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경찰서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가 접수되었으니 조사를 받으러 나오라”는 연락을 받으면 누구나 크게 당황하게 됩니다. 인터넷 댓글 하나, 단체 채팅방에서의 말 한마디, 리뷰 글 하나가 형사사건으로 번지는 일이 드물지 않습니다. 그러나 고소를 당했다는 사실 자체가 곧 유죄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명예훼손죄와 모욕죄는 법이 정한 엄격한 성립요건을 모두 충족해야만 비로소 범죄가 성립하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서는 두 죄의 성립요건과, 고소를 당했을 때 실제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단계별로 정리합니다.
1. 범죄가 성립하려면 갖추어야 할 요건들
고소가 있다고 해서 무조건 처벌되는 것은 아닙니다. 아래의 요건 중 하나라도 충족되지 않으면 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바로 이 지점이 방어의 출발점입니다.
① 공연성
•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 단 한 사람에게만 말했더라도, 그 말이 전파되어 불특정·다수에게 퍼질 가능성이 있었다면 공연성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이른바 ‘전파가능성 이론’). 반대로 전파 가능성이 없는 완전히 사적인 대화라면 공연성이 부정될 수 있습니다.
② 특정성
• 표현의 대상이 ‘누구인지’ 특정되어야 합니다.
• 이름을 직접 밝히지 않았더라도 주변 정황상 피해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다면 특정성이 인정됩니다. 반대로 대상이 막연하거나 집단이 지나치게 커서 개개인을 지목했다고 볼 수 없다면 특정성이 부정될 수 있습니다.
③ 사회적 명예(외적 평가)의 훼손
• 표현이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릴 만한 것이어야 합니다.
• 단순히 기분이 상하는 정도이거나, 사회적 평가와 무관한 내용이라면 보호법익 침해가 없어 죄가 성립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④ (명예훼손) 구체적 사실의 적시
• 명예훼손죄는 시간·장소·행위 등이 특정된 ‘구체적 사실’을 드러내야 성립합니다.
• 또한 그 사실이 진실이고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다면 형법 제310조에 따라 위법성이 조각되어 처벌되지 않습니다.
⑤ (모욕) 추상적·경멸적 표현
• 모욕죄는 구체적 사실이 아니라 경멸적 감정·판단을 표현한 경우 성립합니다.
• 다만 다소 무례하거나 불쾌한 표현이라도 사회상규상 허용되는 범위 내라면 모욕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판례의 태도입니다. 어떤 표현이 ‘단순한 무례’인지 ‘형사처벌 대상인 모욕’인지는 매우 다투어지는 영역입니다.
이처럼 각 요건은 개별 사안마다 촘촘히 따져 보아야 하며, 요건 불충족을 논리적으로 입증하면 무혐의 처분을 받을 수 있습니다.
2. 고소를 당했을 때의 3단계 대응 전략
1단계 — 정보공개청구로 혐의사실부터 정확히 파악하기
무엇으로 고소되었는지 정확히 모른 채 조사에 임하는 것은 가장 위험한 대응입니다. 수사기관에 대한 정보공개청구 등을 통해 고소장 및 혐의사실의 요지를 확인하고, 변호사와 함께 어떤 표현이 문제가 되었는지, 그 표현이 앞서 본 성립요건을 충족하는지를 면밀히 검토해야 합니다. 이 검토 결과가 이후 모든 전략의 토대가 됩니다.
2단계 — 변호사와 함께 조사에 대비하고, 방향을 정하기
피의자신문(경찰 조사)에는 반드시 변호사와 함께 출석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조사에 앞서 크게 두 가지 방향 중 어디로 갈지를 변호사와 상의해 결정합니다.
• 무혐의 주장: 공연성·특정성·구체적 사실의 적시 등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거나, 진실한 사실로서 공공의 이익에 해당하는 등 다툴 여지가 있는 경우 → 무죄(무혐의) 방향으로 진술 전략을 세웁니다.
• 혐의 인정 + 선처(기소유예) 도모: 혐의를 다투기 어려운 경우 → 사실관계를 인정하고 반성의 태도, 합의 노력 등을 통해 기소유예 등 선처를 구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세웁니다.
한 번 내뱉은 진술은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에, 조사 전에 방향을 명확히 정하고 그 전략에 따라 일관되게 진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3단계 — 무혐의 또는 기소유예를 겨냥한 의견서 제출
조사 이후에는 정해진 전략에 맞추어 의견서(변호인 의견서)를 제출합니다. 무혐의를 다투는 사건이라면 성립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는 점을 법리와 판례를 들어 논증하고, 선처를 구하는 사건이라면 반성의 정도, 초범 여부, 피해 회복(합의) 노력 등을 정리하여 기소유예 또는 불기소를 이끌어내도록 설득합니다. 잘 정리된 의견서는 수사기관과 검사의 판단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4. 합의 — 사건을 가장 확실하게 끝내는 길
모욕죄는 친고죄, 명예훼손죄는 반의사불벌죄입니다. 즉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가 확인되면(고소 취소 또는 처벌불원) 사건은 그대로 종결됩니다. 이 때문에 두 죄에서는 피해자와의 원만한 합의가 무엇보다 강력한 해결책이 됩니다.
다만 감정이 상한 상태에서 당사자가 직접 접촉하면 오히려 상황이 악화되거나, 합의 과정에서의 언행이 새로운 분쟁의 빌미가 되기도 합니다.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적정한 합의금 산정, 합의서 문안 작성, 처벌불원서·고소취소장 확보까지 절차를 체계적으로 진행하면, 불필요한 갈등 없이 사건을 안전하게 종결할 수 있습니다.
혼자 고민하지 마시고, 조사 전에 상담 받으세요.
명예훼손·모욕 사건은 첫 조사 전 준비가 결과를 좌우합니다. 요건을 다투어 무혐의를 노릴지, 인정하고 선처와 합의로 마무리할지는 사안마다 다르며, 방향을 잘못 잡으면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고소장을 받으셨다면 조사에 응하기 전에 반드시 형사전문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관련 사건 경험이 풍부한 제가 의뢰인님을 위해 정확한 사실관계 검토부터 조사 동행, 의견서 제출, 합의까지 전 과정을 함께하겠습니다.
법무법인 쉴드 이승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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