의뢰인 A씨는 부대에서 소대장급으로 근무하던 젊은 장교입니다. 어느 날 소속 부대의 병사가 A씨에게 폭행을 당했다며 신고했습니다. 몇 달 전 이동 중에 총기 개머리판으로 등을 여러 차례 맞았고, 다른 날에는 상황실에서 주먹으로 등과 어깨를 스무 차례가량 맞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A씨는 특수폭행 등의 혐의로 군검찰 수사를 받는 피의자가 되었습니다.
임관 이후 단 한 번의 형사처벌도 징계도 없이 복무해 온 A씨에게는, 쌓아 온 군 경력 전체가 걸린 사건이었습니다.
■ 사건의 쟁점과 어려움
간부와 병사라는 지휘·통제 관계에서 나온 신고였습니다. 병사들 사이의 반감이 개입될 수 있는 구조인 동시에, 목격자 대부분이 같은 부대 병사들이라 진술의 결을 가려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군인 사이의 폭행은 일반 폭행과 다릅니다. 군사기지 등에서 벌어진 군인 상호 간 폭행에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아도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특례가 적용될 수 있어, 사과나 합의만으로 사건이 끝나지 않습니다.
군인의 형사사건은 원칙적으로 군사법원에서 재판을 받습니다. 기소되어 군사재판까지 가면 그 자체로 경력에 깊은 흔적이 남고, 형사처벌과 별개로 징계와 신분상 불이익까지 따라올 수 있었습니다. 수사 단계에서 사건을 매듭짓는 것이 절실한 이유였습니다.
■ 변호인의 조력 — 두 단계의 전략
1단계, 사실의 검증. 첫 번째 폭행이 있었다는 날짜를 확인해 보니, 그날은 부대에 주간 정신전력교육이 시행된 날이었습니다. 변호인은 교육 시행 보고 기록을 확보해 '순찰 중 폭행'이라는 주장과 어긋나는 객관 자료로 제출했고, 상황실이 상시 여러 명이 근무하는 공개된 공간이라는 정황, 신고가 사건 주장 시점보다 한참 늦게 이루어진 경위도 짚었습니다. 피해자 진술만으로 유죄를 단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2023도13081)를 토대로, 다툴 수 있는 것은 끝까지 다퉜습니다. 이 단계의 목적은 무리한 부인이 아니라, 기록 위에서 사실을 정확히 가려내는 것이었습니다.
2단계, 인정과 사과로의 전환. 수사가 진행되고 조사 내용을 함께 검토하면서, 변호인은 의뢰인과 다시 마주 앉았습니다. 구체적인 일시까지 기억나지는 않지만 평소 병사들에게 장난이라 여긴 신체 접촉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고, 그 과정에서 피해자가 불쾌감과 고통을 느꼈을 수 있으며, 그렇다면 기억이 더 명료한 쪽은 피해자라는 것 — 이 정직한 결론 앞에서 의뢰인은 용기를 내 혐의를 인정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처벌이 두려워 인정하지 못했던 마음까지 솔직하게 밝히는 쪽을 택한 것입니다.
의뢰인은 자필 반성문으로 피해 병사에게 사과하고 간부로서 부대의 신뢰를 무너뜨린 책임을 인정했으며, 변호인은 임관 후 무전력의 성실한 복무 이력과 젊은 장교의 장래, 담당 군검사와의 조사·면담 과정에서 보인 진지한 반성을 참작사유로 정리해 제출했습니다.
■ 적용 법리
군사기지 등에서 벌어진 군인 상호 간의 폭행에는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와 무관하게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특례가 적용될 수 있어, 민간의 단순 폭행처럼 합의서 한 장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군 폭행 사건의 방어는 처음부터 '수사기관을 설득하는 싸움'으로 설계되어야 합니다. 기소유예는 혐의를 인정하되 정상을 참작해 재판에 넘기지 않는 처분으로, 형 선고가 아니어서 전과가 남지 않고 복무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 결과
군검찰은 기소유예를 결정했습니다. 재판 없이 수사 단계에서 사건이 종결되었고, A씨는 전과 없이 복무를 이어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 이 사례의 의의
변호인의 일은 유리한 주장을 끝까지 고집하는 것이 아닙니다. 증거로 다툴 단계에서는 객관 자료로 치열하게 다투고, 사실과 마주해야 할 순간에는 의뢰인이 진정성 있는 인정과 사과를 선택하도록 돕는 것 — 이 사건의 기소유예는 그 정직한 전환이 만들어낸 결과였습니다. 처음부터 무릎 꿇는 것도, 끝까지 버티는 것도 아닌, 사건의 실체에 맞는 길을 찾는 것이 방어의 본질입니다.
■ 맺음말
군 형사사건은 민간과 다른 수사·재판 절차 속에서 진행되고, 그 결과가 신분과 경력에 직결됩니다. 혐의를 통보받았다면 초기부터 변호인과 함께 사실관계를 시간 순서로 정리하고, 다툴 부분과 인정할 부분을 냉정하게 가려내시기 바랍니다. 부인과 인정 사이의 선택은 자존심의 문제가 아니라 전략의 문제이며, 그 판단이 빠를수록 지킬 수 있는 것이 많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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